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16. 01:39

어제 예약한대로, 오늘 오전 9:30 예약 시간에 맞추어 보건소에 갔다.  도착시각은 9:00.  (30분 일찍 가서 대기).  나는 원래 성격이 시간 약속을 안 지키면 숨이 그자리에서 넘어갈 정도로 히스테리컬하기 때문에 (하하하) 중요한 일정은 매우 서두르고 앞당겨서 한다. 특히 코로나 검사는 '내가 1번으로 검사하고 자리를 떠야지'라는 선명한 의도를 가지고 일찌감치 서둘렀던 것이다.

 

 

왜 1번으로 검사받고 자리를 뜨는가?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검사 받을 텐데, '오염이 되지 않은 자리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나로서는 최선이므로 가장 일찍 가서 가장 일찍 현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자 아래 사진에서 저기 공중전화부쓰 만한 깡통같은 검사소가 세군데가 있다 (1번만 보이지만 1, 2, 3번 이 있다). 나는 저 1번에서 검사를 받고 나왔다.  줄 서서 기다릴때 2미터 간격을 두고 서서 기다리라고 바닥에 표시도 되어 있지만 -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간격같은거 무시하고 막 다가서고 그러니까 내게는 무척 위험해 보였다. 

 

검사소박스 안에 들어가면 뉴스에서 봤던대로 '비접촉' 검사를 받게 된다. 가운데 투명유리가 있고, 고무장갑같은 것이 삐죽 나와있고. 그러니까 투명 유리를 가운데 두고 중무장한 검사하시는 분이 고무장갑으로 손을 넣어 - 나와 접촉하지 않는 상태로 내 콧구멍에 그 긴 대롱을...으..으..읔...(그거 정말 오싹하고 무섭다.  그래도 2주전에 한번 경험한거라 이번엔 덜 무서웠다. 하하하.) 

 

 

내가 걱정스러웠던 점은, 그 검사소 깡통이 정말 작거등... 현금인출기 박스보다도 작은 공간인데 내가 거기서 검사를 받는동안 문이 닫혀있다. 나는 그게 무섭다.  열어서 환기가 잘 되도록 해야 하는데 왜 그걸 닫지?  그러면 그걸 그렇게 닫아 놓으면 거기 백명이 드나들다가 그중에 한명이 확진자가 되면 그 좁아터진 박스를 거쳐간 사람들은 그대로 그 확진자의 공기에 노출이 되는것 아닌가?  그거 열어 놔야 하는데, 여름이라 더워서 열어놓으면 좋고 환기도 잘 되는데, 그걸 왜 닫는지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뭐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시는 일이겠으나 나는 불안하다. 내가 이래서 이런 위험에 노출되기 싫어서 '1번'으로 검사받기를 생각한거다.

 

 

 



 

2주만에 열린 하늘아래.

검사받기 위해 담당공무원과 자가격리앱에 내가 외출한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마침내 2주만에 내가 지내던 오피스텔의 문을 나설때 -- 나는 외계의 알수 없는 구역으로 나간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이 내가 평소에 지내던 장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낯선 장소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오피스텔 건물을 나서서 마침내 신선한 아침 하늘 아래에 서게 되었을때, 사람들이 지나가는 풍경과 개를 끌고 산책을 하는 풍경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오호라!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돌아간다는 것의 경이로움!!!  내가 '사람'을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을 오십몇년 평생에 처음 깨닫게 되었다.  이 놀라움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기록을 남겨 둔다. 

 

물론 용무를 마친후 곧바로 '감옥'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온종일 잤다.  무기력감.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되고 싶다 우하하하하.

 

지금은 온종일 잤으므로 한밤에 테레비 켜 놓고 이렇게 낙서를 하면서 혼자 놀고 있다.  시골에서 지낼때 할아버지가 쇠죽솥에 불 때면서 늘 틀어놓으시던 '노래는 세월따라' - 그 흘러간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는 성장했다. 그래서 가요무대를 틀어 놓으면 옛날에 할아버지와 살던 유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 가요무대는 소주에 오징어 뭐 이런거라도 있어야...  아...이제는 나도 쉬고 싶다. 쉬고싶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