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8. 07:16

엄마가 워싱턴에 '유학'을 와서 새로 그린 작품들 입니다. 엄마는 한국에서 가져온 작품들도 손을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엄마가 새로이 눈을 뜨면서 앞서서 그린 작품들을 다시 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카페트 위에 얇은 다 떨어진 면 카바를 깔고, 그 위에 다시 신문지들을 늘어 놓고, 이곳에서 매일 작업을 합니다. 나도 가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놉니다.

이 네편의 작품들은 Blue 라는 제목을 달아주면 좋을것 같습니다. Blue I, Blue II, Blue III, Blue IV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7. 10:00


쇼핑몰


퇴근후에 엄마를 모시고 셰난도 스카이웨이 드라이브에 가서 애팔래치안 산맥을 보여드리고 했는데, 66도로가 꽉 막혀서 도저히 제시간에 갈수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하이웨이를 나와서 가까운 쇼핑몰에 갔다. 독립기념일 세일이 지난 쇼핑몰은 한가롭고 좋았다.  엄마는 옷구경을 하다가 노란 상의를 고르셨다. 마침 반액 세일중이라서 제법 좋은 옷을 싸게 살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흰색 7부바지도 하나 고르시고...



찬홍이 지홍이 다니던 매클레인 하이스쿨

집에 오는 길에 찬홍이 학교에 들러서 학교 구경을 시켜드렸다.





찬홍이가 4년간 드나들며 일하던 신문/잡지사 앞에서 찬홍이가 졸업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잡지를 발견하고는 한국에 가져간다고 한웅큼 집어 드셨다. 


학교 현관 벽 장식.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주민 농장


역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동네 농장에 들렀다.  바둑판 모양으로 잘라서 개인들에게 임대해준 작은 밭들.


즐거운 여름 저녁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솥에 삼계탕을 앉혀놓고 앉아있다. 잘 고아서 한그릇 주무시기 전에 드려야지.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7. 6. 23:56

달걀을 먹는 여러 가지 방법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21962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실려 내 십대를 장악했던 글귀. 아마도 학창시절에 헤세를 읽었던 많은 이들이 이 글귀를 베껴 적으며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새는 태어나기 위해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알을 먹기 위해서 알 껍질을 깨야만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걀 요리는 뚝배기에 달걀 푼 것을 넣고 새우젖으로 간하여 밥솥에 쪄내는 달걀 찜이다. 그 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삶은 계란, 계란 말이, 계란 후라이 정도이다. 삶은 달걀은 소풍 갈 때 엄마가 김밥과 함께 반드시 넣어주던 특식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달걀은 매우 귀한 것이었고, 우리 할머니는 집안의 남자들, 할아버지, 아버지, 아저씨, 오빠 이런 사람들에게만 날달걀을 보약 먹이듯이 제공 했다. 날 달걀을 먹는 방법은, 쇠 젓가락으로 계란의 뾰족한 위 아래를 톡톡 두드려 부순 후에, 하늘을 보며 계란을 입에 대고 빨아 먹는 것이다.

 미국의 식당에서도 다양한 계란 요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가장 흔한 종류가 스크램블드 에그 (Scrambled Egg)일 것이다. 계란과 우유를 뒤섞어서 부슬부슬하게 지져 내는 것이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른자를 제외한 ‘Egg White (흰자)’로만 요리를 해달라고 주문을 할 수도 있다. 미국 식당에서 계란 후라이를 주문할 때는 ‘Overcooked (계란 노른자와 흰자가 단단하게 익은 상태)’, ‘Over Easy (한번 뒤집긴 하나 노른자와 흰자가 부드럽게 익은 상태’나 ‘Sunny Side Up (한 면만 익혀서 노른자가 볼록하게 살아있는 상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란’이라고도 하는 ‘Scorched Egg’도 있다.

 식당에서 ‘삶은 달걀 (Boiled Egg)’을 주문하면, 대개는 반숙된 달걀이 조그만 술잔 같은 것에 담겨 나온다. 이 반숙을 어떻게 먹으면 우아하다는 칭송을 들을 수 있을까? 내가 이따금 가는 조지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삶은 달걀을 주문해 먹는 손님이 많아서 이 사람들을 눈 여겨 관찰 한 적이 있다. 내가 살피니 사람들마다 이것을 먹는 방법이 제각각 이었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흘린다거나 반숙 계란 껍질을 다 까놓고는 쩔쩔매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반숙 먹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군!

 마침내, 어느 날 나도 용기를 내어 반숙을 주문했다. 그런데 친절한 웨이터가 계란을 내 테이블 앞에 놓더니 직접 내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어떻게 내가 난생 처음으로 미국 식당에서 반숙을 주문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일까? 어쨌거나, 그날 나는 웨이터의 도움까지 받은 덕분에 우아하게 반숙을 먹는데 성공했다.

 작은 잔에 계란 반숙이 날라져 올 때, 작은 나이프와 스푼도 함께 오는데, 스푼으로 계란 머리를 톡톡 두들기고, 나이프로 그 부스러진 부분을 도려낸다. 그리고는 손끝으로 계란 껍질을 적당히 벗겨 낸 채로, 계란 스푼으로 계란을 야금 야금 파 먹는다. 그러다 보면 노른자가 나오는데 스푼으로 퍼 먹어도 되고, 아니면 빵으로 노른자를 찍어 먹을 수도 있다.

 무슨 계란 한가지 사 먹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가? 이민자로 살아가는 일도 피곤한데, 밥 한끼 먹자고 계란 요리 이름까지 외워야 하는 일도 신세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일이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낯선 언어를 사용하고 먹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문화와 일체감을 갖게 되는 시작점 일수도 있다. 삶은 달걀 하나를 사 먹는 일은 내게도 엄청난 모험이었다. 모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알을 먹기 위해 알 껍질을 깨야만 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6. 10:27


며칠전에 엄마가 리버벤드 파크를 아주 좋아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곳에 가서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다가 왔다.

학교에서 처리할 일들이 쌓여 있어서 나가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몇가지를 주문하고, 빵집에 가서 단팥빵도 사고.  집에 오자마자 하루종일 착한 아기처럼 집을 지킨 엄마를 서둘러서 공원으로 갔다.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고 왔는데 어딜 또 나가느냐며 미안해 하셨다. 나는 피곤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가에 가서 바람을 쐬는 것이 필요했다.  바람 쐬며 쉬는것이 집구석에서 집안일 하는 것 보다 편하니까.  바람 쐬고 돌아오면, 집안 일 챙길 기운도 나니까.
 



엄마는 강변의 바위에 한시간 가까이 앉아서 강에 떠가는 오리, 물새들, 물에 비친 영상들을 신기한듯 구경하셨다.  고요한 저녁 시간이었다.  카약을 저어 가는 사람이 보였다.  엄마가 손을 흔들며 "헬로!" 하고 외치자, 그 카약신사도 역시 웃으면서 인사를 날렸다. 평화로운 시간.







기분좋은 하루가 될뻔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세금 얘기가 나와서 그만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엄마는 사회 시스템을 잘 이해를 못하시기 때문에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잘 모르신다. 그리고 왜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지 이해를 못하신다.  엄마가 잘 모르시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불평을 말할때 그냥 흘려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엄마한테 설명을 해도 납득을 못하시는데, 나는 자꾸만 설명을 하러 들었다. 나의 불찰이다.

엄마는 자신이 한 사회에서 대단히 운좋은, 혜택받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엄마가 사회체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데, 난 혜택받는 집단이 그 것을 잘 모를때, 화가 난다. 엄마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세상에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진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혹은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별개의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유와 행불행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튼, 천치같이 나는 오늘 내 불편한 심기를 엄마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지대한 인격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못되는 주제에 말이다.  이럴때 내가 나에대해서 느끼는 환멸이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

엄마는 내가 무엇때문에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그리고 답답하게 여기신다. 속으로는 나를 빨갱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나는 왜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일까...


* 내일은 소시얼 시큐리티 로컬 오피스에 가봐야 한다. 내가 IRS에 신고한 이름과, SSN 카드에 적힌 이름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이를 일치시키라는 공문이 IRS에서 날아왔다.  그래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최종적으로 알아낸 사실이, 내가 직접 SSN 오피스에 증빙서류를 가져가서 이름을 정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은 내 이름이 Eunmee Lee 인데 그 사이에 Park 이 끼어들면서 시스템에 차이가 발생한거다.  한국과 미국의 이름표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현상이다. 아, 오늘도 피곤했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날은 덥고,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고. 천치같이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리고. (앞으로 엄마가 아무리 답답한 말씀을 해도, 그냥 흘려보내기로 하자...하지만, 딜레마가 뭔가하면, 그런 태도 역시 엄마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지... 아, 몰라...)  아, 좀 잘해보고 싶다. 잘 해보자. 지혜롭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4:20



엄마가 책 읽기의 재미에 빠졌습니다.  엄마의 홈그라운드인 침대에 앉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계십니다.  내가 책을 읽으시라고 한것도 아닙니다. 그냥 책이 방 어딘가에 있었고, 마침 며칠전에 내가 신경숙씨를 만나 사진을 찍고 왔다는 것을 들으셨고, 내가 얼마전 쓴 칼럼에 신씨의 소설과 엄마의 이야기를 적은 것을 엄마가 기억을 한 것 뿐입니다.

엄마는 문득 그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 그림 안그려?"

"아니, 나 이 책좀 보고...그러니까, 이 엄마가 병이 들어서 집을 못찾나보다, 응?"

사실 어제 식탁머리에서 내가 뭔가 엄마한테 스트레스를 줘서, 엄마가 체했었는데, 그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긴 했습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확 달라진 습작이 거실에 하나 새로 생겨났고, 엄마가 구부리고 앉아 열심히 글을 적어대더니, 오늘은 책을 끼고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엄마가 이제 삶과 예술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까요?  글쎄...알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아무도 엄마한테 책 읽으라고 안했는데, 엄마가 책을 집어 들더니 꿈쩍을 안합니다.  사람은 (무릇, 생명가진 존재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