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22. 02:37
워싱턴에서 180마일정도 동쪽으로 달리면 오션 시티라는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가 나오는데, 그 인근에 Assateague 라는 섬이 있다.  이곳은 한마디로 '말(馬) 섬' 이라고 할만하다. 야생 말 300여 마리가 살아가는 섬이다.  엄마에게 이 섬을 보여드리기로 했다. (나도 말로만 듣고 처음 가보는 곳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짓고, 씻고, 먹을것좀 챙기고 이럭저럭하다가 나가서 주유소에서 개솔린을 채우고, 출발한 시각이 5시 45분.  목적지인 섬에 도착한 것이 9시 정각.  논스톱으로 세시간 15분만에 189마일 거리를 달려 갔다.

애나폴리스 베이 브리지 가는 길에 찬홍이가 찍은 아침 해. 여섯시 반쯤이었나보다.


이윽고 펼쳐지는 바닷가 습지대의 초원.



우리가 도착한 곳은 Chincoteague 섬의 유람선 선착장.



선착장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길래, 준비해간 도시락을 펼쳐놓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수박, 아침에 지은 밥, 단무지와 초고추장, 김, 찐호박, 피칸 파이. 저 수박은 내가 거의 다 아작을 냈고, 찬홍이와 엄마는 밥을 먹었다. (요즘 나는 거의 수박 도깨비이다. 하루에 평균 한통의 수박을 먹어치우고 있다. 찬홍이의 일상은 매일 나가서 수박을 한덩이씩 사갖고 오는 것이다.)


일인당 43달러를 내고 타는 유람선. 이 작은 배를 타고 섬 주위를 돌면서 말이나 새, 그밖의 자연 관찰을 한다.
나는 언라인으로 승선비를 모두 내고 영수증을 프린트 해 갔는데, 선장은 스마트폰을 뒤지더니 내 이름을 확인하고 만다. 영수증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좋은 세상이다.)








이 알록달록한 보자기는 테이블보도 되고, 담요도 되고, 만능으로 사용하는데, 몇해전 스미소니안 마프리칸 박물관에서 기념품으로 구입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여인들이 손바느질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원래 용도는 아프리카 남자들의 '치마'라고 한다. 키가 커다란 아프리카 남자들이 이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고 서있는걸 상상하면 되겠다.  우리는 이걸 야외 테이블보로 사용하고, 바닷가에서 아프리카 놀이를 했다.




배가 떠나기를 기다리며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찬홍이와 나. (엄마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무관한 표정.)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7. 22. 00:29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28045

 “이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한국 영화 ‘투사부일체’에서 무식한 깡패 중간 보스역의 정웅인이 뭔가 납득하기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습관처럼 뇌까리는 대사이다. 그는 영어도 못하면서 마치 라스베이거스에서 몇 년 살다 온 사람처럼 아는 체를 하는데 그의 천연덕스러운 무식함에 관객은 실소를 하게 된다.

 한국에서 며칠 전에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하철에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올라타자 어느 승객이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며 소리를 지르며 비난을 했다고 한다. 아, 이 승객의 눈에는 개만 보였을 뿐, 그 개를 데리고 탄 사람의 상황이나 그 개의 특수성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개가 사람을 보호하는 임무를 띈 존재라는 것을 알았던들 이런 소동을 피우지는 않았으련만. 눈을 떴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니, 모르면 봐도 못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방문한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서 나는 요즘 신체적으로 약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시다. 그래서 어디에 구경을 가는 일이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지육신이 건강해서 남을 부축해가며 하루에 50킬로미터를 거뜬히 걷는 나로서는 거동이 불편해서 뭘 못한다는 상황을 상상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초음속 비행기처럼 행동할 때, 엄마는 달팽이처럼 느리다. 그래서 우리 엄마의 별명은 ‘달팽이 엄마’다.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서 나는 미국의 거의 대부분의 전시장에서 신체장애인을 위한 각종 시설을 마련해 놓았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뉴욕과 워싱턴DC, 리치먼드에 이르기까지 직접 엄마를 모시고 간 미술관들에서는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전시장 구석구석, 휠체어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따금 어느 구석 계단 몇 개를 오르내려야 하는 공간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휠체어 전용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져 있고 해당 자원봉사자의 기꺼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전시실 안내 서비스도 다양하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맹인 안내견이 전시장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말 할 나위도 없고,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서비스를 하는 개도 전시장에서 본 적이 있다.

 전에 내가 근무하던 플로리다의 어느 학교에서는 개가 ‘상담선생님’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개가 선생을 한다고? 투사부일체의 정웅인이라면 “이건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 개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개에게 달려가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신세한탄을 하거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으며, 개는 묵묵히 아이들을 돌봤다. 그 개는 아주 따뜻하고 자애로운 선생님이었다.

 윌리엄스버그에 가면 록펠러가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던 집이 일반 관객에게 공개된다. 언젠가 이곳에 갔을 때,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록펠러 집을 소개하는 전문 안내원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린 후에 우리들을 대기실에서 정원을 지나 본채로 안내했다. 그를 따라가면서 그제서야 나는 발견했다. 그가 흰 지팡이에 의지하여 우리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그는 실수 없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우리들을 집의 이곳 저곳으로 안내하며, 실내의 그림과 비품들을 마치 눈에 보이듯 설명해 주었다.

나는 록펠러 집을 구경하는 것보다, 시각장애 안내인이 눈 뜬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며 안내해주는 것에 반쯤 정신이 홀려 있었다. 그의 설명은 진지했고 성실했으며 우리들은 무
엇에 홀린 듯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시각장애인이 그림 설명을 하고 집 안내를 한다고? 그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군!” 이 세상에는 우리가 눈뜨고도 놓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9. 11:51


워싱턴 디씨에 한국 정원이 잘 가꿔진 저택이 있는데, 그 댁 안주인의 배려로, 오후에 엄마 모시고 가서 정원구경도 하고, 밥도 얻어 먹고 왔다.  엄마는  미국에도 이런 한국 정원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엄마를 정성껏 대접한 안주인의 사려깊음에 깊은 감동을 받으신 듯 하다. (찬홍이는 할머니 덕분에 덩달아 인생공부 제대로 했다. 왜냐하면 그댁 안주인께서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다.)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진 정원을 신나게 돌아보고 있는 엄마와 나, 그리고 찬홍이. 


한국탑에서는 탑돌이를 하면서 각자 소원을 빌기도 했다. 나의 소원? 나의 소원은 '통일'이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이런데서 탑돌이 하면서 소원을 빌을 때는 그래도 양심상 좀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원대한 소원을 빌어야 하는것 아닌가...


 

우리를 맘껏 뛰놀게 내버려둔 이댁 안주인의 사려깊음에 감사 드린다. 이 세상에 우리 셋만 있는듯한 호젓한 시간이었으니까.








엄마에게 특히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늙으신 엄니가 딸의 온갖 행패와 구박을 꾹꾹 참으면서 착하게 세상 구경을 하는것을 보고 주위분들이 엄니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드리려고 작정을 하신듯 하다.  오늘의 구경을 위해서 음으로 양으로 마음을 써주신 분께 감사를 보내드린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8. 09:10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7. 00:28


토요일. 오늘은 찬홍이가 태권도장에 가야하고, 저녁에 나가야 하는 바쁜 날.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알링턴의 카삿 카페로 나들이를 했다.  벽에 지역 화가들의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엄마가 특히 좋아하는 곳.  오전 아홉시.

엄마를 위해서는 프렌치 토스트. 내것은 수란에 감자, 과일을 곁들인것. 찬홍이는 -- 소세지 요리.




엄마의 접시를 보시라~ (미국 생활 25일만에 미국 할머니가 다 되셨다.)


길거리 늑대그림이 그려진 광고판이 예뻐서. (사랑스러운 바보 늑대.)



삭당에서의 엄마의 옷차림과 현재의 옷차림에 차이가 난다.


바로 이 옷가게에서 엄마가 옷을 하나 사셨다. 현재 입고 있는 옷. (피카소 그림중에서 핑크 시대의  삐에로를 연상시키는 무늬와 색감이다).

전에 엄마 모시고 카삿 카페에 왔을때, 이웃의 옷가게 구경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이 옷을 무척 탐을 내셨다. 내가 보기엔 옷에 비해서 값이 터무니 없어 보여서, '다른데 가면 더 좋은것 많으니까 참으시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 옷이 40% 할인하는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그 값이면, 뭐, 여전히 좀 비싸지만, 그래도 살만하네~)  그래서 이 옷을 사게 되었다.  돈이야 엄마 돈 엄마가 쓰시는것이고, 나는 코치만 하는거다.  엄마는 입고 싶던 옷을 사서 만족. 나는 할인가에 사서 만족. 우리 모두 만족~

즐거운 인생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