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6. 15. 18:45

[살며 생각하며] 우디 앨런의 환상 여행 'Midnight in Paris'

기사입력: 06.14.11 20:37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면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이따금 이런 질문을 서로 던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늘 같다. 

“난,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없어요. 지금 이 상태가 제일 좋아요. 돌아보면 고민스런 나날들도 많았고, 그다지 행복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냥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고, 그리고 앞으로 더욱 기쁜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 기대해요.”

 역사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는 문제도 결국 마찬가지이다. 나는 내가 일제 식민지 시절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고,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것에 대해서도 가슴을 쓸어 내리며 감사하고 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시간이 평화로워서 고맙다. 과거의 어느 시절도 내게는 매력이 없어 보인다.

 우디 앨런 (Woody Allen) 감독이 2011년 여름에 우리에게 선사한 영화 ‘Midnight in Paris (밤의 파리에서 생긴 일)’에서 주인공 남자는 그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꿈꾸는 파리의 1920년대로 간다. 영화가 꿈의 소산이라면, 영화 속의 꿈의 세계는 꿈속의 꿈 일 것이다.

 1920년대의 파리의 풍경은 어떠하였나? 거트루드 스타인 부인이 파리의 살롱에서 당시의 청년 작가들이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코트 피츠제럴드와 문학 토론을 하고, 피카소, 마티스, 만레이, 달리 등의 예술가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미국의 야만성이 싫다고 영국으로 귀화해버린 엘리어트 역시 파리에 있었다. 엘리어트가 누군지 몰라도 매년 4월이 오면 ‘사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하는 그의 서사시 ‘황무지’를 읊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2011년의 미국인 소설가가 1920년의 파리에 가서 헤밍웨이를 만나고 스타인부인의 조언을 들으며 자신의 습작을 고쳐 나간다. 이 소설가는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 사실 이쯤에서 나 역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스무 살 이었을 때, 나의 꿈은 ‘미국에 가서 헤밍웨이를 연구하고, 헤밍웨이와 같은, 선이 굵은 소설가가 된다’는 것이었다. 십 여 년 전 플로리다에서 유학하게 된 남편을 따라서 온 가족이 플로리다에 거주하게 되었을 때, 나의 첫 번째 희망은 키웨스트에 가서 헤밍웨이의 저택과 서재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헤밍웨이의 서재에 꽂힌 책들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마치 일생의 꿈을 이룬 듯 행복해 했었다. 

아, 나의 추억 속의 헤밍웨이가 영화 속에 나타나, 죽음을 응시하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을 수 있다고 무뚝뚝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우리가 개별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역사 속의 인물들이 사실은 어느 시기에 한 장소에서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며, 살아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티장에서 서로 스치거나 혹은 카페에서, 살롱에서 어울려 예술과 인생을 논했던 ‘동네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물들에 대하여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구슬을 줄에 꿰듯 향수 어린 회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만약에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하여 잘 모를 경우, 이 영화의 매력은 떨어 질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옆자리의 아들에게 “저 사람이 쓴 작품은, 저 사람이 그린 작품이 지금 미국 미술관에…”라고 설명을 해 줬는데, 녀석은 “엄마의 설명이 없었다면, 영화가 재미없을 뻔 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엄마가, 여름 방학 동안에, 저기 나온 화가들의 작품들을 미술관에 함께 가서 다 보여줄게. 스타인 부인의 조각상은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에도 있단다.” 이 영화 덕분에 대학 입학을 앞 둔 아들의 여름방학은 영화에 나온 작가들의 소설과 예술작품을 보는 것으로 채워질지도 모르겠다

2011, 6, 15 



부록: 아래 2002년 Thanksgiving Holidays 기간에 키웨스트 헤밍웨이 집에 갔던 증명 사진들. 

헤밍웨이의집필실 

 
2층 계단참의 책꽂이



9년전, 내가 아직 '신인류'의 탈을 벗지 않고 버티고 있을당시의 모습. 현재보다 눈이 컸고 (눈이 처지지 않았으니까...), 머리는 신인류 동지들과 같이 알록달록하고, 지금보다 날씬했군. 우리집 아이들은 "엄마가 신인류 시절에 정말 잘 나갔는데~" 하면서 회상하곤 한다.  여기서 신인류란, 일본의 매우건전하고 퇴폐적인 일부 날라리  집단을 뜻한다고 애들이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은 손 씻었다. :)  


 어딘가 예전에 내가 쓰던 홈페이지를 뒤지면, 10년전 애들 끌고, 엄니 모시고 베르사이유며 파리를 누비던 사진들도 나올법한데.  그 때 우리 엄니 모시고 내가 잘 돌아다녔지...중풍을 벗어난 엄니와 두 초등생들 끌고, 이 성질 급한 내가 매일 씩씩거리며~  (나도 용감했던것 같아....)

엄마!  엄마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시겠지만, 엄마는 2001년에, 딱 10년전에 나하고 함께 유럽을 돌아다녔었어 (엄마는 엄마가 어디를 다녔는지 기억을 못해서, 친구들한테 자랑질하는데도 애로가 많쟎아.) 엄마가 로마에서 베드로성당 앞에서 커다란 솔방울을 집어 들고 "이것이 참 심상치 않아 보인다..." 했을때, 나는 엄마의 말을 흘려듣고 말았지.  그런데 여행안내원이 그 솔방울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성스러운 상징물이라고 설명해줬어.  엄마는 나보다도 관찰력이 뛰어나. 

엄마는 몽마르뜨르 언덕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냥 "길에서 네 초상화 그린데가 어디지?" 이런식이지. 엄마가 오면, 우리 Midnight in Paris 를 다시 보러가. 그 영화에 나온 장소들은 엄마가 다 가 본 곳이야, 엄마는 기억을 못하겠지만.   그리고 엄마, 이제 10년만에 나하고 또다시 여행을 하는거야. 이번에는 워싱턴과 뉴욕과 나이아가라를 보여줄게.  엄마하고 나하고 매일 미술관에 다니는거야. 엄마 이제부터 이걸 외워놔. 어디가냐고 물어보면 "딸네집에" 뭐 볼거냐고 하면 "워싱턴, 뉴욕."  하루에 열번씩 읽어가지고 외워놔. 



 

'Wednesday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진짜사나이: 지홍이 훈련병 수료식을 축하한다!  (2) 2011.06.30
우리 엄마를 부탁해요  (0) 2011.06.22
Kung Fu Panda II : Inner Peace  (0) 2011.06.01
인터넷에 없다  (6) 2011.06.01
망신살  (0) 2011.05.20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14. 20:51



어제는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아직도 훤한 여덟시에 포토맥에 나갔다.  조지타운 입구 성벽의 따뜻한 돌 바닥에 누워서 키브리지 위에 높이 떠있는 달과,  다리의 가로등과, 다리 아래에서 달빛에 물든 찰랑이는 강물과, 나처럼 성벽에 앉거나 누워 있는 연인들을 구경했다. 밤바람이 선선했다.  초가을 하늘처럼 하늘이 높았다. 조지타운 대학의 종이 딩딩딩딩 아홉시를 알렸다.  조지타운 대학에서 한시간마다 종이 울릴때, 그 종소리를 들으면 나는 마법의 시간속으로 스며들것 같다.  종이여 울리어라, 강물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기욤 아폴리 네르의 싯구절) 


달이 어찌나 투명하게 밝던지.  옛날에 할머니들이, 아기를 보고 "씻어논 달덩이처럼 잘 생겼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달덩이가 물에 방금 씻은듯 그렇게 투명하고 밝았지.  



달이 어찌나 밝던지. 주위에 불빛이 없는 숲속 길에서 달빛에 비친 내 그림자가 선명하였다.  밝은 달을 보려면, 숲속으로 가야해. 전등이나 가로등이 없는 숲속으로 가면 하늘의 달이 얼마나 환한자 알수 있지...

열시 반쯤 집에 돌아와, 찬홍이가 썰어준 수박 반통을 먹고, 그대로 푹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수박을 먹었다. 이제 학교에 가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생선을 구워 저녁을 먹고, 그리고 다시 달빛이 흐르는 강변으로 나는 가야지.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그러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서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흘러간다.

사랑은 흘러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가버린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일요일 아침, 거위 가족과 들꽃들  (0) 2011.06.19
달밤  (3) 2011.06.16
Sunrise, Sunset  (2) 2011.06.13
나리꽃  (2) 2011.06.06
이른아침 터키 런 (Turkey Run)  (0) 2011.06.04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13. 03:26


일주일만에 포토맥강에 나갔다. 오랫만에 만난 다섯남매 거위 가족.  지난번에 (3주쯤 전에) 카메라에 잡혔던 깃털이 듬성듬성하던 녀석들이 이제 매끈한 성년 기러기로 탈바꿈 했다.  그래도 아직 어미 아비보다는 몸집이 작다. 사진에서 가장자리에 어미아비가 호위하고, 가운데에 다섯마리가 몰려서 가고 있다.

원래는 수로에 모여 서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캐나다 거위의 자식 사랑은 멀리서 봐도 표가 난다, 반드시 어미 아비가 앞뒤로 호위를 하는 형상이므로. 사고없이 미끈하게 잘 자라 줘서 참 고맙다.  아마도 한 열흘쯤 후에 이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이 가족을 식별하기 힘들 것이다. 모두 몸집이 비슷해져 있을 것이므로 이것이 부모 자식간인지 그냥 한무리인자 구별이 안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내 눈앞에서 성큼 성큼 자라나는 '새끼들'을 보면 오래된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주제곡인 Sun Rise Sun Set 을 혼자서 흥얼거리게 된다.  Is this the little girl I caressed?  Is this the little boy at play? I don't remember growing older. When did they?  결혼식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곡인데...이 신부가 내가 안아 흔덜어 주던 그 아기였나?  이 신랑이 뛰놀던 그 소년이었나? 나는 기억 할 수가 없네, 언제 이들이 이렇게 컸는지... 

어떻게 이렇게들 자란 것인지.


이 가족은 두마리의 새끼거위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결혼을 늦게 하셨군요...  잘 자라나길.



아침 여섯시에 포토맥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하여, 지금은 오전 일곱시 쯤.  일어나기 싫다고 투덜대던 찬홍이는 나보다 한참 뒤처졌다. 저 멀리 빨간 점으로 보이는 우리 거북이. 


이제 조지타운에서 반환점을 찍고 집으로 가는 길.  
왕눈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경우에는 나한테 꼭 붙어있으려고 한다. 찬홍이를 따라가기가 싫다는듯 자꾸만 뻗대는 왕운이. 찬홍이가 앞장서서 끌고 갈때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내게 오고싶어 한다.  그래서 결국 내가 데리고 다니게 된다. 





푹푹 찌는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에는 날이 선선해서 진땀 안내고 걸을수 있었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바람~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밤  (3) 2011.06.16
달님이 맑게 웃은 밤  (0) 2011.06.14
나리꽃  (2) 2011.06.06
이른아침 터키 런 (Turkey Run)  (0) 2011.06.04
나의 에덴동산  (5) 2011.06.04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6. 00:11

 


비가 쏟아질듯 흐린 일요일 아침 일곱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 (게다가 비가 올것 같은) 지나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왕눈이의 목줄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걷게 했다.  흐린날 수로의 물은 더욱 선명해보인다. 내 팔뚝만한 커다란 물고기들이 물위로 뛰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것을 볼때면, 플로리다에 살때,  저수지나 계곡에서 물고기들이 일제히 춤을 추듯 뛰어 오르던 풍경이 떠오른다. 바다에선 돌고래들이 일제히 튀어 오르곤 했었다.  그곳에선 지금도 물고기들이 서로 경주하듯 이리 저리 튀어 오르고 있을것이다. (지상 낙원).




새끼양 같은 우리 왕눈이. 왕눈이는 걷다가 가끔 안아주면 좋아한다.  몸집이 작으니 사람을 따라 걷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터. 가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면 군소리 않고 잘 따라 걷는다.




수로를 따라 걷다보면 수풀 사이로 그 바다같은 자태를 드러내는 포토맥 강.

 




이 너른 강을 보며 조지 워싱턴은 농업을 통한 부국을 꿈 꿨다.




수로변에 피어나는 야생 나리꽃들.  주변에 길쭉하게 뻗은 잎새는 나리 잎사귀가 아니고, 보름전에 피고 진 아이리스 줄기이다.






 



사람은 놀랍게 환경에 적응한다.  '오디' 따먹기에 맛이 들린 내 눈에 오디 나무들이 일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수로변에 오디 나무가 아주 많다는 것에 눈을 떴다.  그리고 제각기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오디나무는 익지 않은듯 노리끼리한 오디라도 미치게 달다. 이런 오디가 새까맣게 익었을경우 너무 달아서 오히려 질린다.  어떤 오디는 시큼한 맛이 나고 어떤 오디는 초콜렛처럼 강한 맛이 난다. 

오디가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미국인들은 오디따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미국인들은 오로지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것만 안전한 먹을거리라고 생각하는듯 하다.  찬홍이는 내가 오디 따먹는 것이 남들 눈에 챙피한 모양이다. "저기 사람 오니까 그만 따먹으시라"고 망보듯 잔소리를 하곤 한다. 나는 이경우 개의치 않고 따 먹는다.  나는 모르는 사람의 시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내가 뭐 잘못하는게 없는데~

오디가 하도 지천으로 널려서, 내가 갖고 다니는 왕눈이 개똥봉지에 오디를 좀 따 모을까 하는 유혹도 받지만 이것만은 그만둔다.  공정한 게임을 하는 차원에서.

뭐냐하면, 자연에 널린 오디는 미국인들 빼고, 나하고 새하고, 작은 들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많은 것들이 땅에 떨어져 땅을 검게 물들이고 만다).  새는 나무 높은 가지의 오디를 따 먹고, 나는 아래에 처진 가지에 매달린 오디를 따 먹는다. 우리는 각자 먹을만큼 배부르게 오디를 먹는다.  새는 오디를 따서 봉지에 모으거나 하지는 않는다. 각자 배를 채울 뿐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내 배만 채우기로 하자.  개똥봉지에까지 오디를 따 모으는 욕심은 부리지 말기로 하자.

예수님이 언덕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치시기를, (대충 내가 풀어서 다시 엮기를) "저기 하늘에 나는 새를 보라.  저것들도 오늘 뭘 먹을지, 어디서 잘지 걱정하지 않는다. ...."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도, 사람이 살 만큼은 살게 되어있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개똥봉지에는 개똥이나 주워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하자. 개똥봉지에 오디까지 담을것은 없는 것이니.


나는 그냥 열매나 따먹고, 추위를 가릴수만 있다면, 원시 채취시절의 삶을 살아도 좋으리... 







 물가의 푸른 치커리 꽃.  이 푸른색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조지타운 시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오른편에 찬홍이와 왕눈이가 보이고, 수로 저편에 네명이 달리기 하는 것이 보인다. 일요일 아침, 천국같은 한때를 보냈으니, 이제, 내일 시작되는 여름학기 수업 준비에 열중해야. 다음 한주동안 인텐시브 코스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업준비를 전혀 안했다. 지금부터 해야 한다. (뭐, 지금부터 하면 되는거지.)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님이 맑게 웃은 밤  (0) 2011.06.14
Sunrise, Sunset  (2) 2011.06.13
이른아침 터키 런 (Turkey Run)  (0) 2011.06.04
나의 에덴동산  (5) 2011.06.04
비버 (Beaver) : 유유히 헤엄치는 비버를 보았다  (0) 2011.06.04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4. 22:27

 

아침 일곱시, 인적이 없고 숲이 깊어 어두운 터키런 숲길.  '쥬라기 공원'을 연상케 하는, 양치 식물 숲.

이 고사리같이 생긴 식물의 키가 내 가슴께까지 올라온다.




아침 여덟시. 햇살이 나뭇잎에 어렸다.


늘 갈때마다 번번이 깨닫곤 하는 것인데, 이곳은 숲이 깊어서, 썬크림을 바르고 가지 않아도 자외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빽빽한 숲. 깔깔대는 강물과 새들.

식전에 한바퀴 돌기에 딱 알맞다.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Sunrise, Sunset  (2) 2011.06.13
나리꽃  (2) 2011.06.06
나의 에덴동산  (5) 2011.06.04
비버 (Beaver) : 유유히 헤엄치는 비버를 보았다  (0) 2011.06.04
Keen Whisper Sandal  (4) 2011.05.23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4. 11:44

 

얼마전에 언라인으로 주문한 스포츠 샌들이 오늘 도착했다. 그래서 샌들 '성능'을 검사해봐야 하므로, 저녁에 찬홍이와 조지타운에 가기로 하고 나왔다. 신발이 내 발에 편하게 맞고, 그리고 모양도 보기에 좋았다. 찬홍이도 맘에 들어 했다.

찬홍이가 내게 40달러까지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백달러를 모았는데 60달러는 자기가 써야하고, 나는 40달러까지 사줄수 있단다.  돈은, 찬홍이가 음악을 팔아서 벌었다고 한다.   (옳거니~ ).  찬홍이가 자신의 탈렌트를 이용하여, 게다가 '예술'로 돈을 벌었다니 갑자기 존경스러워진다.  

나는 선물 필요없고, 그냥 현금 40달러를 달라고 했다.  애가 음악 팔아서 주는 돈인데, 내가 하잘것 없는것을 사는데 쓰면 안되지. 아주 좋은 일에 써야하는것이지.

(찬홍이가 내 다리에 대해서 평가하기를 -- "흑인 육상선수다리 같다"는 것이다.  "찬홍아 너 그거 욕이니 지금?" 내가 물어보니까,  다리중에 최고가 '흑인 육상선수 다리'라고 한다.  그러면 그거는 칭찬 맞지? 응?   나는 다른 사람이 나 칭찬하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데, 자식이 칭찬하는 것은 무조건 좋더라.




블루 헤론이 저녁 햇살 속에서 고요히 물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자 곧바로 날개를 펼치더니 수로 저쪽으로 가서 역시 해바라기를 했다.




지난 일주일간 푹푹 찌는 찜통더위 이더니, 오늘부터 날씨는 청명한데 기온이 내려가서 마치 9월 초가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로의 물이 하도 맑고 고요하여 물속에 또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저 물로 저벅저벅 들어가면, 그 속에 숲이 있고, 그 속으로 새들이 날아다닐것 같다...




오디를 따 먹으면 ~




오디를 따 먹으면, 혀가 까맣게 변한다. 에일리언의 혀처럼 된다.




조지타운에 가서 찬홍이는 그가 점찍어 놓은 예쁜 헤드폰을 하나 장만했다 (그것이 60달러였던 모양이다). 나는 찬홍이한테 40달러를 뜯어냈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하지만, 빅토리아즈 씨크릿에 가서 '공짜 빤쓰'  현금 8.5 달러에 상당하는 아주 예쁜것을 하나 받아왔다.  공짜 쿠폰 왔길래 '웬떡이냐' 이러고 갖고 있다가 오늘 썼다.  내가 생각해보니 올 들어서 빅토리아에서 받아온 공짜 빤쓰가 벌써 세장이나 된다.  그래그래 두달에 한장씩만 줘라. 그러면 속옷 안사입어도 되겠다. :-)


신발이 참 편안하고 좋다. 내일 새벽에도 또 걸으러 나가야지. (할일이 좀 많은데, 일단...좀 걷고...)  음, 내가 한 여름에 장갑을 끼는 이유는, 손등이 햇살에 노출되면 손등의 피부가 아프다. 목도 햇살에 노출되면 따갑다. 그래서 단추를 다 채우거나 스카프를 한다. (아무래도 손등이나 목은 피하지방 층이 얇아서 그런게 아닐까? )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리꽃  (2) 2011.06.06
이른아침 터키 런 (Turkey Run)  (0) 2011.06.04
비버 (Beaver) : 유유히 헤엄치는 비버를 보았다  (0) 2011.06.04
Keen Whisper Sandal  (4) 2011.05.23
민들레 민들레 소풍 갑니다  (5) 2011.05.23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4. 00:50



아침에 산책나갔다가, 수로에서 미끈하게 헤엄쳐 나가는 비버를 발견했다.  참 태평해보였다.  이렇게 태평해 보이는 동물을 관찰하다보면 내 마음도 따라서 태평해지곤 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곰이나 코낄, 판다,  이런 동물들을 쳐다보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딘가 편안하고 태평해 보여서 그런것이 아닐까?

수로변 뽕나무에 오디가 새카맣게 익어가고 있길래, 나무 그늘에 서서 오디를 -- 배가 부를때까지 따 먹었다.  나무 아래도 익어서 떨어진 오디로 흙이 검게 물이 들어있었다.  왕눈이는 내가 오디를 따 먹는 동안 나무 그늘에 앉아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왕눈이 배가 까맣다. (목욕을 안 시킬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내 손바닥도 까맣게 됐고... 주둥이도 꺼멓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오디.오디.오디.오디.  (미국 사람들은 야생 과일들은 손을 안대러 든다.  덕분에 나는 잘 먹었다.)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아침 터키 런 (Turkey Run)  (0) 2011.06.04
나의 에덴동산  (5) 2011.06.04
Keen Whisper Sandal  (4) 2011.05.23
민들레 민들레 소풍 갑니다  (5) 2011.05.23
거위 가족과 땅거북이  (3) 2011.05.23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6. 1. 23:31


어제 저녁에 혼자 조지타운에 산책을 나간길에  Urban Outfitters 매장에 가서 새끼양이 그려진 스웨터를 하나 사가지고 돌아왔다. 양 한마리를 안고 있는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스웨터이다. (우리 왕눈이를 닮은 양이다.)

6월의 첫날이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나고 올라오는데, 나와 함께 탔던 어떤 여성이 나보다 한 층 아래에서 내렸다.  문득 그 모르는 여성에게 "Have a nice day!" 하고 인사를 날렸다.  그이가 뒤를 돌아보고 밝게 미소지으며 "You, too!" 하고 대꾸해 주었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Have a nice day!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기말 업무를 하느라 오늘도 바쁠것이다. 날은 덥고, 지치고, 일은 많고.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Have a nice day! 하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낯선 사람에게 이 말을 던진 것이리라.

영장류 연구하는 책을 간간히 보고 있는데, 새끼를 잃어버렸다던가, 혹은 개별적으로 심리적/신체적 상처 상실을 맛본 침팬지들은 누군가 다른 대상을 열심히 '그루밍 (grooming)'을 해 준다고 한다.  자기가 위로 받아야 할 처지에 오히려 다른 대상을 위로하는 형상이다.  그루밍을 해 주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인데...

그런데, 이런 식의 '그루밍' 문화가 없는 영장류들도 있다.  그루밍을 안하는 영장류는 늘 '불안증'에 시달린다.  불안해서 쩔쩔매는 태도를 아주 자주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무슨 얘기냐하면,  누군가를 돌보거나 타인/타자에게 친절한 행위 자체가 자신을 돌보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동이라는 것이지.  안그러면 스스로 불안증에 시달려서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을 주는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원리가 그것이다. 침팬지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사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요지는...뭐냐하면, 다름이 아니오라, "Have a good day!"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6. 1. 23:17

나는 이른 아침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일전에 조조할인으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2’를 관람했다. 쿵푸 판다는 2008년에 1편이 나왔었고 3년 만에 2편이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이 애니메이션에 부제를 붙인다면, ‘Inner Peace(마음의 평화)’라고 할 만하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이슬 방울을 손으로 받아 온전한 이슬 방울 상태로 물에 내려 놓는 ‘사부’는 이러한 기술을 닦기 위해 수 십 년의 수련을 거쳤다고 말한다.

우리의 뚱땡이 어수룩한 판다 ‘포’는 사부의 가르침을 어떻게 구현 할 것인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한가?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의 포크 아트 갤러리에 가면 괴상한 전시물 한가지가 눈에 띈다. James Hampton (1909-1964)이라는 어느 빌딩의 야간 경비가 14년간 알루미늄이나 금박지, 은박지 등 폐품을 수집하여 종교적인 형상들을 만들어 놓고 사망했는데, 그 설치물들이 국립 미국 미술관에 영구 전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설치물의 가장 중심에 그가 새겨놓은 문구는 ‘Fear Not’이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성경의 신약과 구약을 통틀어서 ‘두려워하지 말라’와 관련된 문구는 대략 365번 나온다고 한다. 매일 하루에 한번 정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해 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두려워하지 말라’는 문구를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이유는, 감옥에 갇혀 있던 쿵푸 대가들이 감옥에서 빠져나가는 것 조차 포기 했을 때, 포가 그들에게 외친 한마디 때문이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지어낸 두려움의 감옥에 갇힌 것뿐이야.” 나를 가두는 것은 내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포’ 역시 공포의 기억 앞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기도 하지만, 내면의 평정심을 찾아 냄으로써 공포심에서 벗어나 평화를 만드는 존재로 거듭난다.
 
쿵푸 판다를 보는 또 다른 재미로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명배우들이 연기했다는 것인데, 일단 주인공 ‘포’는 몸집이 판다처럼 통통하고 늘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배우, 잭 블랙이 맡았고, 호랑이 역의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사부님의 더스틴 호프만 등의 친숙한 목소리를 분간할 수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더욱 유쾌해진다.

그뿐인가, 덤으로 알게 된 사실로, 이 애니메이션의 총감독을 맡은 이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미국인 제니퍼 여 (Jennifer Yuh)라는 여성감독이라는 점은 어쩐지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다. 아시아에서 태어나 북미대륙에서 성장한 여 감독의 일대기와 판다 마을에서 태어나 양아버지 거위의 품에서 자라난 주인공 '포'의 삶이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니, 참 장하고도 장하지 않은가?
 
영화는 끝나고, 영화관을 빠져 나올 무렵, 나는 현실의 숙제들 앞에 다시 선다. 두려움 없이, 평점심을 가지고 나도 뚱땡이 판다처럼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아비요!” 나도 어린 아이처럼 외쳐보는 것이다.

June 1, 2011

'Wednesday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엄마를 부탁해요  (0) 2011.06.22
Midnight in Paris  (0) 2011.06.15
인터넷에 없다  (6) 2011.06.01
망신살  (0) 2011.05.20
[칼럼] 메트로 역에서 길을 잃다  (0) 2011.05.11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6. 1. 23:13
[살며 생각하며] 당신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것



길고 지루한 대학 입학 신청 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 하이스쿨 졸업을 앞두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 최근 멀티미디어 기기인 ‘아이포드’를 하나 장만해 주었다. 그 동안 노력한 것에 대한 작은 상이었다. 사실 여태까지 청소년들이라면 하나씩 갖고 있을 휴대용 음향기기가 우리 집에서는 소지 금지 품목이었다.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음악을 장시간 듣다가 귀를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나의 고육지책이었다.

 아들이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으니,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알아서 챙길 것이라 믿고, 마침내 그 ‘아이포드’라는 ‘요물단지’를 장만해 준 것이다. 처음 아이포드를 갖게 된 아들은 온 세상을 손에 쥔 듯 기뻐하였다. 그리고는 그 것과 더불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어딘가로 함께 갈 때에도 녀석은 나 대신 아이포드와 대화하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어디로 갈 때면 아이포드부터 챙기던 녀석이 엊그제는 함께 포토맥 강변으로 장거리 산책을 나가면서 빈 손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어쩐 일로 네 분신을 안 챙기는 거냐? 오늘은 음악 안 듣니?” 내가 심드렁하게 묻자 아들은 진지하게 대꾸했다.

 “전에 아이포드가 없을 때는, 나 혼자 머릿속으로 음악을 상상하고, 어떤 악상이 떠오르면 그것을 머릿속으로 기억하려고 몇 번씩 혼자서 되감기를 했거든요. 상상 속에서 늘 음악을 듣고, 음악을 만들었어요. 집에서 직접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포드가 생긴 이후로는 음악을 듣느라고 정작 음악을 상상하거나 직접 만드는 일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 요즘 곡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이포드와 거리를 유지하기로 결심했어요.”

 옳거니! 이 녀석이 ‘모자람’의 ‘미덕’에 드디어 눈을 떴구나! 음향기기가 없을 때는 걸어서 학교에 오가는 동안, 집의 개를 산책시키거나 심부름으로 어딘가를 다녀오는 시간에 머릿속으로 음악을 상상하고, 만들고, 기억하고 이런 매우 창조적인 작업을 진행했던 것인데, 만능 엔터테이너 기기가 생긴 후로 이 모든 창의로운 작업을 진행할 자투리 시간이나 여유를 빼앗기고 말았던 것이다.

 엊그제, 친지의 대학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의 졸업식에 참석을 했었다. 이 학교 출신의 보험 사업가 Joe Plumeri가 열정적으로 무대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축하 연설을 했는데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정보 기술이 발달 된 오늘날, 구글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열정이 어디에 있는지 구글은 알려 주지 못 할 것이다.” 첨단 정보, 기술, 지식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열정에 불을 지피라는 메시지였다.

 어린 시절, 나는 나가 놀 줄도 모르는 게으름뱅이에 책벌레였는데, 안타깝게도 가난했던 우리 집엔 읽을 책이 별로 없었다. 책벌레는 책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 나는 읽었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내용을 다 외우고 책이 나달나달해지도록 읽었다. 그것도 싫증이 나면 벽에 벽지 대신 발라져 있었던 신문지를 뜻도 모르면서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영양실조에 걸려 죽게 생긴 이 책벌레는 마침내 누런 종이를 묶어서 거기에다가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려가지고, 책을 만들어서 그것을 읽었다. 책을 먹는 책벌레에서 책을 만드는 책벌레로 변신을 한 것이다. 그 당시 내게 수백 권의 동화책이 있었다면, 나는 직접 책을 만들 궁리 따위는 하지 않았으리라.

 멀티미디어 인포메이션의 시대라고 해도, 우리 삶의 양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스마트 폰, 컴퓨터 혹은 다른 통신기기로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 속에서 자아를 발견할 수는 없는 일. 첨단기기 아이포드에 열광하던 아들은 만능 엔터테이너 기기 대신에 텅 빈 하늘을 바라보고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사색하는 것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일찌감치 예수께서 설파하셨으리라. 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우리의 결핍은 우리를 살찌운다.


May 25, 2011

'Wednesday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Midnight in Paris  (0) 2011.06.15
Kung Fu Panda II : Inner Peace  (0) 2011.06.01
망신살  (0) 2011.05.20
[칼럼] 메트로 역에서 길을 잃다  (0) 2011.05.11
One Day Hike : 주말판 특집 기사  (0) 2011.05.06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3. 20:45



어제 조지타운에 갔을때, 그 곳 워킹 전문 신발가게에서 이 샌달을 발견했다.  내가 찾던 트레킹 샌달.  앞코가 막혀 있어서 발가락을 다칠 염려가 없고, 나머지 부분은 열려 있어서, 계곡을 지나치면서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편안한.

여러모로 내 성미에 맞는 것이어서, 이름을 외워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존으로 검색을 하니 신발가게에 전시되지 않았던 다양한 색상이 보이는데, 푸른 물빛 (아쿠아) 색깔과 주황색 두가지 중에서 갈등을 겪다가 , 주황색으로 결정을 했다. 가격은, 매장보다 6달러쯤 저렴.

내가 아마존으로 써치를 하던 사이에 이 신발의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광경을 보았다.  나는 6달러쯤 할인된 가격으로 주문을 했는데,  몇시간 후에 다시 확인해보니 가격이 정상가로 올라가 있다. (현재는 정상가에 판매가 된다).  주문량이 올라가면 그에 비례하여 가격이 올라가고, 주문이 없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시스템처럼 보인다... 내가 주문 단추를 누르는 순간 나의 행동이 전체 가격에 영향을 끼쳤을수도 있다...   (물빛 파란 신발은 정상가격이었다가 지금은 할인가에 팔리고 있다.)

여름에 강변을 산책 할 때는 이런 신발이 좋겠지. 이 신발이 오면 바닷가에도 놀러가야지.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에덴동산  (5) 2011.06.04
비버 (Beaver) : 유유히 헤엄치는 비버를 보았다  (0) 2011.06.04
민들레 민들레 소풍 갑니다  (5) 2011.05.23
거위 가족과 땅거북이  (3) 2011.05.23
넌 항상 감사했던거니?  (4) 2011.05.21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3. 11:53



조지타운 가는길에 이 거위가족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기 한마리는 수로 둑에서 어미 (혹은 아비)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고, 나머니 아기 네마리는 수로에서 아비(혹은 어미)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로에서 놀던 아기들이 아비를 따라서 일제히 기슭으로 와서 둑위로 아기작 아기작 걸어 올라왔다.  그런데 이들이 걸어올라오는 길 입구에서 민들레가 목을 길게 빼고 서 있었다.

나는 민들레를 중심에 놓고, 이 가족이 민들레 곁을 통과하는 장면들을 사진기에 착착 담았다.  (어찌나 예쁘던지...)

거위를 그리는 연습을 좀 해가지고, 이 장면을 내식으로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주인공은 민들레...

민들레는 물에 들어가 헤엄을 칠수도 없고 둑 위로 올라갈수도 없다. 그래서 민들레는 목을 길게 빼고 있는거다. 더 멀리 가고 싶어서. 아기 거위들은 민들레에게 물 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민들레는 하루 하루 늙어간다.

얼마후 아기거위의 등에 날개가 자라날 무렵, 민들레는 홀씨가 되어 멀리 멀리 더 멀리 날아가고, 아기들도 민들레를 따라 가기 위해서 날개짓을 하게 될 것이다.

민들레 민들레 소풍 갑니다.


(내가 숲이나 나무, 풀이나 새 이런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서만 둘러싸여 살아간다면, 나는 우울증에 걸려서 시들시들 말라가다가 마침내 죽게 될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버 (Beaver) : 유유히 헤엄치는 비버를 보았다  (0) 2011.06.04
Keen Whisper Sandal  (4) 2011.05.23
거위 가족과 땅거북이  (3) 2011.05.23
넌 항상 감사했던거니?  (4) 2011.05.21
Georgetown, Georgetown, Georgetown  (2) 2011.05.17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3. 03:14


찬홍이와 조지타운에 다녀왔다.  키브리지 아래에 사는 거위 가족이 한가롭게 물가에서 놀고 있었다. 이 가족에게는 새끼가 다섯마리 있다.  새끼들이 일주일 사이에 껑충 자랐다.

캐나다 거위는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어느정도 거리만 유지하면 사람따위 신경쓰지 않고 자기네 일상을 살아간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중에 이들에게 못되게 군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 손 등 크기의 아주 통통한 땅거북이를 보았다. 이놈은 물에서 헤엄치고 사는 '자라'와는 확실히 다르게 생겼다.  일단 '땅거북이'라고 내가 이름을 지었지만,  웹의 뒤져서 이놈의 정확한 이름을 찾아 내야지. 


거북이의 등은 황금색 얼룩으로 덮여 있었다.  마치 햇살이 얼룽얼룽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역시 위장색의 일종일 것이다.  낙엽이나 바위에 햇살이 얼룽거리는 듯한 착시.




찬홍이는 내가 거북이를 들어 올리는 것을 '동물 학대'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이 녀석을 해칠 생각이 추호도 없고, 그저 한번 '높이 나는듯한 유희'를 제공하려는 것 뿐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거북이를 지상에서 높이 띄워 주겠는가...

그래서 잠시 공중을 맛본 거북이는 다시 풀숲으로 내려져서, 제 갈길을 갔다.


http://en.wikipedia.org/wiki/Box_turtle

웹을 검색해보니, 이 친구는 Box Turtle 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Keen Whisper Sandal  (4) 2011.05.23
민들레 민들레 소풍 갑니다  (5) 2011.05.23
넌 항상 감사했던거니?  (4) 2011.05.21
Georgetown, Georgetown, Georgetown  (2) 2011.05.17
거북이, 왕눈이와 조지타운  (1) 2011.05.12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5. 21. 04:22





거북이 방 침대에 거북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왕눈이.
우리집은 금요일 오후에, 거북이가 하학하여 집에 오면 그 때부터 청소를 한다.  금요일 오후에 주로 빨래며, 청소 그런것들을 하고 주말을 태평하게 보내는 것이다.  거북이가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동안 왕땡이가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있는 모습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아이고 깜찍한 우리 왕땡이 녀석.

 

 






'Diary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홍이 기숙사행  (8) 2011.08.29
Have a Good Day!  (2) 2011.06.01
천둥 번개가 무서운 왕눈이  (0) 2011.04.25
왕땡이의 변신  (2) 2011.04.20
지팔이 한국 가던날 새벽  (4) 2011.01.09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1. 00:20

 

지난 며칠, 비가 쏟아지곤 했었다. 간밤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 폭우.  아침에 포토맥에 나가니 강에 물이 불어서 붉은 강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급하게 흘러 내려갔다.  플레쳐즈 코브, 선착장도 물에 잠겼다.  강 기슭에 가니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 오곤 했다. 왕눈이는 무서운지 물가에 다가가지 않고 토끼처럼 깡충대며 파도를 피했다.  그것이 재미있어서 자꾸만 기슭으로 왕눈이를 끌고 갔다.  (나는 심술을 잘 부린다.)  내일은 찬홍이하고 바닷가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파도하고 놀고 싶다.

뱀딸기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익어가고 있길래 빗물과 이슬에 젖은 것을 하나 따서 먹어보았다. 사르르 녹는 뱀딸기.  미국 사람들은 이것을 따 먹을줄 모른다.  새와 사슴의 먹이가 되리라.


허티써클도 짙은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름, 가을이 올 때 까지 이 허니써클은 피고 지고 할 것이다.




비가 온 탓에 수로변 길에 물 웅덩이가 많았다.  이따금 자전거가 지나칠때면 나는 왕눈이와 길 가에 서서 자전거가 지나가기 편하도록 기다려주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Thank you!  Good Morning!  외치고 미소를 날려주고 가곤 한다. 우리들은 그렇게 서로의 존재에게 인사를 날린다.

그런데, 어떤이가 지나치길래 내가 왕눈이의 목줄을 단단히 잡고 길을 비켜줬건만, 그이는 본척도 않고 지나쳤다. 문득, 그 사람에 대해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인사성도 없는 인간...'   

그때 내 주위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빗물과 아침 이슬에 푹 젖은 나무와 꽃들이 아침 바람에 살랑이며 싱그러운 바람을 내 뺨으로 날리고 있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던거다. 그래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너는 이 아름다운 햇살과, 바람과, 나무와, 풀과, 꽃과, 새소리에 대해서 일일이, 하나하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하고 개별적으로 인사를 날린적이 있니? 넌 늘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지나치쟎아.  그런데 새삼스럽게, 너의 그 하잘것 없는 작은 친절에 대해서 어떤이가 무심코 지나친 일에 대하여 분개한다는 말이냐? 너 참 어리석고 고마운줄 모르는 존재가 아니냐?"

그래서 나는 내 곁의 나무와 풀에 일일이 눈을 맞추며, "고맙다 나무야" "고맙다 강물아" "고맙다 햇살아" "고맙다 뱀딸기야. 네가 참 예쁘기도 하구나" 하고 인사를 보내 보았다. 내가 죽을때까지 쉬지 않고 인사를 한대도, 나는 인사를 다 못할것이 뻔했다.  그래서 마침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니, 나는 내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은혜를 받고 있는지 그 점에 열중하기로 하자.  나머지 일은 그냥 지나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했다.


성벽에 유리병이 깨진채 나뒹구러져 있었다.  이렇게 고마운 아름다운 풍광을 유리조각들이 위협하고 있었다.  왕눈이 개줄에 달려있는 개똥 봉지를 하나 풀어서 유리조각이며 페트병, 그리고 다른 쓰레기들을 개똥봉지에 담았다.  위험한 것들이 치워졌다.  조지타운에 갈때마다, 나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쓰레기를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내가 저 고마운 나무와 강물에 보내는 사랑의 인사일 것이니.  사랑은 실천으로 완성 되는 것이리라.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5. 20. 03:14
2011 5월 18일

아침 신문을 펼쳐보니, 내 칼럼 자리에, 내가 몇달전에 썼던 글이 그대로 올라가 앉아있다. 
이번주용으로 써서 보낸것은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망신스러운 날이다.)

기가 막혀서 실소.

****

이튿날, 2011 5월 19일

동일한 면의 보이지도 않을 구석에, 어제 사고에 대한 짧은 사과문이 실렸다. 더이상 무엇을 어쩔것인가. 

나는 실수를 한 편집당당자에게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이세상 사람들이 저지르는 그 사소하고 지리멸렬한 실수들에 대해서 '어쩔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어쩔수 없이'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불완전한 존재.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신문 편집담당 직원이 원고를 잘 못 올리는 정도의 실수야 '코메디' 수준이 될 것이다.  만약에 병원에서 중환자에게 제공하는 약을, 담당자가 실수로 다른 환자의 것과 바꿔치기 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전에 엄마가 뇌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을때, 우리들은 엄마에게 제공되는 모든 처치를 기록장에 기록을 했었는데,  하루는 평소와 다른 이름의 약이 온거다.  언니가 '이 약은 뭔가 새로운 것이네요...이건 뭐죠?' 하고 물었을때, 간호사가 약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어머, 이것 이 환자분것이 아닌데...'

모든 실수는 사소한 실수다. 결과는...사소할수도 있고, 치명적일수도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17. 17:55

Friday, May 13, 2011

수박, 캔타로프, 허디듀 이렇게 세가지 과일과 떡 세개.  배열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렇게 잘 먹고, 조지타운에 걸으러 나갔다가, 생맥주 두잔을 먹고 돌아왔다. (세월 좋구나)



Saturday, May 14, 2011


온종일 비가 오락가락.  아침 일곱시에 조지타운에 걸으러 나갔다.  성벽사진은, 그러니까, 오전 8시쯤 풍경. 하늘은 잔뜩 비를 품고 있고, 세상은 비안개에 싸여 있었다.



조지타운 시내 Old Stone House 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작약.  향이 진하였다.  이날은 내셔널몰에 나가서 국립미술관, 조각공원, 그리고 허시혼 조각공원도 둘러보았다.




Monday, May 16, 2011

찬홍이를 며칠 안데리고 다녔더니 '몸이 근질근질 하다'며, 찬홍이가 걷기를 제안하였다.  저녁을 일찍 지어 먹고, 소나기가 쏟아지길래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나갔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걷고, 집에 오니 9시 30분.

비가 쏟아지고 난 후의 강변길.


오후 7시 30분쯤



오후 8시. 방목하는 양떼처럼,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는 캐나다 가위 가족들. (병아리 다섯마리) 제발 탈없이 무럭무럭 잘 커라.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위 가족과 땅거북이  (3) 2011.05.23
넌 항상 감사했던거니?  (4) 2011.05.21
거북이, 왕눈이와 조지타운  (1) 2011.05.12
One Day Hike, 50K 공식 기록: 찬홍이와 나  (2) 2011.05.12
소나기 내린후 조지타운  (2) 2011.05.09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12. 11:41

몸살 기운이 있어서, 일찌감치 저녁으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여 둘이 포식을 하고 여덟시쯤 포토맥으로 나갔다. 오십분쯤 후에 성벽에 도착. 조지타운 시내에 안들어가고 강 구경만 하다가 되돌아 왔다.  오늘 찬홍이는 조지타운 방향으로 갈때 2마일 거리를 달려갔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렸다. 거북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거북이가 마라토너가 되는 것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에 거북이가 뼈있는 농담을 한마디 했다: "엄마가 아니었으면 벌써 집에 가 있는건데. 엄마 기다리다가 늦었네..."  내가 거북이 때문에 50K에서 성적이 안좋은것을 가지고 거북이를 놀린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농담이지만, 듣고 보니 섭섭하네.  그래서 거북이녀석도 농담인줄 뻔히 알면서 섭섭했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하하하.  (그래서 홧김에 뛴거냐? 조금 더 약 올리면 아주 마라톤 금메달도 따겄다 , 요 거북이 놈아~)

우리 거북이 녀석이 내가 나가자고 하면 귀챦다고 싫어하다가도 일단 나가면 점점더 잘 해내고 있다.  이제는 걷는 속도도 높아진데다가, '달리기'가 하고 싶어진다니 듣던중 반가운 소리이다. 내년에 저 녀석 100K 걷기 하자고 하면 내가 깨갱 할 판이다. 가는길엔 거북이가 달리기를 하여 나를 앞지르더니, 돌아오는 길엔 찬홍이는 지친다고 뒤처지고, 목줄을 풀어놓은 왕땡이가 공이 굴러가듯 바지런히 앞장서서 뛰어가는 통에 그놈 따라가느라고 내가 이래저리 힘들었다.  그래도 찬홍이, 왕땡이가 앞뒤로 호위를 해 주니 내 팔자가 상팔자이다. 고마운 일이다.




Fletcher's Cove 배 쌓아놓은 앞에서 왕땡이와 나.


Fletcher's Cove 수로 관리 주택.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넌 항상 감사했던거니?  (4) 2011.05.21
Georgetown, Georgetown, Georgetown  (2) 2011.05.17
One Day Hike, 50K 공식 기록: 찬홍이와 나  (2) 2011.05.12
소나기 내린후 조지타운  (2) 2011.05.09
Burke Lake & Georgetown  (2) 2011.05.08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12. 03:29



ODH 에서 참가자들의 공식 기록을 공개했다. 100 킬로미터 참가자들의 표와, 50 K 참가자들의 표, 두가지로 집계를 했다. 나는 50 K.  411번 Lee Eunmee가 이 표의 맨 윗줄에 있다. 438번 Park Chanhong 이 이 표의 맨 아래에 있다. 표를 보면 11마일 까지, 17마일까지, 23.7, 31.1 마일까지의 기록이 차례차례 나와있다. in/out 은 기록과 휴게소 (support station)에 도착한 시각과 이곳을 출발한 시각을 표시 한 것이다. 누가 어디서 얼마 동안 쉬었는지까지 알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두개의 Support Station 에 찬홍이와 내가 도착한 시각이 다른데도 동일하게 표시 된 것을 보면, 기록이 꼼꼼하게 작성 된 것 같지는 않다. (분명히, 도착할때 앞에서 표시하고 --너 내가 기록했다 이러고 사람들이 말해줬는데, 왜 기록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일까?)

아무튼, 기록을 보니 오전 10시에 걷기를 시작하여 10시 19분에 50K 걷기를 둘이 함께 완료하였다.  (내년에는 수첩에 시간 기록을 하면서 걸어봐야지.)


맨 마지막 칸 MPH - Miles per Hour 를 보면 찬홍이와 나는 2.52를 기록했다. 시간당 2.5 마일을 걸었다는 것인데 (-__-;;) 부끄러운 수치이당...  내가 보통 3.5를 유지하는 편인데. (오오 찬홍아, 이 거북이 놈아....) 그러니까 3에서 3.5 까지는 용서가 되는데 2.5는 좀 부끄러운 수치이다.  :-(   거북이 녀석 때문이야!   하하하.  (미안하다 거북아. 그래도 엄마는 거북이를 사랑헌다.)

표에서 중간에 회색으로 남은, 기록이 없는 것은, 그이가 그 지점에서 걷기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총계를 보면 전체 (100K+50K) 모두 합하여 267 명이 시작했는데 결승점에 도착한 사람은 150명.  아흐...그중에서 찬홍이와 나는 나란히 타이기록으로 130등 (T130 표시)이다. 아이구야, 내 뒤로 20명이 더 왔구나. 크..150명 줄 서있는데 그중에 130등이라니. 내 일생에 이런 등수는 일찌기 없었노라. 깔깔깔. 



올해를 비롯하여 매 년도의 상세 기록을 볼수 있는곳:
 
http://www.onedayhike.org/reg/results.htm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Georgetown, Georgetown, Georgetown  (2) 2011.05.17
거북이, 왕눈이와 조지타운  (1) 2011.05.12
소나기 내린후 조지타운  (2) 2011.05.09
Burke Lake & Georgetown  (2) 2011.05.08
One Day Hike: 도착 기념 사진  (0) 2011.05.05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5. 11. 19:45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opinion&art_id=1196431



매트로 역에서 길을 잃다


기사입력: 05.10.11 21:39
내가 플로리다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온 가족을 이끌고 워싱턴에 ‘구경’을 온 적이 있다. 일단 도심에 차 끌고 다니는 것이 무서우니 매트로를 타고 내셔널 몰에 진입하기로 작전을 세웠는데, 난관은 매트로 역에서 시작되었다. 도무지 매트로 표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 난감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석사를 마친 남편과, 박사공부를 하고 있던 내가 중고등학생 두 아들과 매트로표 자판기 앞에 웅성거리고 서서, 진땀을 흘리며 ‘작전회의’를 한 끝에 간신히 우리들의 하루치 매트로 표를 사는데 성공을 한 적이 있다.
 
그 날, 매트로를 타고 스미소니안 역을 통해 디시 내셔널 몰에 입성한 내가 역을 나오자 마자 맞은 편에 보이는 하얀 궁전을 가리키며 “저기 화이트하우스가 보인다!” 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듯 외쳤던 일이 생각난다. 곁에 있던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이들 못 듣게 작은 소리로 내게 말해주었다, “여보게, 저것은 국회 의사당이라네.”
 
몇 년 후 공부를 마친 나는 직장을 찾아 워싱턴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인데, 시내에 가기 위해서 매트로를 타러 갈 때마다 늘 그 첫 날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웃고 만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내가 평상시처럼 매트로 역에 들어서서 익숙하게 스마트 카드에 잔고를 채우고 떠나려는데, 양복을 단정히 빼어 입은 신사가 내 곁으로 다가와 아주 또박또박하고도 점잖은 영어로 물었다. “나는 텍사스에서 컨퍼런스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매트로 표를 사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 신사에게 목적지를 묻고, 편도인지 왕복인지 물은 후에 요금 표를 들여다보며 차비 계산하는 방법이며, 현금이나 카드로 운임을 지급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여, 그가 표를 살 때까지 지켜봐 주었다. 그는 곁에서 시종일관 지켜봐 준 내게 무척 감사해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턴 일대를 통과하는 매트로는 다섯 가지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노선 별로 초록, 파랑, 주황, 노랑, 빨강 색깔로 표시가 된다. 사람들이 헛갈려 하는 것은 매트로의 운임체계일 것이다. 매트로 역의 티켓 자판기에는 운임표가 있는데, 내 목적지 매트로 역 이름을 찾아내어서 편도나 왕복 운임을 확인 해야 한다.
 
그런데, 동일한 구간이라고 해도 워싱턴을 통과하는 이 매트로는 세가지 다른 가격 체계를 갖고 있다. 우선 일반 가격 (Regular Fare)은 새벽부터 오전 9시 30분, 그리고 오후 3시에서 7시 사이의 시간에 적용된다. 그런데 a peak-of-the-peak fee 라는 출퇴근 할증 시간대가 있다.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 그리고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는 보통 운임에 20 센트를 추가로 낸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대는 할인 가격(Reduced Fare)으로 표를 산다. 처음에 나는 이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해보니, 이런 식으로 해서 승객들의 이용 시간대를 한가한 시간대로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보였다. 
 
계산을 잘 못하여서 표에 찍힌 가격에서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할까? 그때는 역 안에 있는 Exit Fare 라는 표시의 기기에 가서 필요한 만큼의 동전을 넣어서 차표에 채워 넣으면 된다. 반대로, 매트로 표에 몇 푼 남아있다면, 나중에 필요한 운임만큼 채워서 사용하면 된다.
 
매트로 이용을 자주 한다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스마트카드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이 스마트 카드는 매트로 주차비를 낼 때나 시내버스와 연동되어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참고로 스마트카드 자체의 가격이 5달러이다. 그래서 스마트카드를 새로 장만하기 위해서 자판기에 10달러를 넣으면 카드에 채워져 나오는 금액은 5달러이다. 처음에 나는 스마트 카드를 사면서 5달러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카드가 잘 못 되었다고 분개를 한 적이 있다.
 
워싱턴 지역에서 매트로 표 사기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당신, 안심하시길. 이것을 어려워하는 미국인들이 한 둘이 아니고, 뭐든 처음에는 어려운 것이오니. 5/11/2011

'Wednesday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에 없다  (6) 2011.06.01
망신살  (0) 2011.05.20
One Day Hike : 주말판 특집 기사  (0) 2011.05.06
벼룩, 물고기, 개 그리고 나의 아들  (4) 2011.04.27
[금요 칼럼] 국립 수목원 기사  (0) 2011.04.22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