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25. 09:16



엄마의 앨범을 만들었다.  내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비롯, 여러가지 사진과 내가 쓴 글 카피들을 모았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곳의 이름과 날짜를 크게 적어 놓았다.)  사실은 뭔가 좀더 정리를 해야 하는데 내가 경황이 없어서 대충 시간 순서대로 엮은것에 지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쓴 칼럼들을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동안 하나 하나 읽으셨다.  내 글을 읽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그러셨다. 그걸 모두 카피해서 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차일피일 미루다 이행하지 못했다.  엄마와 직접 관련된 글들만 사진 사이사이에 넣었다.


좀 더 잘 엮을수도 있었는데, 내 성에 차지 않는 기록물이라서 아쉽지만, 나로서는 이것도 힘겨운 작업이었으므로 이쯤에서 꼬리를 내리고 현실을 수긍해야만 한다. 내가 수퍼맨은 아니니까.

엄마에게 전자 앨범을 해 드려야지 생각하다가 그것도 못했다. 다음에 크리스마스때나 언제 전자 앨범에 모든 사진을 담아서 보내드려야겠다.  그러면 깜짝 놀라시겠지...  (나중에 후회 할 짓을 절대 안하겠다고 수시로 다짐하면서도 엄마한테 못되게 군일이 많다. 엄마를 어린아이 야단치듯 잔소리를 한 일도 많고...).  그래도 엄마가 한달 넘게 내 품에서 내가 지어드리는 따뜻한 밥을 잡수시고, 내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보여드렸으니, 나는 나중에 엄마 생각을 하면서 조금 기쁘기도 할 것이다. 옛날에 엄마 모시고 유럽여행을 했던 일을 나는 두고두고 기뻐했었다. 그래도, 엄마하고 넓은 세상을 둘러봤으니까.  그래도, 내가 엄마한테 유럽을 보여드렸으니까 (경비야  엄마가 댄거지만.)  나중에, 나는 '그래도 내가 엄마를 모시고 뉴욕을 가봤으니까, 미술관을 돌았으니까, 이 일을 기뻐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기쁘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를 주시기를 하느님께 빌어야지.  :-)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5. 06:11
내일 아침에 엄마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신다.  오늘이 우리집에서 남아 있는 하루.  오늘 뭘 하고 놀까 궁리궁리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나는 거기 한번 더 가고 싶다"고 하셨다.  거기란, 알렉산드리아의 토피도 아트센터를 말한다. 예술가들의 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는, 일명 "예술 공장."



그래서, 한가롭게 아침을 지어먹고, 집안 청소를 싹 해치우고 (외출 전에 집안을 청소 해놓고 나가면 돌아왔을때 상쾌하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니까,  거리 구경을 하는 차원에서, 차에서 내려서 약 500미터를 걸어서 강변으로 갔다. 젊은 사람이야 가볍게 걸을 거리이지만 엄마에게는 힘든 일이다. 마침 내리막길이라서 걸을만 했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의 하나라서 거리가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엄마가 스커트와 스카프를 맞춰서 입으셨다. 어제 찬홍이 태권도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동안, 엄마를 모시고 동네 탈보트 아웃렛 매장에 가서 옷 구경을 했는데, 엄마가 탈보트 스커트를 무척 맘에 들어 하셨다.  나도 탈보트 면스커트를 즐겨 입는데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 얌전하다. 엄마는 내가 평소에 입던 치마를 눈여겨 보고 있었나보다.  그래가지고, 동일한 디자인의 포플린 주름치마를 세장이나 고르셨다.  (엄마가 흡족해 하셔서 내가 엄마 사이즈에 맞는 것을 색깔별로 갖다 입혀드렸다.)  엄마는 한국에서는 이런 치마를 구하기 힘들다며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그래가지고, 엄마 치마를 무려 네장을 골랐다. :-)   엄마는 평소에 오빠나 언니가 한국에서 무지하게 비싼 치마를 척척 사드리니까, 그 치마값을 생각하고, 치마를  네장이나 사면 '가난한 미국딸이 파산'을 할까봐 불안해 하셨다. (치마 네장값이 한국돈 십만원쯤 한다고 가르쳐드렸더니 안심하시는 눈치이다. 하하하.)  탈보트는 그래도 중산층 아줌니들의 옷인데, 하필 가까운곳에 아웃렛 매장이 있는데다가, 요새 거기서 세일에 들어가가지고 정가의 1/4 가격에 파는데다, 내가 신규가입을 하면서 또다시 10% 할인을 받아가지고 엄청 싸게 사긴 했다.  그러니까, 어제 산 옷 값 다 해야, 평소에 우리 언니나 오빠가 엄마 블라우스 한장 사드리는 값밖에 안할걸 아마...  

엄마는 당신이 나한테 큰 폐를 끼치고 있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옷을 보니까 막 갖고 싶은거라.  오늘 기분좋게 어제 산 스커트와 스카프를 두르고 나들이를 나오신거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소풍을 간 곳이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 센터인데,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도 이곳에 다시 들르셨다. 아무래도 미술 작업을 하는 분이라 이곳의 생생함에 매혹되는가보다.


찰판에 그림도 그려보시고~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를 쳐다보기도 하고


오늘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다.



창밖풍경이 액자속 동영상처럼 보였다.


창밖의 알렉산드리아 항구 표정




"엄마, 엄마도 이런데 방하나 얻어서 그림 그리면 좋겠지?"
"좋겠지..."
"꿈을 가져...언젠가 될지도 모르지..."








 











항구가 내다보이는 식당에서 한가롭게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엄마는 피곤하신지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기어 올라가(?) 주무신다.  나는 사진 정리를 해가지고 CVSPHOTO.com 에 사진을 올려 현상주문을 했다.  조금 있다가 동네 CVS에 가서 픽업 해오면 된다.  사진을 정리해서 앨범을 완성시키면, 엄마의 한달간의 사진 정리가 끝났다.

지난주에 몰아서 사진 정리를 마쳤고, 이제 며칠분의 정리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나서 가방을 싸 놓아야지.

내일 아침에는 엄마를 씻겨가지고, 예쁘게 화장시켜가지고, 이쁜 옷을 입혀가지고 공항으로 가야지.  그래도 예술가답게 미국에서의 마지막 소풍 일정을 아트센터로 정하시는 센스.  엄마에게 수료증서라도 만들어서 보내드려야겠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3. 09:27





딸네 학교 구경을 마치고, 서둘러서 찬홍이네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는데 퇴근 시간 길이 막혀서 한시간쯤 걸렸다.  마침 학교의 예배당에서 여섯시의 종을 울렸다.




이곳은 대학의 중심. 멀리 계단 연못 언덕위에 중앙 도서관이 보이고, 도서관을 마주 보는 곳에 행정관이 있다.


찬홍이 등뒤로 학교 행정관이 보인다.  찬홍이가 서 있는 지점이 이 학교의 가장 중심점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대학의 중심은 -- 그 대학의 중앙 도서관이다.  대학의 중앙도서관의 위상을 보면 대략 그 학교의 분위기가 짐작이 된다.  일단 도서관 건물이 맘에 든다.




엄마가 걷는것이 힘이 드셔서 일단 대학 중앙 지점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차로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이 학교는 지난해 가을에 내가 학회 발표를 하기 위해서 며칠 드나든적도 있어서 나도 대충 학교의 분위기에 익숙한 편이다.  찬홍이도 내 학회 행사에 구경을 하러 왔었는데, 그 때 이 학교를 보고 마음에 들어 했었다.  (그때는 이곳이 찬홍이의 학교가 될거라고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찬홍이가 저 도서관에서 생활하면서 많이 배우고, 사색하고 깨닫기를 바란다. 학교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2. 03:14


유람선에서 열두시 반쯤 내렸다. 차를 차고 슬슬 돌면서 친코티그 섬 구경을 하였다.  키 웨스트의 풍경과 비슷한 섬의 풍경이 이어졌다. 한 여름이라 휴가객이 많은데도, 이 섬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기념품 가게의 물건들도 값이 싸다고 여겨졌다.  어딘가 빛 바랜듯한, 상업성도 없어 보이는 그런 분위기.  식당에 앉아서 유리창 밖 풍경을 찍은 것이다.



엄마는 기념품 가게에서 지금 사진속에 입고 있는 분홍색 면 카디건을 하나 고르셨다. 미국인들은 여름에 헝겊을 걸레처럼 쥐어 비들은듯하게 염색을 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엄마 눈에 그것이 안 띄었을리가 없지. 엄마는 그런 염색셔츠가 입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걸 골라놓으셨는데 반액 세일을 해서 값이 꽤 쌌다.  게다가 상점 아저씨가 손님이 없어 심심했던듯 우리 식구에게 자꾸만 말을 붙이고 하더니만 엄마에게 손톱소재하는 도구를 그냥 선물로 드렸다.  친코티그 등대가 그려진 기념품이었는데, 그냥 주다니.  그래서 엄마에게 '미국 남자가 엄마한테 반했나봐, 이걸 엄마한테 선물로 준대" 했더니 엄마가 무척 좋아하셨다.  "엄마 재주도 좋아, 미국 남자가 막 선물도 주네~"



어느집 창가에 채송화가 예뻤다.


찬홍이가 뒷자리에 앉아 카메라로 아무렇게나 찍은 풍경들





친코티그 섬을 떠나기 전 바닷가 슾지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해가 나고, 다시 폭우가 쏟아지고.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비를 맞고 서있는 길가의 해바라기 무리.



버지니아 농장 풍경




오후에는 퇴근시간과 맞물려 네시간만에 집에 왔다.  집에 와서 밥해먹을 기운이 없을것 같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타이슨스 몰, 타카 그릴에 가서 엄마에게 불고기 도시락과 우동을 사드리고, 찬홍이는 돈까쓰를 먹고, 나는 엄마가 배부르게 잡수시고 남은 우동을 조금 먹고 그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거실 바닥에 나뒹구러진채로 뒹굴뒹굴하다가 송장처럼 잠이 들었다. :-)  바닷가에 다녀오면 잠이 잘 온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2. 02:56

친코티그 섬에서 배를 타고, 말들이 사는 아싸티크 섬 가까이로 간다. 이 섬의 주위를 돌면서 야생말과 야생 생물을 관찰한다. 여기 찍힌 말들은 내 작은 디지탈 카메라를 최대한 줌인하여 찍은 것들이다 (귀챦아서 큰 카메라를 안갖고 갔는데, 후회 막급이었다.)

카누를 탄 사람들이 섬가로 가서 말 가족을 구경하고 있다. 왼편에 말 부부가 보이고, 오른편에 망아지가 엄마 아빠 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닷가에서 수초를 뜯어먹고 있는 말.



말 주위에 이글릿 이라는 백로같이 생긴 새들이 있다. 이들은 말과 공생관계로 보인다.

섬의 평지 여기저기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이글릿이 말의 잔등에 올라 앉아있다. 말은 개의치 않는듯하다.

뭐 이렇게 섬 주변의 생물들을 구경하면서 바다위를 둥둥 떠 다닌다.
날이 쨍쨍하고 뜨거웠는데, 얇은 차양시설의 배 안에서는 더운줄 모르겠더라.  바람이 선선했던 까닭이다.



내 앞에 앉아있던 이 커플은, 내것같은 커다란 캐논 카메라와 작은 디지털카메라 이렇게 두가지를 갖고 와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나중에, 배에서 내리기 직전에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렸다. 그걸 어떻게 찾나, 바다에 빠진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뒷자리의 아기가 울어대서, 좀 짜증이 났다. 한두푼도 아니고 43달러씩이나 내고 (셋이면 120달러가 넘는데) 배를 탄건데, 새벽부터 일어나 세시간이나 쉬지도 않고 달려왔는데, 우리 엄마가 평생에 한번 보는 말섬인데, 배 탄 내내 뒤에서 아기가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니까, 피곤하고 짜증나고 그랬다. 그렇지만 엄마는 아무 말씀 안하셨고, 찬홍이도 잠자코 있었고, 나는 이들을 피해서 저기 앞에 빈자리로 가고 싶었지만, 나도 꾹 참았다.  우리 가족이 자리를 욺겨버리면 이 사람들이 더욱 난처한 기분이 들을 것 같아서 (자리를 옮기면 --너 싫어서 우리가 자리 옮긴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니까, 그런 짓을 하면 안될것 같았다.) 인내의 시간이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척, 자리에서 일어나 애 울음소리에서 멀어진 곳에 내내 서 있었다. (나중에는 애 엄마가 애 달랜다고, 내 쪽으로 자꾸만 오길래 내가 화가 나서 머리 꼭지가 돌았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애가 우는건 애엄마 잘못이 아니고, 애가 우는건 애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거니까, 내가 참아야 하느니라~ )



아무튼 나는 한가로운 말을 구경하러 간 것이니까,말에 집중 하자구!














말 구경을 잘 했다. 사실 '돌고래'도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돌고래가 나타나지 않았다. 옛날에 플로리다에서는, 바다에서 헤엄치다 보면 멀리 돌고래들이 보였었는데... 그리운 플로리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