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8. 15:31

어제 실내운동이 내게 벅찼기 때문에 몸이 아팠다.  그래서 오래 오래 잠을 잤는데, 꿈속에서 '국민학교' 다닐 때 내가 쓰던 빨간 가방을 보았다.  그것이 그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다니...

 

나는 국민학교 5학년 시절의 학교 계단을 오르고 있었고, 계단을 다 올라섰을때 내 눈앞에 내가 들고 다니던 빨간 가방이 눈앞에 들어왔다. 가방 뚜껑에 매직으로 선명하게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내 가방이란 것을 단박에 알아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무서운 꿈이었다.  그 빨간 가방에 적힌 내 이름을 본 순간 나의 모든 '죄'가 그 가방안에 담겨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잠을 깼다.  아주 무서운 꿈이었다.  아주 오랫만에 꾼 '죄의 꿈'이었다. 

 

'죄의 꿈'이란 -- 몇가지 반복되는 장면인데 대개는 내가 이불속에 혹은 벽장안에 무언가 내가 죽인 시체를 숨겨 놓고 있는 상황속에서 사람들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것이다. 곧 내가 숨긴 시체가 만천하에 드라나려는 찰나에 나는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지. 그러한 꿈을 꾸면 나는 몸이 아프고 그런다. 전에는 자주 이런 악몽에 시달렸는데, 요 몇년간은 통 이런 꿈을 꾸지 않았다. 내 영혼이 좀더 죄에서 가벼워진걸까 그런 상상을 했었다.  '죄의 꿈'이 다시 내게 몇 년만에 돌아왔다.  빨간 가방은 전혀 새로운 꿈의 패턴이다.  '무서운 죄의 꿈'이라는 내용은 동일한데 여태까지 반복되던 장면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장면이랄까.   내가 어릴때 갖고 다니던 빨간 가방이 왜 그렇게 무섭게 여겨지면서 그 안에 무시무시한 나의 죄가 들어있다고 상상하게 된걸까?  꿈은 엉뚱하다.  

초등학교에 다닐때, 6년간 나는 학교가방을 두번 새로 갖게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갈때 엄마가 사 주신 빨간 가방은 -- 지금 돌아보건대 그다지 품질이 좋았을리가 없는 가방이었을테니 -- 손잡이에 조금씩 금이가다가 끊어졌다.  가방은 멀쩡한데 가방 손잡이 끈이 끊어지니까 엄마는 가방 손잡이를 집안에 굴러다니던 헝겊으로 칭칭 감아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핸드메이드, 핸드 크래프트, 아주 특별한 가방 손잡이의 탄생이었지만 (요즘 멋쟁이들은 멀쩡한 가방의 손잡이도 일부러 멋을 부리느라 스카프로 칭칭 감아준다) 어린 나로서는 참 챙피스러운 노릇이었다.  그냥 남들하고 다르고 우중충한 나 자신이 싫었다.  그렇다고 그걸 엄마에게 투정부릴 처지도 못됐다.  나는 내가 부모에게 뭔가 불평하거나 요구하면 안되는 존재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어딘가 우리식구 소속이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으로 살았으니까.  그래서 그냥 그렇게 우중충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런 '챙피한' 가방을 일년도 넘게 갖고 다니다가 3학년 봄날, 할머니가 서울집에 오셔서 며칠을 지내다 가시게 되었는데, 할머니 주위에 온가족이 모여앉아 모처럼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때 -- 나도 용기를 내어 "할머니 나는 학교 가방이 너무 챙피해요"라고 말했다.  내게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할머니, 이 가방 손잡이 끈이 끊어졌는데 엄마가 헝겊으로 이걸 감아줬어요. 나는 챙피해서 이 가방이 싫어요" 뭐 이런 얘기를 할머니께 제법 신나게 떠들어댔다.  할머니는 가방에 책만 잘 들어가면 되는거지 가방끈이 뭐가 어떠냐고, "너희 고모들은 이런 가방도 없어서 책보자기에 싸가지고 핵교를 다녔는데, 너는 팔자가 좋아서 불평이 많구나" 하며 나를 나무라셨다. 사실 맞는 말씀이다. 나도 나보더 열살쯤 많은 우리 막내고모가 책보자기를 어깨에 메고 학교로 가는걸 매일 보면서 컸으니까. 

 

그렇지만, 할머니는 나를 야단을 친 후에 언니와 나를 시장에 데리고 가셔서 새 가방과 새 신발을 한켤레씩 사 주셨다. 새 신발을 사 주신 이유는, 내가 해져서 엄지 발가락이 삐죽 나오는 헌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을 할머니가 보셨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우리 손자들이 한꺼번에 키가 쑥쑥 크느라 신발이 이렇게 구멍이 나는구나"하면서 흐뭇해 하셨다.  그렇다. 내가 엄지 발가락 부분이 구멍이 나서 엄지 발가락 일부가 훤히 보이는 신발을 신고 다닐때도 우리 부모님들은 '키가 갑자기 크고 발이 갑자기 커서 저렇게 신발에 구멍이 난다'고 했을 뿐이고, 그래서 나는 그것은 챙피할 줄 도 몰랐다. 신발 뚫어진것은 챙피한줄 몰랐고, 가방 끈만 챙피했다.  할머니는 그날 언니와 나에게 빨간 새 가방과 빨간 새 신발을 사 주시고,  봄바람에 옷고름을 날리시며 할아버지와 시골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1학년 입학 할때 엄마가 사준 가방, 그리고 3학년때 할머니가 사준 가방 그렇게 두개의 가방으로 국민학교를 보냈다.  

 

내 기억속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언제나 달콤하다. 호랑이 사자처럼 성정이 무서운 분들이셨는데 그래도 그분들의 기억은 늘 따뜻하다. 내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더 큰 은혜를 입었으련만 - 엄마 아빠의 사랑은 당연한것 같고, 어딘가 내가 차별받았다는 억울한 느낌이 더 많고 --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달콤하다.  왜 그런가?  그것은 나도 잘 설명이 안된다.  내 빨간 가방속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죄많은 인생이란 것은 잘 안다마는 ... 나는 죽을때까지 나의 죄를 반복할 것이고, 가끔 악몽에 시달리겠지. 

 

****

 

아, 그 꿈은 오늘 오후에 있을 회의 때문인걸까?  내가 속한 위원회에서 어떤 '평결'을 내려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류들을 꼼꼼히 살폈고, 내가 잘 모르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았다. 내가 추측한 것들에 대하여 전문가의 자문도 구해서 대강의 나의 입장을 정했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 이러한 문제를  '교육적인 측면'에서 '사람을 잘 키워내는 측면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평결을 내려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상황은 파악이 되었는데 그러면 어떻게 수습 할 것인가?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나 깊은 상처로 남지 않게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문제를 고민했었다.  그 고민 때문이었을까?  그 꿈의 메시지는 -- '너는 너의 과거의 죄를 되짚어 보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일을 판단하라'는 것일까?  정말 그걸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오히려 더욱 성장할수 있도록 돕는.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8. 14:40

 

자가격리 해제를 위해서는 2차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다음주 목요일 12시까지가 내게 지정된 자가격리 기간이다.  오늘 문득 -- '그러면 그날 그냥 나가면 되나?' 궁금하여 일전에 문자를 주고 받은 적이 있던 곳으로 문의를 보내봤다.  

 

 

다음주 중에 아마도 2차 검사를 한다는 말이지.  2차 검사에서 다시 음성 판정을 받아야 집으로 갈 수 있는 모양이다. 아직 끝난게 아니군. 

 

 

이런 내용을 내가 묻기 전에 '자가격리 대상자를 위한 생활 수책 안내문' 이런것 안내 할 때 정확히 고지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정말로 자가격리자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한 안내는 빠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분들은 '자가격리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는 것같다. 지금이라도 자가격리자를 위한 안내문에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코로나가 끝장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자가격리 상황이 발생 할 것이니까. 

 

체온계 도착

 

 

사진에서 위는 오늘 도착한 만원쯤 하는 전자체온계이다. (겨드랑이에 끼고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다.)  아래는 5회 체온 측정이 가능한 체온계로서 지난번에 코비드 검사 받던날 보건소에서 준 것이다.  내가 만 14일 (15일) 자가격리하면서 하루에 2회 검사하여 애플리케이션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보건소에서는 5회용 체온계를 네개를 주었다. "최소 28회 (많게는 30회) 체온 측정이 필요한데 20회 분량만 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체온계를 사라는 말인가?"  내가 그 당시에 질문 했을 때 담당자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검사는 하루에 한번만 하셔도 돼요"라고 대답하며 체온계를 더 주지 않았다.  따지고 싶지 않아서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자의 설명과는 달리, 내가 매일 하루에 두차례 보고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체온을 입력하지 않으면 전송이 안된다.  그러니까 하루에 두번 체온 측정을 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담당자가 내게 한 설명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루에 한번만 측정하면 기록 전송이 안되니까 말이다.  하루에 두번씩 측정할 경우 5회용 체온계 네개 가지고는 안된다.  나는 체온계를 사야 한다.  처음부터 내게 "체온계를 사서 쓰세요"라고 말했다면 상관없다.  내가 체온계 살 돈이 없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처음부터 체온계 다 제공한다고 말해 놓고, 모자라게 주면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면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런식의 행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온라인으로 살수 있는 가장 저렴한 전자체온계를 하나 주문하여 받았다. 뭐 나 혼자 쓰는 것이니 내 몸에 닿아도 상관없으므로 딱히 비접촉식 비싼 전자 체온계를 고집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것으로 족하다. 체온 측정은 아주 잘 된다. 하루에 열번이라도 안심하고 측정하여 애플리케이션에 기록을 남길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전에 아이들 키울때 사용하던 유리로 된 수은계 보이는 옛날 체온계는 이제 살 수 없는 것일까? 문득 그 체온계 생각이 난다. 나 그거 참 활용을 잘 했었는데.)

 

 

(내가 이러한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는 이유는 -- 나 이후에도 우리학교에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미국에서 입국을 할텐데, 그들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질 것이므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렇고, 한국어 안통하고 한국 상황속에서 체온계 이런것 살줄 모르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런 점을 미리미리 준비 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8. 02:52

오전 5시 30분에 교회에서 하는 온라인 새벽 기도회 (유튜브) 에 참석했고,  오전 9시 30분에는 내가 리더가 되어 하고 있는 Zoom 기반 화요 기도모임을 진행했다.  운동을 했고, 운동의 여파로 피로하여 온종일 뒹굴거리고 자느라 성경읽기 숙제가 뒤처지고 있다.  

 

이곳은, 하느님이 나를 위해 준비하신 '피난처'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루함은 잘 모르겠고, 성경읽기가 속도가 나지 않아 마음이 초조한 편이다. 이 기간동안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수 있도록 성경에 좀더 다가가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6. 22:38

자가격리에 들어간지 5일 째 되는날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자).

 

아침 뉴스를 보니 지난 7월 2일에 입국한 (나도 그날 오후에 들어왔다) 외국인 프로 선수 (종목이나 이름은 잘 모른다)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했다고 한다. 뜨아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새삼 감사하자).

 

그러니까, 나의 경우는 입국하자마자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를 받아서 안심할수 있었지만 -- 이것은 운좋은 다수의 경우에 해당 되는 것이고 -- 어떤 사람들은 그자리에서 '확진' 판정을 받거나, 혹은 '확정 되지 않은 애매함' 때문에 며칠사이에 재검을 받거나 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깔끔하게 결과가 나와서 안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참 감사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확진 판정을 받으신,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무사히 이 상황에서 벗어나시길 빈다.

 

닷새째이다.  내게 비상식량을 보내는 정부 기관이나 단체는 아직 없다.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살을 많이 뺐을거야.  자가격리자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가격리자는 나가서 뭘 사다 먹을 수 밖에 없다.  행정의 빈틈이 보인다.  물론 나는 한발짝도 문밖으로 나가지 않은채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뭐 사먹으러 나가는 자가격리자도 발생할수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은 다 자기가 상황이 닥쳐봐야 그 상황속의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의무적으로 깔아 놓은 앱은 -- 내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움직임이 없어서 담당 공무원에게 알렸다. 버튼을 눌러서 네 위치를 알려라" 뭐 이따위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매일 온다. 짜증이 난다. 그래서 이틀전에는 "내가 어디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직접 전화를 하시오. 낮잠 자는동안 전자메시지 와도 나는 받지 못하지만 전화벨 울리면 받을 것이오" 라고 앱에 메시지를 띄웠다. 아무 답도 없다. 그리고 매일 앱에서 잔소리 메시지가 뜬다. "전화 하라구! 나 꼼짝도 않고 방구석에 있으니까 전화기 쓸일이 없어 안 움직이는건데 -- 나보고 나가 돌아다니라는거야 뭐야? 앱을 뭐 이따위로 만든거야?  전화 하라니까!"  이러고 혼자 신경질을 내고 있다.  그냥 앱이 기계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내가 한심하다. 하지만....집안에 죄수처럼 처박혀 있는 내게 '움직임이 없으니 수상하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어쩌라는건가? 전화를 하시던가!!!   

 

내가 죄수야 뭐야?  연쇄살인마도, 파렴치범도 감옥에서 밥은 삼시세끼 꼬박꼬박 받아 먹고 산다.  자가격리자에게는 기초 인권도 없다. 가둬 놓고 밥은 안준다.  나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 양심적으로 말 잘 듣는 시민이란 말이다. 슬슬 분노가 피어오른다.  가둬 놓고 감시만 하면서 밥은 안 주는 시스템.  겉만 번지르르한 세상.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6. 02:47

며칠전 입국 할 때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에서 산 제품. 프로폴리스 프레시 브레스 스프레이. 이것 써 보니 참 신통방통해서 내가 이걸 리뷰를 쓰고 앉아있다. 하하하.  근래에 내가 산 것 중에서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은 물건이다.

 

값은 -- 부시럭부시럭 영수증 찾아봄 -- 미화 51달러. 면세 가격이다.  이것이 싼지 비싼지 평은 어떤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샀다. 코비드 때문에 미국에서 지내면서 쇼핑도 못하고, 국제공항 면세점도 문을 닫아서 구경도 못하고 그래서 약간 짜증이 나면서 -- 평소에 거들떠도 안보던 기내 면세품 카타로그를 들여다보다가 충동적으로 샀다고 고백한다. 그래도 그 많은 물건중에 이것 하나를 고른 이유는 구강 청결제 스프레이라서 그랬다. 왜냐하면 나는 비행기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 하기를 포기했으므로 - 가능한 최대한 비행기에서 안 움직이고 화장실도 가능한 참고 안가는 쪽으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비행기 여행'이 코비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여행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래서, 거의 하룻동안 양치질을 못한다는 것을 고려하여 -- 이 구강 스프레이를 고른 것이다.  그리고 사자마자 정말로 포장을 뜯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꼼짝도 못하고 앉아 주는 밥 먹고, 물로만 간신히 입안을 헹구고 마는 것인데, 이 때 이 스프레이를 뿌려주니, 한 숨 자고 나면 스스로 느낄수 있는 입냄새가 나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하여 화장실에서 곧바로 양치질을 할 수 있었는데, 그 때까지 입안이 상쾌하다는 느낌이 유지가 되었다.

 

 

자가격리중에도 온종일 입다물고 혼자 앉아있고, 잠을 자거나, 움직거리거나 주로 입을 다물고 있어서인지 양치질을 해도 입안이 텁텁하고 그렇다. 그럴때, 양치질을 했는데도 입안이 여전히 텁텁할 때 이것을 뿌려주면 입안이 정돈이 된다는 느낌이 든다. 밤에 잠들기 전에 뿌리고 자면 아침에 깨어났을때 입안이 여전히 상쾌한 기운이 느껴진다 (덜 텁텁하다.)

 

그래서  -  이 물건 정말 물건이다!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한세트에 세개 들었으니까 하나 나 쓰고 하나 남편주고 하나 언니주고 그러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 아무도 안준다. 나 혼자 쓸거다. (어디서 구할수 있는지 알아봐야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6. 02:12

코로나는 우리의 삶의 풍경을 대폭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나는 봄학기 내내 학생 얼굴도 못보고 화상으로만 수업을 해야 했고, 미국에 다녀온 나는 지은 죄도 없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 있다. 우리 생활의 깊고 얕은 모든 영역에 코비드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경조사 문화도 검토가 필요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장성한 자녀를 가진 지인과 통화를 길게 하게 되었다.  코비드를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조심을 하고 있는지 마스크며 외출을 삼가는 것이며 그렇게 서로 자랑하듯 '조심' 얘기를 하다가 자녀의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렀다. 

 

나의 의견:  이 '난리통'에 예전처럼 결혼식을 하려는 것은 타인에 대한 '폭력'과 마찬가지이다. 청첩장 받고 안가면 사람의 도리가 아닌것이 한국의 문화인데, 꾸역꾸역 청첩장 돌리면 마스크를 이중 삼중으로라도 하고 꾸역꾸역 가야 하는게 아닌가? 제발 예전같은 큰 결혼식 하지 말고, 직계 가족끼리 모여서 작게 결혼식 하되 -- 여태까지 남의 잔치에 축의금 낸거 본전 뽑아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을 감안하여 -- 결혼 소식을 띄우며 은행계좌를 안내하라는 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1. 한국에서는 경조사에 돈봉투 갖고 가는것이 자리잡은 문화이고, 경조사 소식이 들려오면 가계부 들여다보고 '그 때 그 집에서 우리집에 얼마 보냈지?' 이런것 확인하여 액수 맞춰서 갚는 것이 일상이다.  좋게보면 상부상조, 그냥 중립적으로 보면 내가 낸 돈 내가 타먹는 형식. 
  2. 코비드 때문에 사람 청하는 것이  환영받지 못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할 수도 있다. 그래도 행사를 안하면 내가 낸 돈을 회수할 수가 없으므로 잔치를 해야만 한다.
  3. 돈의 회수를 위한 잔치라면 잔치 생략하고 그냥 은행계좌를 안내하면 된다. 그러면 축의금 갚아야 하는 사람은 흔쾌히 은행으로 축의금을 보낼 것이고, 위험한 잔치에 안가도 되니 안도할 것이다. 
  4. "그래도 어떻게 잔치도 안하고 돈만 받는가? " --> 이게 문제인데, 뿌린 돈 회수 (좋게 말해 상부상조) 차원의 불필요한 잔치 이벤트를 그냥 생략해도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난리통이고 사람 부르는 것이 오히려 민폐이니까. 
  5. 그러니, 문구를 잘 만들어서 안내를 하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일 모시에 이러한 잔치가 있아오나 코비드로 인해 잔치는 생략하오니 멀리서 축하해 주시옵고 (zoom, youtube 와 같은 원거리 화상 진행으로 잔치 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게 배려하고), 축하금을 보내주고 싶으시면 이 번호로 보내주시면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누군가 내게 이런 식으로 잔치 소식을 알리면 -- 나는 흔쾌히 -- 잔치 장소로 나를 불러내지 않는것에 감사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축의금을 언라인으로 보낼것이다. 진심이다. 

 

장례식은?  장례식의 경우 나는 소식 받으면 '사람들 모이기 전에' 제일먼저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봉투' 내고 인사만 하고 현장을 떠난다.  슬픈 일에는 위로가 필요하고, 잠깐이라도 얼굴 마주하고 위로 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위험을 최소화 한다.  물론 이것도 언라인으로 송금을 원칙으로 한다.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전쟁인데, 태평한 소리 하지 마시라. 결혼 호화롭게 했다고 다 잘사는것도 아니고, 결혼은 둘이 잘 살아내면 그만인거다. 결혼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것이 없다. 장례식도 이미 끝났으니 크게 의미 둘것 없는데, 위로 차원에서 내가 좀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나의 이런 태도에 대하여, "그건 네 삶의 기반이 미국으로 옮겨져 있고, 한국에서 사회생활 대충 해도 되니까 그런 철없는 생각을 하는거지. 한국은 달라"로 대응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씀이다. 각자의 생각은 각자 옳다.  나는 어느 사회에도 잘 안맞는 사람일지 모른다. 30여년전에 내가 결혼식을 할 때에도, 나는 평일 점심시간에 서울 변두리 허름한 결혼식장을 잡아서 신부 마사지니 뭐니 그런거 다 생략하고 싸구려 웨딩드레스 그 허름한 결혼식장에서 빌려서 입고 대충 결혼식을 했다. 평일 점심시간을 택한 이유는 남의 주말을 내 결혼식으로 망치기 싫어서였고, 저렴하고 허름하게 한 이유는 결혼식에 돈 쓰는게 합당치 않아 보여서 그랬다. 하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와서 축복해주고 갔다.  그때 내 보스였던 독일인 사장도 와서 나하고 사진찍고 회의있다고 곧바로 갔다. 하하하.  그리고 우리는 30년 넘게 오르락 내리락 모험같은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 나는 신부가 다 갖는 '경대'라는 것도 없이 여태 살고 있는데, 그래서 경대위에 결혼 사진 올려 놓고 그런 것도 없었다.  결혼식이 내게 큰 의미가 없었듯, 결혼사진도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증명사진 같은 결혼사진들은 나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뻔한 것을 전시하고 매일 들여다본다는 것은 하품나는 일일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결혼생활이 여태까지는 제법 성공적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앞날에 대해서는 또 가봐야 아는거지만, 이제 남은 것은 남편이나 나나 둘중에 하나가 먼저 떠나고  - 남은 사람이 홀로 쓸쓸하게 끝까지 살아야 하는거겠지. 어찌됐건 내 일생에 결혼은 한번. 결혼식 재미없어서 두번다시 할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남편이 혹시 나보다 더 오래 산다면, 그 사람이 재혼을 하건 말건 그건 그 사람의 판단의 문제이지, 내 삶은 끝났으니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 

 

결혼식에 남에게 민폐 안끼치는것이 이미 30년전의 내 사고방식이었으므로 내 삶의 기반이 미국이건 한국이건 나의 태도는 마찬가지라는거다. 나도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이다.  그까짓 경조사비 따위...거기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그뿐이다.  (너는 경조사비 신경 안써도 되는 부자니까 그런거지...라는 오해는 마시길. 나는 한국의 평균적인 경제를 누리는 사람이다. 서울에 집한채 없다. 가난하지도 않지만 부자도 아니다. 그래도 경조사비, 그따위 우습다. 그게 내 삶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하니까.)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6. 01:45

평생 선거에서 '보수'의 반대편에 표를 던져 왔던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운명적으로, 손금에 그어진 것처럼 나는 '보수'와 손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진보인가?  나는 한때 내가 '진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더이상 진보가 아님을 안다. 혹은 나는 어디에도 안 맞는 사람일것이다.특히 한국에서 '진보'란 있는걸까? 그걸 의심한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서울과 충청도 두군데에 아파트를 한 채씩 갖고 있다가 출신지역인 충청도의 싸고 큰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도유망하고 앞으로도 값이 오를 서울의 작고 비싼 아파트를 유지하는 식으로 '일가구 이주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 그에게 비판적인 각종 보도와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나는 탄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사람 뿐이 아니지. 조 아무개씨도 그랬고, 뭐 꼴랑 벌어 놓은 돈으로 시시한 건물 하나 샀다가 그 문제로 영광의 길에서 벗어난 김 아무개씨도 그렇고, 뭐 아무튼 현재 문대통령 근처에서 시시한 '개인적이고 소시민적인 욕망'을 드러내어 비판을 받고 있는 한때의 야권 인사들, 한때의 '진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저들은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하면서, 그 자체를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걸까?" 

 

나는 생각해봤지. 아무것도 아닌 나는 생각해봤다.  내가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위하여 일을 하는 처지라면 나는 그것을 내가 태어난 사명으로 인지하고 내 욕심을 다 내려 놓고 오직 우리가 쌓아올린 명분을 사회를 개선하는 것으로 결과를 보기 위해, 나중에 돌아보고 "그 때 우리는 위대했지"라고 자부심을 가질수 있기위해 하루하루 살아 갈 것 같은데 말이지. 그것 자체가 영광 아닌가?  그까짓 강남의 13평 아파트 한채 때문에 그 영광위에 똥을 싸대고 냄새를 풍기고 있는가?  (강남의 13평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명예와 자존심과 영광을 내려 놓는 소시민인 그대여 그냥 소시민으로 집앞의 개똥을 치우며 사시길. 강남의 13평이 무섭지? 그렇지 아니한가?  그런데 강남에 집이 없는 나는 강남이 안 무섭다. 이상하지 않은가?  강남하고 상관없이 사는 나는 강남이 우습다. 하하하.) 

 

*저들이 해 처 먹은 대규모 조직적 부패에 비해서 우리가 하는 짓거리는 소시민적인 작은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역설하고 싶지? 응? 그것이 바로 당신들을 필망, 필패로 이끄는 논리라는거지. 우리의 기대수준은 훨씬 높아졌어요. 똥걸레 빨아서 똥자욱 남은 누런 걸레 만들었다고 우리는 만족하지 않아요. 락스물에 팍팍 삶아서 희게 빛나는 걸레를 만들고 싶거든요. 

 

나는 대통령 근처에서 이렇게 시시하고 소시민적인 사고를 치고 있는 그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은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하는거야. 그러니까 13평 강남 아파트를 포기할 수 없는거지."라고 판단하게 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몰락할 각오 따위는 없는거야. 그러므로 저들은 몰락하고야 말거야.  몰락한 이후에 말하겠지 "13평 아파트 안 팔길 정말 잘했어. 이거라도 남았으니까." 그러기 때문에 몰락 할 수밖에 없는거야. 세상 이치가 그래... 그래서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세상이 바뀐 듯 해도, 다방 인테리어 하나 안바뀌고 마담만 바뀌고 마는거지. 커피 맛도 그저 그렇고, 음악도 그저 그렇고, 칙칙한 지하실 곰팡이 냄새와 섞인 커피 냄새도 그저 그렇고, 바뀐것은 없이 쥐새끼 들끊고 커피값 50원 쯤 오른 다방은 그대로 거기 있는거야.  다방마담과 커피나르는 종업원 얼굴이 바뀐다고 다방이 달라질것은 없어요. 역전 다방.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6. 00:59

 

 

내 연구실 밖의 화초들을 내가 없는 동안 남편이 챙겨서 돌봐주고 있다. 어제 남편이 화초에 물 주고나서 '증명사진'들을 보내주었는데, 5월부터 피기 시작한 호접란이 점점 더 많은 꽃 송이들을 피워내고 있고,  동양란도 꽃대 여럿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에 있을때 남편에게 "꽃들은 잘 피고 있어?" 물었더니 '물 만 주고 꽃은 못 봤다'는 애매한 답을 하길래 "꽃이 피고 있는데 못 봤어?" 물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꽃이 눈 앞에 있어도 꽃을 못 보는 사람도 있구나...

꽃이 피건, 안피건 소중한 내 친구들이지만 꽃이 필때는 더욱 칭찬을 해 줘야 하는거지.  그 후로는 꽃 사진도 보내준다.  나는 남편이 보내주는 화초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내 눈길로 그들을 하나 하나 만져주는 편이다. 어제 보낸 사진에서 동양란에 꽃대 올라오는것을 발견하여 "동양란 꽃대가 올라오네! 굉장하다!" 했더니 남편은 그걸 눈 앞에 놓고도 "어디? 어디?" 한다.  꽃이 있어도 꽃을 못 보는 사람.  사람의 시각적 인지 기능이 이런 식이다. 관심이 가야 보이는 법이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남편은 내가 "해당화가 피었네" 해야 해당화가 핀 것을 본다. 나는 그의 또다른 눈이다.  물론 남편 역시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여럿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

 

언니는,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서양란, 동양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묻는다. 화초들을 햇살 좋은 동남향 창가에, 최대한 건강한 햇볕을 잘 받도록 배치하고 --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물을 흠뻑 주고 (한번만 준다. 흠뻑) -- 가끔 다이소에서 천원에 10개들이 주사기 모양 비료를 사다가 꽂아 주는 정도이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분갈이도 대충 해 준다.  분갈이의 '분'자도 모르는 일자 무식이 대충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대충 재료 사다가 해 주는 정도이다. 그것이 전부다.  하루에도 여러차례 그 곁에서 들여다보고 예뻐해주는 것도 영향을 줄까?  학생들 숙제 채점하고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화초에게 가서 위로를 받는데 과연 그것도 영향을 끼칠까? (그건 검증이 안되므로 잘 모르겠다.) 

 

 

  ***   ***

 

어제 실내 운동을 너무 재미있게 한 것이 원인 이었을것이다.  밤에 잠을 푹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졸음이 쏟아졌고, 온종일 비몽사몽의 연속이었다.  '이거 뭐지?  걸린건가?' 이런 의심도 들었으나 오전, 오후 두차례 체온 측정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이 들으니 평소에 안하던 운동을 하면 이런 식이다. 몸이 아프다.  그래서 오늘 종일 퍼 자느라 운동을 못했다. 성경 읽기도 못했다.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일요일 예배를 드렸고, 저녁 나절에 남편이 '송추갈비'에서 물냉면을 사다 주었다. 맛이 깔끔하고 속이 후련한 맛이었다.  감사하다. 이래서 배우자가 있어야 하는거다.  자가격리 할 때 냉면 사다주는 사람, 오직 '가족'만이 가능한 일이다. 

 

 

자정이 지났다.  성격읽기를 하며 이 밤을 보내야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4. 18:01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내국인 외국인 막론하고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가격리자 앱이다.  이것을 전화기에 깔아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매일 이것을 열고 아침, 저녁 두차례 체온 기록과 유증상 여부를 기록한다.  내가 기록하면 누군가가 그것을 조회하는 모양이다. 

 

 

뭐, 아침 저녁으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생활에 규칙성을 주므로 나름 재미가 있다. 산사람은 뭐라도 해야 하는거니까. 

 

 

내가 그저께 입국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시작했고, 어제 오전에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오늘 오후에  담당공무원이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 '자가격리용 비상 식량'이 필요하면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참 일찍도 왔다.)  오늘 신청하면 주말 건너서 한 사흘후에 비상식량을 받을거라는 메시지이다.  뭐 비상 식량 안줘도 내가 굶어죽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뭐가 오는지 궁금하여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나는 나 먹이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남편이 부지런히 먹이를 챙겨다 주므로 문제가 안되지만, 그런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쩌라는걸까?  뭔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에 내게 식량 공급하는 가족이 없다면, 나는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하여 '식량 보급 투쟁'을 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아예 보건소에서부터 준비하였다가 비상식량을 줘 보내야 격리소로 가서도 '이탈'을 안 할 것이 아닌가? 

 

"내가 아는 사람은 이러저러한 것을 받았다는데 너는 왜 아무것도 못 받는거냐?" 

 

 

벌써 전화로 내게 이러저러한 코칭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던 중이었다.  아, 나는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을리는 없으므로 신경 쓰기도 싫었는데, 오히려 '자가격리' 상황에 대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호기심을 갖고 나를 전화상으로 관찰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지방자치단체 마다 혹은 담당 공무원마다 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대충 이런 상상을 하고 접는다.  하긴, 만약에 내게 가족이 없고, 아무도 내 '먹이'를 갖다 주지 않으면 나는 15일간 수돗물로 연명하는 가운데 '체중조절' 에 성공하는 역사를 쓸지도 모르지.  하하하.

 

 

그런데, 나는 굶어 죽는 상황이 아니면 남이 나를 신경을 안 써준다거나 나에 대한 서비스가 누락이 된다거나 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세상이 늘 내게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대체로 운명은 내게 가혹하지 않았고, 나는 잘 지내왔다. 그러므로 대체로 나의 현재에 고마운 편이다. 

 

 

아침에 유튜브를 열어서 '국민체조'를 꺼내어 동심으로 돌아가 '국민체조'를 신나게 했는데 -- 그 후에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뭔가가 흘러나왔다. "엄마 TV"의 김선생이란 분이 아주 쉬워 보이는 춤/운동 동작을 하면서 30분간 그걸 따라하면 3Km걷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슬슬 따라했다.  운동이 끝난후 내 애플워치로 확인해보니 정말로 3Km 걷기가 완성 되어 있었다.  "끼부리기" "트위스트" "수영하기" "스케이트" 뭐 이런 식으로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동작을 쉼 없이 이어서 하는 운동이었는데,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땀이 쏟아졌다. 아주 좋은 운동이었다.  매일 이 운동을 해야지.  그러니까 매일 아침 '국민체조'를 두번 하고 '엄마 TV'의 30분 운동을 따라해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3BEU86NQr6Y

아, 내가 국민체조 했다가 자동으로 연결되어서 따라하게 되었던 운동이 이것이다.  매일 들어가서 운동을 해야지.  조금씩 하다가 조금 강도 높은 운동으로 옮기고 해야지.  요가를  학교에서 제공해줘서  온라인으로 하다가 힘들고 재미없어서 그만 뒀는데 이분 운동은 힘도 안들고 따라 할만하다.  갇혀 지내는 동안 운동도 잘 해 봐야지. 하하. 

성경책 레위기에서 이상한 구절을 발견하여 '번역이 잘 못 된걸까?'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나의 무지를 깨우치고, 내 머리 위에서 지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새삼 발견했다. 처음에 나는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이 부분에서 언뜻 납득이 안 갔다.  그래서 영문 성경 여러가지 버전들을 살펴보면서 원뜻을 헤아려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 아 우리는 보통 도의적으로 가난한 자의 편에 서고 힘있는 자에게 굴종하지 않는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법률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한 사람이 '가난하다'는 것이 과오나 잘못을 용서 받을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구나.  가난하거 부자이건 간에 도의적인 판단의 근거는 동등해야 한다. 만약에 동등하지 않다면  그거야 말로 가난한 사람을 욕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은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법률 앞에서 우선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이후에 인정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성경은 속독을 하는 과정에서도 새로 깨닫고 각성할 기회가 많이 있다. 

 

New International Version  ㅣLeviticus 19:15
"'Do not pervert justice; do not show partiality to the poor or favoritism to the great, but judge your neighbor fairly.

너희는 재판 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 할 지며

 


New Living Translation
“Do not twist justice in legal matters by favoring the poor or being partial to the rich and powerful. Always judge people fairly.

English Standard Version
“You shall do no injustice in court. You shall not be partial to the poor or defer to the great, but in righteousness shall you judge your neighbor.

Berean Study Bible
You must not pervert justice; you must not show partiality to the poor or favoritism to the rich; you are to judge your neighbor fairly.

New American Standard Bible
'You shall do no injustice in judgment; you shall not be partial to the poor nor defer to the great, but you are to judge your neighbor fairly.

 

 

어제 남편이 사다 준 아이스 커피 (왼쪽), 오늘 좀더 큰 사이즈로 사다 준 아이스 커피 (오른쪽).   온종일 아껴서 먹고 있다.  슬리브의 빨강색이 강렬하고 매력적이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나갈때까지 버리지 않고 모으면 몇개까지 모으게 될까?  착한 남편이 매일 아이스커피를 배달해 줄지도 모른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20:56

 

 

낮밤이 뒤바뀌어, 오후에 남편이 사다 던져주고 가버린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나서 아주 푹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성경책을 열어서 구약이 1,331 페이지, 신약이 423 페이지까지 표시가 된 것을 확인했다. (성경의 페이지 개념은 일반책 페이지와 약간 다르다. 한페이지가 몇페이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전의 페이지를 옮기기 때문에 그런듯 하다.)  어쨌거나, 전체 페이지와 내가 여기 갇혀 지낼 날짜를 따져보고 구약은 하루에 170페이지씩, 신약은 하루에 90페이지씩 읽어나가기로 계획은 세웠다.

 

성경을 그렇게 빨리 읽느냐고? 어떤 경우에는 성경읽기 일주일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캠프도 있다고 들었다). 시간을 정해놓고, 주어진 시간 안에 통독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피드 리딩인데 -- 그렇게 설렁설렁 대충대충 읽어나가면 뭣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을 수도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Intensive reading vs. Extensive reading 의 문제이다. 빠르게 죽-죽-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것도, 한 줄 한 줄 사색하며 읽는 것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해마다 여름 방학때 성경 스피드 리딩을 몇 차례 했었다.  가가격리 기간을 '요나의 고래 뱃속 체험'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나의 성격상,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어 놓으면 -- 여태까지의 경험상 -- 늘 계획표보다 먼저 숙제를 끝내는 편이었다.  이제는 나도 늙어가고 있고 전 같이 빠릿빠릿하지가 않으니 알 수 없는데. 해 보면 알겠지. 

 

그런데, 성경 읽기에는 어떤 신비한 무엇인가가 따른다.  그것은 말로 설명이 안되고. 그냥, 정말로 하느님이 나와 함께 앉아 계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우선, 아까 잠시 창세기를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하느님이 인류에게 던진 최초의 질문이 무엇일까? (나는 오늘에서야 그것을 자각했다.... 그렇게 수차례 읽었어도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18:48

 

7월 2일 입국하여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자가격리를 위해 마련된 장소에 들어옴.

7월 3일 오전에 위의 문자를 받음.

7월 3일 오후에 아래의 통지서를 전화로 받음.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격리기간을 채우고 나가라는 메시지로 보임). 만약에 양성판정을 받았다면 아래의 통지서가 아니라 -- 뭐 어디로 입원하라는 메시지가 왔을것이고 아마도 내가 들어온 이 건물 전체를 소독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며, 어제 비행기에서 시작해서 공항, 보건소등 내가 돌아다니며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아휴, 상상만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러므로 각자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제 오후 7시 쯤에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오전 9시에 문자를 받았다. 일단 음성 판정을 받아서 마음이 가볍다. 미국 공항에서 한국 공항까지 이동중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며칠간 감염 증상이 없다면 일단 안심하고 날짜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면 될것이다.  (내가 마스크 귀신딱지이니, 극도로 조심하고 마이크 착용을 열심히 한 것에 스스로 감사하자).   사람없는 미국 시골마을에서 혼자 산책을 할 때에도 나는 일단 마스크부터 챙겼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1) 마스크 꼼꼼히 쓰고 (2)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3) 손 열심히 씻고, 이 세가지만 잘 해도 나를 돕고 남을 돕은 것이 아닌가. 

 

 

남편이 내가 먹을 햇반, 반찬 이런 것을 사가지고 들렀다.  "아이스커피 좀 사다 달라니까!"  감사인사 대신에 아이스커피 먹고 싶다고 신경질을 내니까 마스크 너머의 남편이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를 그냥 무의도로 보내버릴것을 그랬구나..."

 

 

인천 공항 근처에 '무의도'라는 섬이 있다. 대무의도, 소무의도 이렇게 있는데, 그 무의도의 한켠에 '실미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의도에 '자가격리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공무원,  경찰관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가지 정보를 얻어낸 모양이다. 가족이 없거나 마땅히 격리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무의도 격리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너를 그리 보내버리면 내가 이런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으련만...." (그의 한탄).   주말에는 가사도우미들도 쉬는 날이라며 주말동안 햇반 먹고 잘 지내라고 말하고 그는 집으로 갔다.  "아이고, 아이고, 아주 나를 실미도로 보내라. 내가 못 살겠다!!!" 이런 농담을 하면서 오랫만에 부부가 마스크를 쓴채 깔깔댔다.  이것도 '음성 판정'을 받았으므로 가능한 대화였다. 

 

그런데, 내가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 보급품'을 받았다는 블로그 내용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게는 아무도 먹을 것을 갖다 놓아주지 않는다.  뭐지? 나도 세금 다 내는데 왜 나는 잊혀진거지?  어차피 식량 보급품이 쌀이나 라면 뭐 그런 종류이므로 안받아도 사는데 지장 없으나, 남들 다 받는거 나만 안받으면 손해 본다는 느낌이지.  무인도에 나만 버려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우리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였지? 아 뭐냐구?  (정부는 우리 남편이 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것일까?  --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대로 얌전히 자가격리 원칙을 준수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창밖으로 저만치에 내 연구실 창문이 보인다. 그 창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성경 통독을 시작한다. 2주에 성경통독을 하려면 하루에 약 200 페이지씩 읽어나가면 될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학교 근처 주상복합건물의 오피스텔이다. 에어비앤비로 자가격리 시설 승인을 받은 곳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준비해 주셨으므로 나는 얌전히 지내다 나가면 된다.  내가 오기 직전에 이곳을 사용하고 나갔던 사람이 뭔가 물건을 찾으러 왔는데 이웃대학 외국인 교수 같았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처럼 작은 호텔방에서 2주간 갇혀 지내야 할거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복층형 구조로 되어있어 아래 위 층 오르내리는 '운동 재미'도 있고 멀리 학교도 보이고,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휴양지에서 게으르게 아무데도 안나가고 뒹굴거린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깨어나서 여행 가방 좀 정리하고, 손빨래를 해서 2층 난간에 빨래를 널어 놓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위아래 돌아다니며 청소도 하고, 나름 사람 사는 것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이 겪는 일을 나도 겪을 뿐이다. 기왕에 하는거 모범적으로 착실하게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05:27

미국에서 출국 전 풍경

 

 

아틀란타 국제 공항 7월 1일의 풍경이다. 모든 면세점 및 카페등이 닫혀있다. 유일하게 문을 열어 놓은 매장은 Hudson 이라는 - 미국 공항에 가면 어디에서 있는 상점이다. 이곳에서는 여행객의 생필품 (과자, 음료수, 자질구레한 기념품, 책)을 판매하는데 여행객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업무를 보는 것 같다.  다른 유명제품 면세점들은 모두 위와 같은 표시와 함께 닫혀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거의 모든 업소 (상점, 식당등 소비자들이 찾는 곳)들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할것을 독려하는 편이고, 미국은 많은 업소들의 문을 닫아 놓은 상태에서 개인 위생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하여 너그러운 편이다. (마스크 착용의 예를 보면 한국은 삼엄하고, 미국은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엉성하다.) 어프로치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 볼땐 "저 사람들이 도대체 제 정신인가? 왜 저렇게 무심한가?"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그들의 코로나 대처가 미숙하고 미개하다고 여겨졌는데, 막상 미국땅에서 이들의 삶을 지켜보니 그럴만해서 그러는구나 싶다.  뭐랄까. 인구 밀도도 조밀하지 않고, '설마' 하고 그냥 태평하게 산다고나 할까.  

 

 

내가 지내던 시골 작은 도시에서는 내가 마스크를 쓴채로 어느 매장에 가서 물건을 보고 있으면 -- 단지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나를 점원으로 착각하고 내게 와서 물건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매장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들은 자유롭게 마스크를 하거나 말거나 하니까, 예쁜 마스크를 쓴 나를 '점원'으로 착각들을 하는 것이다.  워싱턴 디씨로 가니 상황은 훨씬 엄중해졌지만 한국의 삼엄함에 비하며 새발의 피지 뭐.  나는 '사람이 귀해서, 사람을 반기는' 그런 작은 도시에서 지내다 왔으므로 뭐 딱 미국판 '웰컴투 동막골'의 행복한 아줌마였다. 

 

 

대한항공편으로 입국했는데, 아틀란타 공항에서 티켓을 받을 때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안내대로 전화기에 설치했다.  비행기 탑승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명한 바이저를 한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94 마스크 위에 내가 수놓은 면 마스크 이렇게 2중으로 마스크를 했다.  좌석은 한칸씩 띄엄띄엄 배치.  통로 건너 편 내 옆자리에 앉은 신사분이 착석하자마다 마스크 벗고 있길래 신경이 쓰여서 승무원에게 그 분이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승무원이 곧바로 조치하고 그 신사분은 그 이후로 착실하게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학교에서도 마스크 귀신 할멈이었는데 뭐 어딜가도 마스크 만큼은 양보가 안된다. )

 

 

한국 도착

 

 

한국 입국 절차가 삼엄해졌다.  마치 옛날에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드나들때 미국 이민국 통과하느라 줄서서 기다리던 것처럼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우선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입국에 필요한 서류 세장을 나눠주며 기입하라고 했다. 한장은 세관통과용 늘 쓰던 것이고, 두가지는 코로나와 관련된 것들.  그것들을 줄서서 기다리며 하나 내고, 또 줄서서 또 하나 내고 뭐 이런 식으로 여러차례 줄을 섰다.

 

 

나는 직장에서 학교 근처 Air BnB 오피스텔을 하나 잡아 줬는데, 그 오피스텔 번호가 주소에서 누락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고 이메일을 확인하여 오피스텔 번호를 제출해야 그 마지막 입국 관문을 통과 할 수 있었다.  번호 확인이 안되면 통과가 안된다고. 뭐 한참 후 간신히 연락이 되어서 통과를 할 수 있었다. 

 

 

 

보건소 행

 

 

내가 입국 절차를 밟은 동안, 나를 픽업하려고 공항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서 텍스트가 왔다. 관활 보건소에 예약을 해놨으니 그리 바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학교에서 내 자가격리를 도와준 담당선생님이 내게 보내 정보로는 보건소에서 근무를 오후 6시까지만 하므로 그 이후에 도착할 경우 다음날 아침에 예약하고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는데 -- 남편은 오후 7시 30분 예약을 해 놨다니 이것은 무슨 조화인걸까?

 

 

 

남편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나를 기다리는 동안 거기서 근무하는 공무원,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르던 정보를 많이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연락해서 예약을 하게 되었다고. 

 

 

 

사연은 이렇다. 우리 학교 선생님은 해당 보건소의 웹사이트를 찾아보고 거기 적힌 정보를 내게 친절하게 안내해 준 것인데, 웹사이트 정보와는 상관없이 해당보건소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시간대로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학교 선생님에게 이 정확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코로나 검사및 보건소에서 준 자가격리 물품

 

 

그 시각에 예약하고 나타난 해외여행자가 나밖에 없어서 가자마자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 작년 겨울에 Flu A 검사 받을때와 같은 방법과 동일했다. 길다란 대롱을 콧구멍에 집어 넣었다 꺼내고, 입도 아 벌리라고 하고 뭔가 찍어내고.  아 그 콧구멍 검사가 찔끔 눈물이 나게 괴롭다. 딱히 아픈것은 아니지만 찔끔 눈물이 나게 톡 쏘는 데가 있다. 뭐랄까...바다에서 수영하다가 갑자기 코로 물을 삼킬때 코가 찡한거...뭐 그런 느낌하고 비슷핟. 아무튼 순식간에 벌에 쏘이듯 하는거니까 겁먹을 것은 없다. 

 

 

보건소 직원이 조그만 가방에 자가격리 물품을 건네 주었다.

 

  •  손소독제 큰 병 하나
  • 일반 스프레이 소독제 큰 병 하나 (청소하거나 비품에 뿌리는 것)
  • KF94 마스크 세장
  • 방역용 쓰레기 봉투 한장 (내게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
  • 14일간 사용할 일회용 체온계 (1개로 5회 검사 가능하다고 함) 

 

사실 '체온계' 관련 작은 실수가 발생했다.  보건소에서 나를 맞은 직원 분이 이 자가격리 꾸러미를 내게 주면서 "체온계도 들어있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이 꾸러미를 남편에게 주면서 "체온계도 들어있대" 했다.  내가 검사를 받고 나와서 차에 타려는데 -- 그 사이에 꾸러미를 확인하고 있던 남편이 "체온계가 없어" 한다.  그래서 다시 직원에게 가서 체온계 있다더니 없다 뭐 이럭저럭해서 그걸 받아왔다.  

 

 

 

뭐 안내판에는 '차량 이용객' -- 차량안에서 라고 적혀있었지만, 내가 차를 끌고 갔을 때는 차를 주차시키고 와서 검사받으라고 하더라. 저 안내문과 달랐다.  뭐랄까, 뭔가 허둥댄다는 느낌?  이런 현상에 대해서 딱히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담장 직원은 내게 친절했고, 성실하게 일을 하고 계셨다. 그냥 시스템이 뭔가 아직 정착이 안되고, 담당자도 갑자기 배정된 일이라 아직 뭔가 모르는 부분이 있고 그런것 같아 보였다.  전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난리를 겪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불평을 한다면 내가 모자란 인간이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다. 2020, 7, 2.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30. 03:13

카맥스 (carmax https://www.carmax.com/ ) 라는 중고 자동차 거래소가 있다. 내가 2009년에 사서 사용하던 차를 팔러 갔다.  한국에서는 아반테, 미국에서는 엘란트라로 팔리는 자동차이다. 2009년에 이 차를 사게 된 이유는 당시에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가 경기를 활성화 시키려고 헌자동차를 가져와서 새자동차를 살 경우에 여러가지 가격 할인을 하게 해 줬다. 그런데 소형차를 사야지 유리하다고 해서 당시에 내가 운전하던 크라이슬러 타운앤컨츄리를 갖다 주고 이 차를 받아왔었다. 

 

햇수는 10년이 넘었지만, 흔히 중고자동차 거래할 때 자동차 세일즈하시는 분이 하는 대사 (영화에 나온다) "이게요, 여교수님이 타던 차에요. 깨끗합니다" -- 바로 정말로 그런 차에 해당되는 차이다. 이 차를 가지고 두 아들의 대학 입학과 기숙사 뒷바라지를 했다. 이 차가 내 곁에 있는 동안 이 차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경계를 넘나들며 네번을 이사했고 다섯 집에서 살았다.  

 

매클레인의 2층 집에서 살 때 이차를 샀고, 그후에 매클레인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그 후에 메릴랜드로 갔었고, 페어팩스로 갔다가,  이리로 왔다. 이리 온 후에는 일년 가까이 차고에 가만히 있었다. 아들에게 내가 새 차를 물려줬기 때문에 이 차는 할 일이 없어졌다.  그 사이에  고등학생이던 두 아들이 장성하여 사회인이 되었다.  이 차는 내 소중한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던 아주 소중한 친구였다. 

 

우리 왕눈이도 이 차를 좋아했다. 참 많은 추억이 이 차에 스며있는데, 하지만 이제 우리 가족을 돌보는 일에서 벗어났으므로 다른 가족을 만나서 그들을 돌보는게 낫다 싶어서, 차를 끌고 카맥스로 갔다. 

 

카맥스 직원이 차를 꼼꼼이 살피고 가져온 견적이 우리가 미리 이리저리 알아보고 예상했던 가격과 일치했다. 그래서 아들과 나의 결론은 '카맥스'가 믿을만 하다는 것이다. 중고차를 팔아야 할 때 공연히 아는 사람에게 판다던가 해서 나중에 골치아플것 없이 카맥스로 끌고 가면 되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 사랑하는 차 한대가 내 곁은 떠난다.  그 후에 새로 장만한 파란색 사륜구동 자동차는 우리아들이 잘 쓰고 있다. 엄마가 자동차를 두대나 공짜로 자신에게 주었다고 좋아한다.  줄 수 있는것은 다 주고 싶은게 엄마 마음이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30. 02:49

지난주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내게 보내준 1,200 달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서 여러가지 용도로 거의 다 썼다. 어디다 썼는가

 

 

  • 우리 아들 직장 다닐 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고 Cole Haan 구두 아주 고급스러운 것으로 두켤레 사줬다. 
  • 한국의 가족 형제들을 위해서, 아웃렛에서 내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마다 사는 것들 (캐빈 클라인, 토미 힐피거, 랄프 로렌 셔츠등)을 샀다. 
  • 워싱턴 디씨 다녀오는 휘발류값이며 호텔비. 
  • 한국마켓에 들러서 우리 아들이 다음에 내가 올때까지 엄마 생각하면서 먹을수 있는 한국 과자들 등 미국 그로서리에서 구하기 힘든 한국 식료품들을 카트 한 가득 샀다. 수백달러어치다. 
  •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안 사도, 가족들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돈 쓰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 그 1,200 달러를 정말로 서민들이 살만한 실용적인 것들을 사는데 거의 다 소진했다. 잔돈 남는것은 지갑에 갖고 있다가 공항에서 아들에게 '팁'으로 던져 주고 떠날것이다. 

 

 

미국사람들은 정부가 코로나 사태때문에 뿌려주는 1200달러 안팎의 지원금을 '코로나 머니'라고 부른다. 아들의 직장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렇게나 써버리지 말고 저축을 하라'고 조언을 한다고 한다. 이미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고. 아들에게는 코로나 머니를 어떻게 썼는지/쓸것인지 묻지 않았다. 돈모아서 집 살 고민을 하느라 두 아들이 철없이 돈 쓰는 엄마보다 훨씬 진지한 편이다. 실용적인 미국 스타일로 두 아들이 삶의 개척해 나가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까 말이다. 

 

 

나의 입장은 -- 내가 한국에서 돈 벌고 한국에다 정직하게 세금내고 살고 있는데 미국정부에서 내게도 수표를 보내줬으므로 그냥 순수하게 '고맙다. 미국 정부에서 준 돈, 미국에서 다 쓰고 가는게 예의다'라는 입장이다. 

 

****   *****

차별의 문제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돈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년에 참 많은 금액을 한국에 세금으로 내고 살고 있다. 나는 정직한 납세자로서 내 의무를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번에 정부에서 코로나 관련 기금 나오는것 신청을 했는데, 그 절차를 생각해보니 -- (그때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지나갔다) 그 정부에서 주는 코로나 머니가 '세대주'에게 일괄적으로 가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나와 남편은 사이가 좋다. 내 돈을 남편에게 다 줘도 아깝지가 않다. 부부는 한 팀이니까.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공기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납세자인 내 이름으로 수표가 날아온 것을 보면서 문득, '뭐지?  한국에서는 왜 나를 무시하지? 내가 어엿하게 독립적인 납세자인데 왜 나를 싹 무시하고 세대주에게 돈을 준다는거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전업주부라서 별도로 세금을 내는 것이 없고 '세대주'가 대표로 세금 내고 산다고 치자. 그러면 나도 동의할수 있다. 세대주가 그 집안의 유일한 공식적인 납세자라면 말이다.  나의 경우는 나도 내 월급에서 세금 나가고, 남편도 월급에서 세금 나가고, 어쩌면 내가 내는 세금이 남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편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도, 나는 통장으로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 뭐가 그런가? 왜 나를 무시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화가 치미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사이좋은 부부이니까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별거를 하거나 사이가 아주 틀어진 부부라면?  세대주에게 일괄 지급된 그 돈이 공평하게 나눠질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결혼한 여성 납세자는 '세대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차별이 참 싫다.  내가 심지어 나를 낳아 키운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서 화를 내는 부분이 이미 어릴때부터 가족 내부에서부터 '차별'을 경험하고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어떤 사회이건 '차별'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몹시 화가 난다.  물론 미국이 완전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종 차별 문제로 지금도 여기저기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냥 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공기가 훨씬 상쾌한 것은 사실이다. 

 

****    *****

중소 사업자들의 시각

 

 

코로나 지원금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태도를 비교 할 때 내가 투덜대는 또 한가지는 "미국에서는 돈 보내주고 맘대로 쓰게 내버려 두는데, 한국에서는 조건이 하도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아예 '치사해서 돈 안쓰고 만다'는 느낌이 들도록 유도하는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거지야? 돈을 주려면 주고 말려면 말지 뭐가 그렇게 조건이 많아?  세금 낼거 다 내고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 이런 느낌. 

 

 

그래서 나는 개인으로서 짜증스러워하는데 -- 미국의 중소 사업자들은 바로 그런 문제로 미국 정부에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는 코로나 지원금을 중소 업소에서 쓰도록 유도하는데 미국은 왜 그런 방법을 안 쓰는가?' 뭐 이런 논지로 비판을 한다고 한다. 

 

 

중소 사업자들의 비판도 일리 있다고 본다. (내가 개인 입장에서 불평하듯, 그들도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비판 할 수 있다고 본다.)

 

 

 

뭐 그나저나 한국 지방정부에서 내게 보내진 코로나 지원금은 내가 7월 10일까지 쓰지 않으면 다시 지방정부로 귀속된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그거 한푼도 못써보고 만다. 뭐, 정부로 곱게 환수 된다면 나는 상관없다. (중간에 이상한 사람이 착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29. 13:38

 

방학에 미국 집에서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미국판 [The Office]를 아무데나 열어서 보곤 한다.  여러차례 보니까 줄거리도 대충 아는고로 그냥 재미 없던 에피소드는 통과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듬성듬성 보는 식이다.  

 

안젤라가 앤디의 간청으로 약혼을 해 놓고는 드와이트와 회사 구석에서 정사를 이어가는데 이래저래 직장 동료들에게 현장을 들키기도 하고, 동료들도 눈치껏 대충 상태를 짐작하거나 파악하는 분위기 이다.  그들중에 현장을 잡은 직장 동료 필리스 여사가 '약점'을 잡은 것을 기회 삼아서 안젤라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즐거워한다.  말 안들으면 네가 무슨 못 된 짓을 하는지 약혼자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에게 말해버리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안젤라가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대로 일을 하다가 어느날 폭발한다. 시키는 일을 안하겠다고 버틴다 '넌 어차피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거야. 난 안해!' 이러고 버텼는데.  필리스는 '그래?' 하고 돌아서더니 그자리에서 곧바로 사무실 사람들에게 공표를 한다. "안젤라와 드와이트가 회사에서 ***을 한다!"  마침 이 자리에 약혼자 '앤디'가 없었다.  평소에 짐작하던 사람들도 이제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고 약혼자인 '앤디'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 잘못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자 사무실 사람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앤디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물론 안젤라는 절대 자신이 고백 할 수 없다고 펄쩍 뛴다.  아무도 차마 앤디에게 '네 약혼녀가 네 직장 동료와 회사에서 ** 한다'고 말할수 없다.  직원들은 보스인 마이클에게 '네가 말하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마이클에게도 그런 당혹스런 이야기를 전하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나는 절대 못해'하고 이 일에 끼어들지 못하겠다며 퇴근하겠다고 나가버리는데, 하필 차를 타고 떠나려는데 '천진난만한' 앤디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마이클은 자동차 운전대에 앉은채 막 운전을 하며 떠나려다 말고, 차 유리창 밖에 있는 앤디에게 "Angela is sleeping with Dwight...I am leaving... (안젤라가 드와이트하고 자...난 가야 해...) 이렇게, 마치, 남의 말을 하듯이, '저 하늘에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가는군...'하고 혼잣말을 하듯이 이 폭탄같은 소식을 전한다. 

 

 

앤디는 차를 타고 떠나는 마이클이 던진 부조리한 한마디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가늠을 하지 못한채로 사무실로 들어와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묻고나서야 간신히 사태를 파악하게 된다. 

 

 

내게는 마이클이 얼머무리듯, 마치 잔기침을 하듯, 혹은 머리를 긁적이듯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우물우물 '폭탄같은 소식'을 던지는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정말로 무서운 소식은 저렇게 우물우물 오는거구나.  마이클은 천재구나. 저런 소식을 정색을하며 심각하게 전하면 그림이 얼마나 심각해질까.  저런 소식은 그냥 우물우물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꽁무니를 빼면서 흘리는거구나...  그것을 배웠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25. 13:18

https://www.mk.co.kr/star/hot-issues/view/2020/06/651230/

 

‘그림 사기’ 무죄 확정 조영남 “감옥 갈 생각까지 했는데…세계적으로도 없던 판례” - 스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그림 대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1부는 25일 오전 진행된 조영남의 그림 대작 관련 사기 혐의 선고기일��

www.mk.co.kr

 

모 가수가 그림 사기 사건으로 고생을 하더니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 왈 - 요즘 재판관이 미술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내 원 참 기가 막혀서...)

얼마전 '골목식당'이라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데 -- 어느 식당이 소개가 되었다. 그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는 곱창인가 하는 요리를 하는데 요리한 후라이판을 쓰고 또 쓰고 닦을 줄 모르고 썼다.  그런데 이 분들 표정을 보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회자가 "후라이판을 왜 안 닦으세요?" 하고 물으니까 "그럼 그걸 쓸때마다 닦아요?"하고 천진하게 되 물으셨다.

 

그걸 보면서 -- 아 저분들은 정말 후라이판의 위생문제에 대하여 전혀 문제의식이 없으시구나. 아예 저래도 된다고 생각하시는거구나 했다.  그분들은 정말 위생문제에 대해서 깜깜해 보이셨다.  그 후에 위생문제에 대하여 배우고 일주일 동안 청소만 했다고 한다. 누구나 모를 수 있고 배워서 실천하면 위대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념미술'의 '개념'을 내가 모르지는 않는다.  미국의 유명한 미술관에 가면 개념미술 작품이 어느 구석엔가 반드시 있고, 이 경우 

 

 * 개념 디자인은 누가 했는가

 * 그 개념 설계도를 누가 와서 시행하여 작품을 만들었는가 

 

이러한 설명이 표시가 된다. 내 블로그 어딘가에도 개념미술에 대해서 상세히 적어 놓았을것이다.  개념미술이 아니더라도 '***공방'처럼 서양미술에서 오래전부터 유명 대가의 '공방'에서 그 대가의 이름으로 작품들이 만들어졌는데 그 문하생들이 창작한 것들이 대가의 이름으로 이리저리 팔려갔다. 어떤 작품들에는 그러한 배경이 상세히 적혀있기도 하고, 그러지 않은 작품들도 있고 그렇다. 

 

모 가수가 남이 그린 그림에 붓칠 몇번 하고 자기 싸인해서 비싸게 팔아 먹었다는 것이 이 사건의 전말인데 -- 그것이 사기 죄에 해당되는지 아닌지는 법을 잘 모르는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그런식으로 팔아먹은 그림을 '개념미술'이라고 하는데는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개념미술의 '개념'을 자기 편의대로 갖다 붙이면 예술에 대한 실례이다.

 

무죄를 축하한다. 그림 가지고 교도소 가는 상황도 엉뚱하긴 하다.  간통 때문에 교도소 가는 일이 엉뚱한 것처럼 그림 가지고 교도소 갈 일은 아니지.  간통이 무죄가 아니지만 부끄러운 일이듯, 이 세상에는 '무죄'이지만 부끄러워 근신해야 할 많은 상황이 있다. 무죄를 축하한다. 그것이 축하 받을 일이라면. 

 

어쨌거나 위생 개념을 잘 몰라서 설겆이를 잘 안하던 식당 부부는 잘못을 인지하고 열심히 후라이판을 닦고 청소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 이 가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거나 다 개념미술이라고 하면 그거야 말로 예술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때 범벅이던 식당 바닥을 눈부시게 깨끗이 걸레질 하여 닦아낸 식당 운영 부부가 내 눈에는 더 위대해 보인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상을 휩쓸고도 그것이 혼외관계라는 이유로 근신하며 잠행하는 영화감독과 영화배우가 새삼 저 가수보다 윗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적어도 그들은 조용하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22. 21:36

 

미국 정부가 주는 코로나 지원금 수표가 뒤늦게 도착했다.  

 

5월 1일자로 United States Treasury 이름으로 발행된 수표이다. 두 아들들에게는 은행으로 직접 입금이 되었다고 하는데, 왜 나는 은행입금이 아닌 수표 처리가 된 걸까?  아들 설명으로는 전 국민에게 뿌려지는 자금이라 전산망이 마비가 되기도 해서, 전산처리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 수표처리가 된 것 같다고. 

 

봉투에 내 옛주소가 적혀 있고 누군가 moved 라는 손글씨를 적었다.  옛 주소에 배달 되었다가 반송이 된 후에 다시 보내진 것인지, 신고한대로 우체국에서 새 주소 처리를 한 것인지 알 수는 없고, 먼 길을 돌아서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은행에 갖다 넣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뭐 '현금'과 다를 바가 없다. 은행에 갖다 넣고 돈을 쓰면 된다.

 

한국에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이렇게 저렇게 주면서 '돈은 이런데다 써라,' '이런 곳에서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 제한사항을 걸어 놓았다. 내 몫으로 어디서 얼마가 나왔는지 나는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 알아도 돈을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의 배우자에게 '지원금'을 써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 "아직 한푼도 안썼어." 왜?  잘 모르겠고, 내가 돌아오면 함께 쓰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돈을 쓰라고 주는건지, 아이큐 테스트 하는건지, 쓰지 말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제법 많은 세금을 한국 정부에 내고 있다. 유리지갑 납세자이니까.

 

미국에서는 그냥 개인 통장에 현금 입금을 시켜주거나, 내 경우처럼 수표를 보내준다.  수표의 경우 은행 입금처리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돈으로 내가 명품백을 사건, 한여름에 밍크코트를 사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돈을 쓰기만 하면 된다는거다.  뭐 나라가 하도 커서 국인 개개인이 돈 쓰는 문제까지 다 통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까 그냥 현금 뿌려주고 -- '알아서 소비하라'는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들어온 돈을 자유롭게 쓸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수표에 적힌 도날드 트럼프 라는 이름이 이 순간만은 예뻐보인다. 하하하.  돈 주는 손은 예쁜 손.  사실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한 세금은 한국 정부에 모두 흘러들어가는데, 그래도 매년 꼬박꼬박 미국정부에 내 세금 보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미국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자가 된다.  고맙지 뭐. 

 

***

세금보고를 해 주시는 회계사님께 문의 하니 시원한 답을 주신다.

내 아들들은 통장으로 코로나 구호금을 받았는데, 내게는 수표가 날아온 이유:

 

나는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수입이 발생하고 한국에서 세금을 모두 냈으므로, 미국 정부에 세금보고를 하지만 별도로 미국에 내야 할 세금이 발생하지 않았다.  보통 세금보고를 하고 약간의 세금을 돌려받았던 사람들은 이전에 돌려받았던 은행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직접 은행으로 처리를 했는데 -- 나처럼 어떤 이유로 세금보고를 하되 환급받은 기록이 2년 이상 없는 경우, 환급받은 은행 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사이에 은행이 바뀌었을수도 있으므로)  수표를 직접 집으로 부쳐준다고 한다.

 

이렇게 수표처리가 된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막연히 기다리는 입장도 많다고 하니, 수표를 무사히 받은  나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20. 04:50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슬슬 귀국후의 자가격리 사항에 대하여 준비를 해야 한다. 뭘 준비해야 하지?

 

일단, 내 숙소로 돌아갈 수 없다. 공공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밖에서 자가격리 의무를 마친 후에야 내 숙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자가격리가 가능한 호텔을 잡아서 보름간 (만 2주이므로 사실상 14박 15일이다). 자가격리하게 될 장소는 직장에서 마련해 주기로 했다. 숙소 인근의 호텔이 될 것이다.

 

자 그러면 호텔방에서 꼼짝없이 15일간을 버텨야 하는 나는 그 시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1. 일단 성경책을 통독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성경 통독)
  2. TV도 보고 인터넷으로 이메일도 보내고, 기본적인 사무를 볼 것이다. Youtube 로 실내 운동을 따라 해야 할 것 같다.
  3. 뭐 간단한 도구들은 내가 호텔방에서 빨아 쓰고, 청소하고 그러면 되겠지.
  4. 4. 15일간의 '먹을 것'이 문제다. 하루에 한 차례씩 남편이 가져다가 문에 매달아 놓고 가면 받아 먹으면 되겠지.  방에 갖혀 지내야 하니 많이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루에 한끼 혹은 두끼와 간식/과일이 필요할 것이다.  남편이 고생을 하겠다. 
  5. 음, 뜨개질이나 바느질 거리를 준비해 볼까?  성경을 통독하려면 딴 짓 할 시간도 없는데,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이 지겨워서 몸서리가 날때, 그 때는 알록달록한 뜨개질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음, 예쁜 털실을 좀 사갖고 가볼까?

 

뭐, 적어보니 복잡할 것도 없군. 이 정도인건가?  3일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몰고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되는게 아닐까? 궁금해서 언라인으로 뒤져봐도 나와 같은 상황에서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안내가 안보인다. 자가격리하는 학생들을 돌봐야 했다는 (2주간 식사와 필요 물품을 공급했다는) 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하여 기본적으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팁을 좀 얻어봐야겠다. 

 

아, 영화 <올드보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15일간의 자가격리를 집에서 식구끼리 "아 교도소에 들어가야 한다"고 농담으로 말하는데 -- 사실 교도소에서도 매일 일정시간 동안 운동장에 나갈 수 있지 않은가?  자가격리는 그것도 허용이 안된다. 독방 징계 같다.  그렇지만 -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나 혼자 빠져 나갈수는 없다. 남들이 견디듯 나도 견디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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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신세는 벗어나게 된 것 같다. 내게 배정된 숙소는 취사가 가능한 조금 넓직한 복층형 오피스텔이다.  내 평소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집'에서 살듯 '나름대로' 자그마한 2층을 오르내리며 보름만 버티면 될 것이다.  계단 오르내리는 운동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하루에 백번만 오르내리면 기본적인 '움직임'은 해결 되겠지.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보름간 취사 가능한 상태에서 문밖에 나가지 않고 살기위해 미리 준비 할 것은?

 

1. 세면도구: 세수비누 1, 치약, 샴푸, 린스. 수건 몇장, 빨래비누 1 (속옷, 셔츠 손 빨래)

2. 식량: 햇반 20개. 생수 한박스. 컵라면 과 라면종류.  과자. (가끔 간식거리를 배우자가 문에 걸어 놓아주고 가겠지.)

 

뭐, 이 정도면 되겠다. (적어도 내게는 매일 필요 물품을  문앞에 조달해줄 배우자님이 계시니까.) 이제 안심이 된다. 

 

검사는 공항에서 하는걸까? 아니면 도착후에 인근 보건소에 가야 하는걸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제법 흥미진진.  현재 내가 있는 곳은 거의 '웰컴 투 동막골'처럼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조차 없는 외진 산골 마을이므로, 공항과 비행 중에 조심하면 감염을 피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 입국 할 때도 나는 94 마스크와 면 마스크 두개를 했었고, 비닐 차양이 달린 모자를 쓰는 둥 여러가지 안전 조치를 했다. 비행기에서는 타자마자 내 손이 닿는 의자 주변 모든 것을 소독티슈로 닦았고,  시시때때로 손 소독제로 손을 문질러 댔으며, 한자리 건너 앉은 이웃과도 대면하지 않았다.  돌아갈 때도 공항에서-비행기-다시 인천 공항 전 과정에서 동일하게 안전조치를 취하면 그것이 나로서는 최선이다.  인천 도착후 무슨 절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배우자가 차를 갖고 올 것이고, 나는 마스크를 쓴 채로 배우자와 만날 것이다. 내가 운전하여 격리장소로 갈 것이다. 그리고 15일의 '고래 뱃속' 생활이 기다린다. 나는 고래 뱃속의 '요나'처럼 얌전히 하느님과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16. 01:48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16. 00:16

 

주말에 쇼핑몰에 갔었는데, 전자제품 매장 베스트바이는 매장을 열지 않은 채, (Drive Through pick-up)차를 탄 채 줄지어 있다가 필요한 용무를 보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매장 (옷, 신발 가게)의 경우에는 직원들이 입구에서 인원 제한을 하고 있었다.  매장 규모에 따라서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쇼핑객들 중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보다 착용하지 않은 사람 숫자가 훨씬 많았다. 

내가 있는 곳이 시골 소도시라서 인구가 많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은 마치 '코로나는 거짓 뉴스다'라고 하는 듯 행동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나는 마스크를 쓴채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미소'를 보여주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마스크를 쓴채로 미소를 보낼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 마스크로 입을 가려도 우리가 웃을 때 눈이나 다른 노출된 얼굴 모습이 우리의 미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