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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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
 * 엄마는 핫케이크 (핫케이크에 시럽과 크림)
 * 찬홍이는 햄버거 샌드위치
 * 나는 지중해식 호무스 랩

식전에 빵과 잼, 크림을 갖다 주므로 그것으로 일단 시장기를 면할수 있다.  엄마는 어제 조지타운 식당에서 잼을 너무 많이 (공격적으로) 잡수신 결과,  배탈이 나셔서 다 토하고, 아주 큰일이 날뻔하셨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을 된장국으로 달랬는데, 미국식당에서 마땅한 것이 없어서 그중 순한 핫케이크.

엄마는 시장하셨던듯 그것을 아주 맛있게 달게 잡수셨다. (나는 엄마가 배탈이 날까봐 조마조마).  오늘은 별 탈이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엄마는 내가 상상하는것보다 더 연약하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는 엄마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해야 한다.  이번주에 뉴욕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 편도 다섯시간의 운행 시간을 엄마가 잘 버티실지 가늠이 안된다. 

헬렌켈러는 '일생에 단 3일 ,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꼭 보고 싶은것중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꼽았다. 나는 그 미술관을 엄마의 눈에 담아드리고 싶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0. 00:37


엄마가 어제 연꽃 구경이 고단하셨나보다. 입술이 부르트셨다.  토요일은 찬홍이와 내게는 오후에 여러가지 행사가 있는 날이라서 분주하게 들락거려야 한다.  그래서 오전에 조지타운에 나가서 밥을 먹는 것으로 엄마의 오늘 행사를 잡았다.  (나는 매일 하루에 한가지씩은 엄마에게 뭔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고 작정을 했다).

장소는 박선생과 찬홍이와, 친구와 들르곤 하는 조지타운의 식당.  정원의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그쪽에서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찬홍이는 토마토 오믈렛을 주문했고, 나는 두부 샐러드를 주문해봤다. (두부 샐러드는 오늘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베리' 종류를 담은 과일 한그릇. (strawberry, blueberry, raspberry).  아이스티~

엄마는 접시에 담긴 모~든 음식을 싸그리 비우셨다.  (놀라운 일이다).  엄마는 나처럼 비위가 약해서 서양 음식을 잘 못 드신다. 그래도 가끔 서양식당에 모시고 가는 이유는, 이질적인 문화라도 조금은 경험을 해 보는것이 외국에 나갔을때 해 볼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학습'이다.  가만히 엎드려서 자기가 아는것만 되풀이해서 경험하는 것 보다는 낯설어도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래서 외국식당에 갈때는 엄마한테 먼저 다짐을 하고 간다, "엄마, 오늘 가는데는 서양 식당이니까, 엄마 입맛에 잘 안맞을지 몰라.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미국 구경하는 셈 치고 가보셔. 어차피 밥하고 된장국은 집에서 먹으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엄마는 접시에 날라져온 오믈렛과 야채 샐러드와 빵과, 그리고 따로 담겨나온 과일을 아주 '싸그리' 해 치우셨다. 찬홍이 왈, "할머니하고 나하고 무시무시하게 먹었다!"


엄마가 모든 음식을 해치울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집에서 제공하는 오가닉 잼에 있었다. 이집에서는 유기농 식품이라는 딸기잼, 자두잼, 피넛버터 세가지를 병에 담아 무한 제공한다.  그런데 내가 엄마 접시에 담아 드린 세가지 잼에 엄마가 맛을 들이셨다. 잼이 개운하고 맛있는거라~  잼이 너무너무 맛있으니까, 나중에는 저기 접시에 담겨있는 빵을 다 먹어 치운 후에도 맨 잼을 퍼 잡수셨다.  하하하. 


이집에서 제공하는 빵이 구수하고 좋은데, 껍질이 딱딱해서, 내가 살만 파서 엄마를 드리고, 나는 껍데기 부분만 먹었다. 엄마의 테이블 매너도 많이 좋아지셨다 (물론 가끔 실수는 하시지만, 그래도 엄마는 배운대로 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신다.)


엄마가 그 잼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집에 사갖고 갈까? 나 없을때 엄마가 이걸로 빵하고 먹을까?" 했더니 그러라고 하신다. (되게 맘에 드셨군...).  "몇병 사서 한국에도 싸갖고 갈까?" 하고 물었더니,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고 걱정을 하신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도 갖고 가고 싶다는 뜻이다.  엄마의 화법이 그런 식이다. 한국에도 갖고 가? 하고 물을때 '그래, 갖고 가자'가 아니다.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는것이다.  엄마의 이런 화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 언니이다. 우리언니는 마치 아기 엄마가 아기를 이해하듯, 그렇게 엄마의 화법을 이해한다.

깔깔대고 웃으며 야외 테이블에서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조지타운 시내를 산책하였다.


식당에서 산 잼병 보따리를 들고 서있는 찬홍이.(잼을 다섯병이나 샀으니깐...)
내 동생이 사드린 엄마의 파란 모자가 챙이 넓어서 이렇게 볕이 뜨거운날 쓰고 다니기에 참 좋다.



조지타운 행차를 마치고 돌아 오는길, 길에서 농부가 수박을 팔길래 그것도 한통 사가지고 ~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매일 먹는 약을 꺼내 드시고는, 벌써 침대에 누워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있다. 날이 뜨겁다. 여름 한낮의 달콤한 잠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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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에 따라서, 색깔이 확 차이가 나네... 아, 이쯤되면... 동영상 전용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진다는 것이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9. 00:52


워싱턴의 7월은, 나에게는 연꽃의 계절 입니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가면 다다르는 Kenilworth Aquatic Gardens 는 연꽃으로 사랑받는 워싱턴의 명소입니다.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아침 일곱시에 개장을 한다기에,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하여 7시 정각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키 큰 연꽃들이 절정을 향해 치닿고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전에 "엄마, 워싱턴에는 내 키보다도 커다란 연꽃들이 피어나" 하고 설명을 해 드린적이 있는데, 마침내 오늘, 내 소원대로 엄마에게 정말 커다란 연꽃밭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내심 무척 기뻤습니다.



늪지대에는 부들이며 다른 습지 식물들도 곱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백련' -- 흰 연꽃은 꽃잎 끝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 연꽃밭을 모두 둘러보는것만으로도 엄마의 느린 걸음으로 한시간이 훌쩍 지나 갑니다.




연꽃에서는 작약과 비슷한 향이 은은하게 났습니다.

작약처럼 꽃잎이 겹겹으로 이루어진 연꽃도 보입니다. 한송이가 내 머리통보다 큽니다.



풍경속의 엄마는 모네 그림속의 초록과 빨강을 연상케 합니다. 나는 이 구도로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엄마가 오랫만에 허리를 쭉 피셨습니다.


이렇게 연꽃나라를 둘러보고 아침의 산책을 마쳤습니다.



올해도 연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한번쯤 더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8. 10:28


꽁보리에 콩을 넣은 밥을 지어, 된장 쌈이랑, 나물이랑 해서 저녁을 편안하게 먹고, 동네 마실을 나갔습니다. 반즈앤노블 책방. 엄마에게 미술책을 잔뜩 가져다 안겨놓고, 각자 한가로운 저녁시간.  찬홍이는 다른 매장에 어슬렁대고 돌아다니고, 나는 나대로 책 구경을 하면서 이리저리 산책을 하고. 엄마는 꼼짝없이 앉아서 미술책을 열심히 보시고. 

나는 요즘 구스타프 클림트의 예술에 꽂혀서, 그의 책을 들여다 볼 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주로 20세기 현대 미술 중심으로 책을 갖다 드리고 있습니다. 명색이, '추상미술'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고 하시므로... 아하, 엄마는 아직도 추상미술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똑같은 설명을 백번도 넘게 되풀이합니다. 엄마가 영영 모른다 해도, 그렇다고 해도, 나는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몰라도 할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면 안됩니다.

 

엄마가 폴 클레의 작품을 좋아하셔셔, 이 책을 한권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현장에서 사면 세금포함 20달러가 넘는데, 아마존에서 사면 15달러이므로. 엄마는 내가 아마존에서 책 검색하는 것을 보시더니 -- "이 깜깜한 밤에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책을 사니?" 하고 물으십니다. 하하하. 주문을 했으니 곧 책을 받아 볼수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