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자원봉사자가 도착하는 사람들을 그자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들을 정리하여 웹에 올렸다. (참 고마우신 자원봉사자님들이다). 찬홍이는 손이 퉁퉁 부은채로 내게 기대 서 있는 형상이고, 오른쪽의 노신사는 시종일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여 서두르지도 뒤처지지도 않은채 혼자 온종일 걸었던 분이다.
이분은 길에서 내가 찬홍이를 기다리며 꾸물댄다거나, 풍경사진을 찍느라 속도가 떨어지고 한자리에서 머무를때, 그럴때 내게 말을 걸었다. "나, 네가 나를 여러차례 지나치는 것을 봤어. 네가 장갑을 끼고 있어서 기억하지..."
아마도 내가, 일단 몇 안되는 아시안 여자이니까 기억에 남을 테고, 손에 알록달록한 장갑을 끼고 있으니까 인상에 남았던 모양이다. 사람이 말을 붙일때는 대화를 나눠줘야 하는 것이 예의이므로 이 신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난해에 정년퇴임하신 분이었다. 이분의 직업상 근래에 내가 살고 있는 매클레인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어서, 내가 말하는 모든 곳을 정확히 손금 보듯 알고 계셨다. 아드님 한분은 카톨릭 '신부'가 되기 위한 과정을 카톨릭 대학에서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고, 내 친구가 매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는 세인트 조 성당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스치는 것이다.
이분은 지난 몇년간 자원 봉사자로 참가를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50 킬로미터 걷기에 도전했다. 길 중간에서 나와 이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면서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어..."하길래, "지금 이 페이스대로 가시면 일등은 못해도 꼴찌는 안하실거다. 우리 목적지에서 반드시 다시 만날거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해 드렸다.
나는 그 후에도 써포트 스테이션에서 찬홍이를 기다리고 있을때 이 분을 다시 만났는데, "See you there!" 가 우리의 인사였다. 그런데 그는 찬홍이와 내가 '골고다 언덕'을 간신히 올라가서 회관 문을 밀어 젖히고 들어서려는데 바로 내 뒤에서 그 문을 잡아주었다. 그도 바로 그 때 도착한 것이었다.
우리가 함께 들어서자, 자원봉사자는 우리가 한 가족인줄 알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신사의 부인 역시 자원봉사자로,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우리들의 '번호표'를 확인하고 '골인 시각'을 적고 있었다. 부부가 수년동안 자원봉사를 하다가 올해에는 남편이 걷기에 도전 한 것이다.
이 신사는 "I was not sure of myself, but you were so motivational and enthusiastic. I got energy from you..." 뭐 이러고 나를 칭찬해 주었다. 나는 아무리 속이 썩어도, '말' 만큼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을 사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요한복음의 서두처럼 -- 모든 것은 '말'로써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곧 시작이요 끝이기 때문에, 말이 신이기 때문에, 말을 가려서 사용하면 나와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될수 있다. 그런데 나의 쾌활한 몇 마디가 길가는 어느 나그네에게 정말로 기운을 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사진속의 신사를 보니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오른다. 찬홍이는 내 팔에 매달려있고, 신사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있고, 참, 셋중에 체격은 내가 제일 작아도 에너지는 내가 제일 넘쳤다. 물론 이 에너지는 내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나를 통해 더 큰 에너지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저 뒷쪽에 총 책임자, 대장 마이크가 보인다.
Your water color picture is beautiful. It was so nice to meet and talk to you and your son last Saturday. I'm sure he has recovered nicely by now! Thanks for helping to make my first 50K so special!! Take care. . .
행사 관련 웹에, 나는 내가 그린 수채화 (밤길)를 한장 올렸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이 노신사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노신사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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