카테고리 없음2020. 7. 12. 23:14

 

입소 (?) 11일째이다.  참고로 '자가격리'는 '만 14일'이 원칙이다.  그러니까 14박 15일이 답이다.  저지난주 목요일에 입소했으니 이번주 목요일에 퇴소한다, (2차 검사에서 역시 아무 문제가 없을 때 그렇다.)   그러니까 내일이나 모레쯤에 보건소나 담당 공무원이 내게 재검을 받으라는 연락을 할 거라고 본다. 

 

이곳에서 열흘을 지내다보니 슬슬 이곳이 내 집처럼 내 생활에 어떤 '집'같은 질서가 잡혀간다.  매일 샤워를 하고 매일 청소를 하고 매일 샤워할때 벗어놓은 속옷 양말을 빨래하여 널어놓고, 매일 뭔가 해 먹고, 매일 낮잠을 푹 자고, 매일 남편이 뭔가 '먹이'를 가져다주고 간다.  이 생활이 익숙해진 나머지 농담으로 남편에서 -- "우리 오피스텔을 이웃에 각자 구해놓고 살면서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챦겠다" 했다.  완전하게 혼자 살아보는게 코로나 자가격리가 가져다준 선물 같기도 하다.  돌아보니 내 평생에 나혼자 이렇게 '집'에서 완전히 혼자 시간을 보낸 적이 수십년 살아오는 가운데 정말로 처음이다. 

 

2011년에 작은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후에 약 10개월간 혼자 살았던 적도 있지만 그 때는 우리 개 '왕눈이'가 있었으므로 완전히 혼자 산 것은 아니다.  아무튼 내 생애에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는 경험이다. 

 

일단 자가격리 기간동안 '성경통독'에 성공했으므로 토요일 일요일은 뒹굴뒹굴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다.  이제 내일 아침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가 나의 답신을 기다리는 이메일들을 처리하고 밀린 일들을 해야지. 

 

자가격리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인터넷과 TV일것이다.  나는 요즘 유튜브와 TV를 번갈아 보면서 '운동'을 찾아서 하고 있다.  TV에서 '운동'관련 프로그램을 발견하면 보고, 따라하고, 유튜브에서 내가 따라 할만한 운동을 한다.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는 내가 주의해야 할 사항을 요즘 알게 되었다.  내가 뭔가 재미있는 운동을 발견하여 그것을 신나게 따라하고나면 -- 그 다음날에는 열이나고 몸이 아프다.  체온은 '저온'일 정도로 변화가 없는데 나는 온몸이 열이나고 아픈 느낌이 든다.  두번이나 그런 경험을 했기때문에 이제는 운동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격렬한 운동보다는 주로 스트레칭 관련 -- 운동량이 심하지 않으면서 척추나 고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할만한 스트레칭 관련 운동을 주로 찾아서 한다.  그런 운동을 하면 몸이 크게 아프지 않다. 

 

그래도 '춤추는 운동'이 TV에서 나오면 그걸 '슬슬' 따라한다.  춤추는것은 재미가 있다.  그걸 구경하면서 그냥 건성건성 따라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 무기력감에서 헤어 나올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트레일 워킹 (숲속 산책)인데, 6월에 트레일 워킹하다가 발에 부상이 와서 -- 그래서 내 신체가 급속히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하루종일이라도 워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만 그렇고, 몇시간 걷고 집에 오니 발이 아파서 찔뚝거려야 했다.  발이 아픈것이다.  다리가 아픈것도 아니고, 발이 아프다니... 그러니까 너무 많이 걸어도 안되고, 너무 격한 운동도 안되고, 이러니까 갱년기 여성들이 그러한 체형이 되는 것이리라. 나도 거울속의 내 체형이 낯설다.  그렇다고 함부로 다이어트 한다고 끼니를 굶거나 그럴수도 없다. 그러다가 정말로 큰 병이 들 수도 있다. 이래저래 무엇한가지 쉽게 하기 힘들어졌다.  이제 슬슬 사람이 나이가 들고 신체가 노화되어 가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몸소 겪어서 알게 되는것이다. 

 

아무튼 살살 달래가면서 운동을 하여 체형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 유튜브와 TV의 쓸만한 프로그램들을 수집하고 있다.  내 신체가 이대로 망가지도록 내버려둘수는 없고.  아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요가'보다는 '춤'을 추는 편이 그나마 할만하다.  춤은 흥이니까. 나는 흥이 나는 운동이 좋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