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6. 26. 01:03

 


엄마가 오셨다고 내 친구 클레어가 과일 바구니를 갖고 인사를 왔다.  엄마는 자다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아무 선물도 안 갖고 왔는데 이런 선물을 받아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하셨다.

여러가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과일이 가득 들어있었다. 내 친구가 신경써서 골라서 넣었을것이다.  마침 엄마 소지품을 넣을 상자가 마땅한 것이 없었는데, 바구니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매일 엄벙덤벙 사느라 인사 챙기는 일을 잘 못하는데, 내 친구는 늘 사려깊게 친구인 나를 챙기고 보살핀다. 원래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고 만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6. 00:25


토요일 아침.
미국 사람들이 주말 아침에 가족 단위로 나가서 아침을 먹는 '밥집' 정도 되는 Cassatt's Cafe 에 엄마를 모시고 나갔습니다.

엄마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카페 벽에 그림들이 다닥다닥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이곳을 좋아하실줄 내가 알고 있었지~




카페의 풍경은 대략 이러합니다. 작은 카페입니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정겨운 분위기 때문입니다.



찬홍이는 베이컨 소시지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했고, 엄마는 프렌치 토스트, 나는 요거트.  프렌치 토스트가 그중 엄마 식성에 맞을 것 같아서 내가 주문을 해 드린 것입니다. 어차피 양도 많아서 나눠먹기에도 습니다.

엄마에게 토스트를 잘라 드리려다가, '이것도 다 교육이 필요한거다' 생각하고, 엄마에게 포크 나이프 잡는 방법, 그리고 서양식을 우아하게 먹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 드렸습니다.  우리는 죽을때까지 배워야하고, 엄마의 배움도 포기를 하면 안됩니다. 엄마는 금세 말귀를 알아 듣고 포크 사용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엄마는 식사를 하는 내내, 두리번 거리며 벅에 걸린 이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느라 분주했습니다.  알고 싶고 보고 싶은게 아주 많은 유여사.  (나의 호기심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을 하는 순간입니다.).



알링턴 구시가지 카페 거리가 제법 고풍스럽고, 유럽 스타일이라서 식사 후에 가볍게 거리 구경.



그늘로 걸으면 날씨가 제법 선선하고 산들 바람이 불어서 산책하기에 좋았습니다.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도 친절했습니다. 누군가가  "사진찍어줄까?" 하면서 우리 세사람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미국 사람들은 부탁하지 않아도 친절하다며 좋아했습니다.  모든것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서로 친절한 것도 전염성이 있어서, 내가 받은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게 됩니다.




뚜껑이 없는 파란 자동차를 신기한듯이 쳐다보는 엄마. "엄마 그 옆에 서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했더니 그래도 되느냐며 묻습니다.  옆에서 사진 찍는걸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요.  그런데 사진이 아주 근사하게 나왔습니다.


서양식당에서 포크 나이프 사용하는 법이며, 몇가지 예법을 배우느라 고단하셨던 듯. 집에 돌아온 엄마는 기분좋게 침대에 큰대자로 누워서 낮잠.

엄마가 나이가 드셨다는 이유로 사소한 예법을 생략하고 지나가면 엄마는 그걸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런것도 차근차근 설명을 해 드리면 엄마는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엄마는 아주 훌륭한 학생입니다.

엄마는 '그림 구경' 때문에 이 카페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한번 점심때 차마시러 다시 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5. 03:55

미술용품점



엄마가 밤에 잠이 깨어 - 말똥말똥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아무래도 시간 차이 때문에 그러하신 듯, 게다가 어제 낮에 벌컥벌컥 마신 아이스커피도 한 몫했을것.)

오늘은 가볍게, 동네 크래프트 샵에 가서 엄마에게 필요한 미술용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로 20분쯤 달려서 매장에 도착하여 캔바스며, 아크릴 물감등 필요한 것 일습을 모두 마련 한 후에 백화점같이 넓다란 매장을 돌아다니며 호기심 천국 놀이.


궁금한 것이 많은 우리 엄니.  재승이, 재모, 재은이를 뭘 사다 주나 하고 고민이 많습니다.



에나멜 스프레이도 찾아 달라고 하셔서 아이들 모형 꾸미는 코너를 뒤져내어 엄마가 찾던 금색, 은색 스프레이 에나멜도 구하고.

엄마 미술품만 대략 220달러. (호기롭게 사 제끼시는 유여사님.)

그런데 계산대에서 계산원이 미술품을 포장해주며 "누가 그림을 그리는가?" 묻기에 엄마를 가리키며 "She's the painter" 하고 대꾸하자, "Where is she from?" 어디서 오셨는가 묻기에, "My Mom's visiting me from South Korea" 라고 대꾸해 주었더니. 이 계산대 직원이 엄마를 쳐다보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셔요."

엄마가 깜짝 놀라서 환하게 웃으시는데, 계산원이 "감사합니다"  역시 한국말로.

그래서, 엄마는 미국사람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줘서 기분 만땅. (지화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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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




엄마에게 '한국장'을 보여드린다고 페어팩스에 있는 H마트 행.  매장에서 여러가지 시식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풀무원 두부코너에서 두부에 양념 얹어주는 행사.  판매원이 엄마에게는 특별히 두부를 많이 담아드려서 신나게 양념두부를 시식하시는 우리 엄니.  간장게장 코너에서도 맛보라고 밥에 간장게상 살점 두둑한것을 올려줘서 역시 포식을 하시고.  매장 코너 식당에서 찬홍이는 제육복음, 나는 생선회, 엄니는 대구지리를 주문하여 신나게 먹어댔습니다.

젖갈이며 오이지, 두부, 가지등 시장을 봐가지고 귀가. 엄니는 집에 오시자 마자 졸립다며 침대에 등산하여 드르렁 드르렁. (침대가 하도 높아서 등산하듯이 기어올라야 하는 현실.) 

엄니에게 내방 침대를 내 드렸더니, 침대위에 귀중품을 일렬 배치를 시켜놓고, 침대위에서 천하를 호령. (자기가 등소평이여? 침대 위에서 정치를 허게? 거의 등소평 급의 파워를 행사하시는 유여사.)

 

엄니가 주무시는 동안, 찬홍이하고 나는 거실에 엄니가 그림 그리기 편하시게 도구들을 배치를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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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문신

엄니가 한국에서 작은딸 입으라고 챙겨온 나이롱 샤쓰. 동백꽃이 앞뒤로 그려져 있습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입어? 엄마나 입어!" 일단 이렇게 핀잔을 때린 후에 입어보니, 오잉!~~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그래서 낼름 입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사진속의 내 모습이 어쩐지 조폭들 '문신' 한것처럼 보입니다. 샤쓰가 아니라 문신 같아요.  그런데, 조폭들은 왜 꽃무늬를 좋아하는겁니까? 왜 화려한 꽃무늬 샤쓰를 입는가요?

 






엄마가 가져온 그림 세점





오늘은 대략 이쯤 하고 각자 휴식 모우드 입니다.
내일은, 찬홍이가 태권도장에 가는 날이라 어디 구경가기 애매하고, 그대신 아침 일찍 조지타운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케네디 센터에 음악회를 보러 가게 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4. 10:22

저녁 식사후에, 찬홍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워 놓았고
나는 엄마의 껍데기를 모두 벗긴 후에
엄마를 욕조에 집어 넣었다. (딱 왕눈이 목욕 시키는 방법).
가만히 순하게 욕조에 앉아있는 엄니의 머리부터, 바가지로 물을 부어 샴푸를 했다.
(엄마는 귀를 막고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앉아 계신다.)
샴푸 다 하고, 헹구고, 골고루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구석구석 싹 닦은후에
일단 타올로 머리부터 말리고, 큰 타올로 아기 감싸듯이 욕조에서 나오시게 했다.
엄마는 착한 아이처럼 말도 잘 들으신다.
왕눈이는 버둥거려서 샤워시키고나면 허리가 아픈데
엄마는 목욕 시켜드리는 것이 아주 가뿐하다.
왕눈이보다 쉽다.

혼자서 샤워하다가 미끄러지실까봐,
내가 이렇게 욕조에 물을 받아서 매일 씻어드리려고.

찬홍이는 내가 할무니를 너무 빨리 욕조에서 나오시게 했다고 잔소리를 한다.
욕조에서 한가롭게 앉아서 쉬게 해드려야지 씻고 바로 나오시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잔소리다.
내가 귀챦아서 얼른 끝낸것이지... (내일은 한가롭게 앉아계실 시간을 드리마.)

우리 형제들이 한국에서 엄마 두차례 암투병 하시는 동안 고생한것을 생각하면
내가 잠시 이런 서비스 해 드리는 것은 꽃놀이 하는 것이지....

그래도 엄마가 건강하게 미국까지 오셔서, 내가 못한것 벌충할 기회를 주시니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두분이 같이 오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것이 유일한 한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4. 08:31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토피도 아트센터에서 엄마는 화가들의 스튜디오에 직접 들어가서 작품을 보거나, 혹은 화가들이 어떤 재료를 활용하여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화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면서 여러가지를 발견하고 깨닫고 하신것 같습니다.

나는 엄마가,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것을 자각하시길 기대합니다.  엄마의 상상력, 엄마의 예술성이 엄마가 가늠하는것보다 훨씬 크고 천재성이 있다는 것을 엄마가 어렴풋이나마 발견하시길. (예술이나 인문지식에 대한 엄마의 열등감을 이참에 해소하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화가들은 친절하게 인사를 보내기도 하는데, 내가 "우리 엄마가 한국에서 오셔서, 제일 먼저 이곳을 보여드리러 왔다. 우리 엄마도 개인전을 열은 아마추어 화가다" 이런 소개를 하면 화가들도 "영광이다. 참 반갑다"고 엄마를 향해 활짝 웃곤 합니다. 화가가 엄마한테 이런 인사를 해도 엄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가르쳐드렸습니다.
누군가 미소를 지으면 인사하는거니까 "헬로"하면 되고,
뭐라뭐라 떠들면 "땡큐" 하면서 웃으면 되고
헤어질땐 "굿바이".
엄마는 내가 가르쳐드린대로 그자리에서 미국 화가에게 인사했고
친절한 미국화가는 역시 큰 제스처를 쓰면서 엄마에게 인사 했습니다.

엄마가 화가와 대화가 된다면 더 많이 묻고 배우셨을 것입니다. 벌써 미술 작업에 대한 몇가지 새로운 요령을 터득하셨습니다.


(동영상을 전체화면으로 크게 보는 방법: 화면에서 화살표가 네방향으로 뻗은 단추를 눌러주면 전체화면이 됩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