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6. 6. 00:11

 


비가 쏟아질듯 흐린 일요일 아침 일곱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 (게다가 비가 올것 같은) 지나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왕눈이의 목줄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걷게 했다.  흐린날 수로의 물은 더욱 선명해보인다. 내 팔뚝만한 커다란 물고기들이 물위로 뛰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것을 볼때면, 플로리다에 살때,  저수지나 계곡에서 물고기들이 일제히 춤을 추듯 뛰어 오르던 풍경이 떠오른다. 바다에선 돌고래들이 일제히 튀어 오르곤 했었다.  그곳에선 지금도 물고기들이 서로 경주하듯 이리 저리 튀어 오르고 있을것이다. (지상 낙원).




새끼양 같은 우리 왕눈이. 왕눈이는 걷다가 가끔 안아주면 좋아한다.  몸집이 작으니 사람을 따라 걷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터. 가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면 군소리 않고 잘 따라 걷는다.




수로를 따라 걷다보면 수풀 사이로 그 바다같은 자태를 드러내는 포토맥 강.

 




이 너른 강을 보며 조지 워싱턴은 농업을 통한 부국을 꿈 꿨다.




수로변에 피어나는 야생 나리꽃들.  주변에 길쭉하게 뻗은 잎새는 나리 잎사귀가 아니고, 보름전에 피고 진 아이리스 줄기이다.






 



사람은 놀랍게 환경에 적응한다.  '오디' 따먹기에 맛이 들린 내 눈에 오디 나무들이 일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수로변에 오디 나무가 아주 많다는 것에 눈을 떴다.  그리고 제각기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오디나무는 익지 않은듯 노리끼리한 오디라도 미치게 달다. 이런 오디가 새까맣게 익었을경우 너무 달아서 오히려 질린다.  어떤 오디는 시큼한 맛이 나고 어떤 오디는 초콜렛처럼 강한 맛이 난다. 

오디가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미국인들은 오디따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미국인들은 오로지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것만 안전한 먹을거리라고 생각하는듯 하다.  찬홍이는 내가 오디 따먹는 것이 남들 눈에 챙피한 모양이다. "저기 사람 오니까 그만 따먹으시라"고 망보듯 잔소리를 하곤 한다. 나는 이경우 개의치 않고 따 먹는다.  나는 모르는 사람의 시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내가 뭐 잘못하는게 없는데~

오디가 하도 지천으로 널려서, 내가 갖고 다니는 왕눈이 개똥봉지에 오디를 좀 따 모을까 하는 유혹도 받지만 이것만은 그만둔다.  공정한 게임을 하는 차원에서.

뭐냐하면, 자연에 널린 오디는 미국인들 빼고, 나하고 새하고, 작은 들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많은 것들이 땅에 떨어져 땅을 검게 물들이고 만다).  새는 나무 높은 가지의 오디를 따 먹고, 나는 아래에 처진 가지에 매달린 오디를 따 먹는다. 우리는 각자 먹을만큼 배부르게 오디를 먹는다.  새는 오디를 따서 봉지에 모으거나 하지는 않는다. 각자 배를 채울 뿐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내 배만 채우기로 하자.  개똥봉지에까지 오디를 따 모으는 욕심은 부리지 말기로 하자.

예수님이 언덕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치시기를, (대충 내가 풀어서 다시 엮기를) "저기 하늘에 나는 새를 보라.  저것들도 오늘 뭘 먹을지, 어디서 잘지 걱정하지 않는다. ...."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도, 사람이 살 만큼은 살게 되어있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개똥봉지에는 개똥이나 주워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하자. 개똥봉지에 오디까지 담을것은 없는 것이니.


나는 그냥 열매나 따먹고, 추위를 가릴수만 있다면, 원시 채취시절의 삶을 살아도 좋으리... 







 물가의 푸른 치커리 꽃.  이 푸른색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조지타운 시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오른편에 찬홍이와 왕눈이가 보이고, 수로 저편에 네명이 달리기 하는 것이 보인다. 일요일 아침, 천국같은 한때를 보냈으니, 이제, 내일 시작되는 여름학기 수업 준비에 열중해야. 다음 한주동안 인텐시브 코스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업준비를 전혀 안했다. 지금부터 해야 한다. (뭐, 지금부터 하면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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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