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s2010. 5. 10. 06:42

공식홈페이지: http://www.pafa.org/

필라델피아 시청 인근에 '펜실베니아 미술학교 (Pennsylvania Academy of Fine Arts)'가 있다.

 

 

아래의 사진에서 가운데 보이는 높다란 흰 건물이 필라델피아 시청.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들이 펜실베니아 미술학교 미술관과 학교 건물들이다.

 

 

 

 

 

 

 

아래사진에서 오른쪽의 붉은 벽돌 건물이 미술관이다.

 

 

 

 

 

1805년에 개교하였다고 새겨져 있으니까 205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이다. 200년을 넘겼다.  이 건물은 개교이래 세번째로 지어진 건물로 알려져있다. 이전 건물은 오래되어 손실되거나 화재가 났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매표와 안내를 겸한 데스크가 있는데 이곳에서 입장표를 구입한다 (성인 10달러). 전시장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만 사진을 찍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래사진,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작품들은 Andrew Wyethe (앤드루 와이어드)의 그림들이다.

 

 

 

 

전시장 내부

 

 

시장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시키긴 했지만, 뭐,

  1. 내가 그림을 훔쳐가는것도 아니고,
  2. 다른 미술관에서는 영구소장품에 한하여 사진 촬용을 허용하는데, 꼭 막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수가 없어서,
  3. 돈 10달러 내고 들어간것이 아까워서,
  4. 내가 평생에 여기 한번 올까 말까 하는 판에 억울해서
  5. 내가 이래뵈도 '미국미술 전문가' 반열에 오르는 향토 아마추어 연구자인데
  6. 나도 건져가는게 있어야 휘발류 값이 안아깝지

등, 온갖 자기합리화를 주문처럼 외우고 외운후에, 경비하시는 신사분이 잠시 조는 틈에 딱 두장 찍었다. 현장 스케치 목적으로. 

 

내가 판단하기에, 이렇게 철저하게 사진촬영을 금지시키고 그러니까, 이곳이 대중에게 (혹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알려져있지가 않고, 그러다보면 쇄락의 길로 들어서는게 아닐까?  인지도가 높아져야 학교의 위상도 더 높아지고 뭐 그럴거 아닌가?  나같은사람이나 찾아가지, 누가 여길 가서 기웃거리겠냐구~  내가 홍보해주는걸 고마워해야 하는거지. 헹.

 

 

 

 

 

 

 

카페테리아

 

내 뒷쪽에 앉아 계시는 분들이, 그, 힐러리 클린턴이 나왔다는 Wellesley College 동문 아주머니들이시다. 미술관 도는 동안 한그룹의 부인들을 어떤 전문 안내인이 안내하는 광경을 목도했는데, 이분들의 옷매무새나 행동거지가 좀 남달라보였다.  뭐랄까...설명하기 곤란한데, 뭐 교양있어보이고 안정되어 보이고, 범상치 않은 여성들의 모임으로 보였다.  '그 아주머니들 참 멋쟁이들이시네...' 뭐 이런 느낌.  차림이 화려했던것은 아니고, 그냥 행동거지나 자세가 안정되고 단아해보였다.  나는 그분들 쳐다보면서, '저 사람들중에 저사람, 저사람, 저사람은 내 친구하고 싶다' 뭐 이런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카페테리아에 가보니 이들을 위한 특별 예약석이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Wellesley College Alumni 라는 표시가 보이는거다. 하하하. 저분들이 스무살때는 한가닥 하셨겠다.

 

웰슬리 컬리지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여자대학이다. 우리나라의 E여대가 그 영광을 누리듯, 미국에서는 웰슬리가 제법 콧대가 높다. 미국 영화배우 Julia Roberts 가 주연한 영화중에 Mona Lisa Smile 이 있다. 허구이긴 하지만, 그 영화속에서 줄리아 롸버츠가 여학교 미술선생으로 나오는데, 그 영화속의 여학교의 모델이 이 학교였을것이다.  부유층, 상류층 딸들이 다니는 작은 사립 여자학교. 그 영화속에서 미술선생이 잭슨 폴락의 작업장도 소개하고 그러는 장면이 나왔었다. 하필 이곳에서 웰슬리 출신 아주머니들을 뵈오니 그 영화 생각이 났다.

 

나는 뭐,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명문학교'에 다닌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보통 학교를 다녔고, 미국에서도 보통 대학에서 공부를 마쳤다.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현재 내가 가르치는 학교는 아직 이름도 미미한 신생 학교이다. 역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뿐.  나로서는 명문대에 다녀보지 못한 것에 대한 콤플렉스나 아쉬움 같은 것은 별로 없다.  그러므로 명문대 출신들에 대해서 '부러움'은 느끼지만, 그 밖의 다른 느낌은 없는 편이다. '너 좋은 학교 나왔니? 좋겠구나...' 뭐 그정도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기고만장을 떨고 있는 판에, 내가 만약에 소위 일류대를 싹쓸고 나왔어봐...기고만장이 하늘을 찔렀을거다. 하하.  근데, 저 아주머니들 아주 우아하고 교양있어 보이셨다. 내 맘에 들었다.  조용조용히 말씀들을 하시고...

 

 

 

 

 

 

 

 

 

 

미술관 바로 옆의 현대식 건물은 학교 건물이다. 이곳 1층에 기념품샵이 있다.

 

 

 

 

 

미술관 건너편에 병원 건물이 있는데, 병원벽 치장이 인상적이었다.

 

 

 

 

 

 

2010년 5월 8일 (토)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니아 미술학교 박물관'에 다녀왔다. 펜실베니아 미술학교는 미국 근대미술의 '산파'역을 한 미술학교라고 할 만한 곳이다. 근대 미국 미술사를 수놓은 쟁쟁한 미술가들이 대개 이 학교 출신이었다... 그리고, 이 학교의 미술관에 그들이 학생시절, 혹은 교수시절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사진 찍기를 엄격히 통제한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것이다.  필라델피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개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찾는다.  이 미술관도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슬슬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다.

 

그런데,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종합적인, 전 세계의 미술폼들을 시대별로 정리하여 소장하고 있는 반면,  펜실베니아 미술학교 미술관은 '미국미술' 을 중점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나처럼 '미국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러 찾아 갔건만, 주옥같은 소장품들을 눈으로만 보고 사진에 담아 올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사진 촬영이 금지된 전시회에 가면 사진 생각 안하고 감상에만 집중 할 수 있으므로 좋은 점도 있다 (그렇게 위로를 해야 속이 편하지...)

 

미술관 기념품 가게에서 소장품 수록집을 판매하는데 65달러나 하길래, 깨끗이 포기했다.

집에 돌아와 아마존에서 헌책으로 30달러에 주문을 했다.

책이 오면, 내가 오늘 봤던 작품들을 상기하며, 다시 감상할수 있으리라.

 

사진 몇장과, 상세한 스케치는 나중에...(운전을 내리 했더니 피곤해서 술이나 한잔 때리고 뻗는게 상책일듯...)

 

아아아, 오늘 '그리운' 그림들을 눈에 가득 담아왔다...

 

 

* 안내인(docent)이 안내 다 마친후에, "녀 미술전공했지?" 하고 묻길래, "아니...취미로 미국미술 공부중" 이라고 답했더니, 이곳에서 요즘 Docent 교육중인데 자기가 추천할테니 와서 교육받고 Docent 하라고. (하하하).  필라델피아까지 왕복 일곱시간 교육받으러 다니라고? 하하하.   음...나 혼자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이제 미국 미술사의 뼉다구정도는 슬슬 불 정도는 된 것으로 보인다. 하하하. 슬슬 정리할 때가 되어가고 있는듯하다.  그나마....내가 사는 보람이다. 혼자 하는 미술사 공부... (나는 우울증이 폭발할때면, 그림 공부에 매달리는 편이다. 요즘 잠잠했는데, 다시 미술책 들여다봐야 할것 같다.  어린왕자는 우울하면 황혼에 의자를 뒤로 빼면서 하루에 수십번의 황혼을 보고, 나는 미술관에 간다.  가끔은 나를 그냥 내려놓고, 그림속으로 사라지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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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10. 5. 4. 12:00

 

필립스 콜렉션 입구입니다.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죠.

이 사진에 나도 있어요. ^^

2010년 2월 20일

 

 

2010년 2월 6일부터 5월 9일까지 세달간 워싱턴 디씨의 필립스 콜렉션에서 조지아 오키프의 추상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대형 미술관을 돌며 오키프의 작품들을 꽤 많이 보고 지나쳤었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이의 추상미술을 한눈에 휙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후원인이었다가 남편이 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에게 보낸 자필 편지며, 스티글리츠가 '애정'을 기울여서 찍은 오키프의 각종 사진들도 흥미를 불러일으킬만 한데요 (제가 미술전공생이 아니고 문학전공생이다보니,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인물사적 에피소드에 오히려 솔깃하기도 합니다. )

 

대부분의 미술관에서 '특별 기획전'의 경우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지요. 그래서 전시장의 사진을 찍을수는 없었고요.  필립스가 자체소장하는 영구소장 작품들은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그것들은 찍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간단한 스케치만 전하고요, 조지아 오키프 관련 페이지를 따로 열었을때, 제가 '수집'한 작품 사진들을 풀어놓기로 하겠습니다.

 

 

필립스 콜렉션 영구 소장품, 뉴멕시코의 풍경화가 걸려있는것이 보이지요.

이 통로에서 (뒤로 돌아서면)  특별전시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전시장부터는 사진을 못 찍지요.

 

 

전시장 입구에 관람객이 간단한 평을 남길수 있도록 공책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영어군요. 호호호.)

 

제가 얘기 했쟎아요.  오키프의 누드사진이 흥미로웠다고요. 저 안쪽에 보이지요...

 

 

제가...좀..이상한데서 집요해요 헤헤헤

통로 입구에서 안쪽이 보이는데요. 전시장 안에서 사진 찍는것은 금지 되어 있지만

전시장 바깥에서 뭐 사진 찍는것을 뭐라고 말할수는 없쟎아요. 

제 카메라 렌즈가 그래도 제법 쓸만한거거든요.

입구 통로에서 그냥 줌업을 해가지고 찍었죠 뭐.

왼쪽은, 오키프가 벌서듯이 팔을 올리고 있는데 겨드랑이 치모가 꽤 섹시하게 찍혔습니다.

오른쪽은 엉덩이 사진인데, 치모까지 드러나는 꽤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직접 사진을 보면 참 '예술'적으로 보입니다. 누구더라 그 '김기덕' 감독의 '섬' 마지막 장면같은.

한마디로, 오키프는 인물도 예술 인생도 예술이었다 이거죠 뭐. (부럽다  ^^).

 

 

 

 

저 리어왕같은 신사분과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에요~  헤헤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10. 5. 4. 11:57

The Phillips Collection 필립스 콜렉션

 

며칠 전에 워싱턴을 방문한 친구에게 어디를 가 보고 싶은가?’ 물었더니 필립스 콜렉션이라고 대답한다. 워싱턴 디씨에는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도 있고 스미소니안 국립 미국 미술관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도 있고 허시혼 미술관등 국립미술관들이 수두룩 한데 이 친구는 그 큰 미술관들을 젖히고 필립스 콜렉션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필립스 콜렉션이 아마도 암암리에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모양이라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친구에게 일단 국립 미술관 급의 큼지막한 것들을 보고, 그냥 양념 삼아서, 혹시 구경하다 시간 여유가 되면 필립스 콜렉션에 가보라고 조언 해 주었다. 큼지막한 미술관에 가면 세계적인 명작들이 뜨르르 하게 걸려있어 온 종일 봐도 다 못 볼 지경인데, 개인 소장품을 전시한 필립스 콜렉션에서 귀한 시간을 보내 버리면 어렵게 온 길이 좀 아깝지 않겠는가?

 

 

 

 

필립스 콜렉션은,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개인 소장품 미술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니까 국립 미술관 급에 비하면 아주 작은 미술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필립스 콜렉션의 규모 자체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은 아니다.

 

 

 

필립스 콜렉션은 미국의 은행, 철강, 유리 산업의 재벌로 알려진 Phillips 집안이 일군 것이다.  Duncan Clinch Phillips (1838 – 1917)씨가 사망했을 때, 그의 아들인 Duncan Phillips (1886–1966)씨가 어머니와 함께 필립스 기념 갤러리 (The Phillips Memorial Gallery)를 열었고, 1921Marjorie Acker 와 결혼한 그는 아내 마 조리와 함께 활발하게 당대의 유럽, 미국의 미술품들을 수집한다. 화가였던 마조리의 작품은 지금도 필립스 콜렉션에 가면 볼 수 있다.

 

 

 

 

 

필립스 콜렉션이 있는 곳은 듀폰 서클 (Dupont Circle) 근방인데, 듀폰 서클을 중심으로 매사추세츠 애비뉴 (Massachusettes Ave.)가 이어져있고, 그 매사추세츠 애비뉴의 양쪽에 각국의 대사관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이곳을 대사관거리 (Embassy Row)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대사관, 한국 영사관, 한국 홍보관 역시 필립스 콜렉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다. 매사추세츠 애비뉴를 걷다 보면 길가에 간디의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그 곁에 붉은 벽의 필립스 콜렉션이 서 있다.

 

 

필립스 콜렉션은 방대한 유럽, 미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하다는 화가들의 작품이 최소한 한두 점씩은 모두 걸려있다. 가령 피카소, 마티스, 반 고흐, 르누아르, 세잔, 보나르, 뷔야르, 잭슨 폴락, 엘 그레코, 조지아 오키프…… 일일이 열거하는 것 보다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http://www.phillipscollection.org/   Jacob Lawrence 의 작품들이 걸려 있는 곳도 이곳이다. http://americanart.textcube.com/32

 

 

 

 

필립스 콜렉션의 특기 할 만한 것은 개인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이라는 것인데 미술관 역시 필립스 일가가 살던 집을 개조하거나 증축, 확장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공간에 일반 주택의 거실같이 편안한 소파가 놓여있거나 혹은 이들이 살던 당시에 설치 되었을 벽난로가 그대로 보존 되어 있기도 하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갤러리나 역사적 주택에 가보면 대개 집기들을 전시해놓고, “만지지 마시오,” 라는 표시를 붙이거나, 전시된 소파에 앉지 말라는 표시를 해 놓는데 이 곳 필립스 콜렉션에서는 전시장의 고풍스런 소파에 편히 앉아 쉬라고 표시를 해 놓는다.  우리는 잠시, 미국의 어느 재벌 집에 초대 받은 사람처럼 고풍스런 소파에 앉아 미술품을 보면서 쉴 수도 있는 것이니, 이런 점이 정답고 친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필립스 콜렉션은 칸칸이 방으로 이루어진 다수의 전시장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로스코(Rothko) Room 이라는 곳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필립스 콜렉션의 인상을 말할 때, 그 로스코의 방이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를 한다. 로스코는 2차 대전 때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미술가인데, 그의 작품의 특징은 문짝이나 문짝보다 더 큰 캔버스를 몇 가지 색으로 추상적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다. 필립스 일가가 로스코의 작품을 사들여 방 하나에 전시해 놓았을 때, 로스코가 이를 흥미 있게 보았다고 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로스코가 워싱턴을 방문하여 직접 이 방을 구경 한 후에 방 가운데에 작은 의자를 하나 놓아두면 좋겠다고 제안하여 그의 제안대로 전시장 가운데에 나무 벤치가 하나 놓였다.  조명이 낮아 고요한 느낌을 주는, 사방에 로스코의 대작이 걸려있는 이 방의 가운데 벤치에 앉아 어느 한쪽 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차분해지고 편안해 진다.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서 각기 다른 면을 바라 볼 텐데, 나는 그 네 장의 그림 중에서 짙은 녹색 주조의 작품 (위 사진에서 오른편의 작품)을 볼 때 가장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곳은 어찌 보면, 신전, 성스러운 장소, 명상실 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필립스 콜렉션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워싱턴 인근 빈민가 학교의 어린이들을 초대하여 미술 작업을 하도록 한다거나 혹은 지역 학교와 연대하여 학생들의 공동 작업을 이끌기도 한다. 가끔 필립스 콜렉션에 들를 때, 나는 이곳, 청소년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전시장을 찾아본다. 그곳에서 어린이들의 시각으로 보이는 세상, 어린이들의 희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 콜렉션은 연중,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가 진행되는데, 상설전시장은 평일에 무료로 개방된다. 주말 (토요일, 일요일)에는 입장료를 내고 입장한다. 평일에 상설전시장과 특별전시장을 함께 둘러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상설전시관만 볼 계획이라면 입장료 없이 그냥 들어가면 된다. 나는 필립스 콜렉션에 종종 들르는 편이므로 따로 입장표 안 사고 상설전시장을 둘러 볼 때도 있다. 한구석에 기념품 샵이 있어서 기념품이나 미술 관련 책을 구경할 수도 있고, 카페에서 음료나 간단한 음식을 사 먹으며 쉴 수도 있다.

 

필립스 콜렉션은 방대한 소장품의 양에 비해서 전시 공간이 협소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주마다 벽의 전시물이 바뀌기도 한다. 상설 전시관의 전시물들이 갈 때마다 위치를 조금씩 바꾸거나 혹은 새로운 작품들이 나와 있거나 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도 이곳을 찾는 기쁨중의 한가지라고 할 만하다.

 

 

아, 위의 작품은 상설 전시관에 걸린 호레이스 피핀 (Horace Pippin)의 작품이다. 언젠가 미국 미술가 피핀에 관한 글을 쓸때, 이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할 생각이다.

 

 September 7, 2009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10. 5. 4. 11:52

 

  (왼쪽)  디씨 대사관로 인근의 필립스 콜렉션

                      (가운데)   Elizabeth Murray (1940-2007), The Sun and the Moon

                                                                             (오른쪽)     전시장에서 보이는 실제 작품 크기

 

                    

                        기념품샵에 진열된 만화경 (Kaleidoscope), 그 만화경으로 보이는 세상

 

 

 

Jacob Lawrence 의 Migration Series 를 취재하러 워싱턴 디씨 시내의 필립스 콜렉션 (Phillips Collection)에 나갔다 왔다. 오후에 일찌감치 퇴근하고.  제이콥 로렌스에 대하여 장문의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열었는데, 어쩐지 피곤해서, 내가 대충 써버리고 말까봐,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필립스 콜렉션에 나갔다 온것만 기록하고 만다.

 

 August 28 2009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5. 4. 10:30

 

 

2010년 5월 3일 월요일.

간밤에 폭우, 아침에도 집중적인 소나기.

새벽에 일어나 책상머리에서 온라인 수업 자료를 챙겨서 보내놓고, 내가 할 일을 다 마치고.

연구실로 나가는 대신에, 비온 후의 상쾌함을 맛보기 위해서 포토맥강변에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강변에 나가기 전에 왕눈이를 한번 안아주고.

 

비가 그쳤지만,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어서, 비가 다시 쏟아질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런 흐린 날씨가 산책하기에는 가장 알맞다.

가볍게 조지타운까지 걷다 오려고 작정하고 나간 것인데 (비 온후에 터키런 같은 숲길은 위험하다. 길이 질척거리고 그리고 바위나 나무가 미끄러워서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Fletcher's Cove 앞을 지나다가 배와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자전거를 타보면 어떨까?

즉흥적으로 자전거에 눈길이 꽂혀서, 그걸 타고 한바퀴 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내판에 나와있다시피, 자전거는 한시간에 7달러, 하루 28달러 대여료를 받는다.  시간당으로 계산이 되다가 28달러 이상 넘어가면 하루 대여료로 내면 그만이다. (네시간을 타건 다섯시간을 타건 마찬가지라는 말씀).

 

자전거 (혹은 카약이나 보트)를 빌리기 위해서는 신분증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된다. 신분증은 나중에 자전거나 배를 반납할때 돌려받는다. (신분증 없으면 대여할수 없다.)  사진속의 점원 아저씨가, 성품좋게 생긴 미남이고, 그리고 친절하다. 간단한 음료와 스넥도 판다.

 

 

 

 

 

 

나는 일단 한시간 대여료를 냈고, 나중에 돌려줄때 시간초과를 할경우 정산을 하기로 했다. (그쪽에서 한시간 비용만 받고 나중에 정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장면을...나는 무척 좋아한다.

길 왼편으로는 바다같이 넓고 느긋한 포토맥강이 유유하게 흐르고

길 오른편으로는 운하가 흐른다.

나는 물위에 난 길을 통과하는 것 같아.

이런 길이 Great Falls 로 향하는 11마일 내내 이어진다.

한편에 강, 또 한편에 운하.

 

 

 

 

흰 건물은 Lock House 라고 한다.  포토맥 강변의 운하 (이 운하 길이 200마일 이어진다, 워싱턴 디씨에서 시작하여 멀리 오하이오에서 끝난다. 그래서 Chesapeake Ohio Canal 이라고 부른다) 이 운하의 수문이 1-2마일마다 있는데 (물의 높낮이를 이용하여 배를 움직이게 해준다)  그 수문 관리인 가족이 살던 집을 Lock House 라고 부른다.

 

현재 이 200마일 (100 마일은 160 킬로미터) 의 운하는 운하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이 200 마일에 이르는 운하길을 국립 공원으로 지정하여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다닐수 있도록 길을 유지보수하거나 나무며 자연환경을 관리를 하지만, 그 외에 인공적인 구조물은 없다. 가게도 없다. (물 사먹을 간이점도 없다.)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언젠가는 이 집에 가족이 살았고

아이들은 부모를 도와 수문을 여닫는 일을 했을 것이다.

 

 

 

 

 

오래된 마일 스톤 (Mile Stone : 이정표 : 몇마일인지 표시하는 돌)이 보인다.

9 miles to W.C 라고 적혀있다. 

워싱턴 디씨까지 9마일 남았다는 뜻이다.

내가 강변에 가면 대개 3.5마일 지점에서 조지타운까지 가므로 왕복 6마일로 환산을 하는데

이곳은 내가 평소에 산책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조지타운 반대방향으로 (상류쪽으로) 5.5 마일을 올라온 곳이다.

 

옛날에는 Washington D.C. 를 W.C 라고 표기했나보다. (혹은 D자가 마모되어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메릴랜드 방향의 Great Falls Park 진입로. 이쯤에서 반환

 

이곳을 지나치니, 2008년 12월이던가, 몇몇 지인들과 이곳을 산책한 일이 생각난다.

그중에는 '친구'라 부를만한 이도 있었고, 그냥 아는 분이라고 할 만한 분도 있었고.

겨울이었는데 날이 포근했다.

산책을 마치고, 일행중에 내가 '정경부인'이라고 일컬었던 '마님'이 집에서 국수나 먹고 가라고 제안을 하셨다.  그래서 산책 마치고 그댁에 들러서 멸치국물에 소면 말은것을 잘 먹었다.  그 부인이 내가 고기국물 안 먹는걸 아시고, 내게 뭘 먹일때면 신경을 많이 쓰셨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셨는데,  이사한 후에 일부러 우리집에 '간장 한통'을 주려고 먼 걸음을 하셨다.  친정 어머니께서 손수 빚으신 아주 귀한 조선간장인데, 그걸 타향살이하면서 아끼고 아끼다가 귀국을 하시면서, 내게 주려고 일부러 빗속에 다녀가셨다.

 

그 조선간장 (우리 집안에서는 이걸 조선간장이라고 부른다.  '왜간장'에 대별되는 '자존심'있는 간장, 그것이 바로 조선간장이다) 을 나는 미역국 끓일때마다 넣어 먹었는데, 이제 잼병으로 두병이 남았다. 저거 다 먹으면 그다음에는 사먹어야 할 판인데, 조선간장은 집에서 담아야 제맛인것을 나는 안다.

 

 

 

 

 

 

Great Falls 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길.

 

 

 

 

오후 한시쯤에 Fletcher's Cove 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출발했는데, Great Falls 까지 가는 11마일 동안, 중간에 멈춰서 자연관찰도 하고, 새 관찰도 하고, 학교에서 긴급회의 한다고 전화를 해대서 전화받고, 그러느라 지체되었다.  길은, 흙길에 자갈이 깔려있어서, 아스팔트에 비해서는 길이 매끄럽지 않아 힘들었다.  자전거 반환하러 가서 시계를 보니 네시간이 지나있었다. (오후 다섯시). 아아아.

 

출발할때는 두시간이면 왕복할줄 알고, 가볍게 생각하고 물 한병 가지고 갔는데, 네시간 돌아다니며 그 물 한병을 아껴먹어야 했다.

 

오늘 내가 자전거로 왕복한 거리는

2008년 11월에 온가족이 걸어서 왕복한 적이 있다.

그날 오전 열한시쯤 출발하여 다섯시쯤에 돌아왔는데, 중간에 비도 오고 아주 물에 젖은 생쥐꼴로 걸었었다.

오늘은

그 길을 나혼자 한가롭게 자전거로 돌았다.

그 길의 부분부분을 친구나 지인과 돌기도 했었으므로 내게는 익숙한 길이었다.

그런데 자전거에 앉아서 보는 세상은 걸을때와는 또 달라서

늘 새롭고, 아름답고 그렇다.

날씨도 비 온 후라 촉촉하고, 공기에서 수박냄새가 나고, 향긋하고, 뜨겁지 않아 좋았다.

 

아마도 오늘 내가 자전거로 타고 돈 거리가, 내 생애에서 자전거로 달린 가장 긴 거리일것이다.

어릴때 자전거타고 태릉에 간다던가, 강변에 간다던가 한 적은 있었지만, 오늘같이 진빠지게 달린 적은 없었다.  어릴때도 내가 포장된 길만 달렸지, 오늘같은 자갈길은 ... 아아아... 만만하게 봤다가 고생좀 했다. 하하하. 하지만 즐거웠다.  또 가야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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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