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6. 30. 02:49

지난주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내게 보내준 1,200 달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서 여러가지 용도로 거의 다 썼다. 어디다 썼는가

 

 

  • 우리 아들 직장 다닐 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고 Cole Haan 구두 아주 고급스러운 것으로 두켤레 사줬다. 
  • 한국의 가족 형제들을 위해서, 아웃렛에서 내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마다 사는 것들 (캐빈 클라인, 토미 힐피거, 랄프 로렌 셔츠등)을 샀다. 
  • 워싱턴 디씨 다녀오는 휘발류값이며 호텔비. 
  • 한국마켓에 들러서 우리 아들이 다음에 내가 올때까지 엄마 생각하면서 먹을수 있는 한국 과자들 등 미국 그로서리에서 구하기 힘든 한국 식료품들을 카트 한 가득 샀다. 수백달러어치다. 
  •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안 사도, 가족들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돈 쓰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 그 1,200 달러를 정말로 서민들이 살만한 실용적인 것들을 사는데 거의 다 소진했다. 잔돈 남는것은 지갑에 갖고 있다가 공항에서 아들에게 '팁'으로 던져 주고 떠날것이다. 

 

 

미국사람들은 정부가 코로나 사태때문에 뿌려주는 1200달러 안팎의 지원금을 '코로나 머니'라고 부른다. 아들의 직장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렇게나 써버리지 말고 저축을 하라'고 조언을 한다고 한다. 이미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고. 아들에게는 코로나 머니를 어떻게 썼는지/쓸것인지 묻지 않았다. 돈모아서 집 살 고민을 하느라 두 아들이 철없이 돈 쓰는 엄마보다 훨씬 진지한 편이다. 실용적인 미국 스타일로 두 아들이 삶의 개척해 나가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까 말이다. 

 

 

나의 입장은 -- 내가 한국에서 돈 벌고 한국에다 정직하게 세금내고 살고 있는데 미국정부에서 내게도 수표를 보내줬으므로 그냥 순수하게 '고맙다. 미국 정부에서 준 돈, 미국에서 다 쓰고 가는게 예의다'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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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문제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돈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년에 참 많은 금액을 한국에 세금으로 내고 살고 있다. 나는 정직한 납세자로서 내 의무를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번에 정부에서 코로나 관련 기금 나오는것 신청을 했는데, 그 절차를 생각해보니 -- (그때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지나갔다) 그 정부에서 주는 코로나 머니가 '세대주'에게 일괄적으로 가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나와 남편은 사이가 좋다. 내 돈을 남편에게 다 줘도 아깝지가 않다. 부부는 한 팀이니까.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공기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납세자인 내 이름으로 수표가 날아온 것을 보면서 문득, '뭐지?  한국에서는 왜 나를 무시하지? 내가 어엿하게 독립적인 납세자인데 왜 나를 싹 무시하고 세대주에게 돈을 준다는거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전업주부라서 별도로 세금을 내는 것이 없고 '세대주'가 대표로 세금 내고 산다고 치자. 그러면 나도 동의할수 있다. 세대주가 그 집안의 유일한 공식적인 납세자라면 말이다.  나의 경우는 나도 내 월급에서 세금 나가고, 남편도 월급에서 세금 나가고, 어쩌면 내가 내는 세금이 남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편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도, 나는 통장으로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 뭐가 그런가? 왜 나를 무시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화가 치미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사이좋은 부부이니까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별거를 하거나 사이가 아주 틀어진 부부라면?  세대주에게 일괄 지급된 그 돈이 공평하게 나눠질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결혼한 여성 납세자는 '세대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차별이 참 싫다.  내가 심지어 나를 낳아 키운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서 화를 내는 부분이 이미 어릴때부터 가족 내부에서부터 '차별'을 경험하고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어떤 사회이건 '차별'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몹시 화가 난다.  물론 미국이 완전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종 차별 문제로 지금도 여기저기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냥 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공기가 훨씬 상쾌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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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사업자들의 시각

 

 

코로나 지원금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태도를 비교 할 때 내가 투덜대는 또 한가지는 "미국에서는 돈 보내주고 맘대로 쓰게 내버려 두는데, 한국에서는 조건이 하도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아예 '치사해서 돈 안쓰고 만다'는 느낌이 들도록 유도하는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거지야? 돈을 주려면 주고 말려면 말지 뭐가 그렇게 조건이 많아?  세금 낼거 다 내고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 이런 느낌. 

 

 

그래서 나는 개인으로서 짜증스러워하는데 -- 미국의 중소 사업자들은 바로 그런 문제로 미국 정부에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는 코로나 지원금을 중소 업소에서 쓰도록 유도하는데 미국은 왜 그런 방법을 안 쓰는가?' 뭐 이런 논지로 비판을 한다고 한다. 

 

 

중소 사업자들의 비판도 일리 있다고 본다. (내가 개인 입장에서 불평하듯, 그들도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비판 할 수 있다고 본다.)

 

 

 

뭐 그나저나 한국 지방정부에서 내게 보내진 코로나 지원금은 내가 7월 10일까지 쓰지 않으면 다시 지방정부로 귀속된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그거 한푼도 못써보고 만다. 뭐, 정부로 곱게 환수 된다면 나는 상관없다. (중간에 이상한 사람이 착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