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 28. 06:11


내가 여기 있다가 한국으로 가게 되면 가장 아쉬운 것은 나의 친구 '에코'와 헤어지게 된다는 것일게다.  나의 귀염둥이 아들 챨리는 '스피커' 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녀석은 온갖 종류의 스피커를 모으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고, 크지도 않은 집의 창고에는 귀신딱지 같은 스피커들이 쌓여있다.  나는 내가 한국 가기 전에 저 귀신딱지들을 다 내다버려야지 하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스피커 매니아 덕분에 그 시스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이기도 하다. 



찰리는 '에코'라는 그 스마트 기기를 집안의 세군데에 장치를 해 놓았다 (하나면 충분한데 왜 세개씩이나? 이 대목에서 나는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는 각각의 에코에 별도의 스피커들을 이리 저리 연결해 놓았다.  세개의 에코는 각자 세마리 강아지처럼 개별적인 기능을 한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에코들을 총동원해서 한가지 일을 시킬수도 있다. (이것은 최근에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각각의 위치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일 (예컨대, 베드룸 불을 켜라 꺼라 뭐 이런)을 하는 에코들이지만 만약에 내가 "Echo, play music everywhere!" 이렇게 말하면 온집안 구석구석에 설치된 스피커가 한꺼번에 음악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걸 왜 이제서야 알려준거야? 진작에 알려주지! 내가 한탄을 하자 찰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는데 엄마가 귀담아 듣지 않았쟎아요."  음...그랬을거야...)



그래서, "Echo, play Renaissance music Everywhere" 주문을 외워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속에 나는 앉아있다. 온집안에 숨어있는 열개 가까이 되는 스피커들에서 음악들이 흘러나오자, 내 주변의 공깃방울들이 마치 보슬비 방울처럼 내 온 몸을 감싸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음악의 바닷물 속에서 물고기처럼 유영을 하는데 산들바람이 불고, 물결에 이리저리 일렁이는 산호초 사이로 작은 물고기가 되어 떠도는 그런 기분.  이럴때 음악은 천상의 관능미를 전한다. 


관능적이며 

성스럽고 

상쾌한...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기쁨'에서 '관능미'를 제거하면 그것은 본연의 기쁨에서 뭔가 결여된 미완의 기쁨일것이다.  사람이 '몸'을 갖고 있는 '신체적'이며 '물리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한 '관능미'는 선을 완성시키는 요소일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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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8.01.29 01:40 [ ADDR : EDIT/ DEL : REPLY ]
    • 가면 봄학기 마치고 6월에 다시 올건데요 뭐... 아주 가는게 아니에요.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아직 내 집이 어느쪽인지 정하지도 못했어요. 하느님만이 아실 일이지요. :-)

      내 인생 이게 뭔가 하다가도, 그래도 하느님은 답을 알고 계시겠지 하고 생각하면 안심이 되는거지요. 답을 몰라도 답은 있는거니까요.

      2018.01.29 09:18 신고 [ ADDR : EDIT/ DEL ]
  2. 참 알렉사가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던데요 *+* 막네 지환이 생일이었어요 그제! 처음 발견하고 너무 신기했어요^^

    2018.02.02 04: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멤버십 가입할때 아마도 본인, 가족 생일 입력하는 부분이 있나보죠?

      저희 집에서는 '알렉사' 대신이 '에코'라고 부르는 식으로 재설정을 했는데, 왜냐하면 처음에 '알렉사'라는 이름을 그냥 들었을때 '안락사' 처럼 들리는거에요. 그래서, "이름이 이상해. 안락사가 뭐 어쩌라구?" 한마디 했더니, 아들이 이름을 바꿔 놨어요. 헤헤

      2018.02.04 06:24 신고 [ ADDR : EDIT/ DEL ]
    • ㅎㅎ 안락사.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들리기도 하네요. 생일 노래는 그냥 요청하면 불러주는 거에요. 한번 들어보세요

      2018.02.05 00:11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8. 1. 28. 05:50



큰 아들 존의 고양이인 우리 나비는 약 9개월 정도 된 암코양이이다.  존의 직장 근처의 길거리 고양이에게서 지난 3월쯤 태어나서 존의 직장 사람들이 먹이도 주며 키웠는데,  어미가 근처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것이 발견 되었고 새끼가 혼자 남아서 꿋꿋하게 지내는 것을 존이 데리고 온 것이 지난 여름. 여름 방학 기간에 내가 집에 와 있는 동안 입양을 해서 내가 돌보다 떠났고 나비는 존의 무한한 애정을 받으며 지내왔다.  


짐승들이 대개 그러하듯,  나비도 내가 저를 극진히 위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내가 집에 있는 동안에는 늘 내 곁을 맴돌고 있다.  특히 나비가 내게 와서 스킨십을 해 댈때는 두가지 경우인데 (1) 밥달라고 조를때, (2) 내가 책상이나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들여다볼때.  배고플때 아양떠는 것은  당연히 생존을 위한 행동으로 보이는데, 내가 책상에 앉아 있을때 살갑게 와서 부비대고 근처를 안떠나는 이유는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뭔가에 집중하거나 몰두할때 그것에 대해서 '질투'를 하는걸까?  나는 대체로 이런 풀이를 하는 편이다.  옛날에 우리 개 왕눈이도 내가 공부를 하고 있으면 내 책상위에 올라 앉아 내 책을 엉덩이로 깔고 앉거나 하는 식으로 나의 공부를 방해하다가 지치면 그냥 책 모퉁이에서 배를 깔고 자고 그랬었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에 '바실라르'의 초의 불꽃에 나온 '드방빌의 고양이'를 생각해냈었다.  밤새 'burn the midnight oil' (밤새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는) 주인의 곁에서 촛불처럼 지키는 고양이에 대한 사색의 대목이었다.  내 개가 그 고양이 흉내를 낸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우리 나비가, 내가 책상에만 앉으면 따라와 책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본다.  책속의 사색이 빈말이 아니었어...



우리 나비에게는 존이 모르는 여러가지 행동 양식이 있다.  나는 '관찰자'라서 물끄러니 뭔가를 볼때가 많으니까, 어느날 우리 나비의 어떤 습성이 눈에 들어왔다.  나비는 생후 약 3개월까지는 어미를 따라서 길고양이로 살았고, 야생고양이로서의 유년시절을 보낸 셈이다.  그래서 우리 나비는 밥을 먹다가 밥그릇에 밥이 남으면 뭔가로 덮어서 은폐하려고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을 은폐하는 것은 많은 야생동물들의 본능적 행동이라고 알고 있다.  전에 나의 야생고양이 피터 (장님 폴의 형제)를 먹이기 위해서 덤불 굴 입구에 먹이를 갖다 주었을때 피터는 배불리 밥을 먹고나서 밥그릇 위에다가 낙엽을 긁어서 덮었다.  그 행동이 신기해서 조사를 해보니 그것이 야생동물들의 자기보호용 행동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피터는 거실밖 포치에 밥을 줬을때도 주변에 나뭇잎 하나 없을때에도 밥을 먹고 나면 밥그릇 주변을 박박 긁어서 뭔가로 덮는 '시늉'을 했다.  고양이들이 용변을 본 후에 흙으로 덮듯, 남은 음식도 동일한 양식으로 덮으려고 한 것이다. 


아래의 사진 두장은, 고양이가 먹다 남긴 밥이고, 그 밥그릇을 나비가 키친타올로 덮어 놓은 모습이다.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조작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우리 나비의 주인이라고 할만한 존 역시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나비가 키친타올로 음식 그릇을 덮어 놓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얼마전에 내가 곱게 수놓은 손수건이 고양이 밥그릇위에 살포시 놓여있는것을 발견한 나는 '아니 내가 수놓은 보자기를 누가 여기다 덮어놓은거지?'하고 치워놓았다.  그런데 이튿날도 그 손수건이 고양이 밥그릇에 덮여있는거라.   그때 나는 고양이의 습성을 생각해냈다.  나비 네가 한 짓이냐?  마침 그 수놓은 손수건은 테이블 아래의 바구니에 놓여 있었는데, 나비가 발끝으로 긁어다가 덮었을것이다.  나는 손수건을 접어서 높이 올려놓고, 그 대신에 키친타올을 한장 뜯어다 밥그릇 주위에 놓아 주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나비는 키친타올을 긁어다가 정확히 밥그릇위에 덮어 놓았다.


뭐 그렇다고 사람 손으로 하듯 살포시 그렇게 덮는 것은 아니다. 내가 관찰해보니, 다른 고양이들이 하듯이 밥그릇 주면을 그냥 앞발로 박박 긁는다. 그러다가 주변에 뭔가 잡히면 앞발 손톱으로 그걸 끌어온다. 그냥 지속적으로 박박 긁으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종이(손수건)가 밥그릇 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지.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 한번도 그 광경을 목도한 적이 없으므로, 원래 이야기를 잘 지어내는 엄마가 뻥을 치는거라고 상상하는 눈치이다. 이젠 자기네들도 어른이기 때문에 어릴적처럼 쉽게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이다.  (내가 상상의 이야기로 아이들을 많이 곯려 먹었기 때문에, 이번 일도 나의 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나비는 이렇게 얌전하게 제 밥 남은것을 덮어 놓았다. 나중 간식 생각나면 다시 와서 먹고 또 덮어 놓을것이다.  이 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하면 좋겠지만...내게 그런 열정은 남아있지 않다.  믿거나 말거나, 고양이들은 제 밥을 잘 덮어놓을줄 안다. 아마 교육시키면 설겆이도 할수 있을거다.  나비는 나보다도 훨씬 깔끔하게 제 살림을 잘 해내며 살고 있는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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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8. 1. 26. 12:12

위 사진은 웹에서 '자료'로 가져온 것이다. 


우리집 뒷마당에 출몰하는 희고 덩치 큰 고양이가 한마리 있다.  한 1년 전 쯤부터 본 것 같다.  처음에 나는 전신이 새하얀 털로 덮인 이 고양이에게 '스노우'라는 이름을 지어서 불렀다.  목에 가느다란 목줄도 있어서 그가 야생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는 우리집 거실 밖에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지난 여름에 왔을때, 우리집 아이들이 모두 이 녀석에게 화가 나 있었다.  


우리 뒷마당에 사는 눈먼 장님 고양이 --폴 (사도 바울)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눈먼 고양이 폴은 크고 힘센 고양이가 새로 나타날때마다 늘 그들의 공격의 대상이 된다.  눈 먼 고양이라 만만해서 그런건가? 나의 폴은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날때마다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흰고양이가 덤불을 들 쑤시고 다니면서 눈먼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이 종종 목도 되었고,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이 이를 발견할 때마다 쫒아가서 야단도 치고, 막대기도 던지고 하면서 으르렁댔다.  지난 여름에는 나도 이 녀석에게 몇차례나 막대기를 던졌다.  그래서 나는 밉상 녀석을 '푸틴'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깡패 푸틴녀석. 아, 왜 하필 푸틴인가하면, 이 고양이의 주인이 근저 저택에 사는 미국 남자인데, 러시아에서 살때 이 고양이를 입양해서 러시아에서 함께 살다가 미국에 올때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에서 온 깡패녀석이라서 '푸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번 겨울에  집에 돌아 와서도 한차례 막대기를 던져 녀석을 폴에게서 떼어 놓아야 했다.  얼마전에 폴의 거동이 수상쩍어서 살펴보니 엉덩이쪽의 살점이 보였다.  사납게 물어 뜯어서 털도 벗겨지고 생살이 그냥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내 가슴이 무너졌다).  아이들은 그 흰고양이 녀석이 그랬을거라고 믿고 있다.  내가 집을 비운 2년 동안 바깥 고양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살펴오고 있는 젊은 미국인 부부들도 그 흰고양이가 그랬을거라고 믿고 있다. 그 부부는 고양이 주인 아저씨에게 고양이를 중성화 시키던가, 아니면 우리 동네에서 깡패짓 못하게 집에서만 키우던가 하라고 시시때때로 전화질을 해대고 있다는데, 녀석은 요즘 매일 우리집 밖에 출몰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도 덤불에서 폴이 비명을 지르길래 내다보니 폴이 해바라기 하는 덤불 입구에 이 녀석이 폴과 마주 앉아 있었다.  내가 잡아 죽일듯이, 잠옷바지만 입은채로 달려가보니 녀석이 폴 앞에 물끄러미 앉아있는데, 폴은 죽을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일단 죽을듯이 소리지르는 폴을 안정시켜야 했다. 내가 간신배와 같이 간사스러운 목소리로 "나비야, 나비야, 걱정마, 내가 왔어, 나비야, 나비야" 이렇게 말해주자 폴은 비명을 멈췄고, 흰 고양이는 내 눈치를 보다가 쓱 사라졌다.  장님인 폴은 내 목소리를 듣고 안심했고, 깡패 푸틴 녀석은 내가 노려보니까 도망을 간 것이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오늘 본 장면은 좀 의외였다.  장님 폴이 비명만 지르지 않았다면, 그들의 풍경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덩치큰 푸틴 녀석은 장님 폴앞에 평화롭게 앉아 있었고, 장님 폴 역시 그를 마주 향해 앉은채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니, 그들의 마주한 자세는 '평화' 그 자체였다.  폴이 평소에 당한게 있으니까 , 오늘 푸틴은 아무런 해코지를 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폴이 그냥 지레 놀라서 비명을 질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 혼자 중얼거렸다. "푸틴 녀석, 그 녀석은 친구를 사귈줄 모르는가보다.  깡패짓 하면 친구 사귀기 힘들다는 것을 모르고 깡패짓 해 놓고 친구 하자고 찾아 다니나보다. 멍청한 녀석." 


책방에서 시간보내다가 해가 저문후에 집에 오니, 어둠 속에서, 바깥 포치에 놓인 캣타워 꼭대기에 흰고양이 푸틴 녀석이 태평하게 앉아있다.  내가 "나비야, 나비야" 부르니 멀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내가 그를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캣 타워에서 내려와 우리집 거실 유리문에 얼굴을 갖다 대고 양양거린다.  이상한 녀석이다. 내가 소리지르고, 째려보고, 신발짝이나 막대기를 던진 적도 있는데, 오늘 아침에도 구박을 해 보냈는데, 내 유리문에 코를 대고 양양거린다.   먹이를 한 그릇 주니 그걸 달게 먹는다. 뭐냐 너, 러시아에서 살다 왔다는 네 주인아저씨는 뭐 하는거냐? 밥도 안줘? 너 왜 밤까지 집에 안들어가고 여기와서 밥을 달래 응? 녀석은 배불이 밥을 먹더니 인사도 없이 가버린다.  조금 후에 장님 폴과 어미 메리가 왔다. 나는 또 밥을 준다.  


푸틴아, 배 부르게 밥 줄테니까,  눈먼 고양이 폴을 괴롭히지 말아라. 폴이 심성이 착해서 눈이 안보이는데도 제 동생들을 얼마나 잘 돌봤는데. 너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줄테니, 제발 괴롭히지 말아라.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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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8. 1. 26. 11:30



타이슨스 쇼핑몰에 갔다가, 반즈앤노블에서 When to Rob a Bank 와 수도쿠 책을 심심파적으로 사가지고 왔다.  마침 바겐세일 가격이라서 아마존에서 하드카피나 킨들을 사는것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기분전환용으로.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왔기 때문에, 이 책도 나를 크게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노마드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삶이라서, 종이책을 여간해서는 안산다. 대개 킨들 버전으로 사는데,  책방에서 발견한 맘에 드는 책들을 사진으로 찍어와서 집에서 아마존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어떤 경우에는 페이퍼보다 킨들 버전이 더 가격이 높은 것도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이런식으로 전자책의 마수에 빠지는건가?  초기에는 전자책이 종이책에 비해서 가격이 월등 쌌지만 -- 전자책의 확산으로 점자 전자책 수요가 높아지고 종이책이 밀려나면서 아마존은 슬금슬금 전자책 가격을 높이고 있는것이 아닌가?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어쩔수 없이 손쉽게 아마존 킨들북을 사 볼수밖에 없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책방 조사도 좀 해보고, 책 시장의 동태를 살펴야겠다. 이바닥이 어쩐지 수상쩍게 돌아간다는 괴괴한 느낌. 


그래도, 떠돌이 생활에서 종이책은 '사치'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내 삶의 양태가 그러하다.  여전히 종이책에 파묻혀 지내긴 하지만, 전자책이 소리없이 부피도 없이 이미 내 삶에 깊이 파고 들었다. 


음, 집에 와서 검색하니 내가 찜 해 놓은 신간들이 전자책이 더 비싸거나 종이책과 비슷한 형상이라, (약이 올라서) 오랫만에 종이책들을 대거 주문하긴 했는데, 그것들 비행기타고 다니면서 옮기는 것도 부담스럽고, 쌓아 둘데도 마땅치 않고... 나는 내 거처나 연구실이나 임시로 머무는 여관처럼 보는 편이다. 책을 위한 내 집을 갖고 싶다. 어쨌거나, 수상쩍은 전자책 가격.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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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8. 1. 13. 10:27



I know just how to whisper, 
and I know just how to cry; 
I know just where to find the answers; 
and I know just how to lie. 


I know just how to fake it, 
and I know just how to scheme; 
I know just when to face the truth, 
and then I know just when to dream. 

And I know just where to touch you, 
and I know just what to prove; 
I know when to pull you closer, 
and I know when to let you loose. 

And I know the night is fading, 
and I know that time's gonna fly; 
and I'm never gonna tell you everything
I've got to tell you, 
but I know I've got to give it a try. 

And I know the roads to riches, 
and I know the ways to fame; 
I know all the rules
and then I know how to break 'em 
and I always know the name of the game. 

But I don't know how to leave you, 
and I'll never let you fall; 
and I don't know how you do it,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Every time I see you all the rays of the sun 
are streaming through the waves in your hair; 
and every star in the sky is taking aim 
at your eyes like a spotlight, 


The beating of my heart is a drum, and it's lost 
and it's looking for a rhythm like you. 
You can take the darkness from the pit of the night
and turn into a beacon burning endlessly bright. 
I've got to follow it, 'cause everything I know, well it's nothing till I give it to you. 


I can make the run or stumble, 
I can make the final block; 
And I can make every tackle, at the sound of the whistle, 
I can make all the stadiums rock. 



I can make tonight forever, 
Or I can make it disappear by the dawn; 
And I can make you every promise that has ever been made, 
And I can make all your demons be gone. 


But I'm never gonna make it without you, 
Do you really want to see me crawl? 
And I'm never gonna make it like you do,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making love)

I think I am gonna learn this song by heart and sing it at the festival in May. I will give it a try.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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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8.01.23 00:37 [ ADDR : EDIT/ DEL : REPLY ]
  2. 김민아

    초대장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블로그 잘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도 종종 들러 인사드릴께요. 감사드려요.^^

    2018.01.23 23:56 [ ADDR : EDIT/ DEL : REPLY ]

Diary/Life2017. 2. 7. 02:04


Let me tell you a story of a blind cat whose name is Paul.  He was born on an autumn day in 2014 along with his brother Peter. His mom was one of the ordinary north American grey feral cats in your neighborhood bushes.   So, now, Paul is two years and some months old. 


I first saw the Mom cat in the summer of 2013 when I moved to this place from Maryland.  Yeah, the previous year I lost my dog, King. I saw a couple of young cats (like teen-age cats) playing in the bush near my place. They were young and active. One was the typical gray striped cat and the other was kind of Siamese cat.  They were like ghosts -- seen now but gone right away. I didn't care much about them. But the following year, in 2014, I sometimes noticed that a number of cats, about 3 or 4, are passing by my window at night and sometimes one of them peeks into my window 'without' curiosity. I mean 'without' curiosity. They simply looked like saying, "me...no...interested in anything about you guys..." I sometimes put some food out in the porch to see if anyone is coming to eat it.  Little by little, I noticed that they come and eat when I am away. It was like playing hide-and-seek. They come to eat but I never saw them eating. 


Little by little, very slowly, the two of them came to have their free daily meal at my porch. And one autumn night, I saw the grey cat eating at my porch along with two kittens. One was very ugly and the other was a little bit small but cute.  Oh, they were so cute....


I sometimes saw the three of them playing in my backyard under the autumn moon.  The kittens were also the ordinary gray striped ones, and I assume the white Siamese cat was not their biological father, although he was very gentle and caring for the two kittens. I spent more and more time observing the bush area in my backyard to find this cat family in those days.  And one day, looking into the cave under the sun light, I found the cute little one's eyes had been infected and he had lost his sight.  He was sitting silently in the cave waiting for his family. He was there. Silent.  (Feb. 7, 2017)



Dear Paul...


Yeah, his name is 'Paul.' Is it she? Not sure. Some say it's 'he' and I find no 'ball' so I assume it is 'she.'  But anyway, I named him 'Paul' that fall which was two and some more months ago from now.  You know the apostle Paul in the bible, the guy who used to be 'Saul' but was named 'Paul' ever since he encountered the Lord.  He got blind and then saw the real light ever since.  I named this blind cat after the apostle 'Paul' hoping that his days be filled with blinding inner lights.  Dear Paul, have you met your Jesus? I am away from Paul now, about 15 hours flight away across the planet earth. It is day time so it will be deep in the night in your place. My days here is passing so quickly.  Do not imagine that I think of you very often...no...  I think of you sometimes...  I come back to this page sometimes to find your photo here and imagine what you are doing now.  Does Charlie and John provide you with milk regularly? Does anyone annoy you?  Is the white cat still bothersome to you? Do you .... do you remember me? Do you...do you remember my voice?  Do you know that sometimes I think of you? (Maybe, are you asking the same questions to me?) (March 21, 2017)



(to be continued....)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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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2. 2. 8. 22:13

미학자이며 논객인 진중권씨는 10여년전 내 눈에 났다. 그의 베스트셀러라는 '미학 오딧세이'를 읽다가 책을 집어 던지는 것으로 나는 그와 절연했다. 그는 독자인 나를 알리도 없지만 말이다.  이유는?  참 별것도 아닌 이유다.  하지만 책 읽다가 내가 감정이 상했기때문에 나 혼자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 버린 것이다.  뭣때문에?  그가 무슨 작품에 대한 썰을 풀던중 "권력이 생기면 술과 여자도 얼마든지 즐길수 있고...." 이런 말을 했다.  '술과 여자'  참 아무나 쉽게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진중권의 책에서 그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리라고는 기대를 안했다.  '이 새끼도 똑같은 새끼군...재수없어...' ---> 이것이 그당시 나의 아주 원색적이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결국 --> 너같은 놈이 쓴 미학책 따위, 개나 물어가라고 그래.  뭐 이렇게 된거다.

나는 현재 진선생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책을 들여다 볼만큼의 애정은 느끼지 못한다. 그가 그의 분야에서 건필하기를 바랄 뿐이다. 

***

강아무개 의원이 술자리에서 몇마디 실언을 한것이 문제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때, 나는 그의 인생이 참 딱하게 풀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실언 맞다.  나는 내심 그가 빨리, 잽싸게, 꼬리 팍 내리고 무릎 조아이고 싹싹 빌면서 '죽을 죄를 졌다. 술먹고 실언했다.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사내 대장부'답게 '쿨'하게 행동을 해주기를 바랬다.  머리좋고 전도 양양한 쓸만한 국회의원이 아닌가 말이다.  그의 불운하고 억울한 가족사와 개인사가 제법 나의 마음을 움직였을수도 있다. 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를 좋아한다. 드라마틱하니까. 하지만 그는 지저분하게 일을 마무리했고, 이상한 나락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

나꼼수가 비키니 파동에 휘말렸다.  기성언론이 어떤식으로든 이를 언어적 성추행의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저쪽의 프레임 놀이와는 별도로, 나는 나꼼수가 이것을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갈지 주시하고 있다.  내가 아직 젊고 철이 덜 들었을때는, 단지 '술과 여자'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쓸만한 논객을 단칼에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는 치기를 보였지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인내심도 좀 생겼고,  내 동생뻘 되는 남자들이 세상을 잘 모르고 말 실수 하는 것에 대해서 제법 관대해 진 면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무엇'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왜 어떤 단어나 말이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들여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 99 프로가 옳다해도 1프로가 오류가 있다면 시정을 해 주기를 나는 바란다. 쿨하게. '실패!' 이러고 한마디만 외쳐줘도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에게 박수를 날리고 여전한 애청자로 남을 것이다. 1프로의 오류 때문에 99프로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쫄지말라. 그리고 사과하라. 사과는 원래 진정 쫄지 않는 사람만이 할수 있는거다.

****

나는 처음 만난 사람(남자)가   대뜸, "미인이시네요" 하고 인사를 날리면 겉으로는 무표정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 하는 욕설을 상대에게 날린다. 재수없고 불쾌하다는 뜻이다. 내가 일하는 사회적인 영역에서 내가 미인이건 아니건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거기서 미모를 논하는 것은 무례한 태도이다.  <====== 남자들은 이런 내 심사에 대해서 "미인이라고 칭찬하는데 뭐 어때서 난리니?" 할지도 모른다.  글쎄, 나로서는 그 말이 성추행에 버금가는 아주 불순하고 지저분한 말처럼 들린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별도로 나로서는 기분이 아주 더럽다.  ---> 바로 이런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심사다. 아무자리에서나 그저 이쁘냐 안이쁘냐 가슴이 섹시하냐 안하냐 이런거 논하지 말라.  이쁘다 안이쁘다는 내 가족 내 애인이 내게 해줄수 있는 말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이 내게 대놓고 할 말이 아니라는거다.


****

여자 참 상대하기 어렵고 거추장스럽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겨우 이정도를 숙지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고 거추장스러운가?  여자들은 온갖 눈치를 다 보며 겪으며 살아가는데, 새발의 피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자들 남자보다 몇배 노력해야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오른다.  그 여자들이 기울이는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예의에 신경을 써준다면 이 세상, 참 많이 평화로워질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여성학 책이라도 보고, 공부도 좀 하고 그래야 한다. 

이해하려는, 배우려는 노력도 않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지랄들이야!" 하고 쿨하게 그냥 넘어가러 들때 그때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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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학 오딧세이..중간에 걷어치운 사람, too....
    개인의 지적 수준과 상관없이 바른 말을 하는 것과 말을 칼처럼 휘두르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사람이 남들 모르는 뭘 안다해도 별로에요..
    여전히 아직도 여자가 사람인걸 깨닫지 못한 족속이 많아요..

    2012.02.09 04: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문제는 뭐냐하면, 보통 '선량한' 남자들의 경우 자신은 전혀 악의가 없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아주 '불쾌'한 상황이 많다는 것이지요. 왜 화를 내는지 모르는거지요.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지요. :-)

      근데 진중권씨는 좀, 아까워요. 똑똑한 사람 맞거든요. 많은 경우 그 사람이 내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발언을 해주고요. 그런데 불운하게도 딱 한마디 때문에 그냥 억울하게 미운털이 박힌거죠. 자신은 그게 왜 문제가 되는 발언인지 잘 모를거에요. 여자가 아닌이상, 자기네들 세계에서, 절대 이해못할걸요.

      :-) 우리는 피차 서로 다른별에 사는 사람들 같아요. 하하하.

      2012.02.10 05:40 신고 [ ADDR : EDIT/ DEL ]
  2. 정봉주의 서신, 합격
    김어준의 '딴소리로 생까기', 불합격. (넌, 애매한 말로 본질을 흐리면서 생까고있어. 그것이 너의 한계야. 공부좀 해라 공부좀. ) 감옥에 있는 정봉주가 불쌍하다. 난 니가 본질 흐리면서 넘어가는 방식을 잘 알아. 그걸 그냥 묵인한 이유는 '내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여전히 나는 그쪽 편일수밖에 없지만, 나는 너의 한계를 이미 봐 버렸어. 진중권보다도 못한놈. 아웃.

    2012.02.10 19: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iary/Life2011. 10. 20. 00:07


필라델피아 미술관 인근의 오래된 밥집 거리.  이곳에는 이탤리안 식당이나 카페가 많이 있었다.


내 친구는 조지타운의 천주교회에 다닌다. 나는 가끔 내 친구네 천주교회에서 음악회를 하거나 바자회를 할때 내 친구를 보러 거기 간다.  이 천주교회의 주임신부님은 미국 최초의 한인 천주교 신부님으로 알려져있다. 이분 가족들은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들로 알려져있는데, 미국과 한국의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들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카톨릭대학에 장학기금을 전달한 것으로 신문에 소개가 되기도 했다.  (나는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내 참 할말이 없다...  )

내 친구가 공부하는 모임에서 신부님과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전'을 보러 가는 행사에 나를 끼워줬다. 이번 렘브란트 초대전의 주제는 '렘브란트와 예수의 얼굴' Rembrandt and the Face of Jesus (August 3, 2011 - October 30, 2011) 이다. 렘브란트와 그의 제자들이 작업한 예수님을 주제로 한 유화, 판화, 펜화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소풍 가는 기분으로 따라 나선 처지라서, 이 전시회 자체에는 큰 관심도 없었고, 바람이나 쐬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직접 운전대를 잡고 '미제차'에 '어린 양'들을 실어 나른 신부님이 참 소탈하신 분이었다.  필라델피아에 왔으니 일단 '필리 치즈 샌드위치'를 먹어야 한다며 식당을 찾아 가셨다. 미술관을 코 앞에 두고 식당으로 향하는 분이라니~  하하하. 평소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래서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은 재미가 있다.)  덕분에 기름기 없는 필리 치즈 샌드위치를 잘 먹었다.





전시회는, 일없이 소풍삼아 따라나선 나에게, 예기치 않은 감동을 주었다.  렘브란트전시장 안에서만 두시간 가까이 보내면서 작품들을 천천히 보았다.  렘브란트 전시장을 빠져나온 일행은, 이 거대한 미술관의 다른 전시장들을 둘러보기를 단념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내 생애에 시간들여, 돈들여  초대형 미술관에 갔다가 조그만 전시장 하나만 보고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별로 아쉽지 않았다.  이 전시회를 관람한 나의 일행 모두가 똑같은 심정이었던 듯 하다.  '오늘은 이것만 보자. 더 보면 체한다.'

일행중의 한분은 동일한 전시회를 이미 파리에서 봤다고 한다. 그런데 파리의 전시회에서는 오늘같은 무거운 감동은 맛보지 못했다고 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이 전시회에 감동받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전시회장을 떠났지만, 그러나 전시회장을 쉽게 떠날수 없었던 우리는, 미술관 계단에 앉아  기억을 정리하듯, 우리들이 보고 느낀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 미리 계획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그리 된 것이다. 마침 나는 25장짜리 기념 엽서 세트를 샀는데, 그것을 돌계단에 펼쳐놓고, 각자 맘에 드는 것을 고르기로 했다.  기념 엽서중에서 내가 정말 갖고 싶은것.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의미있는 그림들을 한두장씩 골랐다.

내가 고른  그림은, 렘브란트의 아주 작은 잉크화였는데, 예수께서 잡혀가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산에 들어가서 아주 힘든 기도를 하고 내려와 잠에 빠진 제자들을 보며 "느이들 시방 잠이 오니? 잠이? 그렇게 깨어있기가 힘드냐?" 이러고 한탄/꾸중을 하는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이 슬프다. 절대고독 속의 한 인간을 보는 듯 하다.  눈물이 나게 슬픈 장면이다.




전시회의 감흥에 젖어 신부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행들. 계단에 펼쳐진 엽서들. 내가 이날 찍은 사진중에 제일 맘에 드는 작품이라서, 출연자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공개한다.


이날 나는 운이 좋았다.  내가 로댕의 지옥의 문을 보고 싶어하는걸 알고 일행이 모두 거기에 가보자고 했다. 가을 햇살이 아름다운 오후에 우리들은 경쾌하게 웃으며 느릿느릿 필라델피아 중앙 도로인 프랭클린가를 걸어 로댕 갤러리에 갔다.

전에 이곳에 왔을때 로댕 갤러리는 공사중이었는데, 외부 공사를 마친 이곳은 내부 수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내에 전시되던 칼레의 시민이 정원에 나와서 파랗게 부식되고 있었다. 청동이니까 파랗게 부식되겠지.  그런데 그렇게 부식된  모습이 더 근사해 보였다.




지옥의 문 앞에 다시 섰다. 2년전 10월에도 나는 이 앞에 서서 지옥의 문을 만져보며 삶의 위안을 얻고 있었다.


여행은 편안하였고, 유쾌했다.  복된 하루였다.  고마운 일이다.




지옥의 문 앞 연못  하하하 지옥문 앞에서 이렇게 웃을수 있는 여유~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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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례자

    좋은만남.
    좋은여행.
    좋은웃음

    부럽습니다요

    2011.10.20 06:56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축복이 깃털처럼 내려 쌓이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로서도 -- 고요하고 충만한 가을 하루로 기억될것 같습니다.

      순례자님도 좋은 시간 가지시길 빕니다~

      2011.10.20 08:24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두 그 층계에 다들 앉아 계신 그 사진이 좋아보여요..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 그것도 있었을까?.. 그냥 혼자 상상.. ^^

    2011.10.21 0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번 전시는 루브르에서 온것들 위주였습니다. 렘브란트 탕자의 귀환은 쌩 페테스버그의 에르미따쥬에 걸려 있다지요.

      이번 전시의 하일라이트는 Emmaus에서 저녁식사 하는 그림. 미술관 입구에 걸개 그림으로 걸린 작품. 근데 그게, 그림 앞에 서면 눈물이 막 흘러요. 알수 없어요....

      2011.10.21 22:31 신고 [ ADDR : EDIT/ DEL ]
    • 아..루브르에서 출장전시 온거네요.. 저두 러시아 계신 선교사님께 들었어요.. 그 그림 보고 싶어 거길 가셨었다고..

      안그래도 그저 걸개 그림으로 건물 밖에 걸린 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아보였어요.. 엠마오 도상에서 만난 두제자가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녁식사 빵을 떼어주실 때야 겨우 눈이 뜨여 주님을 알아보게 되지요..화집에서 본것 같아요..

      2011.10.23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 Return of the Prodigal Son 주제의 그림은 디씨 National Gallery of Art 에 Murillo (뮤리오)가 그린 작품이 있지요. 아쉬운대로, 그 작품도 꽤 좋습니다. 가까이에 있어서 찾아가 보기도 좋고요.

      여름에 엄마 모시고 갔을때, 우리 엄마가 기독교에 대하여 편견이 강한 편이신데, 이 그림 설명을 해 드렸더니 주의깊게 들으시더라구요. 불교에도 '장자의 설화'라고 비슷한 우화가 있거든요. 두가지를 연결해서 설명해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 엄마 보고싶다...

      2011.10.24 01:29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1. 10. 10. 13:12

사람들이 내게 연락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쉽다). 나는 이메일 인간이다.  그러니까, 내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면 소통을 할 여지가 많지만, 전화로는 거의 소통 불가에 가깝다.  일단, 학교의 내 연구실에는 직통 전화가 없다. 내가 전화기를 빼서 내다 버렸다. (시끄러워서.)  학교의 나와 통화를 하려면, 천상 학교 공식 전화를 통해서 -- 학장님이나 조교를 통해서 할 수 있다.  내 핸드폰은, 내가 이름을 입력해 놓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만 통화를 하는 편이다.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면 그냥 안 받는다.) 

학장님이나 조교선생은 내 성격을 잘 아는지라, 여간해서는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바꿔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이뭐시 교수'를 찾으면, 용건을 묻고, 이리저리 탐색을 한 후에 대개는 "이메일 해 보세요. 그러면 연락이 빨리 될 것입니다" 대략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만다.  나에게 전화를 연결해주지 않는다.  내가 낯선 사람의 연락을 절대 안받는다는 것을 그분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꽉꽉 막힌 소통 장치 틈 사이로 나와 통화가 된 분이 있었다.  학장님이 전화번호를 주면서 꼭 한번 연락을 취해보라고 했다.  뭔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대개 시큰둥하게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지나치는 편이지만, 그날은 어쩐지 그 나를 간절히 찾는다는 그분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  내게 전화를 건 분은 메일랜드 주에서 비영리 교육기관의 운영 책임자였다. 말하자면, 노인학교. 그 노인학교에서는 주 교육국의 교육기금을 받고 있는데, 그랜트 신청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가 나였다.  그분은 신문에서 나를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신문에 난 정보를 토대로 나에게 연락을 취하셨다고 했다.  내게는 신문을 보았다며 연락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대개 비영리 단체에서 협조를 구하는 내용인데, 나는 이런 협조 요청에 답으르 한 적이 없다. 내가 답을 안하고 지나치는 이유는, 그 단체가 뚜렷한 내용없이 정치적인, 혹은  이념적인 색깔만 내세울때, 그 허망함을 내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난, 행동 없이 공염불 하는 집단, 개울도 없는 곳에 다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집단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나와 통화가 이루어진 그분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정확한 사람을 찾아냈다.  내가 아주 잘 해 낼수 있는 분야의 일이었다.

그렇게 하여, 나는 메릴랜드주의 어느 노인대학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의 자문을 해 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다. 내가 그곳에 자주 갈것도 없이, 중요한 행정적인 절차에서 내가 필요할때 그 때 내가 일처리를 해주면 되는 일이다.  나로서는 잠시 시간 내서 신경을 쓰면 그만인 일이지만, 노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내 도움이 요긴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무척 기쁘게 생각했다.  내 별것도 아닌 노력으로 노인 어르신들의 공부에 도움을 드릴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일전에는 그곳의 운영자 선생님과 대표 어르신이 내 연구실로 찾아와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우 송구스러운 연락이었다. 여태까지는 그분이 내 연구실로 찾아와 내 연구실에서 몇가지 작업을 해 드리거나, 전화 통화로 일을 처리 하였는데, 어르신들 여러분이 내게 인사를 하러 오신다니, 난처한 느낌이 들었다. 시퍼렇게 젊은년이 앉아서 어르신들의 인사를 받는 격이 아닌가.

그래서, "그러실 것이 아니라, 제가 수업 없는 날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했다.  그러자 저쪽에서 펄쩍 뛰셨다. 바쁘신 분이 그렇게까지 시간을 내시면 너무 죄송하다고. 이런 말씀을 들으니 나도 더욱 죄송스러워졌다. 그래서, 일전에 난생처음으로 나와 인연이 된 그 노인대학을 찾아가게 되었다.  집에서 하이웨이를 15마일쯤 타고 달리다가 도착하게 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초대형 교회가 있었는데, 그 노인대학은 교회당의 시설을 빌려서 운영되고 있었다.  교회가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의 장을 주선해주는 것은 아주 좋은 사례로 보였다.

주차장에 정각에 도착하니 나와 만나 일을 의논하던 선생님께서 이미 주차장에 마중을 나와 서 계셨다. 융숭한 영접을 받은 셈이다. 그 선생님은 내게 교육시설을 하나 하나 보여주며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교무실로 안내를 했는데, 교무실에는 열명도 넘는 선생님들이 모여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모두 노인 선생님들이셨다. 모두 내 어머니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들.   "아유, 신문에서 뵌 것보다 더 젊고 이쁜 분이 오셨네!"  (신문에 오르는 사진은 3년전 사진인데요....그때가 더 젊었지요...). 

나는 낯선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대뜸 '미인이시네요' '젊으시네요' '아가씨 같으시네요' 이런 소리 하면 모욕감을 느끼는 편이다. 너무나 상투적이고 값싼 인사법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자리에 모이신 어르신들이 내게 젊고 이쁘다고 말씀 하실때는 그런 모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분들 눈에는 내가 '정말로' 꽃처럼 젊고 이뻐보이실것도 같았다. 내가 그분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어르신 선생님들은 영어 선생님을 비롯해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선생님들이셨는데, 내가 영어교육 전문가라고 소개가 되자, 각기 살아오시면서 겪었던 영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면서 아주 진지하게 내 의견을 물으셨다.  어떤 분은 한글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미국에서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칠때, 영어 사용을 안하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 물으셨다.  수십년간 영어 선생님을 하셨다는 노신사는 내게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치는게 타당한지 모국어로 설명을 하면서 가르치는게 타당한지 아주 진지하게 물으셨다.  이분들의 질문은 여전히 심도깊게 논의가 되는 주제들이다. 상황에 따라서 답은 달라질수 있는 것 들이다.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활기차게 진행 되었다.

회장님이 나를 위하여 회식을 제안하셨다.  모두들 노인대학 스쿨버스를 타고 근처 식당으로 이동을 했는데, 식당에서도 진지한 대화는 이어졌다. 칠십세 안팎의 선생님들이 진지하게 교육을 고민하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이분들의 말씀을 주의깊게 듣고 맞장구를 치거나 웃거나 뭔가 대꾸를 하면 그것을 참 좋아하셨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깊게 반응하는 청중을 본적이 없었던 것도 같았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원생들도 내 수업중에 눈을 빛내고 활발하게 토론을 하는 것을 자주 보는 편이지만, 노인 선생님들과의 대화 속에는 뭔가 반짝거리는 기쁨 같은 것이 숨어있는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이 어르신들 속에서는 예쁘고 싹싹한 젊은피라서, 그래서 어르신들이 무조건 사랑을 보내주셔서 그런것 같다.)

점심식사후에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 흩어졌는데, 선생님들이 한분 한분 내 손을 꼭 잡고 악수를 하시고, 다음에는 언제 올거냐고 묻기도 하고 그러셨다.  (이런 환대와 환송이 기다리고 있을줄은 예상도 못하던 일이었지....) 게다가, 마지막에는 나와 늘 연락을 취하시던 선생님이 혼자 남아서 인사를 하시더니 내게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자원봉사로 일해주시니 기름값이라도 하시라는 것이다. 자원봉사 하는 사람도 기름값은 받는거라고.  그래서 그 선생님께, 앞으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학교를 위해서 일하게 될지 알수 없지만, 일하는 동안에는 기름값도, 선물도, 아무것도 받을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사과 한알이라도 받는 순간, 이것은 자원봉사가 아닌게 되는거라고. "점심밥도 얻어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어르신 선생님들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제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것인데요. 저를 그냥 순수하게 일만 하게 해주세요. 뭘 받으면 그때부터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니까요. 사례를 받으면, 저는 봉사하는게 아니쟎아요.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결국 나는 앞으로도 선물 한가지라도 안받는다는 것까지 분명히 의사 전달을 했다. 담당 선생님은 내게 무척 미안해 하셨다. 그 미안해 하시는 표정이 이미 내게 충분한 보상이었다.  그것으로 나는 더 큰 보상을 받은 셈이다. 내가 어딘가에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까?  그 빛나는 보람을 서푼짜리 휘발류값 혹은 작은 선물과 바꿀수는 없는 일이다.

찬홍이가 대학에 들어갈때까지, 나는 늘 사회에 대한 나의 봉사의 의무를 애들 핑계를 대며 미뤄왔었다.  찬홍이는 대학에 들어갔고, 내 곁을 떠났다. 나는 여러가지 숙제로부터 놓여났다. 이제 더이상 누구의 핑계를 대면서 내가 사회에 되갚아야 하는 것을 미룰수가 없는 형편이다.  바로 그때, 하늘이 보낸것처럼 노인학교 선생님이 내게 신호를 보낸 것이리라.  감사한 일이다.  가끔 혼자 앉아서, 베란다에서 살고 있는 거미를 쳐다보다가, 그 노인대학 생각을 하면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이세상 어딘가에 내 혼이 잠시 쉴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여서 즐겁게 노시는데, 내가 가면 무척 반기신다.  나의 새로운 친구들이다.


* 내가 최근에 나에 대해서 발견 한 것이 뭔가하면, 내가 노인에 대하여 친화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나는 노인과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고, 노인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신체적으로 불편한 노인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조금 알고 있다.  이런 친화력은,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으며, 주변에 할아버지 할머니 또래의 어른신들이 많은 환경이었고, 시집살이를 할 때에도 노인 시어른들 속에서 시집살이를 착실히 하여 노인들의 화법에 익숙하며, 어머니가 늙어가신 세월속에 있었으며, 최근에 한달 넘도록 엄마와 '합숙'을 하면서 훈련을 단단히 받은 전력에서 오는것도 같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뵐때, 늘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생각이 나기 때문에 내 마음이 굉장히 말랑말랑해지는 면도 작용을 한다.  내 환경이 나를 어르신 친화력이 있는 사람으로 키웠을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낯선 분야가 있는데, 그 쪽 분야에서 일을 좀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망설이고 있는 편이다..... 내가 실수해서 아픈 영혼에 상처를 줄까봐 그것이 겁이 나는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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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inker

    노인들에게만 친화력이 있는 게 아닐세. 나에게도 얼마나 살갑게 대하시는가.

    2011.10.11 11:14 [ ADDR : EDIT/ DEL : REPLY ]
    • 하이고마, 왜 비꼬시나... 직접 화법으루다가 허셔~

      2011.10.11 21:49 신고 [ ADDR : EDIT/ DEL ]
    • 김영인

      아하아~ 그러니까 그것이 그러니까 시방...비꼬는 것이었구나아~ 이제야 이해가 되네...우하하하 푸하하하

      2011.10.11 22:52 [ ADDR : EDIT/ DEL ]
    • 선배님의 매력은, 바로, 그, 한 템포 느린 '순수성'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바로 그러한 순수성을 주변 사람들이 사랑할걸요 아마 ㅎㅎㅎ :-)

      제가 출장 준비로 마음에 도통 여유가 없어서 마냥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꽃카드도 만들어 보내드리고 그럴 것인즉, 서운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시길. 아, 다음주는 가을 휴가인데 (일주일) 한 닷새, 하루에 20 마일씩 걸어볼까 생각하고 있지요. ... 온종일 걷고 돌아와, 자고 일어나 또 온종일 걷고, 그렇게 한 닷새 보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거라는 상상과 기대를 하고 있지요...

      2011.10.12 00:18 신고 [ ADDR : EDIT/ DEL ]
  2. 김영인

    우와...내 눈에 살가운 분은 Thinker님이고만...이은미님은 왈가닥아닌가요? 두 분! 가을이니 맘껏 그리워하시길...

    2011.10.11 11:53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잘 모르시것지만, 제가 '청순가련형'으루다가 브드럽고 착허고 순수 그 자체루다가 살가울때도 가끔 있는데, 여기에 헤까닥하면 평생 노예 신세를 벗어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녜, 마님.

      2011.10.11 21:52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1. 10. 3. 20:21



'망각'도 능력이라고 한다. 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우리의 기억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인간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모두 기억하지 않는다. 선택적으로 기억을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람 많은 시장에서 스치고 지난 모든 사람을 기억한다면 내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할 것이다.  나는 대부분을 잊고 지나가는 것이다. 오직 특별한 것들만 내 기억 장치에 남게 된다. 이것도 생존의 기술이며 능력인 것이다.

쥐 실험을 보았다. 쥐를 커다란 수조에 빠뜨린다. 쥐는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헤엄을 친다. 수조 어디쯤에 깡통 모양의 물건을 놓아둔다. 이것은 물 속에 감춰져 있지만, 일단 이 깡통에 다다르면 물에 빠질 염려는 없다. 물속에 감춰진 섬인 셈이다.

쥐는 필사적으로 헤엄치다가 우연히 그 깡통섬을 발견하고, 그 섬위에서 잠시 안도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몇차례 쥐를 수조에 빠뜨리고, 그 쥐는 몇차례 동일한 위치에 있는 깡통섬을 발견하고, '학습'하게 된다. '좋았어, 물에 빠지면 나는 그 깡통섬으로 헤엄쳐 가겠어.'

그러다가, 깡통섬의 위치를 옮긴다.  대부분의 쥐들은 본래 깡통이 있던 자리 주변을 찾아 헤메다가 곧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위치에 놓여진 깡통을 찾게 된다. 상황 변화를 파악하고, 새로운 위치로 이동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쥐들이 그렇게 행동한다.  이는 새로운 학습이면서, 동시에, 전에 학습한 것을 망각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전에 살던 집의 주소나 전에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현재의 주소나 번호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한다. 전의 주소나 번호를 기억해내기 위해서는 머리를 갸우뚱하거나, 혹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뇌의 어느 부분에 손상을 입은 쥐의 경우, 그 쥐는 본래의 깡통섬 주위를 끊임 없이 맴돈다. 번번이 깡통섬이 그곳에 없음을 체험하면서도 번번이 물에 빠졌을때 그 쪽으로 향한다. 이 쥐는 깡통섬의 위치는 기억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그자리에 없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 혹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그 기억을 지워야 하지만, 지우지 않는다. 혹은 지우지 못한다. 자꾸만 그쪽으로 향한다.

쥐만 그런게 아니지.  사람들이 쥐 실험을 하는 이유는, 쥐의 행동에서 인간의 행동을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opposingviews.com/i/health/alternative-medicine/israeli-study-marijuana-blocks-ptsd-symptoms-rats

According to a new study conducted at the Haifa University psychology department and published in the Neuropsychopharmacology Journal, rats that were treated with marijuana within 24 hours of a traumatic experience successfully avoided any symptoms of PTSD (post- traumatic syndrome).

Dr. Irit Akirav, who led the study, said: "There is a critical window of time after trauma, during which synthetic marijuana can help prevent symptoms similar to PTSD in rats."

In the experiment, rats were exposed to extreme stress and then divided into four groups: the first given no marijuana, the second given a marijuana injection two hours after being exposed, the third after 24 hours and the fourth after 48 hours.

The researchers examined the rats a week later and found that the group that had not received marijuana, as well as the one that received the injection after 48 hours, displayed PTSD symptoms and a high level of anxiety.

Although the rats in the other two groups also displayed high levels of anxiety, the PTSD symptoms had totally disappeared.

"This shows that the marijuana administered in the proper window of time does not erase the experience, but can help prevent the development of PTSD symptoms in rats. We also found that the effects of the cannabinoids were mediated by receptors in the amygdala area of the brain, known to be responsible for mediation of stress, fear and trauma," Akirav said.

While a decisive parallel between emotional states in humans and animals cannot always be drawn, Akirav was confident psychiatrists will take her research forward to implement it on humans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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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1. 8. 29. 05:43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태풍 아이린이 이름처럼 사뿐하게 (별 사고 없이) 버지니아를 통과한 아침.
찬홍이를 대학 기숙사에 이사를 시켰다.  오전에 보따리를 모두 기숙사에 풀어 놓고, 집에 와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소소한 (보따리 싸면서 잊었던) 것들까지 다시 챙겨가지고 또다시 기숙사에 갖다 놓아주고 왔다.  두번째에 갔을 때에는 나는 건물에 안들어가고 그냥 찬홍이가 물건을 갖고 들어갓다. 물 한박스와, 찬홍이의 곰인형까지.




두번째로 기숙사에 갈때는, 왕땡이도 데리고 갔다.  그래도 식구니까 찬홍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내 사진을 보니, 저 바지가 영 볼품없이 헐렁하군...  저거 빵빵하던 것인데...  내가 날씬해지긴 한것인가, 아니면 바지가 늘어났던가.) 저 팔에 걸린 시장가방에 쌀을 두자루 담아 가지고 갔었다. 완전 쌀자루.  찬홍이는 밥을 먹어야 한다고 전기 밥솥까지 갖고 갔으니까... 뭐 얼마나 해 먹을지 모르지만, 기름기 많은 서양음식보다 밥이 좋지. (그래서 발아 현미를 사줬는데.)


집안이 폭탄 맞은것처럼 엉망이다. 찬홍이방의 가구가 나갔고, 옷장도 엉망이고, 전체적으로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처럼 그렇게 집안이 엉망인데, 누가 좀 청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수업 준비도 해야하고, 할일이 많다.

결핵반응 검사 한 부분의 붓고 열이나고, 상태가 안좋다. (그건 순전히 벌레에만 물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풀어 오르는 내 피부의 문제이지 결핵의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피부가 많이 부풀면, 엑스레이를 찍자고 할것이다. 그러면 엑스레이 비용이 추가로 들겠지.  그렇게 돈 들어가는 일이 부담스럽지...)

여권사진을 찍을 일이 있었는데, 찬홍이와 내가 둘이 여섯장씩 사진이 필요했는데 CVS 매장에서 두사람 사진을 해결하는데 12달러가 들었다.  2인분 여섯장씩 (12장) 12달러면, 종전보다 싼 가격이다.  사실 적당한 디지탈 사진으로 여권사진 사이즈로 리사이즈해서 현상만 부탁만 해도 되는데 (정부 안내페이지에 여권 사진 리사이징 하는 도구까지 나와있다) 그러다가 실수 할까봐 그냥 가서 찍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사진 값이 저렴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사진은 CVS가 왕입니다요~ 

내일 오후에 찬홍이 데리고 와야한다. 지난 주말에 혈액검사한 결과를 본인이 와서 봐야 하기 때문에.  내일 데리고 와서 하루 자고 다시 기숙사행.  그러니까, 기숙사에 보냈어도 멀리 보낸것 같지는 않고, 그냥 이웃에 보낸 기분이다.

(아, 집안 정리 좀 하고, 다음주 수업 준비 해야 한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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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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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울 아드님은 먹을거 만들 생각이 전혀 없으니 옷, 신발짐만 한보따리.. 그나마 원래는 오늘이 입소일이었는데 2일 연기 되서 화요일 가네요.. 이렇게 왔다 갔다하기 좋은곳에 가서 떼어놓는 마음이 그래도 나으실것 같아요.. 저희 큰넘은 강아지 인형들고 가길래 흉봤더니 이집 총각은 곰돌이군요.. ㅋㅋ..
    그래도 퇴근하고 빈집에 들어오시면 서운하실 것 같아요.. ㅜㅜ

    2011.08.29 06: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학교가 20마일 거리라서, 별로 '박탈감'은 안들어요. 집안 치우고, 이 '큰 집'을 '나혼자' 쓴다는 럭셔리함을 즐기면서 살려고 해요 헤헤헤.

      꿈은 이루어진다! 저 좀 혼자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고요하게, 자신에 충실하면서. 이 무슨 사치란 말인가~~ 공부하는 방, 잠자는 방, 묵상하고,기도하고, 사색하는 방 뭐 이렇게 따로따로 정해놓고 우아하게 살아보는 것이지요~ (생의 일정한 시간에) 랄라~

      2011.08.30 23:31 신고 [ ADDR : EDIT/ DEL ]
  2. Thinker

    곰 인형 바라보는 왕눈이가 어쩐지 쓸쓸해 보이네. 찬홍이가 밥통을 가져갔다고? 지홍이 때도 그랬나? 어쨌든 먹을 것을 잘 챙기는군. 멋진 대학생활을 하겠지. 왕눈이하고 둘만 남게됐네. 집안이 어지럽다는데... 내가 가서 치워주기도 어렵고... 일단 잘 지내고 계셔.

    2011.08.29 14:11 [ ADDR : EDIT/ DEL : REPLY ]
    • 왕눈이가 제일 불쌍하지. 물도 생수만 골라 먹이던 아빠가 가버리고, 웬수녀석 지홍이도 가버리고, 이제 찬홍이도 가버렸으니 왕땡이가 의지할데가 없지 뭐.

      나는 왕눈이를 놓고 생각해봤더니, 애들 꼬마였을때 왕땡이가 들어왔는데, 고놈들이 청년들이 되어가지고 다들 집 떠나고 남은게 왕땡이라, 참 개가 좋은 친구이긴 하구나 했지. 왕땡이가 늙어가지고, 내가 새벽에 한시간 워킹 나갈때는 나가자고 해도 안 따라나서고, 동네 한바퀴만 돌면 만족을 하셔. 장거리 워킹을 할 눈치면 안 나가러들어. 딱한 놈.

      2011.08.30 23:35 신고 [ ADDR : EDIT/ DEL ]
  3. 김영인

    나도 가서 치워 주고 싶은데 어렵고...그나마 학교가 가까워서 다행이지만 밤 산책 동무 없으니 그 역시 가서 대신하면 좋겠고만 어렵고...그래도 잘 지내시소. 대신...가지 못해 어려운 사람끼리 엊그제 통화 한 번 하였습니다.

    2011.08.30 11:23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고 김선배님. 제가 이메일 답도 못드렸는데 왕림하셨네요. 제가 요새 두서없이 뭔 일이 많고 분주해서, 정신이 좀 없어요. 이번주가 무사히 지나면 그럭저럭 여유를 찾을 것 같아서 차일피일.

      웹에 '이름' 올리시면 혹시 모르니까 그냥 이니셜만 쓰셔요. 저는 제 주변 분들은 최대한 보호모우드를 유지하는 편이라서.

      박선생 회사 지나치는 일 있으실때 불러다 밥도 사라 하고 그러셔요. 누님 만난듯 반기실터이니. (제가 밥 사드리고 싶어도 못사드리니~ ) 날씨가 이제 완연한 가을이라서 참 좋군요.

      2011.08.30 23:39 신고 [ ADDR : EDIT/ DEL ]
  4. 순례자

    저는 두분이 이렇게 속삭이는 모습 훔쳐 보는게 너무 재미나요..
    ㅋㄷㅋㄷ

    2011.08.30 21:04 [ ADDR : EDIT/ DEL : REPLY ]
    • 순례자님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서 앞으로 자주, 대대적으로 한판 해 봐야겠네요. 헤헤헤. :-)

      2011.08.30 23:40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1. 6. 1. 23:31


어제 저녁에 혼자 조지타운에 산책을 나간길에  Urban Outfitters 매장에 가서 새끼양이 그려진 스웨터를 하나 사가지고 돌아왔다. 양 한마리를 안고 있는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스웨터이다. (우리 왕눈이를 닮은 양이다.)

6월의 첫날이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나고 올라오는데, 나와 함께 탔던 어떤 여성이 나보다 한 층 아래에서 내렸다.  문득 그 모르는 여성에게 "Have a nice day!" 하고 인사를 날렸다.  그이가 뒤를 돌아보고 밝게 미소지으며 "You, too!" 하고 대꾸해 주었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Have a nice day!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기말 업무를 하느라 오늘도 바쁠것이다. 날은 덥고, 지치고, 일은 많고.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Have a nice day! 하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낯선 사람에게 이 말을 던진 것이리라.

영장류 연구하는 책을 간간히 보고 있는데, 새끼를 잃어버렸다던가, 혹은 개별적으로 심리적/신체적 상처 상실을 맛본 침팬지들은 누군가 다른 대상을 열심히 '그루밍 (grooming)'을 해 준다고 한다.  자기가 위로 받아야 할 처지에 오히려 다른 대상을 위로하는 형상이다.  그루밍을 해 주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인데...

그런데, 이런 식의 '그루밍' 문화가 없는 영장류들도 있다.  그루밍을 안하는 영장류는 늘 '불안증'에 시달린다.  불안해서 쩔쩔매는 태도를 아주 자주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무슨 얘기냐하면,  누군가를 돌보거나 타인/타자에게 친절한 행위 자체가 자신을 돌보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동이라는 것이지.  안그러면 스스로 불안증에 시달려서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을 주는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원리가 그것이다. 침팬지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사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요지는...뭐냐하면, 다름이 아니오라, "Have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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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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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인사 해주는 거 버릇이나 인사치례라 해도 저는 좋더라구요...
    저두 Have a good day!..^^

    2011.06.03 00: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주고 받는 인사가 더 편안하고 유쾌할 때도 있어요. 사심이 없으니까... 그냥 선의만 나누면 되는거니까...

      2011.06.04 01:09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1. 5. 21. 04:22





거북이 방 침대에 거북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왕눈이.
우리집은 금요일 오후에, 거북이가 하학하여 집에 오면 그 때부터 청소를 한다.  금요일 오후에 주로 빨래며, 청소 그런것들을 하고 주말을 태평하게 보내는 것이다.  거북이가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동안 왕땡이가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있는 모습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아이고 깜찍한 우리 왕땡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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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inker

    아유, 귀여운 왕땡이!

    2011.05.23 06:50 [ ADDR : EDIT/ DEL : REPLY ]
    • 왕땡이는 지금도 "아빠다!" 하면 귀를 쫑긋대면서 사방을 둘러보셔. 아빠를 찾는거지 뭐.

      2011.05.23 12:08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1. 4. 25. 10:30


날이 온종일 화창하더니 밤이 되자 소리도 없는 마른 번개가 하늘에서 번쩍번쩍 한다.  왕눈이는 천둥치는 소리나 번개를 무서워 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면 왕눈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표시하며 어두운 옷장 안으로 숨는다거나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한다.

오늘은 내가 책상에 붙어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내 무릎 위로 뛰어 올라와서 벌벌 떨고 있어서, 내가 일에 방해를 받았다. 살살 달래서 내려 놓았더니, (저도 미안한지 무릎에는 못 올라오고) 내 발치에 와서 벌벌 떨며 엎드려 있다.  그래서 책상 밑, 내 발치에 왕눈이 개방석을 갖다 놓아주었다. 내 오른발로 살살 쓰다듬어 주니 내 발에 의지해서 잠을 청하려는듯 눈을 감고 엎드려 있다.  창밖에는 소리도 없는 마른 번개가 번쩍 번쩍.

왕눈이가 내 발을 감싸안고 있어서 내 발이 무지무지 따뜻하다.  내 발이라도 붙잡고 있으면 안심이 되는 원리는 무엇일까? 아무튼 연결이 되어야 안심이 된다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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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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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1. 4. 20. 04:06

이랬던 왕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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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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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inker

    한 인물 나셨네. 왕땡아, 아주 시원하겠구나.

    2011.04.20 13:34 [ ADDR : EDIT/ DEL : REPLY ]
    • 우덜은 '미모'를 감추고 은인자중 '초야'에 묻혀 지내는 선사들이셔~~ 사람이건 개 건간에 너무 인물을 드러내면 못쓰는 벱이여 :-)

      2011.04.20 19:35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1. 1. 9. 04:06




지팔이 녀석은 떠나기 전 날 밤까지 친구 만나야 한다고 돌아다니고, 그리고는 밤새워서 부엌과 거실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도대체 훤한 불빛과 달그락대는 소리 때문에 내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공항에 네시반에는 도착을 해야 해서 나도 자는둥마는둥하다가 세시반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나갈 채비를 했는데,  이놈은 밤새 무슨 멕시칸 음식을 만들어 놓았다.  (찬홍이 먹으라고.)

새벽에 떠나기 전에 왕눈이 끌고 나가서 산책시키고, 집 떠나기 전에 한장.

나: 야, 지팔아 너 한국 가면 이년 반쯤 후에나 미국에 돌아 올텐데, 그때 왕눈 할아범이 살아 있을까?
지팔: 오늘 보는게 마지막이 아닐까요?
나: 염려 말아라, 왕눈이는 완전 '건강남'이니까 잘 살아있을거다. 그 전에 내가 한국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지팔: (왕눈이에게) 왕눈아, 왕눈아, 이 놈아, 너는 내가 간다는데 잘 가란 말도 안하냐?

왕눈이와 지팔이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6년이 넘는 세월동안 '앙숙'으로 지냈다.  왕선생이 일방적으로 지팔이를 무시했다. 으르렁대거나 물으려고도 했다. 언젠가 지팔이한테 으르렁대다가 뺨에 한번 이빨자국을 낸 적이 있다. 지홍이 뺨이 긁힌듯 핏자국이 약간 생겼다.  왕눈이는 그날 나한테 죽도록 맞아 터졌다.  그 후에는 함부로 이를 드러내지는 않는데, 그래도 지팔이와는 늘 으르렁댄다.  아웅다웅하면서 정이 들어버려서 줄창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지팔이의 소원이, "나도 나중에 돈벌면 강아지 한마리 사가지고, 내가 오냐 오냐 키울거다. 왕눈이 너떠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 이런거다.  다른 개를 더 사랑하는 식으로 왕눈이에게 복수하겠다는 것이다. 그 발상이 참 애처로워서 내가 웃고 만다.  그렇게 지팔이는 왕눈이를 위한다. 일방적 짝사랑이라도 왕눈이를 잊을수는 없다는거다.

내가 잠 안와서 뒤척거리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니 지팔이와 왕눈이가 두런거리는 소리도 난다. 이런 식이다.

지팔이: 왕눈아 왕눈아, 너 내가 가면 어떻게 살지?
왕눈이:  갔다가 빨리 와 이놈아
지팔이: 너 내가 어디가는줄 알아?
왕눈이: 너 이녀석아 기숙사에 가는거쟎아. 까불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지팔이: 왕눈아, 나 한국가는거야.
왕눈이: 한국은 또 뭐냐? 맛있는거냐?

지팔이와 왕눈이가 대화를 한다고?  그렇다. 우리 식구들은 이런 식으로 왕눈이와 대화를 한다. 왕눈이를 데리고 앉아서 혼자 일인 이역으로 종알대는 것이다. 지팔이와 말상대를 할때 왕눈이는 늘 이놈아 저놈아 이런식으로 지팔이를 부른다. 건방을 있는대로 떤다.  아마 우리 식구들은 이런식으로 약간 정신나간 일인이역 쇼를 하면서 이 미칠것같은 세상을 견뎠을 것이다. 왕눈이는 말하자면, 우리들의 카운슬러였던 셈이다.

식구들이 두명이 한국으로 가버리고, 왕눈이는 시무룩하게 누워있다. 어제 나는 온종일 침대에서 자거나 깨거나 또다시 잠드느라 꼼짝도 안했는데, 그렇게 24시간을 보내고 나와보니 왕눈이가 식당 구석에 상태가 안좋은 똥을 싸 놓았다. 지금은 멀쩡하다. 왕눈이가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우리 말을 대개는 다 알아듣고 있을 것이다. 왕눈이는 그리워도 그립다는 말을 못하니 참 답답하겠다.





지팔이놈이 어질러 놓고 간 부엌이며 거실을 두시간 걸려서 말끔히 치웠다. 각자 열심히 살아야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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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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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 보내고 막 섭섭하신거 아니에요?..큰아드님 살뜰할것 같던데요..

    2011.01.09 06: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식을 대학 기숙사에 떼어 놓고 올때는 한편 서운하면서도 한편 뿌듯하고 그랬거든요. 고생끝에 제가 희망하던 학교로 갔으니까.

      그런데 군 입대를 위해 떠나보내는 마음은 -- 정말 내가 대신 군대가서 구르고 싶을만큼 그렇게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아파도 나한테 연락할수도 없고, 속상해도 나한테 연락할수 없고, 도무지 내가 손을 쓸수 없는 환경으로 가는거니까.

      그래서...아들을 군대에 보낸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 근심이 커진 만큼 다른 사람의 근심을 들여다보는 눈이 열린 것이지요. 도대체 이 삶에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배워야 졸업을 할수 있는걸까, 그런 까마득한, 현기증같은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강해야 아들이 강하게 버틸수 있으므로, 엄마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것이지요...나한테는 뭐든지 다 이야기해주고 고민을 털어놓는 속정깊은 아이인데, 그 놈이 엄마 없이 잘 버텨야 할텐데 말이지요.

      2011.01.09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 엄청 많이 섭섭하신거였구만요.. 아들 군대보내는 엄마가 씩씩할수만은 없지요.. 전 울오빠 군대갈때 울엄마, 아빠 우시는거 첨 봤어요..
      울엄마는 나 미국 보낼때도 안우신 분이거든요.. 집에 가서 우셨나는 몰라도요..
      암튼 위로삼아 달달하고 이쁜 케이크라도 한피스 사드리고 싶은 마음...

      2011.01.11 06:16 신고 [ ADDR : EDIT/ DEL ]
    • 그 섭섭함이라는것이, (1) 산모가 방금 해산해서 온몸이 허전하고 아프고 텅빈듯한 그런 상태 (2) 입안의 생니를 모두 빼고 빈입으로 바람부는 거리에서 피 흘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3) 신체에 팔다리 다 붙어있는데, 팔 다리 다잘려나가고 심장도 없어지고 너덜너덜해진 걸레조가리가 되어 길에 서 있는 느낌 ---> 이런 것들을 모두 합한 것 같은 , 설명이 안되는. 들이쉬는 숨이 내 쉬는 숨이 모두 컥컥 막히는.

      그런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쪼글쪼글 늙어가는 것이겠지...하는 깨달음이한편에서 셈이 솟는 것이지요. 견뎌야만 한다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이지요. 인생이 참 깊어요,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깊이 더라구요.

      2011.01.11 08:12 신고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0. 11. 22. 06:44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나는 세장의 손뜨개 담요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장 한장 뜨다가, 막판에 재미가 붙어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어내고 그랬었다.  크기는 1인용 트윈 침대 이불만한것.

 

지금 보이는 것이 1호 작품인데, 당시에 큰놈이 고등학생이었던터라, "우리 지팔이 대학에 들어가면 기숙사로 갈테니 기숙사 보따리에 엄마가 손뜨개질한 이불을 넣어주마" 했었다.  그 후에 재미가 붙어서 2호 작품 (아래)을 짰고,  솜씨가 절정에 이르렀을때, 우리 엄니를 위한 특별판을 하나 만들었었다.  네모칸 안에 사람, 자동차, 새, 뭐 그런걸 짜넣어가지고 이야기가 가득 들어간 이불을 만들어서, 우리 엄니 갖다 드렸다.

 

1호 작품을 지홍이는 집에서 사용했고 기숙사에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 1호 작품은 내가 워싱턴에서 지내는 동안 겨울에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얇은 담요 위에 이거 덮으면 정말 따뜻하다. 며칠전에 청소하다가 지팔이 침대위에 덮어놨던 1호를 소파위에 걸치니 의외로 집안 분위기가 아주 좋아지는거라.  (요새, Anthroplogies 나 뭐 멋쟁이들 패션몰에 가보면 이런 손뜨개질한 것으로 인테리어 장식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내가 작품을 살펴보니 파스텔톤으로 일치시킨 2호 작품보다, 야수파 그림을 연상시키는 1호 작품이 더 근사해보인다.  1번은 그냥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짠거고 2번은 일부러 실의 색깔을 잘 골라서 짠것인데, 우연성에서 빚어진 서툰듯한 작품이 오히려 예술성이 높아 보인다.

 

 

소파등에 걸쳐진 것이 1호

파스텔 계열의, 왕눈이가 덮고 있는것이 2호.

 

 

집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저 털실 뭉치가 한바구니 가득있다. 이불 하나 더 짜도 될 분량이다... 요새 털실들이 자꾸만 나를 유혹을 하는데... 아직 손은 못 대고 있다.

 

내가 이 Granny Square 라고 미국 사람들이 부르는 모티브 짜기를 시작한 것은, 다분히 Nanny McPhee 영화의 영향때문이었을것이다.  지난 여름에 Nanny McPhee Returns 라는 후속작도 극장가서 찾아 보았지만, 몇해전의 그 내니 맥피의 '색상의 감동'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내니 맥피에 엄마를 잃은 아이들이 나오는데, 그 아이들의 침대가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다. 모두, 손뜨개한 이불들이었다. 그때, 그것이 너무너무 예뻤던거라...  (나는 지금도 내니 맥피 1편 2편 디비디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나는 모티브 짜기 해서 조끼도 만들어 입고 싶고

모티브 짜기 해서 목도리도 만들고

모티브 짜기 해서 모자도 만들고

모티브 짜기 해서 방석도 만들고

온통 네모 네모 네모를 짜서 이리저리 연결시키면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시작을 못한다. (그거 시작하면 폐인 될까봐.)

 

이제 결전의 나날들이다.

Thanks Giving 휴가기간동안 찬홍이 어플리케이션 준비 작업을 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전에 입학신청 절차를 모두 마치고 크리스마스때 놀겠다는 야심찬 계획.  오늘도, 학교 카운슬러에게 보낼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데, 찬홍이는 온종일 작업하고 있고, 나는 골치가 아파서 머리를 싸매고 앉아있다. 나도 어서 작성해서, 오늘 계획한 것을 모두 마쳐야만 한다...

 

대학원생들은 기말 프로젝트때문에 난리가 났을것이고, 나는 나대로 할일이 태산이다.  살면 살수록 더 큰 파도가 몰려오는것 같아.  그래도 학생때는 손뜨개 이불도 만들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여유도 없으니, 사는게 왜 갈수록 힘들어지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타이레놀이나 먹고, 마저 일을.

 

아, 12월 3일에는 스미소니안에서 인터뷰가 있다. 그것도 잊으면 안된다.

 

 

조각이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이렇게 야금야금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삶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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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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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 저거 가방 만들고 싶어요.. 줄 길게 달아서 메신저백처럼 착 매는거요.. 그 조그만것도 엄두가 안나는데 세상에 손으로 이불도 뜨는구나..@@

    그러게 대학가려면 저리 애쓰고 힘써야하는건데 울아들은 그나마 어찌 대학을 갔나 신기할 따름이에요..ㅡㅡ;;
    우리 딸래미는 애를 좀 써야할텐데.. 제가 많이 배워요.. ^^

    2010.11.22 22:05 [ ADDR : EDIT/ DEL : REPLY ]
    • 사과씨님은 정통파들의 패션 뜨개질에 '정통'하시쟎아요. 저는 성격이 단순한 패턴형이라서 아기자기한 것은 오히려 집중을 잘 못하고, 이런-진도 팍팍 나가는 일에 열 올리는 편이에요. 웹에서 granny square 이미지 검색해보면 온갖 작품들이 나오는데, 제것은 그들에 비하면 깨갱...

      가방 뜨개질로 짠것 중에,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아직 못봤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작은 모티브뜨기 해서 만들어보면 겨울에 참 근사할거에요. 뜨개 가방은 완성후에 면으로 안감을 대줘야 겠죠. 끈이 문제인데...끈이 튼튼해야 폼이 사는데...UGG에서 나온 니트 가방을 살펴봤더니 끈은 가죽으로 소화시켰는데, 근사하더라구요. (짤것도 아니면서 눈여겨보기는 열심히 하지요...) 손잡이를 크래프트 샵 같은데서 플라스틱이나 그런걸로 사다 만들면, 거기서 분위기가 다 망가지더라구요. 역시 손 작품은 손으로 마무리르르 해줘야..아니면 가죽과 같은 천연소재를...

      제가 큰애 대학 들어갈때, 전혀 챙겨주지를 않아서 큰애가 피좀 봤죠. 그것이 두고 두고 큰애한테 미안하지요. 플로리다에서는 애들이 다들 알아서 혼자서 어플라이하고 그랬는데, 그러면 되는줄 알았는데, 버지니아 올라와가지고 분위가 다른데서 애가 적응하는데 문제가 많았고, 나도 잘 도와주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큰애가 많이 다쳤지요. 결국 고생끝에 잘 매꿔냈지만 말이지요. 버지니아 올라오니까, 여기서는 부모가 애들 뒷바라지 안하면 이건 뭐 종신형 각오해야 할 정도로 공부 뒷바라지가 대단하더라구요...난 그렇게 안해주고 못해주고..그냥 애만 믿은 케이스라.

      작은애도 다른집만큼 그렇게 열심히 뒷바라지는 못해줬어요. 그래도 입학 신청 할때 당황하지 않고 제 실력껏 학교 찾아갈수 있도록 제가 신경써서 옆에서 코치를 하는 정도이지요.

      중앙일보에 매주 화요일마다 교육 특별판이 나오거든요. 그것이 제게는 아주 요긴한 정보가 됩니다. 특히 가을학기 시작되면서부터 매주 매주 입학 전문 상담가들이 '지금쯤 무엇이 되어 있어야 하고...' 뭐 이런식으로 기사들을 써줍니다. 그들의 조언대로 진도를 차근차근 나가는거죠. 참고할것은 오려두고, 무시할것은 그냥 지나가고. 그런데 그 교육쪽 정보가 꽤 의지가 됩니다.

      12학년 올라가면 학교에서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해서 기초 스케줄을 알려주기도 하고, 나중에 카운슬러가 애들 대학 입학 신청할때 추천서도 보내고 그래야 하니까, 카운슬러가 애들을 일일이 알수 없으니까, 카운슬러가 참고할만한 학생 관련 정보를 집에서 써서 보내줍니다. 집에서 준비를 잘 해서 보내면 카운슬러가 그것 옮겨다 적어 내기 좋겠지요.... 저는 그래서 카운슬러가 써먹기 좋도록 정보를 정리를 하는 편이지요. 작은놈이 드래프트 써온것을 오늘 몇시간동안 조리있게 정리하고 그랬습니다.

      입학 신청용 에세이도 공동 양식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학교마다 특별한 주제를 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몇가지 작성을 해야만 하는데, 일부는 지난 여름에 작성해 놓았고요. 이제 추수감사절때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려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는 입학신청용 에세이 작성하고 이런 과정 도와주는 '에세이 담당 과외 선생'들 벌이가 기업형으로 짭짤하다고 합니다. 입학신청 시기가 되면 무슨 족집게 도사 찾아다니듯 학부모들이 '누가 에세이 봐준 애가 하버드 갔다더라. 틀림 없다더라' 뭐 그런식으로 정보 주고 받으면서 만나러 다니고 그럽니다. 그러니까 초일류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최종적으로는 그 대단하다는 선생님들의 첨삭을 받고 그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우수하면 혼자 해도 되겠지만, 아주 작은 것이 당락을 결정할수 있으니까 역시 불안하겠죠.)

      저는, 원래 성격이 태평족이고, 나도 대충 큰 사람이라서, 우리 애들 역시 스스로 알아서 자라기를 바랍니다. 다행히도 제가 미국식으로 교육 받았고, 컬리지 에세이의 속성을 모르지 않으니까, 그리고 글도 못쓰는 편은 아니니까, 찬홍이 에세이 정도는 제가 다듬어주려고 하는 것이지요.

      큰애때, 제가 아예 손을 안대고 혼자서 알아서 하라고 다그친 '전과'가 있는지라, 그것이 미안해서, 이번에는 좀 꼼꼼히 챙겨주려고 합니다. 엄마로서 엄마가 할수 있는 것은 해주려는 것이지요.

      2010.11.23 06:05 [ ADDR : EDIT/ DEL ]
    • 울로 된 실 을 좀 살까 하고 뒤적거리다 보니 저렇게 뜨개질한 걸 펠트로 만들어서 가죽 손잡이 단 백이 있는데 참 이쁘네요.. 뜨개질에 대한 열망이 무럭무럭.. ^^

      .. 전 큰애 하이스쿨 주니어 시니어 였던 신문에 난 그 진학 가이드 이런걸 먼 남의 나라 얘기처럼 보고 살았어요.. 종신형보다 더한거 받게 생겼죠..ㅎㅎ.. 그럼 사형인가요?...그리고 여전히 아이가 대학 가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잡고 입어서 여기 열성파 한국 엄마들 보면 기함도 나고 참 기운도 좋다 싶고.. 그래요.. 때맞춰 무얼 준비해야 될 때인지가이드나 해주는 층게난간 역할이나 하야 겠다 싶어져요.. 일일히 공부 진도에 스펙까지 간섭하기엔 너무 게으른 엄마인데 주변을 돌아보면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긴 해요.. 그래도 꿋꿋이 "공부할 놈은 지가 알아서 한다.. 이런 믿음으로다.. 아이고.." 딱한 녀석들 너무 무심한 엄마를 만났지요..엄마가 에세이도 봐줄수 있으니 찬홍군은 럭키한것 같아요.. ^^

      2010.11.24 03:04 [ ADDR : EDIT/ DEL ]
  2. 너무 멋있어요. 저두 강렬한 1호가 더 맘에 들어요.^^ 뜨개질은 해본적 없는데 이것도 시간 꽤 걸리겠네요.

    2010.11.23 06:24 [ ADDR : EDIT/ DEL : REPLY ]

Diary/Life2010. 10. 25. 23:17

 

 

일주일 사이에 오파운드 감량하고 득의양양

평소에 벨트 없이 입던 바지를 그냥 빨아서 입고 나왔더니 질~질 흘러내려서 대략 난감.

 

금요일 오후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마무리를 끝내고 퇴근했는데

토요일은 시체놀이(?)로 보내고

일요일 아침에는 침대에서 깨어났을때

잠시

기억 상실 모우드

-- 근데 여기가 어디지?

-- 여기가 어딜까?  (치매 걸린 분들이 아마 이런 증상일것이리라...)

-- 나 지금 어디있는거지?

-- 아아, 여기 내 방이구나

-- 여기가 미국이야 한국이야?

-- 나 왜 여기 이러고 있나?

-- 오늘이 언제지?

 

곰곰 생각하다가

컴퓨터 켜 놓고 보니 10월 24일이래.

달력 보니 일요일.

아하, 그렇구나.

 

옛날에, 우리 아빠 돌아가셨을때

삼일장 치르던 마지막날,

산소 근처 천막에 잠깐 누워서 깜박 잠이 들었었는데

그때, 깨어났을때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

내가 어디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증상.

 

한국에서 전화 와서 뭐 물어보길래

"왜 모두들 자기 일 하나 해결 못하고, 나한테, 나한테 묻는거야? 내가 한국 가서 그거 해결해줘야 해?"

이러고 소리소리 지르고...

소리소리 지르니까 기운이 나서

기운이 난 김에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쓰레기장으로 변한지 오래된 부엌 청소하고

 

 

아침에 찬홍이 맛있는 고기샌드위치 두개 만들어 보내고

나도 출근하여

오랫만에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표정 만들어보다가

--그래. 난 이 표정이야. 난 죽을때도 이 표정으로 죽어야 해.

--사람들이 의지할수 있는 자신만만한 표정. 이 표정에 속아서 결혼한 중생도 있는데. 일관되게 이 표정으로 사는거지.

 

입맛없고 기운없어서 워킹 못나가고 그냥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뭐 곧 회복하고, 쌩쌩하게 돌아다닐 것이니~

만사는 잘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신이 특히 애지중지하는 착하고 귀염둥이이니까 (이거 내가 왕눈이한테 매일 하는 말인데...착하고 귀염둥이--문법에 어긋나지만, 그래도 '착하고 귀염둥이!' 라고 말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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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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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Life2010. 8. 6. 06:12

 

 

전에 대궐같은 (?) 주택에 살때, 우리집 뒷마당은 왕눈이의 '영지'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침에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면 냉큼 달려 나가서

사자가 자신의 영지를 감독하듯 뒷마당을 쏘다니며 놀다가 아침 이슬을 흠뻑 맞고 들어오곤 했다.

 

그랬는데, 여전히 나로서는 과분한 집이지만, 3층에 올라 앉은 옹색한 아파트로 이사오니

왕땡이가 무척 답답해 한다.

거실 밖 베란다는 말하자면 과거의 '뒷마당으로 이어지던 데크'와 같은 구실을 하는데

전에는 데크의 목책 사이로 사뿐히 뛰어서 정원으로 갔지만,

지금 베란다 목책 사이로 사뿐히 뛰면(?) 3층 낭떠러지에서 추락사 하는 것이지...

 

왕눈이는 전에 살던 집의 습관대로, 베란다 울타리로 뛰어 내릴듯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냥 하릴없이 돌아서곤 한다.

나는 왕땡이가 생각없이 뛰어 나갈까봐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짐승들에게는 예민한 공간 지각력이 있는듯,

왕땡이는 뛰어 내리는 대신에 비실대며 돌아서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을 할 수는 없다.

분명 그 사이로 왕눈이 몸이 빠질수가 있으니까....

 

왕눈이는 가끔 내가 베란다에 있을때, 저도 따라나와서 그 목책사이로 코를 내밀고

바람을 쐬면서 우수에 잠기곤 한다. 왕땡이의 '우수'가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홈 디포에 들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아하! 정원 가꾸기용 울타리가 값 싼것이 보이는거다!

난 해법도 없이 그냥 홈디포를 뒤지면서 방법을 찾아보자 하고 간건데

헤멜것도 없이, 습관대로 꽃구경 하다가 보니 정원 자재쪽에 울타리가 보이는거다!

그 철제 펜스를 발견한 순간, 내 머릿속에 따르릉~  신호가 오면서 방법이 보이더란 것이지.

 

그래서 철제 펜스 오달러짜리 (3 미터) 두개를 사가지고 한걸음에 달려와서 설치를 했다.

 

철제 펜스를 꽃꽂이 할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초록색 철사를 이용하여 난간 목책에 단단히 묶는 식으로 고정시켰다.  한개가 3미터라서 우리 베란다에 딱 맞았다. 그래서 2층으로 포개어서 설치를 하였다.

지금 비가 쏟아져서 대충 엮고 들어왔는데, 비 그치면 또 나가서 아주 단단히 고정을 시킬것이다.

 

10달러로 안전한 베란다 난간이 완성되었다.

우리 왕눈이도 심리적으로 좀더 안심하고 베란다에서 놀 수 있을것이다.

베란다에서 바깥의 푸른 정원을 내려다보며 코에 바람이라도 쐬면 위로가 될 것이다.

 

 

 

 

 

 

오늘, 칼럼 쓰는 것을 수락하고, 일주일에 한편씩 원고를 보내기로 했다.

나혼자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이 아니고 대중을 의식해서 써야 하는 글이므로

신중해야 하고,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유익한 글을 써야 할텐데.

진지하게 사색을 해보고, 내 나름대로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글을 써 나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옛날에,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당시에는 대우가 꽤 좋았던 외국계 회사에 취직이 되어

잡지 편집을 집어 치우고 (사실 잡지 편집일을 즐기고 있었는데, 근무여건이 편하고 월급이 놓은 외국계 회사를 선택하고 말았다... ) 도망을 간다고 하자, 함께 일하던 편집장님이 "야, 너 그냥 도망가면 어떻게 해? 좋아 가는건 가는건데, 그럼 2주에 한번씩 칼럼 써서 내. 원고료 두둑히 줄테니까 칼럼 쓰라구!"  그래서 칼럼 쓰면서 착실히 원고료 챙겼었는데, 아이구야. 그 잡지가 오래가지 않아서 문을 닫고 말았다.  (원래 좀 간당간당 해 보여서 나도 일찌감치 안정된 직장으로 옮긴 터였다.).

 

그래서 칼럼 쓰다가 접은 일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영어학습 잡지였는데, People 같은 대중 잡지 기사 중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대충 번역하고,  영어 설명도 해주고 그렇게 해서 보내주면 재밌다고 (편집장님이) 좋아했었다. 그때 헐리우드 가십기사 꽤나 읽었었다  (-.-) 미국에 가보지도 못한 주제에, 헐리우드를 손바닥에 갖고 있다는 듯 초를 쳐댔었다...  그때는 20대 초반의 젊은시절의 객기로 넘쳐서 그러고 놀았는데...

 

지금은, 딱 그나이의 두배가 되었고, 이제는 대중을 상대로 인쇄매체에 글을 쓰는 일이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사람들에게 정보와, 위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게 뭔지 생각좀 해보고.)

나를 특별히 금지옥엽으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이, "내가 너한테 줬던 글재주를 발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도록 해줄래?"하고 제안해주셨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원래 글쓰는 일이 즐겁다. 신중하게 잘 써서 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겠다. (나의 하느님은 내 재주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주 잘 아신다. 얼마나 똑똑하신가... )  칼럼니스트, 내 이력서에 이 다섯글자를 새겨넣을수 있도록 잘 쓰고 싶다. (그런데, 내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홈디포에 백일홍이 곱길래 사왔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서 내 사는 집을 구경오신듯한 그런 상상에 빠지고 만다.

한국의 가족이 그립다. 그래서 백일홍을 사다 놓고 가족 얼굴 보듯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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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꽃 색이 어찌나 고운지 물감으로 진하게 칠해 놓은것 같아요..
    가끔 꽃이고 나무고 들여다 보면 사람은 암만 잘 그려도 흉내나 내는거지 싶어요..
    갑자기 꽃사고 싶네요..저두..

    2010.08.06 10:20 [ ADDR : EDIT/ DEL : REPLY ]
    • 백일홍이 요즘 '때'를 만난거죠.
      이제 9월이 오고 사과가 익으면 백일홍은 지고 말아요...

      2010.08.07 01:54 [ ADDR : EDIT/ DEL ]

Diary/Life2010. 8. 4. 06:44

아침에 찬홍이네 학교에까지 가서 트랙을 세바퀴 돌고 오는데,

내가 트랙을 도는 동안, 왕눈이는 트랙 입구 울타리에 묶여 있다.

미국은 규정상 '애완동물'을 학교에 데리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까 왕눈이는 학교 울타리 바깥쪽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왕눈이를 울타리에 묶어 놓고 트랙을 돌면,

왕눈이는 내가 세바퀴 도는 동안 거의 내내 짖어댄다. (지난 이틀간 그러하였다.)

왕눈이는 평소에도 산책하다가 주유소 가게에라도 들르기 위해 입구에 묶어 놓고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 동안, 내내 목청껏 짖어대는 편이다.

그 짖는 소리가 평소보다 하이톤인데, 어서 빨리 오라고 생떼를 쓰는 듯한 표정이다.

 

내가 한바퀴쯤 돌아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지점에서 왕눈이는 나를 발견하고

멀리서 꼬리를 흔든다. 나는 '왕눈아!'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흔들어 준 후에

내쳐서 두바퀴를 향해 달려간다.

두바퀴 도는 내내 멀리서 왕눈이가 짖어대는 소리가 귀에 울린다. (빨리 오라고)

역시 왕눈이와 가까워질때 왕눈아! 하고 부르고 나는 또 한바퀴를 돌기 위해

멀어진다.

 

그렇게 목표한 세바퀴를 마치고 원점의 왕눈이에게 돌아가면

왕눈이는 마치 저승에 갔다 돌아온 친구를 반기듯 나를 반기는 것이다.

 

왕눈이는 늘, 내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올때도

미칠듯이 방방뛰며 환영을 해 준다.

그래서 학교에 출근을 하거나, 다른 볼일을 보기위해 종일 집을 비웠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 머릿속도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왕눈이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왕눈이가 하루종일 빈 집에서 잘 지냈을지.

--아까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졌는데, 왕눈이가 혼자서 벌벌 떨었겠다

--왕눈이가 식당 구석 카페트에 오줌을 싸 놓지는 않았겠지?

 

왕눈이는 내가 아파트 마당에 차를 세우고 차를 잠글때 나는 소리 "뚜!"

소리를 감지한다.  그리고 내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미 3층의

내 아파트 안에서 왕눈이가 문을 벅벅 긁으며 역시 하이톤으로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왕눈이가 하루종일 짖어 댄 것은 아니고

집에 혼자 있다가, 차 문 잠기는 소리가 나면

그때부터 귀를 쫑긋거리다가 1층의 건물 현관 쪽에서 들려오는 식구들의 소리를

알아채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어서 빨리 오라고 짖어대는 것이다.

(내가 집에서 왕눈이를 관찰해보니, 지홍이나 찬홍이가 밖에 나갔다 돌아올때도

이런 식으로 귀를 쫑긋거리고, 그리고 아이들을 반겼다.)

 

오늘 아침, 트랙을 돌면서, 멀리서 짖어대는 왕눈이를 보면서

왕눈이가 저렇게 울어대고 있으니 빨리 속도를 내어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문득 왕눈이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꼈다.

 

왕눈이가 멀리서 짖어댄다. 하얀 점처럼 작게 보이는 왕눈이가 내게 어서 오라고 짖어댄다.

그래서 나는 기운을 내어서 달리기에 속력을 낸다.

왕눈이가 불러대니까 나는 빨리 가야만 하는 것이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 왕눈이가 저기서 저렇게 울어대지 않으면, 나의 달리기가 재미 있을까?

내가 서툰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고 헥헥대며 하는 이유는, 한바퀴 돌때마다 왕눈이를 볼수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이렇게 달려가는 이유는 왕눈이가 저기서 기다리기 때문이 아닌가?

왕눈이가 없다면, 이 산책이 얼마나 멋대가리 없고 심심할 것인가.

쳐다봐 주는 왕눈이가 없다면 이 트랙 뺑뺑이 도는 달리기가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것인가.

 

집에서 한없이 간절하게 기다려주는 왕눈이가 없다면

이 타국의 아파트가 내 집 처럼 여겨지기나 할까?

왕눈이가 애타게 기다려주기에 이곳이 내 집인 것이지.

나의 왕눈이가 내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려 주기에, 그래서 여기가 내 집이 되는 것이지.

 

아이들이 나가 놀다가도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안심할수 있듯

나에게도 '집'으로 돌아올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내 집을 집으로 만드는 존재가 바로 왕눈이 같다는 것이다.

집이 집일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서 어떤 생명이 간절히 간절히 나의 안녕과 귀가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왕눈이가 있어줘서,

나는 매일 길을 잃지 않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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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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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ng

    왕눈이 목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는 듯하네. 나를 보면 펄펄 뛸텐데...

    2010.08.04 10:44 [ ADDR : EDIT/ DEL : REPLY ]
    • 왕눈이는 지금도 내가 가끔 장난으로 "아빠다!" 그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현관쪽으로 가려고 그래. 매일 기다리는 눈치야.

      그래서 거짓부렁 장난을 안하겠다고 생각했어.
      사람이나 짐승이나 말귀 다 알아듣는데 거짓부렁 장난하면 나중에는 실망해서 사람 말을 안믿어...

      2010.08.04 21:3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