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5. 8. 12:12


5월 6일, 어제 아침에는 7시 30분에 버크 레이크에 대학원생들이 모였다.  그래서 한바퀴 돌면 약 5마일쯤 되는 호수를 학생들과 함께 한시간 반쯤 걸려서 돌았다.  걷기가 익숙치 않은 학생들은 한바퀴 돌고 자리를 떴고,  나보다 걷기에 능한 대학원생 한명이 남아서 나와 함께 또 한바퀴를 돌고 헤어졌다.  버크레이크 두바퀴 돌았다.  (한바퀴로 부족하니 두바퀴 돌자는 것도 내 학생의 제안이었다. 나는 내 학생이 정말 훌륭한 걷기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기쁜 일이다.).  앞으로 내 학생과 더불어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트레일들을 개척해 나갈 생각이다.












 5월 7일 토요일, 아침에 찬홍이와 조지타운에 가서 식사 (밥먹으러 조지타운 걸어 갔다 오기)





자겠다는 찬홍이를 꼬셔서 아침 일찍 조지타운까지 걸어가서, 그대신 찬홍이가 좋아하는 근사한 아침 식사를 하고 왔다.  오늘 웨이터가 특히 친절하였다. 내가 아이스티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것을 보고는 아예 병에 아이스티를 가득 담아다 주었다. 리필을 따로 할 것도 없이 그 병을 나 혼자 다 마시라고.  참 고마웠다. 그 아이스티를 다 마시고 왔다.


한시간 땀흘리며 가열차게 걷고 마시는 아이스티의 맛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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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5. 6. 19:03



[길따리 사색하는 이은미의 자연여행] 걷고 싶은 계절, 숲이 부른다!

하루 50㎞·100㎞ … 온종일 걸어도 즐거워
끝까지 완주한 아들이 장하고 자랑스러워
기사입력: 05.05.11 19:05
▷One Day Hike

지난 4월 30일, 미국 수도를 관통하는 포토맥 강변 숲 속에서는 일년에 한번 열리는 이색 행사가 있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국립공원 C&O 내셔널 히스토릭 파크의 시발점인 조지타운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포토맥강 수로변을 따라 하루에 60마일(100㎞)을 걸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하퍼스 페리(Harpers Ferry)에 이르는 행사이다. 하루에 100㎞이면 마라톤을 두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이다. 워싱턴 디씨에서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를 거쳐 펜실베이니아의 컴버랜드까지 이어지는 180여 마일 수로의 삼분의 일을 하루에 걷는 것이다. 

이것이 힘든 사람들은 중간지점에서 오전 10시에 합류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노선을 선택 할 수도 있다. 나는 이제 대학 진학을 앞둔 12학년 아들과 50㎞ 장정에 도전해 함께 완주했다. 오전 10시에 화이츠 페리(Whites Ferry)를 출발한 우리 모자는 밤 11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총 13시간을 강변길에서 보낸 것이다. 

1974년 처음 시작된 이 행사에 올해에는 총 350여명이 100㎞와 50㎞에 도전했다. 참가 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그냥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을 만큼의 체력만 있으면 된다. 내가 길을 걷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된 노신사는 지난해에 정년퇴직 하고 올해 처음 이 행사에 참가하였다고 한다. 그는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차근차근 걸어서 결국 목적지에서 나와 다시 합류했다. 그런가 하면, 젊은이들 중에도 발에 통증을 호소하며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처치를 받고 결국 중간에 포기를 선언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동 노선은 걷기 초보자에게도 평이하게 느껴질 만큼 평탄하고 단순한 편이다. 오른편에는 수로가, 왼편에는 포토맥강의 흐르는 길을 따라 해가 뜨고, 해가 중천에 걸리고, 해가 지고, 마침내 달이 뜨고 별이 빛나는 어둔 밤까지 내리 걷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종일 걸을 수 있는 체력과 인내심뿐이다. 

나는 중년의 나이지만, 19세 아들보다 걷는 체력이 더 좋았다. 마지막 5마일부터는 발목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는 아들을 부축하며 수 시간 거북이걸음을 해야 했다. 내 실력대로 하자면 한 시간 반이면 걸어갈 거리를 덩치 큰 아들을 부축하며 네 시간 가까이 걸었던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아들이 장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 행사에서 나는 삶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아들은 신체적 고통을 참고 뭔가 새로운 영역을 해 냈다는 보람을 얻었을 것이다. 

▷미국의 힘, 선량한 자원봉사자들

이 행사에 참가하는 일이 내게도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우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함께 모여서 행사장으로 이동해야 하고, 밤에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누군가가 픽업을 해주러 오거나, 아니면 원래 차를 주차시킨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나는 늦게 등록을 하는 바람에 단체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이 문제를 이메일로 멤버들에게 호소하자, 생판 타인인 우리를 위해 차를 태워주겠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나 교통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아들이 중간에 신체적 고통을 호소할 때도, 자원봉사자들이 진심으로 아들의 상태를 걱정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이들의 응원 덕분에 아들은 용기를 내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손전등에 의지하여 나아갈 때, 멀리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의 깜박이는 신호는 우리에게 천사들의 신호처럼 보였다. 고통 속에서 행진을 계속하던 아들은 목적지의 등불이 깜박일 때 “사람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모여서 세운 국가, 미국. 미국은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들과 팀을 이루거나 낯선 사람들을 위해 봉사 하는 일을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모르는 사람들이 어울려서 팀플레이를 하는데 매우 능숙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대중의 힘으로 보였다.

▷One Day Hike 참가 방법

ODH가 주관하는 ‘온종일 걷기’는 일년에 딱 하루, 4월 마지막 토요일에 시행된다. 이 걷기를 위해 매년 초부터 걷기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운영을 한다. 걷기 잘하는 팀 리더와 모여 일정 거리를 걷는 것이다. 이 역시 희망자들에 한하는 것으로, 나처럼 독자적으로 평소에 걷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트레이닝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가오는 6월 5일 일요일에 메릴랜드의 캐더락에서 야유회를 갖는다. 역시 포토맥 강변에 사람들이 모여서 피크닉을 즐기며 각자 걸을 수 있는 만큼 강변 산책을 하는 것이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이 피크닉에 참가할 수 있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그리고 이메일 리스트를 통해 상세한 정보를 수시로 받아볼 수 있다. 

홈페이지: http://www.onedayhike.org/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OneDayHike

트위터 : http://twitter.com/#!/OneDayHike

그룹이메일: http://groups.yahoo.com/group/onedayhike/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5. 00:44


행사 자원봉사자가 도착하는 사람들을 그자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들을 정리하여 웹에 올렸다.  (참 고마우신 자원봉사자님들이다). 찬홍이는 손이 퉁퉁 부은채로 내게 기대 서 있는 형상이고, 오른쪽의 노신사는 시종일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여 서두르지도 뒤처지지도 않은채 혼자 온종일 걸었던 분이다.

이분은 길에서 내가 찬홍이를 기다리며 꾸물댄다거나, 풍경사진을 찍느라 속도가 떨어지고 한자리에서 머무를때, 그럴때 내게 말을 걸었다.  "나, 네가 나를 여러차례 지나치는 것을 봤어. 네가 장갑을 끼고 있어서 기억하지..."  

아마도 내가, 일단 몇 안되는 아시안 여자이니까 기억에 남을 테고, 손에 알록달록한 장갑을 끼고 있으니까 인상에 남았던 모양이다.  사람이 말을 붙일때는 대화를 나눠줘야 하는 것이 예의이므로 이 신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난해에 정년퇴임하신 분이었다.  이분의 직업상 근래에 내가 살고 있는 매클레인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어서, 내가 말하는 모든 곳을 정확히 손금 보듯 알고 계셨다. 아드님 한분은 카톨릭 '신부'가 되기 위한 과정을 카톨릭 대학에서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고, 내 친구가 매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는 세인트 조 성당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스치는 것이다.

이분은 지난 몇년간 자원 봉사자로 참가를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50 킬로미터 걷기에 도전했다.  길 중간에서 나와 이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면서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어..."하길래, "지금 이 페이스대로 가시면 일등은 못해도 꼴찌는 안하실거다. 우리 목적지에서 반드시 다시 만날거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해 드렸다. 

나는 그 후에도 써포트 스테이션에서 찬홍이를 기다리고 있을때 이 분을 다시 만났는데, "See you there!" 가 우리의 인사였다.  그런데 그는 찬홍이와 내가 '골고다 언덕'을 간신히 올라가서 회관 문을 밀어 젖히고 들어서려는데 바로 내 뒤에서 그 문을 잡아주었다. 그도 바로 그 때 도착한 것이었다. 

우리가 함께 들어서자, 자원봉사자는 우리가 한 가족인줄 알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신사의 부인 역시 자원봉사자로,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우리들의 '번호표'를 확인하고 '골인 시각'을 적고 있었다. 부부가 수년동안 자원봉사를 하다가 올해에는 남편이 걷기에 도전 한 것이다. 

이 신사는 "I was not sure of myself, but you were so motivational and enthusiastic.  I got energy from you..." 뭐 이러고 나를 칭찬해 주었다.  나는 아무리 속이 썩어도, '말' 만큼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을 사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요한복음의 서두처럼 -- 모든 것은 '말'로써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곧 시작이요 끝이기 때문에, 말이 신이기 때문에, 말을 가려서 사용하면 나와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될수 있다.  그런데 나의 쾌활한 몇 마디가 길가는 어느 나그네에게 정말로 기운을 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사진속의 신사를 보니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오른다.  찬홍이는 내 팔에 매달려있고, 신사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있고, 참, 셋중에 체격은 내가 제일 작아도 에너지는 내가 제일 넘쳤다. 물론 이 에너지는 내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나를 통해 더 큰 에너지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저 뒷쪽에 총 책임자, 대장 마이크가 보인다. 


Your water color picture is beautiful.  It was so nice to meet and talk to you and your son last Saturday.  I'm sure he has recovered nicely by now!  Thanks for helping to make my first 50K so special!!  Take care. . .



행사 관련 웹에, 나는 내가 그린 수채화 (밤길)를 한장 올렸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이 노신사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노신사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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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4. 11:14
저녁 먹고, 몸이 근질근질해서 (?)  찬삐와 왕땡이와 함께 조지타운에 걸으러 다녀왔다. 왕땡이가 꽤나 오랫만에 포토맥에 나왔는데 왕복 7마일 거리를 불평하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잘 다녔다. 아직 날이 더웁지 않아서 그런듯.  날이 더워지면 왕눈이는 힘들어 할 것이다.  아무튼 왕선생이 아직 건강하셔서 고마웠다.







 

 수로에 물이 가득찼다. 뱃놀이 하기 좋겠다.





조지타운 Dean & Deluca 에서 나는 아이스티를 한잔 마시고 찬홍이는 물을 한병 마셨다.  점원에게 '개 물먹일 컵 좀 하나 달라'고 하자, 나지막한 그릇에 물을 담아 주었다.  그냥 컵 하나 주면 물을 채워서 먹이려고 했는데, 일부러 개를 생각해서 낮은 그릇에 물을 담아주다니. 참 친절하기도 하여라.  친절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아주 어린 친구에게서 한가지를 배웠다.


찬홍이는 아직도 사타구니가 아프다고 했지만 그래도 기꺼이 걸으러 나갔다.  '다시는 걸으러 안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까 어둔밤 강변에서 캄캄한 어둠속을 걸었던 일이 꿈같이 기억되면서 그 매력이 자꾸만 환기가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걷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달리기나 걷기 같은 운동을 오래 하면 사타구니의 살이 쓸려서 아프다고 한다. 그것을 내가 여태 몰랐다. 찬홍이에게 운동에 적합한 속옷을 마련해줘야겠다.)  찬홍이는 50마일 걷기 한 날 4파운드가 줄었다며 좋아하는데, 사실 나는 그날 오히려 1파운드가 올라갔다. 사람들이 자꾸만 먹으라고 해서 먹다보니.... 아이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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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 23:00

원데이 하이크 이후에 우리가 생각하는 거리 기준:

7마일을 2시간에. 

뭐냐하면 두시간쯤 걸려서 7마일을 걸으면 Support Station 이 꼬박꼬박 나와주었기 때문에, 지금은 7마일은 걸어야 걷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가령, 내가 포토맥에 나가서 걸을때, 조지타운까지는 대략 단방향 3.5 마일 거리, 그리고 베데즈다 까지는 단방향 4마일 거리인데, 나는 대개 조지타운이나 베데즈다에 도착하면 뜨거운 커피라도 기념으로 사 마시는 '낭만'을 구가하고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3.5 마일이나 4마일은 '어쩐지' 애들 장난같이 여겨지고 그냥 한번에 7마일은 걸어줘야 '약간 걸었다'는 느낌이 들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7마일 갔다가 7마일 와줘야 그래도 제법 걸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서 지도 보면서, 포토맥 강변에서 내가 아직 두발로 걷지 않은 부분을 걷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일단 다가오는 주말에라도 Great Falls 메릴랜드주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거기서부터 Whites Ferry 까지 걸어갔다 오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날씨가 후텁지근하지 않다면 나 혼자서라도 한번 해 볼만한 거리이다.)

아, 온몸에 나무의 수액이 스며 드는듯, 나는 나가서 푸른 숲속길을 걷고 싶은 욕망으로 차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몸은 연구실에...이것이 현실. ㅎㅎ)


그러니까, 위의 지도가 C & O 포토맥 수로에서 Great Falls 부터 Whites Ferry 까지의 거리를 보여주는데, 23.7 마일이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Great Falls 입구 Angler's Inn 앞에 차를 세워놓고 Whites Ferry 까지 갔다가 다시 원위치로 오면 47.4 마일 거리이다. (거의 오십마일 거리이군).  이걸 혼자 하루에 한다는 것은 오십마일 행군을 아무런 도움 받지 않고 나혼자 배낭에 먹을것 마실것 다 챙겨 넣고 가는것과 마찬가지이다.  힘들것이다.  그러면 이것을 '두번'에 나눠서 해보면 어떨까. 일단 그레이트 폴스에서 시작해서 약 15마일 가서 돌아온다. 그 후에 그 점에서 다시 출발해서 진도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두번에 해결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토요일, 일요일에 나눠서 해보면 어떨까? 

강이 나를 부른다.  나는 포토맥강에 미쳐있다. 이것이 문제다.


***

그러니까, 내가 생각해보면, 사람은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뭔가 자신의 '기록'을 깨고 그 너머에 가보는거다. 그러면, 그 후에는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의 능력이 훨씬 큰데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은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하고,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나간다.  물론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뭔가 미지의 세계 (자신이 갖고 있는 미지의 능력)를 향해서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 할것이 아니다.  헤치고 자꾸만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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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 07:33

 

세번째 스테이션을 벗어나면서부터 찬홍이는 피곤하다며 나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자기는 자기 패이스대로 갈테니까 나는 맘놓고 그냥 먼저 가라는 것이다.  나는 앞장서서 가면서 가끔 뒤를 돌아봤는데 찬홍이가 멀리서 손짓을 하곤 했다. 나는 일부러 길 밖의 다른 곳도 둘러보면서 천천히 갔건만 찬홍이는 곧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내가 한참 가다가 뒤를 자꾸 돌아보니까, 내 뒤에서 걸어오다가 나를 질러 가던 남자가 내게 물었다.

남자: "너, 네 남자친구 기다리고 있는거니?"
나  : 남자친구?
남자: 머리에 헤드폰 쓴 그 남자친구 기다리는거 아니니?
나  : 응...머리에 헤드폰 쓴 애 기다리는거 맞는데, 그애는 내 남자친구가 아니라 내 아들이거등...
남자: 엇..그러니?  그 애는 음악 듣느라고 자꾸만 뒤처지더라. 근데 네 아들이라구?
나: 응.
남자: 그럼, 네 아들이면, 너 지금 무척 걱정되겠다
나 : 아니, 나중에 오겠지 뭐...

이러고 또 각자 길을 갔는데, 이 남자가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자원봉사자한테 길에 서서 "저기 오는 저 여자가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자원봉사자가 오더니 "너 아들 잃어버렸다며?" 하고 묻는다.  그러더니 그 사람들이 더욱 걱정스런 표정으로 "네 아들 번호가 뭐지?  우리가 찾아 볼까? 어디서 잃어버렸지?" 뭐 이러고 계속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니 걱정하지마, 있다가 나타날거야. 걔가 원래 좀 느려 He's kind of slow..and I am fast. That's the trouble." 뭐 이러고 태평하게 말했는데, 그 자원봉사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니 엄마인 내가 걱정도 안하는데 저이들이 왜 걱정이지?  내가 너무 태평한건가? 하지만, 찬홍이는 over 18 이라서 이미 주니어급에도 못낀다구. 걱정을 할걸 하셔야지.

자원 봉사자들은 그래도 내 곁을 안 떠났다. "넌 괜챦니? 너 물 필요해? "

이사람들 이러다가 "자식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먼저 가버린 악질 엄마"로 나를 관계기관에 신고하는거 아닌가 몰러...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여자가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 내 용모를 보고는 --> 내 아들이 한 열살쯤 되는 애라고 상상을 했는가보다. 찬홍이는 열아홉살이라구...하하하.


내가 마지막 스테이션에 도착하여 이제나 저제나 이놈을 기다리는데 정확히 40분 후에 이놈이 저기서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40분이면 내가 최소한 2마일을 걷고도 남을 시간인데 저놈이 이제야 꾸물거리고 나타나는거다.




그래가지고 그때부터 나의 도착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부터 찬홍이와 나의 고행이 시작되었다. 지금 이 사진 이후에는 더이상 풍경 사진이 없다. 내가 찬홍이를 '모시고' 어둠속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끝없어 보이는 '고행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퍼스 페리에 도착한 후에 볼리바 커뮤니티 센터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1마일의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평지도 아니고 언덕길 1마일. 찬홍이가 하퍼스 페리에 도착하여 다 왔다고 좋아하다가,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언덕길 1마일을 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투덜대며 성질을 냈다. 그 와중에도 "이런 길을 예수님은 십자가도 짊어지고 채찍을 맞으면서 올라가셨겠구나...기가막혀..." 하고 신세한탄을 했다.  근데 솔직히 나는 찬홍이가 그런 신세한탄을 할때, 나야말로 십자가 지고 골고다 언덕 오르는 예수님의 심정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도 피곤해 죽겠는데, 이 180 파운드짜리 웬수덩이 자식을 부축을 하면서, 그 신세한탄과 불평을 들어주고 달래주면서 언덕을 올라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구야.  애자식이 어찌나 아프다고 '지랄'을 하는지 내가 나 발아픈것은 내색도 못했네...에잇. 하하하. 아이고.  아무리 힘든들 온 인류의 죄를 십자가에 걸머지고 피흘리며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만 하랴마는.


그래서 한밤에 깽깽대며 언덕위의 그 장소에 이르자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치며 환영해주었다.  사진속에 입장하여 박수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왼편에 그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네 식구를 픽업하기 위해 직접 이곳으로 온 사람들일 것이다. 가족들이 픽업하러 온 사람들은 자기에 차를 타고 떠나고, 나같이 아무도 없는 사람은 셔틀을 이용해서 메트로 스테이션으로 가고 그랬다.

 



나도 180 파운드 덩어리 짊어지고 오느라 녹초가 되었지만, 그래도  워킹 마치고 기진맥진한 노인분들에게 음식도 날라다 드리고 그랬다. 그래서 "너는 내년에 100 킬로 걸어도 되겠다. 아직도 생생하고 활기가 넘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나로서는 180 파운드 덩어리를 내려 놓은 것만으로도 몸이 날아갈듯 가벼웠다.  :-)   그래도 내 자식이 가장 귀한 나의 십자가임을 내가 아노라.  아, 함께 걸었던 이름도 모르는 이 사람들이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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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2. 07:09

 

11ㅅ;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의 사진들. 

5마일을 걸은후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고 11시 30분쯤 출발하여 서쪽으로 걸었다. 대략 7마일을 두시간쯤에 걸으면 음식보급대가 나왔다.  중간 중간에 자원 봉사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물 줄까? 간식 필요하니?" 하면서 계속해서 우리들을 살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배려가 걷는 이들에게 굉장히 위안이 되었다.  설혹 혼자 이 걷기에 참가했대도 그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를 기억하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스템이 놀라웠다.)

사진속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 저 만치 깨알만하게 보이는 이들이 걷기 참가자들이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저 멀리 앞 뒤로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동료, 친구와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던 사람들도 점점 거리가 멀어져갔고, 그리고 말 수가 줄어들었다.  우리들은 말이 없어졌고, 서서히 자연과의 대화 모우드로 변해갔던 것이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는 동안 오른쪽에 수로, 왼편에 물이 놓게 찬 포토맥 강이 이어졌다. 나는 물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길가의 들꽃들도 그림속의 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온세상이 형광빛 초록 이었다.  마치 '이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나는 이 속을 걸으면서 축복이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내게 막 퍼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대자연으로부터 조건없는 사랑을 폭우처럼 받고 있다는 그런 완벽한 기쁨. 햇살도 바람도, 청랑한 공기도 모두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온종일 '원없이' 걷고 싶다는 내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런 완벽한 날씨 속에서.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 오래 전부터 준비 되어 온것 같다는 이 환상적인 느낌...








7마일 거리 후에 나타나는  Support Station 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다시 출발.





또다시 7마일 후의 Support Station
내가 샌드위치에 고기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그럼 치즈는 먹니?" 묻더니 치즈를 '두장'을 얹어주면서 나를 보고 생긋 웃던 자원 봉사자. 왼쪽에 치즈를 들고 있던 분이 저것을 올리더니 한장을 더 올려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다.  그러니까 이럴때, 나는 눈물이 나게 고맙다.

나는 어릴때부터 '고기'를 못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괄시'를 받으며 컸다. '고기도 못먹는 바보'가 나였다. 대놓고 야단을 쳤다기보다는 그냥 고기 못먹는 것이 자랑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 성가시게 하는 이상한 존재처럼 사람들은 바라봤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된 후에도 여러사람과 식당에 갔을때는 -- 설령 그 집에 보신탕집이나 추어탕, 삼겹살, 삼계탕 집이어도 절대 고기 안먹는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설렁설렁 밥과 김치 이런 것을 먹으면서 고기를 먹는척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미국에서 음식 사먹을때는 Vegetarian Food 가 있는지 묻고 당당하게 주문 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도 돈도 안 받고 자원봉사로 우리들을 보살펴주는 이런 분들이, 내가 고기 안먹는다고 하자 "그럼 치즈 두장 얹어줄까?" 하고 진심으로 나를 보살펴주는 태도에는 그만 감격하고 만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땐 이런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찬홍이도 곧잘 내 보조대로 따라와 주었다.  여기서부터 다음 스테이션까지 가는 동안 찬홍이는 나보다 한참 뒤쳐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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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5. 2. 06:29

 

2011년 4월 30일 토요일


아침 8:40.  Shady Grove Metro Station 에 차를 주차시키고 Emily 를 만나서 그이의 차에 올랐다. 에밀리의 남편 Erick 이 운전을 해 주었다. 차에는 에밀리, 데이비스, 나, 그리고 찬홍이가 승차했다. (우리 넷은 워킹에 참가하고, 에밀리의 남편 에릭은 운전해주고 집에가서 친구하고 온종일 논다고 한다. 왜 워킹을 안하냐고 했더니 "난 1년 내내 걷는것 합산하면 30마일쯤 나올것" 이라며 웃었다.  에릭은 흑인 에밀리는 백인 여성 부부였다. 둘이 정다워보였다.)

광장 구석에서 등록자들은 각자의 번호판을 받아서 옷에 달았다.  이 번호는 중간 지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개인별 통과 기록을 적을때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찬홍이는 438 번, 나는 411번이었다.

출발전에 Whites Ferry 광장에서 Mike Darzi (왼쪽 모자쓴 남자)가 몇가지 안전 수칙과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틈틈이 물과 소금기 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 지치지 않게 행동하라는 것. 건강에 무리가 생기면 즉시 중단하라는 것등.



오전 10시. 계획대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전체 거리를 채우기 위하여 이 지점에서 동쪽 (워싱턴 방향)으로 일단 2.5마일 걸어간 후에 다시 그 지점에서 반환하여 온다. 그러면 5마일이 채워진다. 그 후에 본래 목적지인 Harpers Ferry 방향으로 25마일을 걸어간다. (그러니까 100 킬로를 워싱턴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 온 선수들은 여기서 다시 자신이 왔던 2.5마일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와야한다. 목표 거리를 채우기 위해서이다.) 물론 모든 출발점과 통과점은 자원봉사자들이 길목에서 번호를 대조하면서 기록을 한다.  중간에 탈락하는 사람도 이들에게 보고를 하고 이탈해야 한다. 중간에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처럼 50 킬로에 참가한 사람은 250명으로 집계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우르르 몰려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탈자가 생기고 간격이 벌어지면서 한적하게 드문드문 걷는 모양새로 바뀌었고, 밤이 되었을때는 오직 멀리서 보이는 손전등의 불빛만이 사람의 흔적을 알려주었다. 





 




오전. 씩씩하게 걷고 있는 찬홍이




그래서 2.5마일 반환점을 찍고 다시 돌아와 5마일을 마친 지점에서 처음으로 간식을 먹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즉석에서 만들어준 샌드위치. 나는 고기 빼고 야채로만 만든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이 샌드위치가 내 생애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로 기억될 것이다. 5마일 아침 공기속에 즐겁게 걷고 나서 한입 베어먹은 야채 샌드위치의 그 신선한 맛.





Support Station 의 음식물 테이블에 마련된 간식들. 저쪽에 있는 분들은 샌드위치를 정성껏 만들어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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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5. 1. 22:09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챙긴 물품들.
완두콩밥 지어놓은 것에다 후리가케와 김을 부셔 넣고 주먹밥도 만들었다. 찬홍이와 내 가방에 골고루 분산시켜서 넣을것들.
물, 주먹밥, 트레일 넛 봉지, 영양바, 귤 이런것들은 반반씩 각자 가방에 책겨 넣을 것들이고,
찬홍이 발에 물집 방지 블리스터 밴드 붙여주고
어제 스프레이 썬스크린도 샀으니까 찬홍이 팔 다리에 뿌려주고, 얼굴에 발라주고 내 가방에 갖고 다니다가 수시로 뿌리고 바르고 그래야지.
모자는 차에 있으니까 됐고.
옷은 최대한 가볍게, 반바지, 반팔. 그렇게만 입고 가겠다.  목에는 목도리 두르고, 장갑 끼고.

30마일이니까 평균 시간당 3마일 (5킬로미터) 잡으면 열시간.  처음엔 시간당 4마일을 걷겠지만, 나중에 느려질것이다.  중간에 물이나 음식 보충하는데가 있다니까  물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전에 참가했던 사람이 '중간에 과일이 먹고 싶더라'고 썼길래 '이사람도 나처럼 과일 중독자구나' 생각하고 귤을 좀 챙겼다. 나도 과일 없으면 현기증 난다.

Flash light 는 소형 12달러주고 LL Beans 에서 샀는데, 평소에도 여름 밤에 포토맥 걷고 올때, 어둠 속에서 산길 오르기가 힘들었었다.  핸드폰을 켜가지고 그걸 의지해서 산길을 올랐었는데, 이번기회에 장만해서 기쁘다.

새벽 세시에 걷기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 열심히 새벽공기를 가르며 가고 있을것이다. 나도 내년에는 그 팀에 합류해야지.

나는 아침 여덟시반에 락빌의 Shady Grove 메트로 역에 차를 세워놓고, 에밀리를 만나서 그이의 차를 얻어타고 Whites Ferry 까지 간다. 거기서부터 오전 10시부터  30마일 행군하면 Harpers Ferry 에 도착한다. 아마 오후 8시쯤 될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환영'을 받은 후에,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Shady Grove 메트로 역으로 돌아온다.  거기서 내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온다. 아마도 집에는 대략 자정 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굴도 모르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인 나에게 라이드를 제공하거나 나의 교통편을 신경써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걷는 일도 유쾌할 것이고, 그렇게 우리들이 서로 협력하여 뭔가 함께 이뤄 내는 경험도 뿌듯할 것이다. 끝까지 (끝은 없지만) 걸어보는 경험은 나를 더 멀리 더 멀리 가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태까지의 통계로는 이번 걷기에서 50마일 신청자는 250여명 되고, 100마일 신청자는 100 여명이라고 한다. 350명이 제한 인원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일정 거리에서 음료수와 간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

꼴랑 (우리 형부가 쓰는 부산 사투리--'겨우'라는 뜻) 요런것을 준비 해 놓고는 마음만은 'A Walk into the Woods' 의 Bill Bryson 부럽지 않다. 심지어 현재 빌 브라이슨을 조소하는 중이다. 하하하. (하룻강아지가 범을 능멸하는도다 하하하)  그 책 읽으면서 빌 브라이슨 아저씨를 엄청시리 부러워했는데, 아무튼 나도 떠난다 이거쥐~ 

빌 브라이슨이 그의 '괴상한 친구'와 떠난 여행만큼이나, 우리 귀냄이 느리동댕 거북이 찬홍이녀석하고 걷는것도 만만치 않을걸. 아이구야 벌써 한숨 나온다.

짐을 챙기면서 새삼 한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  내가 박선생하고 포토맥이나 숲으로 걸으러가면 박선생이 항상 가방을 내가 짊어지게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입고 있던 잠바가 무겁다고 벗어서 내 가방에 꾸역꾸역 넣어주고는 자기는 가뿐하게 걸으면서도 힘들다고 뭐라뭐라 늑장을 부렸다.  세상에 남자하고 여자하고 산길을 가는데, 여자가 가방 짊어지고, 그 가방에 남자 짐까지 우겨 넣고 가는 팀이 몇팀이나 되겠는가.  내가 그 시집살이(!)까지 다 하고 산 사람이다.

내가 포실하니 공주노름 하면서 무거운 가방은 남자등에 매달고 평소에 다녔다면, 이렇게 가방을 싸지는 못하리라. 평소에 나를 단련을 시켜 주신 그 은혜가 하해와 같다. 오오 박선생의 은혜는 높고도 높아서 내가 이루 다 웬수를 값을길이 없노매라. 위 덩셔둥셩

  ***

결과: 짐싸기 평가

Support Station 에서 샌드위치, 스넥, 오렌지, 포도, 물, 각종 스포츠 음료수를 잔뜩 준비 해 놓고 실컷 먹이고, 싸가도록 유도하였다.  그러므로 위의 가방에서 '음식,스넥, 물'은 다 빼도 되겠다. 만약을 위해서 '물병 한개'와 간단한 트레일 믹스나 약간 준비하면 된다.

썬 스크린 크림도 의료팀이 제공하고 있었다. 그냥 작은것 하나 챙기면 되겠다.  물집은, 평소에 나처럼 걷는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냥 최대한 가벼운 복장 (반팔, 반바지)에 모자, 목도리, 장갑 착용하고 물 한병, 트레일 믹스 한줌, 현금 약간, 카드, 운동화 평소에 신던 아주 편한것 이렇게 준비하면 되겠다.  (전화, 카메라, 손전등)

양말은 특별히 마련한 스포츠 양말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내가 평소에 산책 나갈때 신는 것은 남대문 시장에서 만원에 열한켤레 살수 있는 제일 싼 나이롱 양말인데, 그런것 신다가 두둑한 스포츠 양말 산으니까 정말 푹신하고 좋더라. 신발은 평소에 신던 뉴 밸런스 운동화 였는데, 폼은 안나도 정말 발이 편했다. (합격).  내가 눈여겨 보니 100 킬로 행진한 사람, 발 빠른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운동화 (내것같은)들을 신고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고,  등산화에 하이킹 복장 갖추고 형식 갖춘 분들이 오히려 속도가 느렸다.  아무래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길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간단히 대비를 하고, 길을 잘 모르는사람들은 심각하게 대비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가지, 사고 싶은것. Dirty Girl's Gaiters 라는 것이 있다. 운동화 위에 커버를 씌워주는 것 같은 물건인데. 얇은 스판덱스로 만들어진 그 커버를 착용하면 길 걸을때 작은 돌멩이가 운동화 안으로 튕겨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사람들이 그것을 많이 착용했다. 그것은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착용하고 다녀야지. 평소에도 운동화에 돌멩이 튕겨 들어가서 걷다가 서서 돌멩이 털어내곤 한다.

 http://www.dirtygirlgai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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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1. 14:58


찬삐하고 나하고 50 킬로미터 (30 마일) 포토맥 강변 걷기를 무사히 마쳤다. 찬홍이는 출발점으로부터 20 마일이 지난 후부터는 속도가 급속히 저하되기 시작했고, 23마일 지점부터는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거북이' 행진을 해야 했다.  마지막 5마일은 신음을 하면서 걸었다.

나로서는, 그냥 내 평소 성격대로 가면, 크게 피로를 느끼지 않고 휘적휘적 갈만한 상황이었는데, 신음하는 찬홍이를 '부축'하면서 아주 힘들고 오랜 오마일을 걸어야만 했다.  찬홍이가 내 패이스대로 걸어주었다면 오후 7시에는 행진을 끝냈으리라. 하지만 간신히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거의 13 시간동안을 길에서 걸으면서 보냈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50 킬로미터 (30마일)을 걸어냈다는 것이 속도를 내는 일보다 훨씬 값진 일이므로 기쁘게 생각한다.  찬홍이도 20마일까지는 그럭저럭 내 속도를 맞춰 주었다. 그것만해도 신통하다.

나는 22마일이 걷기 최고 기록인데, 이번에 내 기록을 깨고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 기분이다. 마라톤에 비한다면 '거북이' 걸음이지만, 나는 내 체력이나 체력 조건을 잘 알고 있고, 나는 마라톤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 신체상태와 건강에 만족한다.  야금 야금 연습해 나가면 100 킬로미터 행진도 가능해 보인다.

30마일 걷는동안 7마일마다 설치 되어 있는 Support Station 에서 음료수나 음식 과일을 풍족히 먹을수 있었다. 사진은 마지막 세번째 Support Station.  찬홍이하고 나하고 둘이서 나란히 찍은 사진이 없어서 자원봉사자 아저씨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목적지인 하퍼스 페리의 커뮤니티 센터 (강당)에 도착. 준비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기념 셔츠를 큰것, 작은것 두장을 샀다.  도착지에서만 살수 있는 셔츠. (물론 언라인 주문도 가능하지만, 나는 반드시 도착해서 기념으로 사겠다고 결심하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행사를 감독하고 이끌어준 Mike Darzi. 



하퍼스 페리에 다다를즈음의 밤의 강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밤에 숲속길을 걸으며 세차게 흐르는 강물소리, 그리고 밤의 신비를 간직한 새소리에 취하는 것 같았다.  찬홍이에게는 몹시 고통스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찬홍이의 발목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우리집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일도 태산을 오르는것처럼 힘겹게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서는 세상 모르고 자고있다.

내가 교통 문제로 '신세한탄'을 여러차례 그룹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서 하고, 그래서 해결을 봤는데, 편지 보낼때마다 Mom and Son 으로 일관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찬홍이와 나를 발견할때마다, "Are you the mom and son?" 하고 물었다. 내가 무사히 나타나고 목적지까지 다다랐다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무척 기뻐해주었다.  내가 좀 유난스러웠던 모양이다.  "You were the most enthusiastic person in this program this year"라고 행사 요원이 말했다.  (내가 좀 시끄럽지...)

아무튼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분들이 대개 나를 기억하고 알아봐주어서, 우리들은 정말로 어느새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찬홍이녀석이 끝까지 해 내줘서 참 대견스럽고 기쁘다. 고통을 참으로 밤의 강변을 끝도 없이 걸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될 것이다.

***

아, 하퍼스 페리 풍경은 도착시각이 깜깜한 밤이라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찬홍이가 지쳐 쓰러질것 같던 무렵, 내가 "여기 전에 아빠하고 와 본적 있어. 그때는 차를 타고 왔지만, 이 부근은 아빠하고 걸었었어. 이 산모롱이만 돌면 다리가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끝이야!" 하고 알려주자 찬홍이는 다시 힘을 냈다.   마치도 찬홍이와 캄캄한 밤에 걸을 것에 대비하여 그 전에 와봤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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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4. 30. 02:14

예정대로, 금요일 아침 워킹을 했다. 나의 사랑하는 학생과 함께.
내가 내일 장거리 워킹을 가기 때문에 잘 먹여 보내야 한다고 오늘은 내 학생이 나를 밥을 사 주어서 포식을 했다.
조지타운 천주교당에 가봤는데 문이 잠겨 있으서 못 들어가고, 정원에 앉아있다가 나왔다. (예배당 문은 왜 잠겨있는 것일까?  갸우뚱.)  우리동네 예배당은 밤에도 그냥 열려있는데...


 


Old Stone House 에 핀 작약.  꿈결같이 황홀한 꽃 빛 이었다. 꿈인듯, 취한듯 그렇게 꽃잎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올드 스톤 하우스 정원의 이른 아침. 날씨가 청명하고 하늘이 높고 공기가 차서, 마치 9월의 아침 같았다.





모란. 김영랑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 학생을 꼬드겨 가지고 조지타운 컵케이크 가게에서 잠시 줄을 서서 기다려서 각자 컵케이크 하나씩 사 먹었다. 그냥 이렇게 사소한 것에 대하여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재미'도 인생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삶의 여유 같은것.

 




내가 두개 골라가지고, "뭐 먹을래?" 물었더니 내 학생이 분홍꽃이 올라간 체리 컵케이크를 골랐다. 내가 먹은 것은 레드 벨벳.



테이블에 생화가 가득 꽂혀 있어서 컵케이크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아, 걸은것보다 먹은것이 더 칼로리가 높을 것이다.  어쨌거나, 내일 온종일 꼬박 걸어야 하므로 칼로리 비축이 필요하다. (언제나 먹을 핑계는 있는법.) 이제 청소나 하고, 온집안을 반짝반짝하게 치워 놓고 내일 아침 일찍 걸으러 나가면 된다. 저녁에는 찬홍이를 데리고 앉아서 불고기를 구워서 먹고 자야지. (전투 태세.)  내일이 결전의 날이다!

다음주 금요일에는 비가 오면 포토맥을 걸을것이고 (우덜은 전천후 워커들이다), 비가 안 온다면 다른 곳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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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4. 28. 05:46

지난주, 스프링 브레이크 기간에 내 대학원생과 금요일 아침 일곱시 반에 만나서 한바퀴 걸은 적이 있다.  내가 어제 수업중에 "나처럼 날씬해지고 싶으면 금요일 이른 아침에 나오셔" 하고 농담을 했더니, 내 학생이 또 만나서 걷자고 한다. 그 학생이 전체 메일로 다른 학생들에게 접선 장소와 시각을 고지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누가 오건, 몇명이 오건, 우덜은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장소에 집합해서, 지각이나 결석생 무시하고 그냥 그자리에 정각에 모인 사람들끼리 계획대로 출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어..어..비가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내가 갈지 안갈지 나중에 알려줄게..." 내가 꽁지를 사리자, 내 대학원생이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갈궜다.  비가 와도 걸을수 있으니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깨갱.

청출어람이야...확실해.

그 학생이 있는한 나는 아마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금요일 아침 일곱시 반에 포토맥에 나가야만 할거다. 그리고는 허벌나게 헥헥대며 걸어야 할거다. 내 제자가, 나보다 근력이 더 좋고 민첩해서, 나보다 훨씬 잘 걷는다.  심지어 우리는 농담삼아서 이런 얘기도 했었다. "우린 달리기 안해. 이런 평지는 시시해서 안달려. 산악 마라톤이라면 모를까. 시시해서 평지에서는 걷는거야."


실제로 그날, 우리는 언덕을 '약간' 달렸었다. :-)   우린 산악 마라톤 아니면 안해!  (이것이 우리가 달리기를 안하는 공식적인 이유이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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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4. 27. 21:07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89686

높이뛰기 선수권대회에서 수년간 금메달을 받은 황제 벼룩을 유리 항아리 안에 가둔다. 이 벼룩의 최고 높이뛰기 기록은 70센티미터이고, 유리항아리의 높이는 50센티미터이다. 이 항아리에 뚜껑을 덮는다. 벼룩은 유리 항아리에서 나가기 위해 연신 점프를 하지만, 번번이 머리를 뚜껑에 부딪치고 만다. 시간이 흐른다. 유리항아리에서 뚜껑을 치운다. 벼룩은 이제 자유롭게 항아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벼룩은 유리항아리에서 나가지 못한다. 벼룩은 이제 더 이상 점프 하지 않는다.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커다란 수조에 이 물고기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수조의 가운데에 유리벽을 세운다. 유리 벽 건너편에는 맛있는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다가갈 때 마다 유리벽이 번번이 그의 앞길을 가로 막는다. 시간이 흐른다. 유리벽을 수조에서 꺼내낸다. 하지만 큰 물고기는 꿈쩍도 않는다. 큰 물고기는 굶어 죽고 만다. 

개를 실험실에 가둔다. 그 실험실 바닥에는 전류가 흐르는 실선이 설치되어 있다. 실험실의 한쪽 벽은 개가 뛰어 넘을 수 있는 높이이다. 개를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 놓는다. 전류를 흘릴 때마다 개는 괴로워서 낑낑대며 담을 넘어 가려고 한다. 하지만 묶여있는 개는 담을 넘을 수가 없다. 개는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 시간이 흐른다. 묶어 놓은 개 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전류를 흘려보낸다. 이제 개는 담을 넘어 도망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개는 담을 넘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그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무기력하게 견딜 뿐이다. 

여기 소개된 벼룩, 물고기, 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가 몇 차례의 시련을 거치면서 의기소침해지고, 스스로 무능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장애가 사라진 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학자들은 ‘학습된 무기력증(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해석한다. 사실 위에 소개된 벼룩이나 물고기, 개가 신체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신체는 멀쩡했다. 그들이 다친 것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것이 위에 소개된 동물들에 한정된 현상일까.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은 무기력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자기 파멸 행동까지 하게 된다.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죽이는 것은 천재지변이나 피하기 힘든 사고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아주 작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들이 우리를 서서히 병들게 하고 죽이기도 하고 그런다. 

얼마 전, 대학 입학에서 쓴 잔을 마시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서, 자신이 희망하던 대학으로 편입을 했던 내 큰 아들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아들이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갔는데, 일단 ‘카투사’라는 부대에 들어가려 했다가 ‘추첨제’에서 낙방을 하고 말았다. 통역병을 해보겠다고 시험을 쳤는데 준비가 안 되어 역시 미역국. 그래서 일반병으로 곧 입대하게 된다. 통역병 시험에 낙방을 한 날, 녀석이 울면서 서울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난 왜 하는 일마다 번번이 안 되는 거죠? 난 뭐든지 시원하게 되는 것이 없어. 엉엉” 

전화를 받는 엄마의 마음도 한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벼룩과 물고기와 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네가 받았던 상들, 네가 잘 해냈던 시험들, 너의 영광스런 순간들을 기억해라. 너는 현재 아주 잘 해내고 있고, 시련은 너를 큰 사람으로 키워줄 것이니 안심하고 지금 이 순간을 견뎌라.” 니체가 남긴 말이라고 하던가, “죽지 않으면 강해질 것이다(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전화통을 붙잡고 울던 아들은 주중에는 회사에 나가 인턴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막노동 현장에 가서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입대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자 친구들과 일 할 때 삶의 희열을 느낀다는 참 건강한 청년. 나의 아들. 나는 녀석이 자랑스럽다.


2011,4,27  이은미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7. 11:16




어제 셔틀버스를 신청했는데, 오늘 코디네이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원이 다 차서 '너희들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바란다는 매우 친절한 이메일이었다. 

셔틀버스 없으면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우리집에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고...누군가 나를 위해서 운전을 해 줄 사람이 없다.

본래 계획은 디씨 시내의 메트로 역에 차를 주차시키고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이동한다. 30마일 (50 킬로)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 차가 있는 메트로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셔틀버스가 없으면, 내가 그 야심한 밤에 웨스트버지니아의 산골짜기에서 디씨 시내의 내 차까지 무슨 수로 온다는 말인가?

집에와서 저녁 여섯시에 이메일을 열어 본 나는 순간 '패닉'에 빠졌다.

부랴부랴 메일링 리스트에 이메일을 올렸다. "나 라이드가 없어서 이 계획이 무산될것 같아. 누군가 도와주시길~"

이메일 올린지 10분도 안되어서 두 사람이 개인 메일로 답을 해 왔다. 너를 '출발점'까지는 태워다 줄수 있어.  이 말은, 디씨 메트로역에서 출발지점 까지는 태워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30마일 걸어올라가서 다시 돌아올때는 어떻게 해?)

내게 친절한 응답을 한 분들중에 한분은 아메리칸 대학의 교수. 내가 허구헌날 나가는 포토맥 애비뉴 근처에 사는 분이었다.  그 역시 나처럼 허구헌날 포토맥 강변을 서성이는 일당이었다.  내 차를 자기 집 앞에 세우고 함께 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또 한분은 정확히 메트로 역에서 나를 픽업하겠다고 했다.  나는 메트로역에서 픽업 하는 분의 차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내 차를 메트로 역에다 놓아두는 편이 편리하기 때문에. .., 나중에 밤에 돌아오는 차편을 얻어 탈때 메트로역으로 올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일단 출발점에 가는 차편을 구해놓고,

돌아오는 차편을 어떻게 구할것인가 골몰했다.

셔틀버스 코디네이터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중간에 탈락자도 생기고, 올때는 다른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던데, 돌아오는 셔틀버스에는 내가 탈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좀 한번 고려해보면 어떨까? "  

한편으로는 그룹 메일링 리스트에 다시한번 메일을 올렸다: "내가 귀환 버스를 못구해서 장거리 워킹을 포기한다고 하면, 아마 한국에 있는 내 가족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을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겨우 30 마일 거리의 차편을 못구하는 일 따위는 절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떤 면에서 참 이상한 곳이다. 30마일 걷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대중교통 수단을 구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이 자동차 공화국에서 나는 내 차를 갖고도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걷기 문제가 아니라 차편이 없어서 걷기를 포기한다면 이거야 말로 블랙코메디이다.  모두가 나를 '핑계쟁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신세한탄을 공개적으로 하고 홧김에 수박을 때려 먹고, 분이 안풀려서 파인애플을 통째로 우적우적 먹은 후에 배를 두드리며 컴퓨터 앞에 앉으니  셔틀 코디네이터에게서 이메일 답이 왔다.  "너를 귀환하는 버스 승객 명단에 올려 놓을게, 차비를 현금으로 준비해 갖고 와라."

아, 그래서 약 네시간 만에 셔틀버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발생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친구도 생기고, 친절한 영혼들도 만나게 되어서 한편 보람도 있다. ) 아, 피곤해...


천하무적 혁필선생.

(아 수박이나 마저 때려먹고 잠이나 ~ 드르렁 드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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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6. 02:58



http://onedayhike.org/  홈페이지및 관련 웹페이지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내게 필요한 준비물들을 정리해 보았다.  (누군가 올린 정보중에서 취사선택 한 것.)

여태까지의 진행상황은

  1. 1인당 45달러의 등록비를 냈다 (찬홍이와 나 = 45 곱하기 2 = 90 달러)
  2. 출발지점까지 모여서 가야 하고, 돌아와야 하므로 셔틀버스를 신청했다 (찬홍이와 나 = 20 x 2 = 40 달러)
  3. 응급 의료 동의서를 작성하여 보냈다.
  4. 기초 지도 (언라인에 제공된것)를 프린트하여 살펴 보았다 (도착지점은 내가 가본적이 있는곳이다.)  http://americanart.tistory.com/176  하퍼스 페리에 갔을때, "여기가 우리가 매일 걷는 그 길의 연장선이다..." 하고 그곳의 수로변을 걸으며 포토맥과 수로가 이어지는 구역을 살펴 본 적이 있다.  마침내, 내 두발로 걸어서 거기까지 가게된다. 

새로 장만해야 할 것은 없고, 집에 있는 용품들을 찬홍이와 내가 각자의 백팩에 잘 챙기면 된다. 물이나 작은것 두병씩 갖고 다니다가 중간에 채우면 될 것 같다. 소금기 있는 아몬드와 땅콩, 바나나, 귤 그런것 챙겨야지.



2009년 가을 단풍이 질때 가봤던 곳. 저 다리 건너편에서 다리를 건너 이편으로 오면 종착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내 희망은 밤이 오기전에 이 다리에 도착한다는 것인데...시속 3마일로 걸으면 오후 8시에 도착하게 된다. 아마 나중에는 지쳐서 더 느리게 걷게 될 것이다.  오후 10시에나 도착하려나... (대략 9시에는 도착 할것을 예상하는데.)




바로 이 지점이 하퍼스 페리에서 포토맥과 셰난도어강이 만나는 곳이었고, 그 곁으로 수로가 이어졌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4. 25. 10:30


날이 온종일 화창하더니 밤이 되자 소리도 없는 마른 번개가 하늘에서 번쩍번쩍 한다.  왕눈이는 천둥치는 소리나 번개를 무서워 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면 왕눈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표시하며 어두운 옷장 안으로 숨는다거나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한다.

오늘은 내가 책상에 붙어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내 무릎 위로 뛰어 올라와서 벌벌 떨고 있어서, 내가 일에 방해를 받았다. 살살 달래서 내려 놓았더니, (저도 미안한지 무릎에는 못 올라오고) 내 발치에 와서 벌벌 떨며 엎드려 있다.  그래서 책상 밑, 내 발치에 왕눈이 개방석을 갖다 놓아주었다. 내 오른발로 살살 쓰다듬어 주니 내 발에 의지해서 잠을 청하려는듯 눈을 감고 엎드려 있다.  창밖에는 소리도 없는 마른 번개가 번쩍 번쩍.

왕눈이가 내 발을 감싸안고 있어서 내 발이 무지무지 따뜻하다.  내 발이라도 붙잡고 있으면 안심이 되는 원리는 무엇일까? 아무튼 연결이 되어야 안심이 된다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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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5. 02:07


신약 요한복음 5장에, 예수님이 Bethesda 연못에서 38년간 앉은뱅이로 살아온 사나이를 '일어나 네 돗자리를 걷어 들고 가라' 한마디로 일으켜 세운 일화가 소개된다. 그 Bethesda 라는 지명이 그대로 이 Bethesda 라는 메릴랜드의 작은 도시로 이어졌다.  부활절이니만큼, 그 이적을 사색하며 베데즈다 행~ 

왕벚꽃 나무도 꽃잎이 하르르 지기 시작했다. 나무 밑에 꽃잎이 덮여있어, 길이 분홍색이 되었다.



베데즈다 반즈앤노블 책방 앞의 벤치.

I am young and filled with glee.
I have ideas, but nobody will listen
I am small, but that doesn't mean you should ignore me

나는 어리고 기쁨으로 가득차 있어요
내게는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아무도 내 생각을 들으려하지 않아요
내가 작다고 해서 나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요.







 실수를 절대 저지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테디 루즈벨트.

 

 


켄우드의 왕벚꽃나무




베데즈다 시내에서 열리는 일요 장터

장터에 나와있는 아네모네, 양귀비.




베데즈다의 Le Pain Quotidien 카페.  날씨가 좋아서 길거리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오전 8시 30분.)


찬옹이의 아이포드 3 라는 물건.


미국에서 이런 고풍스런 길거리 카페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베데즈다 시가지를 둘러보니, 이 동네가 제법 예쁘장한 길거리 카페가 많이 있다. 얼핏 뉴욕의 Little Italy 를 방불케하는 카페 거리.



온 인류가 새생명을 얻었다는 기쁜 부활절 아침이니 만큼, 잘 먹어줘야 ... 남는거다. :-)
사실 스프링 브레이크라서 학생들이 나이아가라다 뉴욕이다 여행들을 떠나고 그랬는데, 찬홍이하고 나는 일주일 내내 그냥 집에서 이렇게 산책을 다니며 보낸 셈이다. 스프링브레이크의 마지막 날.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법 '화려한 아침 식사'를 했다.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아, 이제 다 놀았다.  슬슬 미루고 있던 프로포절들도 써서 내야 하고... 원없이 놀았으니, 원없이 일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 한번 천국처럼 화창하구나.  축복의 아침 산책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거적데기를 걷어서 등에 지고, 베데즈다의 연못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스프링 브레이크 기간동안, 찬홍이 10 파운드, 나는 3파운드 감량. ㅋㅋㅋ)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4. 03:14


어제 내가 산책을 마친 직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온종일, 온 밤새 비가 왔다. 아침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둥 마는둥 해서, 그냥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내가 강변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다.

비에 푹 젖은 4월의 포토맥 강변 숲은, 눈부신 형광색 초록이었다. 형광초록색.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흐린 날, 사실은 달리기나 걷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의외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제는 멀쩡했던 나무가, 오늘 아침에 쓰러진채 길을 막고 있었다.  Fletcher's Cove 입구에 쓰러져있는 고목.  조지타운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벌써 누군가가 나무를 도막내어 치워놓았다.  미국의 국립공원 관리팀의 기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짜 숲처럼 보이는 형광색 푸르름.




물먹어 검정색으로 보이는 나무 줄기와 등나무 꽃. 

 



잔뜩 찌푸린 하늘. 비가 오다 말다 오다 말다...  (이런날이 걷기에 최고 좋은 날.)

 




멀리 조지타운의 시계탑이 오전 아홉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찬홍이는 엄마를 '여자 전사'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여자 글레이에이터처럼 찍어 놓은 사진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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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4. 22. 17:52


[길따라 사색하는 이은미의 자연여행]

철쭉 '花들짝'…국립 수목원 트레일 유혹


철쭉동산
철쭉동산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이한 아들과 국립 수목원(US National Arboretum)에 가서 6시간 동안 8마일 거리를 걸으며 봄 꽃 잔치를 보았다. 늦게 피는 벚꽃이며 박태기나무 꽃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나무들이 흥에 겨워 희고 붉은 꽃을 피워대고 있었고, 철쭉 군락지에서는 각종 철쭉들의 꽃 봉우리들이 가득했다. 철쭉은 금주 말 그리고 다음주가 절정이겠다. 분재 전시장 주변의 화단에서는 모란꽃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모란의 개화는 다음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국립 수목원을 둘러보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트램: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트램을 타고 약 40분간 방송되는 안내를 받으며 편히 앉아 수목원의 전체 얼개를 살펴 볼 수 있다. (탑승료 성인 4달러).

2. 승용차: 수목원 지도를 보면서 중요 지점으로 직접 운전해 정해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 정원을 둘러보고 또다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주요 지점을 살펴볼 수 있다. 경내에서 자동차는 시속 20마일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의사당 기둥 언덕
의사당 기둥 언덕
행정관 연못의 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
행정관 연못의 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
박태기 꽃과 벚꽃 동산
박태기 꽃과 벚꽃 동산
3. 걷기: 수목원 지도를 들고 걸으면서 각기 다른 주제의 숲과 정원들을 살펴본다. 이 경우 천천히 구경하면서 이동 하다 보면 5~6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다. 이곳의 주요 지점들을 모두 걸어서 통과할 경우 대략 8마일을 걷게 된다. 어디에 가나 다리 쉼 할 수 있는 벤치들이 마련되어 있어 그다지 피로를 느끼지는 않는다.

물론 위의 세 가지 방법 중에서 형편에 맞게 응용하여 소풍 계획을 짜도 좋을 것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 이곳을 방문할 때 챙겨야 할 것들로는, 그늘이 없는 구역들이 있으므로 챙 넓은 모자와 선글래스, 썬 블록 크림, 배낭에 물과 간식을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또한 반드시 경내 지도를 가지고 다닐 것을 권한다. 그래야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수목원 안내 지도는 수목원 기념품 상점 옆에 있는 화장실 입구에 비치되어 있다. 음료수 자판기는 화장실 건물 안쪽에 있다. 그 외에 음식물을 사 먹을 장소가 없으므로 간식이나 도시락을 챙겨야 시장기를 면할 수 있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3년 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고, 가까운 정원을 둘러보다가 돌아왔는데, 당시에는 이곳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직접 두 발로 걸어서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이제야 나는 국립 수목원의 진면목에 다가서는 느낌을 받았다.

각종 정원에 가니 발끝에 밟히는 아주 작은 식물들에 이르기까지 이름표를 세워 놓았다. 평소에 혼자 숲 속을 다니면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풀꽃들의 이름을 알 수 없었는데, 궁금해 하던 많은 이름들을 오늘 만나게 되었다. 그 뿐인가, 지도에도 표시 안 된 샘물들이 졸졸 흘렀으며, 숲 속 오솔길들이 이어졌다. 밋밋한 듯, 심심한 도로를 걷는 일도 ‘이 다음에 무엇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감으로 지루하지 않았다. 만약에 이 길들을 트램이나 자동차로 지나치고 말았더라면 나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이곳이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떴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외국인으로, 이민자로, 이민자의 후예로 살아간다. 아무데나 정들면 고향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사는 곳에 정을 붙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곳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새, 동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두발로 걸어 다니며 상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아닐까? 그런 믿음으로 나는 이 땅에서 자라나는 풀들을 들여다보곤 한다.

참고로, 내가 여섯 시간 동안 천천히 돌아본 정원들은 분재 박물관을 시작으로 허브 정원, 의사당 기둥 언덕, 양치류 계곡, 어린이 수목원, 아시아 정원과 한국 언덕, 아나코스티아 강변, 도그우드 숲, 목련 언덕, 회양목 언덕, 벚꽃 동산, 진달래 동산 등이다. 방향을 잘못 잡아서 왔던 길을 또다시 가기도 했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국립 수목원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했다. 아시아가든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한국의 언덕’이라는 장소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도대체 어떤 식물이 한국을 상징할 만한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이름만 ‘한국의 언덕’일 뿐 그것은 그냥 버려진 언덕일 뿐이었다. 뭔가 한국 측의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 동산에 무궁화를 심으면 어떨까? 무궁화는 미국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인데. 한국의 돌하르방이나 돌탑이라도 하나 깎아다 세워놓으면 어떨까?’ 고민거리가 한 가지 더 늘고 말았다.

▷ 국립 수목원 주소: 3501 New York Avenue, NE; Washington DC 20002-1958

▷ 홈페이지: http://www.usna.usda.gov/ 늘 새로운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방문하기 전에는 해당 홈페이지를 살펴서 볼만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계획하면 좋다.

▷ 한국어 안내문: http://www.usna.usda.gov/USNA_Korean.pdf

▷ 입장료 무료

2011/04/22 (금), 글, 사진 이은미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2. 09:14




찬홍이와 메릴랜드주의 베이 브리지 (Bay Bridge)와 Sand Point State Park 로 소풍을 다녀왔다.  '다리'로 소풍을 가는 사람도 있는가?  ===> 나.  나는 베이 브리지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편이다. 엄청 길고 높은 다리이다. 이 다리를 몇차례 건너본 경험이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널때마다 '나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다리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

사실 이 다리를 건너서 몇마일 가면 아웃렛이 있다.  그래서 '다리' 구경삼아, 다리 건너 아웃렛에 가서 구경하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와서 다리 앞에 있는 Sandy Point State Park 로 가는 것이 소풍의 전체 진행 방향이 되겠다.  아웃렛에 가서는 기웃거리고 구경하다가 올리브색 가디간 (4철 입을 만한 것)을 하나 싼 값에 사고, 써브웨이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해변으로 향했다.




저기 보이는 것이 베이 브리지. 그리고 이곳이 샌드 포인트 파크이다.

사실 이 파크에서 2007년 겨울에,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온가족이 여기에 들러서 사진 찍고 놀다가 가방을 놓고 자리를 떠난 것인데,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내 가방을 아무도 안챙겼음을 깨닫고, 다시 차를 돌려서 이곳에 돌아왔다.  그때 이 해변에서 금속 탐지기로 동전을 줍던 사나이가 내 가방을 발견하고, 지갑속에 수백달러와 함께 온갖 신분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이곳 경비 경찰에게 맡겨 놓고 있었다.  그래서 내 지갑은 안전하게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 후에, 2009년 4월에 지금은 귀국한 내 제자, 나의 조교였던 여학생과 컨퍼런스 발표를 위해 함께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지나치면서 여기 다시 들렀다. 그때 내 제자와 찍은 사진들을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다. 나의 첫 제자였고, 그리고 내가 무척 사랑하는 학생이다. 지금은 모 국제학교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세번째 방문이다.  그러니까...그 이래로, 나는 바다에 가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늘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내 생활이란것이 간단치가 않았고, 늘 걱정 근심거리들이 널려 있었고, 나는 바다에 나갈 여유가 없었다.  오늘 바다가 참 아름다웠다. 그래서 서울에 간 박선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작정하고 집 나오면 한시간에 올 수 있는 거리에 바다가 있었는데, 나와서 바닷바람 쐬면 좋았을 것을.  워싱턴에서 마음고생만 하다가 귀국하고 말았다. (다음에 워싱턴에 오면 내가 바다 구경 시켜준다. 약속.)


찬홍이도 플로리다로 돌아간것 같다고 좋아했다. 날씨가 4월의 날씨답게 따뜻한듯 하면서도 쌀쌀맞아서, 공기는 차고, 투명하고 그랬다.  나는 원래 성격이, 물가에 가면 한 겨울에도 일단 물에 발을 담가야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므로, 집 나설때부터 반바지 입고, 그리고 차에 샌들을 싣고 나갔다. 그래서 신나게 물 놀이를 할 수 있었다.





갈매기 녀석들과도 놀고.







파도하고 오랫만에 놀았다.  (나 여기 여태 안오고 뭣 한거지? 응?  나 여기 또 와야지!)




내가 '살찐 유지태'라고 부르는 우리 잔삐도 오랫만에 아주 기분 좋은 표정. 













 



이 해변에는 갈대밭이 있는데, 갈대 숲이 아주 깊다. 2007년 겨울에도 이 곳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같은 장소에서 또 기념 사진.




멀리 베이 브리지가 보이는 해변 숲.

오랫만에 맨발로 바닷가 모래 사장을 맘껏 걸었다. 그래서 발이 시원하고 좋다.  이렇게 바닷가를 걷고 오면 나른하면서도 시원하고 상쾌해서 오히려 피로가 다 날아가 버린듯한 기분이 든다.


* 아 요즘 내가 목도리와 장갑을 꼭 착용하는 이유는, 햇볕 알러지가 생긴것인지, 노후한 탓인지 손등이나 목이 햇볕에 노출이 되면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아프다. 그래서 목을 감싸주고 손등을 가려줘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이 장갑 한켤레를 저녁이면 빨아놓고 잔다. 아침이면 아직 덜 마른 것을 끼고 나가서 운전을 한다. (특히 운전할때 왼손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데, 그렇게 한시간 쯤 지나면 손등이 아프다.)  썬 크림도 발라주고, 스카프나 장갑으로 가려주고,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고 좋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