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5. 21. 00:20

 

지난 며칠, 비가 쏟아지곤 했었다. 간밤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 폭우.  아침에 포토맥에 나가니 강에 물이 불어서 붉은 강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급하게 흘러 내려갔다.  플레쳐즈 코브, 선착장도 물에 잠겼다.  강 기슭에 가니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 오곤 했다. 왕눈이는 무서운지 물가에 다가가지 않고 토끼처럼 깡충대며 파도를 피했다.  그것이 재미있어서 자꾸만 기슭으로 왕눈이를 끌고 갔다.  (나는 심술을 잘 부린다.)  내일은 찬홍이하고 바닷가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파도하고 놀고 싶다.

뱀딸기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익어가고 있길래 빗물과 이슬에 젖은 것을 하나 따서 먹어보았다. 사르르 녹는 뱀딸기.  미국 사람들은 이것을 따 먹을줄 모른다.  새와 사슴의 먹이가 되리라.


허티써클도 짙은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름, 가을이 올 때 까지 이 허니써클은 피고 지고 할 것이다.




비가 온 탓에 수로변 길에 물 웅덩이가 많았다.  이따금 자전거가 지나칠때면 나는 왕눈이와 길 가에 서서 자전거가 지나가기 편하도록 기다려주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Thank you!  Good Morning!  외치고 미소를 날려주고 가곤 한다. 우리들은 그렇게 서로의 존재에게 인사를 날린다.

그런데, 어떤이가 지나치길래 내가 왕눈이의 목줄을 단단히 잡고 길을 비켜줬건만, 그이는 본척도 않고 지나쳤다. 문득, 그 사람에 대해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인사성도 없는 인간...'   

그때 내 주위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빗물과 아침 이슬에 푹 젖은 나무와 꽃들이 아침 바람에 살랑이며 싱그러운 바람을 내 뺨으로 날리고 있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던거다. 그래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너는 이 아름다운 햇살과, 바람과, 나무와, 풀과, 꽃과, 새소리에 대해서 일일이, 하나하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하고 개별적으로 인사를 날린적이 있니? 넌 늘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지나치쟎아.  그런데 새삼스럽게, 너의 그 하잘것 없는 작은 친절에 대해서 어떤이가 무심코 지나친 일에 대하여 분개한다는 말이냐? 너 참 어리석고 고마운줄 모르는 존재가 아니냐?"

그래서 나는 내 곁의 나무와 풀에 일일이 눈을 맞추며, "고맙다 나무야" "고맙다 강물아" "고맙다 햇살아" "고맙다 뱀딸기야. 네가 참 예쁘기도 하구나" 하고 인사를 보내 보았다. 내가 죽을때까지 쉬지 않고 인사를 한대도, 나는 인사를 다 못할것이 뻔했다.  그래서 마침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니, 나는 내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은혜를 받고 있는지 그 점에 열중하기로 하자.  나머지 일은 그냥 지나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했다.


성벽에 유리병이 깨진채 나뒹구러져 있었다.  이렇게 고마운 아름다운 풍광을 유리조각들이 위협하고 있었다.  왕눈이 개줄에 달려있는 개똥 봉지를 하나 풀어서 유리조각이며 페트병, 그리고 다른 쓰레기들을 개똥봉지에 담았다.  위험한 것들이 치워졌다.  조지타운에 갈때마다, 나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쓰레기를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내가 저 고마운 나무와 강물에 보내는 사랑의 인사일 것이니.  사랑은 실천으로 완성 되는 것이리라.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