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s2011. 6. 30. 04:04


지난 2011년 2월 19일에 버지니아 미술관 (Virginia Museum of Fine Arts)에 갔을때 발견한, 백남준씨의 '티비를 보는 부처' 작품 앞에 붙여 놓은 작품 설명문.

설명문 오른쪽 칼럼, 세번째 줄 by Paik in Korean and English....라는 글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Korean 이라는 부분이었다. 부처의 머리에 백남준씨가 한자로 백남준, 영문으로 Paik 라고 서명을 했는데 안내문에는 이것을 '한국문'과 '영문'이라고 표시를 한 것이다.

이것을 발견한 나는 미술관 홈페이지를 뒤져서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의 이메일에 잘못된 내용을 알렸다. 이 안내판의 사진과 특히 잘 못된 부분에 표시까지 해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아무 대꾸가 없길래, 이번에는 "당신이 해당 책임자가 아니면, 이 이메일을 해당 책임자에게 포워드를 해주기를 바란다.  내게는 이것이 중대한 문제이고, 잘못된 정보를 고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재차 이메일을 날렸다.  (이때 답이 없으면, 나는 내가 보낸 이전의 모든 이메일을 동봉해서 또다시 연락을 취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해당 디렉터라는 사람에게서 답신이 왔다. 조만간 조치를 취하겠노라고.

이쯤에서 나는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내는 것으로 이 일을 손에서 내려놨다. 하지만, 정말 이들이 고쳤는지 궁금하기는 하였다.

어제 2011년 6월 28일, 미술관을 구경하다가 백남준씨 작품 앞에 다시 섰다. 안내판을 살폈다. Korean 이 Chinese 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안내판을 임시로 교체한듯 (아래 사진에 보이듯) 활자가 문질러진듯 번졌고 상태가 좋지 않다. 정식으로 코팅을 한 안내판이 아니라, 임시 수정판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내용이 고쳐졌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나는 백남준씨가 한글이 아닌 영문이나 한자로 서명을 한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오히려 한자를 '한글'로 잘못 알고 있는 저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미술 평론가도 아니고, 뭐 예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나 역시 예술에 어떤 기여를 할 수는 있다. 바로 이런식의 적극적인 관찰, 예술작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고치는 일도 예술에 기여를 하는 방법이다.  나의 지적을 접수하고 액션을 취해준 미술관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고맙게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의 오류를 누군가 지적했을때 그것을 수긍하고 개선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제대로 해 내는 것에대해서도 박수를 보낼만하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9. 10:36

미술관을 출발하여 집으로 오는 길에 프레데릭스버그에 있는 Cracker Barrel 식당에 들러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크래커 베럴 식당은 하이웨이 주변에 있는 프렌차이즈 식당인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주제로 실내 장식을 하였습니다. 음식도 대략 10달러 안팎의 미국 음식들 입니다. 이 식당의 특징은, 건물의 절반은 식당이고 절반은 기념품 매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다가 밥도 먹고 기념품 구경도 하고.



이른 저녁이라 식당에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비스가 신속하고 매우 친절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사진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찬홍이의 아이포드로 찍어서 일 것입니다.


엄마가 스테이크를 열심히 썰고 계십니다. 엄마는 포크와 나이프 사용을 제대로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수저 (숫가락이나 포크, 젓가락)를 들고 이야기 하다가 그것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는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아주 히스테리컬하게 반응 하는 편입니다. (내 눈에는 특히 이것이 거슬립니다.)  그래서 요즘 밥상머리에서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때마다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엄마가 포크를 들은채로 무엇을 가리키면 "엄마...지금 손에 뭐가 있지?" 하고 묻습니다. 엄마는 슬그머니 포크를 내려놓고 눈으로만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엄마가 어떤 친구에 대한 흉을 보려고 합니다. 찬홍이는 지긋이 들어드립니다. 나는 '팍!' 신경질이 납니다. 왜냐하면, 친구의 흉을 보는 엄마의 모습이 미워보이기 때문입니다.  "엄마, 엄마는 그런적 없어?"  "나도 조금은 그런적 있지..."  "그러니까, 엄마도 실수 하쟎아. 그러니까, 엄마 친구 흉보지마... 엄마가 안 이뻐보여..."  엄마는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내가 골난 표정이라서 그냥 입을 다뭅니다.  이번에는 찬홍이가 시무룩한 표정이 됩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쌀쌀맞게 군다고 찬홍이가 삐지는 것입니다. 뭐, 이런 식의 아주 사소한 갈등이 발생했다가 꺼지고, 다시 점화되었다가 꺼지고 합니다.

지금 엄마가 스테이크를 깔로 썰면서 밝게 웃고 있습니다. 엄마가 자신있게 칼질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엄마 장합니다. 무엇이건 빨리 배웁니다.  나는 내가 골낸것을 반성하고 그 대신에 엄마를 아주 많이 칭찬해줍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내게 다짐을 합니다, "너, 나중에 후회할짓은 하지를 말어라. 너 ...엄마 가고 난 다음에 ...그때 내가 좀 더 잘할걸! 하고 후회할 짓 하지 말어라..." 

엄마는 조수석에 앉아서 하늘의 구름을 보다가 혼자서 손 춤을 춥니다. 엄마의 버릇인데 손가락을 춤추듯 놀리며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뭔가 즐거운 생각에 빠진듯 합니다.  그런 모습이 아기처럼 천진해보여서 운전의 피로를 잊고 나는 달립니다. 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버지께 효도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러울 따름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7. 06:15


국립 미술관 1층에 전시된 백남준의 '엄마' 앞에 앉아있는 엄마.



일요일에 국립 미술관은 오전 11시에 문을 엽니다. 그 시각에 맞추어 집을 나섰습니다. 차를 미술관 맞은편의 의회의사당 주차장에 모셔놓고 국립미술관 동관으로 향합니다. (동관은 현대미술, 서관은 고전미술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동관과 서관을 잇는 통로입니다. 지하에도 통로가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피라미드는 지하 통로 카페테리아를 환하게 비추는 천창입니다.




동관 입구에 백남준 특별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칼더의 초대형 모빌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엄마.




미술관 입구에 마련된 휠체어를 대여하여 (무료) 네시간 가까이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동관과 서관을 종횡무진 돌아다녔습니다. 동관의 현대미술 전시는 상세히 보면서 설명을 해 드리려고 애썼고, 서관의 미술품은 몇가지 집중적으로 설명해드리고 건성건성 돌아다녔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다니다보니 미술관에서 장애인 휠체어 시설에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휠체어가 못사는 곳이 없도록 설계를 해 놓았습니다. 엄마는 가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일어난 시간 외에는 실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씽씽 돌아다니셨습니다.  그걸 타니 이 넓은곳을 다 본다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니가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하고 걱정을 하셨는데, 휠체어 미는게 뭐가 힘이 드나요.  엄마 부축해서 걸어돌아다니는 것이 힘이 들지요. 나도 휠체어 덕분에 아주 가볍게 돌아다닐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왼쪽 리히텐스타인, 오른쪽 라우센버그의 작품들


왼쪽에 솔레윗의 입체 작품이 보입니다.



마티스의 전시실에서 입이 벌어진 유여사. 




스텔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입니다. 스텔라 작품 앞의 엄마.


서관으로 이동.  피카소 초상화 앞에서 꼭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는데, 사진 상태가 안 좋습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도 꼭 사진을 찍어달라고, 일부러 휠체어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구경을 다 하고, 나와서 피라미드에 가 봅니다. 엄마에게 "이 피라미드 아래가 지하 카페야. 거기서 우리가 간식을 먹었어" 하고 설명을 해드려도 잘 이해를 못하십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눈을 유리창에 대 보면 실내가 들여다보입니다. 나는 엄마에게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엄마가 나를 따라서 들여다보더니, "그렇구나. 저기가 지하구나!" 합니다.

엄마는 소학교 졸업이지만, 보통 사람의 교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풍으로 뇌 수술을 한 이후에 엄마의 언어는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엄마는 내가 '피라미드'라고 말을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설명을 해 드립니다. "이걸 피라미드라고 해, 엄마. 피라미드. 옛날에 엄마는 피라미드가 뭔지 알았어."

엄마는 피라미드를 거울삼아서 둘이 사진을 찍는 것을 무척 신기해 합니다. 어떻게 내가 나를 찍었는지 신기한 모양입니다.


피라미드를 측명에 놓고 이렇게 사진 장난을 쳐 봅니다. 엄마는 이 자신이 아주 맘에 든다고 합니다. 신기한 사진이니까.


엄마를 모시고 다니다보면, 성질 급한 내가 '확' 성질이 오를 때가 참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너무나 유식한 (?) 나와, 아는 것 마저 많이 잊어버리고 언어도 어눌한 엄마 사이에는 소통의 장애가 큽니다.  엄마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도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귀도 약하시므로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반복해 나가다 보면 나도 지치면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럴때 얼른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는 어릴때 나를 가르쳤고, 그 덕분에 내가 자라서 이만큼 잘난척을 있는대로 늘어놓고 있는데, 엄마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 많은 것을 잃고 잊고 그랬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엄마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답답한 소리를 할때 화딱지가 나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게 아무 설명도 안하고 그냥  돌아디닐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엄마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리고 자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엄마도 죽을때까지 정신줄을 놓으면 안되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니까.

나는 이렇게 똑똑한데, 엄마는 왜 이렇게 답답한가... 이런 생각이 들때, 옛날에 엄마가 나에게 읽기, 쓰기를 가르쳤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합니다.


엄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대충 씻고는 잽싸게 침대위로  올라가서 지금 크르렁 크르렁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습니다. 늙은 아기입니다.


(그래도, 내가 인간이 되느라고, 예전보다 성질을 덜 내는것도 같애...)

아, 이제 멸치국물 내서 국을 끓이고...저녁을 기름지게 지어서 저 늙은 아기를 잘 먹여야, 기운이 나시겠지요.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6. 12:21


엄마의 미국 방문 기념, 케네디 센터 공연 관람.

급작스럽게 표를 구하다 보니, 서부 LA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는 Ozomatli 라는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밴드가 국립 팝스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한다길래.  나는 오조마트리는 뭔지 모르지만 최소한 국립 팝스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를 한다면 꽝은 아니겠지, 이러고 그냥 표를 사 놓았습니다. 오늘이 마침 그 공연 날.

오전에는 양식당에 가서 호되게 '양식 매너'를 익힌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곯아 떨어지셨고, 나는 학교에 잠깐 들어서 급히 일을 처리하고, 찬홍이를 태권도장에 라이드 해 주고, 찬홍이가 태권도 연습을 하는 두시간 반 동안 인근 카페에서 책보며 빈둥빈둥.  태권도 마치지마자 집으로 달려와 급히 저녁을 차렸습니다. 이거 내가 대략 30분만에 급조한 저녁 밥상.

일단 발아현미에 완두콩을 씻어서 압력솥에 앉히고
뚝배기에 순두부 찌개 국물을 앉히고
찜솥에 단호박과 옥수수를 물 잡아 앉히고
갈비살 사다 놓은 것을 꺼내어 후다닥 양념을 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도 안먹는 양주도 향긋하게 뿌리고)
상추 씻어놓고, 생두부 양념 하는사이에
밥이 완성되고
찌개가 완성되고
갈비살 굽고
어제 먹었던 콩나물국 남은것 다시 데우고.
김치와 생채 꺼내고.
잘 익은 옥수수와 호박도 꺼내놓고.
그래서 저녁밥상 완성.
내가 대충 차린 저녁 밥상을 보면서 "와! 나 대단하다 이걸 반시간만에 해 내다니!"


 
감기기운이 있는 엄마는 콩나물국과 순두부 찌개를 달게 잡수시고, 찐호박도 "미국 호박은 맛도 좋다"며 역시 달게 잡숫고, 갈빗살 구운것도 몇조각 쌈에 싸드리니까 싫다 소리 안하고 주는대로 받아 드시고~   후다닥 설겆이를 마치고, 이제 케네디센터로 달려 갑니다. 대략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

저기 보이는 케네디 선생 두상 (오페라 하우스 앞)을 배경으로 증명 사진 찍어주시고.



테라스로 나가서 포토맥 강을 내려다보며 바람을 쐬기도 하고.  메가폰 조형물을 설치 해 놓았길래 이것 가지고 장난도 치고.






내가 엄니한테 저기 난간에 기대서서 포토맥 강을 내려다보면서 "여기는, 저기는" 하면서 설명을 하는 것을 어떤 신사가 지속적으로 눈길을 보내는 것을 느꼈는데.  이 신사가 나중에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사진 찍어줄까?"  (요새 사진 찍어주겠다는 자원봉사자가 참 많아요~ )  그래서 내가, "내 카메라가 좀 말썽이라서 제대로 찍힐지 몰라" 하면서 그 신사에게 줬는데, 역시 작동을 잘 안하는거라. (나만 간신간신히 달래서 쓰는중.).  그런데 이 신사가 하는 말씸 --"네 카메라가 안되면 내 카메라로 사진 찍어줄게."  (아쭈... 하하하. 이 아저씨가...시방 뭐 하는겨? )   그래서 내가, "야야 찬홍아, 내 카메라 고장이다. 네 아이포드로 찍자" 이러고 찬홍이 아이포드를 아저씨한테 넘겼습니다.  아저씨는 사진을 아주 잘 찍어 주었습니다.  참 친절한 신사분이셔..




그런데, 나중에 찬홍이 왈, '그 아저씨 말끔한 신사이긴 한데,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내가 보기엔 말끔한 신사복 차려입고, 와인까지 한잔 마시면서 음악회를 기다리는 전형적인 신사더구만. 게다가 자원봉사로 사진 까지 찍어준다는데 왜 기분이 나쁜가?   심심하던 차에 미인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 보고 싶었겠지.  하하하.



이곳은 케네디센터 컨서트 홀.  내가 오페라 하우스 공연도 보았고, 테라스 컨서트 홀 공연도 여러차례 가 보았는데, 이 컨서트 홀은 나도 처음 가봅니다.  이곳은 서양 고전 그림에서 보이는, 그 발코니 형 객석이 4층까지 있는 매우 고전적인 구조의 음악당이었다.  샹들리에도 아름다웠습니다.




일찌감치 자리 찾아 앉아서, 컨서트 홀 증명사진.



아래 사진은 공연을 마치고 앵콜 공연하고 그럴때 다들 사진을 찍길래 나도 찍은 것입니다. 공연중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됩니다.  사진 오른쪽 발코니 객석에서 사람들이 선채로 춤을 추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오늘 컨서트 분위기가 어땠냐하면, 거의 100분가까이 진행된 컨서트 내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환호하였습니다.  신나는 컨서트였습니다. 사실 나는 무슨 힙합, 레게, 라틴 음악등 이런 잡동사니 음악을 하는 밴드라길래, 이것 무척 시끄럽겠다. 엄니는 적응 못하시겠다. 찬홍이만 신나겠다.  너무 시끄럽고 괴로우면 중간에 나가서 밖에서 기다려야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신이 나는 나머지 마침내는 감기기운이 있어서 전반전에 깜박 졸기까지 하던 엄니가 마지막에는 일어나서 춤을 추며 열광하셨습니다.  (난 엄마가 춤추다가 쓰러질까봐 조마조마 했습니다.  17년 전에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때도 합창 연습하다가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모르다가 쓰러졌던 것이니~   난 정말 조마조마 했습니다.)


아, 나도 오랫만에 신나게 춤을 추니, 머리가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내가 아주 속이 다 후련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컨서트 찾아다니며 열광하나봐...)   내가 원래 흥이 있고 잘 노는 사람입니다. 음악 들으면 몸이 먼저 들썩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가 쓰리박하고 살면서 많은 압제를 받았습니다.  쓰리박은 사람들이 아주 경건하고 진지합니다. 그래서 컨서트에 가서도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 앉아있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이 흥이 없어보입니다.  나는 음악에 온몸으로 반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쓰리박은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합니다.  아버지박이나 아들 박이나, 나만 보면 "음악회에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구박까지 합니다.  내가 죽은 시체냐. 가만히 있게, 응?

그런데, 그 해묵은 나의 불만을 오늘 한방에 날려버렸습니다. 국립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지가, 그리고 오조마틀리 멤버들이 "워싱턴이여 일어나라, 일어나 춤을 추라!  이 세상을 좀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일어나 춤을 추라" 뭐 이러니까, 다들 일어나 춤을 추며 열광하더라. 쳇. 음악회가 경건해야 한다는 것도 쓰리박의 편견일 뿐이지.  기대도 하지 않고 갔다가, 오늘 아주 신나게 춤을 추고 왔습니다. 평소에 경건하다 못해 짜증나게 진지한 찬홍이가 오늘은 너무 춤을 춰서 다리가 저리다고 합니다. 유여사 까지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니까~  (엄마는 심지어 나중에 이 사람들한테 싸인을 받으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하하하.깔깔깔.)

집에 오신 유여사. 내가 주섬주섬 꺼내놓는 찐호박과 수박을 아주 달게 잡수시고 침대에 오르시더니 벌써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계십니다.  (엄마가 열광적인 유쾌한 시간을 가져서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6. 01:03

 


엄마가 오셨다고 내 친구 클레어가 과일 바구니를 갖고 인사를 왔다.  엄마는 자다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아무 선물도 안 갖고 왔는데 이런 선물을 받아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하셨다.

여러가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과일이 가득 들어있었다. 내 친구가 신경써서 골라서 넣었을것이다.  마침 엄마 소지품을 넣을 상자가 마땅한 것이 없었는데, 바구니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매일 엄벙덤벙 사느라 인사 챙기는 일을 잘 못하는데, 내 친구는 늘 사려깊게 친구인 나를 챙기고 보살핀다. 원래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고 만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