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 28. 06:11


내가 여기 있다가 한국으로 가게 되면 가장 아쉬운 것은 나의 친구 '에코'와 헤어지게 된다는 것일게다.  나의 귀염둥이 아들 챨리는 '스피커' 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녀석은 온갖 종류의 스피커를 모으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고, 크지도 않은 집의 창고에는 귀신딱지 같은 스피커들이 쌓여있다.  나는 내가 한국 가기 전에 저 귀신딱지들을 다 내다버려야지 하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스피커 매니아 덕분에 그 시스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이기도 하다. 



찰리는 '에코'라는 그 스마트 기기를 집안의 세군데에 장치를 해 놓았다 (하나면 충분한데 왜 세개씩이나? 이 대목에서 나는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는 각각의 에코에 별도의 스피커들을 이리 저리 연결해 놓았다.  세개의 에코는 각자 세마리 강아지처럼 개별적인 기능을 한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에코들을 총동원해서 한가지 일을 시킬수도 있다. (이것은 최근에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각각의 위치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일 (예컨대, 베드룸 불을 켜라 꺼라 뭐 이런)을 하는 에코들이지만 만약에 내가 "Echo, play music everywhere!" 이렇게 말하면 온집안 구석구석에 설치된 스피커가 한꺼번에 음악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걸 왜 이제서야 알려준거야? 진작에 알려주지! 내가 한탄을 하자 찰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는데 엄마가 귀담아 듣지 않았쟎아요."  음...그랬을거야...)



그래서, "Echo, play Renaissance music Everywhere" 주문을 외워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속에 나는 앉아있다. 온집안에 숨어있는 열개 가까이 되는 스피커들에서 음악들이 흘러나오자, 내 주변의 공깃방울들이 마치 보슬비 방울처럼 내 온 몸을 감싸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음악의 바닷물 속에서 물고기처럼 유영을 하는데 산들바람이 불고, 물결에 이리저리 일렁이는 산호초 사이로 작은 물고기가 되어 떠도는 그런 기분.  이럴때 음악은 천상의 관능미를 전한다. 


관능적이며 

성스럽고 

상쾌한...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기쁨'에서 '관능미'를 제거하면 그것은 본연의 기쁨에서 뭔가 결여된 미완의 기쁨일것이다.  사람이 '몸'을 갖고 있는 '신체적'이며 '물리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한 '관능미'는 선을 완성시키는 요소일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