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6. 4. 11:44

 

얼마전에 언라인으로 주문한 스포츠 샌들이 오늘 도착했다. 그래서 샌들 '성능'을 검사해봐야 하므로, 저녁에 찬홍이와 조지타운에 가기로 하고 나왔다. 신발이 내 발에 편하게 맞고, 그리고 모양도 보기에 좋았다. 찬홍이도 맘에 들어 했다.

찬홍이가 내게 40달러까지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백달러를 모았는데 60달러는 자기가 써야하고, 나는 40달러까지 사줄수 있단다.  돈은, 찬홍이가 음악을 팔아서 벌었다고 한다.   (옳거니~ ).  찬홍이가 자신의 탈렌트를 이용하여, 게다가 '예술'로 돈을 벌었다니 갑자기 존경스러워진다.  

나는 선물 필요없고, 그냥 현금 40달러를 달라고 했다.  애가 음악 팔아서 주는 돈인데, 내가 하잘것 없는것을 사는데 쓰면 안되지. 아주 좋은 일에 써야하는것이지.

(찬홍이가 내 다리에 대해서 평가하기를 -- "흑인 육상선수다리 같다"는 것이다.  "찬홍아 너 그거 욕이니 지금?" 내가 물어보니까,  다리중에 최고가 '흑인 육상선수 다리'라고 한다.  그러면 그거는 칭찬 맞지? 응?   나는 다른 사람이 나 칭찬하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데, 자식이 칭찬하는 것은 무조건 좋더라.




블루 헤론이 저녁 햇살 속에서 고요히 물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자 곧바로 날개를 펼치더니 수로 저쪽으로 가서 역시 해바라기를 했다.




지난 일주일간 푹푹 찌는 찜통더위 이더니, 오늘부터 날씨는 청명한데 기온이 내려가서 마치 9월 초가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로의 물이 하도 맑고 고요하여 물속에 또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저 물로 저벅저벅 들어가면, 그 속에 숲이 있고, 그 속으로 새들이 날아다닐것 같다...




오디를 따 먹으면 ~




오디를 따 먹으면, 혀가 까맣게 변한다. 에일리언의 혀처럼 된다.




조지타운에 가서 찬홍이는 그가 점찍어 놓은 예쁜 헤드폰을 하나 장만했다 (그것이 60달러였던 모양이다). 나는 찬홍이한테 40달러를 뜯어냈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하지만, 빅토리아즈 씨크릿에 가서 '공짜 빤쓰'  현금 8.5 달러에 상당하는 아주 예쁜것을 하나 받아왔다.  공짜 쿠폰 왔길래 '웬떡이냐' 이러고 갖고 있다가 오늘 썼다.  내가 생각해보니 올 들어서 빅토리아에서 받아온 공짜 빤쓰가 벌써 세장이나 된다.  그래그래 두달에 한장씩만 줘라. 그러면 속옷 안사입어도 되겠다. :-)


신발이 참 편안하고 좋다. 내일 새벽에도 또 걸으러 나가야지. (할일이 좀 많은데, 일단...좀 걷고...)  음, 내가 한 여름에 장갑을 끼는 이유는, 손등이 햇살에 노출되면 손등의 피부가 아프다. 목도 햇살에 노출되면 따갑다. 그래서 단추를 다 채우거나 스카프를 한다. (아무래도 손등이나 목은 피하지방 층이 얇아서 그런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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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6. 4. 00:50



아침에 산책나갔다가, 수로에서 미끈하게 헤엄쳐 나가는 비버를 발견했다.  참 태평해보였다.  이렇게 태평해 보이는 동물을 관찰하다보면 내 마음도 따라서 태평해지곤 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곰이나 코낄, 판다,  이런 동물들을 쳐다보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딘가 편안하고 태평해 보여서 그런것이 아닐까?

수로변 뽕나무에 오디가 새카맣게 익어가고 있길래, 나무 그늘에 서서 오디를 -- 배가 부를때까지 따 먹었다.  나무 아래도 익어서 떨어진 오디로 흙이 검게 물이 들어있었다.  왕눈이는 내가 오디를 따 먹는 동안 나무 그늘에 앉아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왕눈이 배가 까맣다. (목욕을 안 시킬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내 손바닥도 까맣게 됐고... 주둥이도 꺼멓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오디.오디.오디.오디.  (미국 사람들은 야생 과일들은 손을 안대러 든다.  덕분에 나는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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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6. 1. 23:31


어제 저녁에 혼자 조지타운에 산책을 나간길에  Urban Outfitters 매장에 가서 새끼양이 그려진 스웨터를 하나 사가지고 돌아왔다. 양 한마리를 안고 있는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스웨터이다. (우리 왕눈이를 닮은 양이다.)

6월의 첫날이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나고 올라오는데, 나와 함께 탔던 어떤 여성이 나보다 한 층 아래에서 내렸다.  문득 그 모르는 여성에게 "Have a nice day!" 하고 인사를 날렸다.  그이가 뒤를 돌아보고 밝게 미소지으며 "You, too!" 하고 대꾸해 주었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Have a nice day!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기말 업무를 하느라 오늘도 바쁠것이다. 날은 덥고, 지치고, 일은 많고.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Have a nice day! 하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낯선 사람에게 이 말을 던진 것이리라.

영장류 연구하는 책을 간간히 보고 있는데, 새끼를 잃어버렸다던가, 혹은 개별적으로 심리적/신체적 상처 상실을 맛본 침팬지들은 누군가 다른 대상을 열심히 '그루밍 (grooming)'을 해 준다고 한다.  자기가 위로 받아야 할 처지에 오히려 다른 대상을 위로하는 형상이다.  그루밍을 해 주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인데...

그런데, 이런 식의 '그루밍' 문화가 없는 영장류들도 있다.  그루밍을 안하는 영장류는 늘 '불안증'에 시달린다.  불안해서 쩔쩔매는 태도를 아주 자주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무슨 얘기냐하면,  누군가를 돌보거나 타인/타자에게 친절한 행위 자체가 자신을 돌보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동이라는 것이지.  안그러면 스스로 불안증에 시달려서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을 주는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원리가 그것이다. 침팬지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사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요지는...뭐냐하면, 다름이 아니오라, "Have a good day!"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6. 1. 23:17

나는 이른 아침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일전에 조조할인으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2’를 관람했다. 쿵푸 판다는 2008년에 1편이 나왔었고 3년 만에 2편이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이 애니메이션에 부제를 붙인다면, ‘Inner Peace(마음의 평화)’라고 할 만하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이슬 방울을 손으로 받아 온전한 이슬 방울 상태로 물에 내려 놓는 ‘사부’는 이러한 기술을 닦기 위해 수 십 년의 수련을 거쳤다고 말한다.

우리의 뚱땡이 어수룩한 판다 ‘포’는 사부의 가르침을 어떻게 구현 할 것인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한가?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의 포크 아트 갤러리에 가면 괴상한 전시물 한가지가 눈에 띈다. James Hampton (1909-1964)이라는 어느 빌딩의 야간 경비가 14년간 알루미늄이나 금박지, 은박지 등 폐품을 수집하여 종교적인 형상들을 만들어 놓고 사망했는데, 그 설치물들이 국립 미국 미술관에 영구 전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설치물의 가장 중심에 그가 새겨놓은 문구는 ‘Fear Not’이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성경의 신약과 구약을 통틀어서 ‘두려워하지 말라’와 관련된 문구는 대략 365번 나온다고 한다. 매일 하루에 한번 정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해 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두려워하지 말라’는 문구를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이유는, 감옥에 갇혀 있던 쿵푸 대가들이 감옥에서 빠져나가는 것 조차 포기 했을 때, 포가 그들에게 외친 한마디 때문이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지어낸 두려움의 감옥에 갇힌 것뿐이야.” 나를 가두는 것은 내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포’ 역시 공포의 기억 앞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기도 하지만, 내면의 평정심을 찾아 냄으로써 공포심에서 벗어나 평화를 만드는 존재로 거듭난다.
 
쿵푸 판다를 보는 또 다른 재미로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명배우들이 연기했다는 것인데, 일단 주인공 ‘포’는 몸집이 판다처럼 통통하고 늘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배우, 잭 블랙이 맡았고, 호랑이 역의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사부님의 더스틴 호프만 등의 친숙한 목소리를 분간할 수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더욱 유쾌해진다.

그뿐인가, 덤으로 알게 된 사실로, 이 애니메이션의 총감독을 맡은 이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미국인 제니퍼 여 (Jennifer Yuh)라는 여성감독이라는 점은 어쩐지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다. 아시아에서 태어나 북미대륙에서 성장한 여 감독의 일대기와 판다 마을에서 태어나 양아버지 거위의 품에서 자라난 주인공 '포'의 삶이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니, 참 장하고도 장하지 않은가?
 
영화는 끝나고, 영화관을 빠져 나올 무렵, 나는 현실의 숙제들 앞에 다시 선다. 두려움 없이, 평점심을 가지고 나도 뚱땡이 판다처럼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아비요!” 나도 어린 아이처럼 외쳐보는 것이다.

June 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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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6. 1. 23:13
[살며 생각하며] 당신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것



길고 지루한 대학 입학 신청 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 하이스쿨 졸업을 앞두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 최근 멀티미디어 기기인 ‘아이포드’를 하나 장만해 주었다. 그 동안 노력한 것에 대한 작은 상이었다. 사실 여태까지 청소년들이라면 하나씩 갖고 있을 휴대용 음향기기가 우리 집에서는 소지 금지 품목이었다.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음악을 장시간 듣다가 귀를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나의 고육지책이었다.

 아들이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으니,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알아서 챙길 것이라 믿고, 마침내 그 ‘아이포드’라는 ‘요물단지’를 장만해 준 것이다. 처음 아이포드를 갖게 된 아들은 온 세상을 손에 쥔 듯 기뻐하였다. 그리고는 그 것과 더불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어딘가로 함께 갈 때에도 녀석은 나 대신 아이포드와 대화하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어디로 갈 때면 아이포드부터 챙기던 녀석이 엊그제는 함께 포토맥 강변으로 장거리 산책을 나가면서 빈 손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어쩐 일로 네 분신을 안 챙기는 거냐? 오늘은 음악 안 듣니?” 내가 심드렁하게 묻자 아들은 진지하게 대꾸했다.

 “전에 아이포드가 없을 때는, 나 혼자 머릿속으로 음악을 상상하고, 어떤 악상이 떠오르면 그것을 머릿속으로 기억하려고 몇 번씩 혼자서 되감기를 했거든요. 상상 속에서 늘 음악을 듣고, 음악을 만들었어요. 집에서 직접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포드가 생긴 이후로는 음악을 듣느라고 정작 음악을 상상하거나 직접 만드는 일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 요즘 곡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이포드와 거리를 유지하기로 결심했어요.”

 옳거니! 이 녀석이 ‘모자람’의 ‘미덕’에 드디어 눈을 떴구나! 음향기기가 없을 때는 걸어서 학교에 오가는 동안, 집의 개를 산책시키거나 심부름으로 어딘가를 다녀오는 시간에 머릿속으로 음악을 상상하고, 만들고, 기억하고 이런 매우 창조적인 작업을 진행했던 것인데, 만능 엔터테이너 기기가 생긴 후로 이 모든 창의로운 작업을 진행할 자투리 시간이나 여유를 빼앗기고 말았던 것이다.

 엊그제, 친지의 대학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의 졸업식에 참석을 했었다. 이 학교 출신의 보험 사업가 Joe Plumeri가 열정적으로 무대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축하 연설을 했는데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정보 기술이 발달 된 오늘날, 구글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열정이 어디에 있는지 구글은 알려 주지 못 할 것이다.” 첨단 정보, 기술, 지식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열정에 불을 지피라는 메시지였다.

 어린 시절, 나는 나가 놀 줄도 모르는 게으름뱅이에 책벌레였는데, 안타깝게도 가난했던 우리 집엔 읽을 책이 별로 없었다. 책벌레는 책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 나는 읽었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내용을 다 외우고 책이 나달나달해지도록 읽었다. 그것도 싫증이 나면 벽에 벽지 대신 발라져 있었던 신문지를 뜻도 모르면서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영양실조에 걸려 죽게 생긴 이 책벌레는 마침내 누런 종이를 묶어서 거기에다가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려가지고, 책을 만들어서 그것을 읽었다. 책을 먹는 책벌레에서 책을 만드는 책벌레로 변신을 한 것이다. 그 당시 내게 수백 권의 동화책이 있었다면, 나는 직접 책을 만들 궁리 따위는 하지 않았으리라.

 멀티미디어 인포메이션의 시대라고 해도, 우리 삶의 양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스마트 폰, 컴퓨터 혹은 다른 통신기기로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 속에서 자아를 발견할 수는 없는 일. 첨단기기 아이포드에 열광하던 아들은 만능 엔터테이너 기기 대신에 텅 빈 하늘을 바라보고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사색하는 것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일찌감치 예수께서 설파하셨으리라. 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우리의 결핍은 우리를 살찌운다.


May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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