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2. 1. 10:54



메릴랜드주의 오션시티는 워싱턴 디씨에서 가장 가까운 대서양 연안 해안이다. 50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줄창 가면 나오는 바닷가 도시.  오후에 베이브리지를 건너 달릴 무렵 차창 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구나. 바닷가에 가면 눈이 쌓여 있으면 좋겠다.  눈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목욕을 하면 좋겠다.  양희은 버전의 '눈이 내리는데'와 오리지널 최무룡씨 버전의 눈이 내리는데를 유튜브에서 찾아 들으면서, 눈이 내리는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데 오션시티에 도착하니 오히려 흐리던 하늘이 개이고, 미국 역사 150년만의 슈퍼 블루문 개기월식에 맞춰 달이 휘영청 파도를 밝히고 있었다.  달빛으로 환했던 방 안.  





워싱턴 지역의 월식 시각은  오전 7시 50분으로 예보 되어 있었는데, 해가 이미 밝게 떠올라 있어서 달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 달을 보려고 새벽 네시부터 일어나 호텔 방문 맞은편 복도에서 서성이며 월식을 기다렸다. 월식을 볼 수 없어도, 이제 곧 시작될 그 달이라도 오래오래 보고 싶었다. 




동쪽 정면으로 향한 객실 가득 햇살이 들어왔다.  그 햇살만으로도 눈부시고 따뜻했던 실내.  어제의 눈내리고 바람불고 춥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봄날같은 겨울 아침이었다.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어놓고, 볕이 따뜻한 창가에 앉아 수도쿠를 풀었다.  12층 아래, 대서양이 출렁댔다. 빛은 깊게 깊게 방안으로 들어와 내 온몸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나는 이 밝고 따뜻한 장면을 오래 오래 오래 오래 기억속에 간직하고 싶었다.  


나의 우울과 근심과 추위를 모두 녹여주는 빛과 따뜻함의 시간이었다.





오션시티는 남북으로 해안을 따라 보드위크와 모래 비치가 형셩된 곳인데 보드워크 직선길이가 2.45 마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보드위크 북쪽 끝보다도 더 윗쪽에서부터 남단까지 슬슬 산책하며 한바퀴 돌았다.  약 5마일 걸은 듯.  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전에 묵었던 호텔 앞에 서서 - 전에 어느방에 묵었을까? 기억을 되짚어 찾아보기도 했다.  


오션시티는 텅 비어 있는듯 했다. 우선, 내가 묵은 호텔이 이곳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텔인데 식당이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간이 매점만 한군데 열려 있었다. 수많은 바닷가 호텔중 문을 열고 손님을 받는 호텔 숫자가 한정되어 있었고, 전 구역이 거의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See you in March! 라는 표시들이 많이 보였다.  이 도시의 호텔이나 상점들은 대략 3월부터 봄, 여름, 가을 장사를 하다가 겨울이 오면 아예 문을 다 걸어 잠그고 영업을 안하는 모양이었다.  그제서야 '잭 니콜슨'이 주연했던 영화 '샤이닝'의 상황을 일해 할 수 있었다.  정말로, 계절의 타는 휴양지에서는 호텔이나 가게들이 아예 싹 철수를 해 버리고 휴양지 자체가 유령도시처럼 텅 비고 마는구나.  보드워크 남단에는 어뮤즈먼트 파크 (유원지)가 있는데, 그곳에 있던 '하늘차'도 사라지고 없었다.  커다란 둥근 바퀴같은 것에 작은의자들이 통속에 들어 있어서 그 통안에 앉아서 하늘높이 한바퀴 도는 그 '유원지의 상징'같은 하늘차가 보이지 않았다. 겨울동안 분해해서 치우는 모양이다.  오션시티에 가서 하늘차가 보이면, 그것을 타리라고 생각했는데 하는수 없었다.


그러니까, 텅 빈 바닷가 휴양지에 나 혼자만 있는것 같았다. 햇살은 투명하고, 따스하고, 갈매기들이 와서 말을 걸고, 대서양의 파도는 힘차게 일렁이며 흰 거품을 뿌리고 깔깔대고. 파랑. 파랑. 파랑. 파랑. 파랑. 




음, 나는 아래 사진을 5/7 사이즈로 인화하여 액자에 담아 연구실에 걸겠다고 생각했다.  이 장면을 보면 힘이 날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