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16. 01:12




엄마는 아침 해가 뜰때의 색깔과, 한낮의 해와 해가 넘어갈때의 해의 색깔이 모두 각기 다른 이유를 잘 모르신다.  왜 어떤 사람은 해를 빨갛게 칠하고, 어떤 사람은 해를 노랗게 칠하는지, 무엇이 정답인지 내게 물으신다. (난감하도다).  그리고 마침내는 왜가 어떻게 뜨고 지는건지 물으신다.  엄마 눈앞에 지구본이 있어도, 엄마에게 지구는 평평한 세상이다.  그리고 동쪽에서 해가 올라와서 서쪽으로 내려가는거다.

저녁을 먹고나서 한가롭게 앉아있는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시길래, 마침 눈앞에 지구본과 플래시가 보이길래. 엄마를 앉혀놓고 엄마 앞에 지구본을 놓고, 내가 커다란 플래시를 들고 서서 지구본을 플래시로 비추며 해가 뜨고 지는 원리를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해가 가만히 있는데, 지구가 빙그르 도니까. 해가 비추는 곳은 낮이고, 해가 안보이는 반대편은 밤이고. 그러니까. 지금 한국에 해가 비추고 있으니까, 여기 워싱턴은 그 반대에 있으니까 밤이지. 자 플래시는 가만히 있으니까, 엄마가 지구를 돌려봐."

엄마는 해와 지구의 관계를 눈으로 보면서 확인 하셨다. (제대로 알아 들으신것 같아 보였다.) 
"엄마를 집안의 태양이라고 그러지? 엄마는 중심이야. 해와 같은거야. 항상 빛나고 있어.  태양은 항상 빛나. 꺼지지 않아. 그리고 자식들은 지구처럼 태양을 중심으로 바삐 움직이는거야.  지구는 태양의 새끼야."


나는 지구나 태양이 별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엄마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별은 저렇게 작고, 태양은 저렇게 크고, 지구는 이렇게나 크고 넓은데, 지구가 아주 작은 별이라니?  
"엄마 저기 저 밖에 저 나무 보여? 저 나무 진짜 그 앞에 가보면 우리 아파트보다 키가 큰 나무야.  그렇지?  그런데 여기서보면 저 나무는 아주 작아보이고, 나는 아주 커보이지?  나는 가까이에 있으니까 커 보이는거고, 저 나무는 멀리 있어서 아주 작아보이는거야.  그러니까 별이 작아보이는 이유는 아주 아주 아주 멀리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야.  지구의 엄마는 태양이지만, 사실은 태양에게도 엄마별이 있어. 태양도 결국 어떤 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을거야.  우주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어."

엄마는, "아유, 무서워. 우리가 그런 속에 살고 있는거니?  그러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잘 지켜야 하는거구나. 지구를 어떻게 해야 지키니?"

나는 픽 웃으면서, "엄마 그래서 환경보호론자들이 운동도 하고 그래~ 그래서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거지." (엄마는 지구와 환경보호의 관계를 이제 이해하는 눈치이다.)

엄마는 해와 달이 어떤 관계인지 묻는다. 해는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니까 둘다 아주 큰 별인가보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체와 거리와 시각의 문제를 설명해준다.  작은것도 가까운것이 커보이고, 큰것도 멀면 작아보이고.  그런식으로 해와 지구와 달의 관계를 설명한다. 엄마는 한가지 원리는 제법 정확히 이해하시는것 같다: 달의 엄마는 지구, 지구의 엄마는 해. 지구는 해의 새끼, 달은 지구의 새끼. 지구에게도 새끼가 있군. 저렇게 큰 달이 지구의 새끼군!


이제 엄마는 "그런데 달은 왜 맨날 사람을 따라다니니?"하고 묻는다. 하하하. 그래서 나는 다시 지구본에 플래시를 비춘다. 플래시를 멀리서 가까이서 비춰본다. 플래시를 멀리서 비추면 지구의 절반이 달빛을 받게 된다. 플래시를 가까이서 비추면 일부분만 빛을 받게 된다. 

"엄마, 엄마가 이 지구위에 대한민국, 그 속에서도 일산에 살고 있어. 이 지구본에서 일산을 찾기가 힘드니까 그냥 서울이라고 치자고. 서울 여깄지. 이 먼지만한 점이 서울이야.  이 먼지만한 서울 속에 먼지보다도 작은 인간이 꼬물꼬물 걸어가고 있어. 엄마, 인간이 몇시간을 걸어도 그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도 않을거야. 그렇지?  달에서 보자면 인간이 제자리에 있는것처럼 보일거야. (엄마, 끄덕끄덕)  바로 그거야. 인간이 걷는 걸음으로 아무리 걸어봤자, 달하고 인간의 거리가 별로 변하는게 없어.  그러니까 달이 따라오는것처럼 보이는거야.

만약에 엄마, 이 지구위에 아주 커다란 거인이 있어서, 거인이 달빛 아래서 성큼성큼 걸으면, 세걸음만에 거인은 달빛 밖으로 가버릴걸. 그 거인은 달이 따라온다는 생각을 안 할거야.  달과 거인의 거리가 변하니까.  (엄마, 끄덕끄덕).


엄마는 사람들이 이런것을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묻는다. 
"엄마처럼 이런것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었어. 그런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답을 찾고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지. 그러니까, 엄마도 아주 위대한거야. 모르는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게 중요해. "

나는 엄마가 무식해서 한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엄마 자식이고, 엄마는 나를 낳아 키웠으니까. 엄마가 모르는것은 내가 설명 해 드리면 되는것이니까. 나는 엄마가 아직도 뭔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모르는것은....나도 공부해야 하는거지.  어차피 달에서 보기에 엄마의 지식이나 내 지식이나 차이가 없어보일걸. 하하하. 내 눈에도 달이 나를 따라오는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니까. 하하하. 지식은 ...허망한거다. 어차피 지식은 허망한거다... 하지만 지식은 달콤한 사탕처럼 달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사탕이 필요하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