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15. 00:31

자가격리 열흘을 넘기니 햇볕을 쬐지 못해서 그런지 그냥 지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지친다.  밖에 있는 친구들은 '완전 혼자 지내니 밀린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지만 -- 아 그래서 나도 기세좋게 성경통독을 했는데 -- 그러고 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가 되고 만다.   공식적인 이메일에 답도 안하고, 해야 할 숙제도 미루고 안한다. 하기 싫다. 

 

해제 이틀전 (오늘 Day 13) 보건소에서 연락을 해 왔다.  해제를 위한 2차 검사 예약을 하라고. 

 

2차 검사는 이쪽 관할 보건소의 경우 (각 지자체별로 방침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해제 1일전에 재검을 하여 해제 당일에 음성/양성을 통보해준다. 음성이면 문자로 알려줄 것이고, 양성이라면 양성이니까 뭔가 후속 조치가 취해지겠지. 그것은 양성 판정을 받는 사람들만 알게 될 내용이고, 나는 음성을 기대/기도 하는 중이다.  첫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여태까지 이곳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으니 여행중 감염되지 않았다면 음성이 나와 주겠지.  정말 문밖에 한 발자국도 안나가고 버티는 중이다.  답답하고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 뭔가 정치범으로 독방에서 수년간 생활하신 분들 ...대단하신 정신력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 확실히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나도 혼자 이렇게 열흘이상 갇혀 지내니 자꾸만 무기력해진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내일 오전에 보건소에 가서 재검을 받는다.  내 차로 운전해서 갈 것이므로 별도의 방역택시는 필요하지 않다.  내일은 보건소에 다녀와서 청소하고, 가방을 챙기고, 이곳을 내가 오기 전과 마찬가지로 말끔하게 해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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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신중(獅子身中蟲)

나는 십수년간 해외에 있었으므로, 게다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경기도민이었으므로 박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했을때 그에게 표를 던질 기회가 없었다.  그 전에는 서울시장 선거도 하고 했는데...  그렇지만 해외에서나마 박씨가 서울시장에 처음 출마하면서 안철수씨도 나오고 여러가지 아름답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써 나갈때 나도 감동 받고 그랬었다.   나경원씨와 결투를 벌이던 첫 선거가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처음에 나경원씨하고 붙었고 -- 그후에 누구하고 붙었었지?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서울시장에 3선을 했다는데 내 기억에는 나경원씨만 떠오르고 나머지 경쟁에서 그의 맞수가 누구였는지 기억할수 없었다. 분명 열심히 기사 찾아보고 마음으로 응원하고 그랬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언라인을 뒤져보니 2선에서 맞수가 정몽준씨였고 3선에서 맞수가 안철수씨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런데 세번 모두 50%가 넘는 압승이었다고 한다.  아 하...그렇군 그랬었군.  참 쟁쟁한 인물들을 이기고 세번이나 서울 시장에 당선이 되었군!  이때 문득 생각이 났다.  나경원씨도, 정몽준씨도, 안철수씨도 대적하여 무너뜨릴수 없었던 이 사람을 , 무적의 이 사람을 무너뜨린 것은 자기 자신이었군. 자기 자신이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것이군.  딱한 일이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까?  나도 돌아보면 나 자신을 세운 것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많은 좋은 분들이 나를 도와 주신것이다.  나 자신을 무너뜨리는데는 주위의 협조가 필요없다.  나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다.  정리해보자, 나를 세우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를 무너뜨리는데는 나 하나의 힘으로도 충분하다.  무너지기가 더 쉬운 것이다. 

 

사자를 죽이는 것은 사자 몸안의 벌레라고 한다. 

 

 

그리고 '박씨'에게 '성추행 고소' 사실을 귀띔한 ' 그 사람 '  그 사람이 박씨를 죽게 만드는데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나는 생각한다. 좋은 의도로 그를 구하기 위해서 그랬을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결국 그것이 박씨를 죽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서 누군가가 와서 덜미를 잡는 순간에야 비로소 '앗! 뭐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해야 하는거다.  일단 그 순간이 지나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인데.   그러니까, 대개 우리는 '매뉴얼'대로 하는것이 안전하다.  매뉴얼대로 원칙대로 일을 처리했다면 그는 아직도 이 세상에 살아있을것이고, 한 사람이 사과하고 참회하는 스토리를 얻게 되었을수도 있다. 그것이 안타깝다.  우리가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아주 자명해진다.  원칙이 왜 있는가? 모두에게 안전한 것이 그 '원칙'이라는거다.  교통질서처럼.  원칙이 반듯이 서고 원칙대로 일이 진행되는 그런 사회를 우리는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