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14. 09:02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공원 입구로 차를 모는데 눈앞에 아기 사슴 한마리가 한가롭게 나타났다.  가만히 차를 세우고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가가도 사슴은 도망가지 않았다. 아기사슴은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나를 자세히 보기위해 다가오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아기사슴과 그 어미를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사슴 촬영을 마치고 다시 천천히 차를 모는데, 이번에는!  곰 한마리가 한가롭게 길가에 나타났다. 숲에서 나와서 차가 다니는 기슭으로 혼자 산책을 나온것 같았다. 곰은 내 차를 발견하자 다시 숲으로 가서 몸을 숨기더니 움직이지 않고 내 차를 바라봤다.  곰이 내 앞을 어정거리는 동안 나는 차를 세우느라고 카메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을때 곰은 이미 나무 그림자로 숨은 후 였다. 내 육안으로 보이는 곰을 차창을 통해 카메라로 잡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곰의 윤곽을 잡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사진 중앙에 곰의 코를 비롯한 얼굴 형상이 보인다. (숨은그림 찾기).

내 일생에 '야생 곰'을 두눈으로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그것은 엄마와 찬홍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우리 세명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 인것 같다.

단지 눈앞에서, 살아있는 곰을 봤다는 것 만으로도 오늘은 기분이 참 좋다. (그것을 엄마와 함께 봤다는것도 아주 자랑스럽다. 엄마도 아주 좋아하셨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20:50


오후 다섯시, 미술관을 출발한 이후에, 조수석에 앉아있던 엄마가 엄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내가 운전을 해야 하므로 차창밖의 생생한 거리 풍경 사진을 찍을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숙제를 드렸다, "엄마, 한번 저 풍경을 찍어봐!"

엄마는 서툴지만 그럭저럭 창문 유리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다.




뉴욕의 아름다움은, 번쩍거리는 초고층 건물들 사이사이로 낡은 건물들이 삐뚤빼뚤 채워져 있고, 그 사이 좁은 길을 활기차게 걸어가는 사람들.














링컨터널 표시판이 보인다. 링컨터널을 통과하면 맨하탄을 빠져나와 뉴저지로, 남쪽으로 달리게 된다.





링컨터널을 빠져나와 뉴저지의 고가 차도에서, 멀리  맨하탄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루처럼 아쉽게 아쉽게 우리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도시.



오후 여덟시 반 쯤, 델라웨어 강을 건너면서 강 건너로 붉고 둥근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켜는 사이에 (엄마가 서툴게 카메라를 들고 쩔쩔매는 사이에) 해가 '꼴까닥' 넘어가고 말았다. (아쉬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46

여러시간 쉬지 않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세시쯤, 느지막히 미술관의 전망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센트럴파크가 바로 창밖에 펼쳐진 곳에 식당이 있었고, 식당 통로에는 로댕의 '칼레의 시민' 조각상이 있었다. 음식 값이 '배가 아프게' 비쌌지만, (그래 좋다, 전망 좋은 자리 값이다...) 이러고 그 비싸고 맛도 없는 음식을 사 먹었다. (나만 갔으면 이런거 안 사먹을텐데, 엄마에게 이런 멋진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 그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

엄마도 사실은 이 파스타에서 '미국냄새'가 난다고 많이 안드시고 찬홍이에게 다 주셨다. 그리고는 식전에 제공된 맨빵을 잡수셨다.  하하하.



식사를 마치니 오후 네시.  지하 차고에서 전시장으로 집접 들어온터라, 엄마가 정문 풍경을 못 보셨다. 그래서 정문으로 나가서 계단에 앉아서 한시간 가까이 사람 구경을 하며 보냈다.  늘 그러하듯, 정문 앞에서는 악사들이 연주를 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림처럼 알록달록 했다. 늘 그러하듯 관광객들중에 애국심 드높은 한국인이 악사에게 팁을 듬뿍 준듯,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갈때마다 나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애국가를 듣는다).  뉴욕 한가운데서 들리는 애국가에 대해서 나의 기분은 좀 복합적인데, (1) 애국가를 들으니 반갑네  (2) 그런데 꼭 여기서 애국가를 연주해야 직성이 풀릴까? 난 차라리 뉴욕 한복판에서 '섬집아기'라던가 혹은 '동백아가씨'같은 노래가 나오는 것이 훨씬 분위기 있고 정감이 있으며, 그래서 더욱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에 공짜로 음악을 듣는 처지이므로  고마울뿐이다.




단체로 노래를 하는 가수들도 보이고


핫도그를 사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선 사람들. (엄마가 안계셨다면, 찬홍이와 나도 여기서 각자 핫도그와 프레첼 같은것을 사 먹고 점심을 때웠을것이다.)




바람을 쐬면서 스케치를 하는 유여사.




7월의 햇살.


오후 다섯시에 미술관을 출발하여. 밤 열시반에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해가 붉게 지는 것도 보았고, 달이 떠서 따라오는것도 보았다.  무탈하게 뉴욕에 다녀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31



이천여년전 그리스의 조각들을 보면, 그리고 당시에 피어나던 철학과 과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참 인간이 매력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답지 않은가...
(엄마가 무릎에 덮고 있는 것은, 몇해전에 내가 손바느질로 만들었던 조각이불(양면 조각보)이다. 내가 엄마를 모시고 다니다보니, 미국의 실내가 서늘해서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있는 엄마에게는 추운 느낌이 든다.  나는 움직이니까 덥지만, 엄마는 춥다.  그래서 내 카디건을 늘 갖고 다니다가 덮어 드리는데, 오늘은 아예 그 조각보를 챙겨갔다.  야외에서 밥먹을때는 식탁보로 사용하고, 추울땐 덮개로 사용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후루룩 빨아 널면 그만이다.  엄마는 '이것을 어떻게 만든거냐'고 꼬치꼬치 물으시는데, 내심 그것이 탐이 나시는 눈치이다.  뭐, 엄마가 좋다면 내것을 드려도 되고, 내가 새로 하나 만들어서 드려도 되고...




그런데 사천여년전의 이집트 예술 쪽으로 넘어가게되면 경이를 느끼게 된다.

사천여년전의 나일강변의 사원을 그대로 맨하탄 한복판에 옮겨다 놓았다.  배포한번 크다. 금싸라기같이 비좁은 맨하탄 한복판에 이집트의 사원이라니...





스핑크스를 보니 집에 두고온 왕눈이 생각이 난다. (불쌍한것 혼자 온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엄마는 아무래도 엄마가 익숙하게 보아온 인상파 화가들 시절의 그림들 앞에서 기쁜 표정이었다. 모네의 수련꽃을 무척 반가워하셨다.



엄마에게 추상미술은 난해한 개념이다... 추상미술을 하겠다고 덤벼들기는 했는데...그런데 대체 추상미술이라고 하는 것들은 왜 이렇게 가지각색이고, 왜 딸년은 여기 있는 모든 것을 추상미술이라고 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는 것이지...





아무 그림도 안그리고, 그냥 색만 칠해놓은것도 그림이라고 딸년은 종알거리는데, 이것이 어째서 그림인걸까?  알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거라면 누군들 화가가 못되겠는가?  유여사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그림 앞에서 난감해지는 것인데...



갈수록 태산, 도무지 이것들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뭐 대략 이렇게 몇시간을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17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밥 짓고, 초밥 싸고, 먹을 것 챙기고, 이럭저럭 하다가 아침 다섯시에 뉴욕을 향해서 출발했다. 
 


가던 중간에 델라웨어에서 아침 식사.

점심은 뮤지엄 식당에서 사 먹고, 저녁은 아침에 챙겨간 것으로 해결했다 (그래도 밥과 과일이 남았다.) 넘치는 준비정신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