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6. 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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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etwalker: 22 years of walking, 17 years of silence 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몇해전에 사서 읽고, 지금도 내 책꽂이에 잘 챙겨두는 책인데, 제목 그대로  22년간 탈것을 타지 않고 걷기로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고 17년간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 가운데 박사학위 공부까지 마친 '기인'의 자술서.


오늘 아침, 드디어 걸어서 나의 '일터'에 도착했다.  4마일.  왕복하면 8마일. (차를 안 가지고 왔으니 결국 왕복을 할 수밖에 없다.)


2마일은 찬홍이와 함께 걸었고, 그 이후에는 각자 제 갈길로 가느라고 헤어졌다.  우리 찬홍이가 이사 오자 마자 자전거를 도둑 맞았는데 -- 우리 식구 중 아무도 그 자전거 도둑을 원망하는 이는 없다.  걸으면 되니까. 그리고 체중을 조금 줄여주는게 좋을 찬홍이에게는 자전거 타고 다닐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찬홍이는 요즘 많이 걸어 다니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 날씬해져 있을 것이다.



그래도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 변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라,  '뚱뚱해 보일까봐' 안 입던 노란 셔츠도 꺼내 입었다.  도로변에서는 운전자들의 눈에 띄어야 안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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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차로 지나치며 신기해 하던 '선인장' 농장같이 온통 앞마당에 선인장을 심어 놓은 그 집 앞을 걸어 지나며 꽃 구경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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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저기 일자로 곧게 뻗은 저 길을 내가 걸어 왔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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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치커리 꽃도 몇송이 따고.


내 친구 클레어가 점심에 학교로 놀러 오기로 해서, 빵집에 들러서 둘이 먹을 작은 케익조각도 한개 사고.  아, 다 왔다. 한시간 1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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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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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빌 브라이슨이 A Walk in the Woods 에서 신랄하게 비평한 것처럼 (다른 걷기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비난) '걷기'에는 최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식품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공화국'이다.  땅이 넓다보니 공간적으로 듬성듬성 자리 잡은 편의시설들은 '자동차'로 오고 갈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근처 마켓에 버스를 타고 다녀오려면 한 나절이 걸린다), 운동부족 현상은 '뚱보 나라' 미국을 완성시켜 가고 있다. 


그래서, 걸어서 5분 - 10분 거리 안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 시설'이 다 있는 현재 나의 위치는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떤 현상이라 할 만하다. 


다음주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위한 작별 선물을 만들고 있는데, 단추가 필요해서 근처 크래프트 샵에 다녀왔다. 마치 한국에서 동네 가게에 나가듯 슬슬 바람쐬며 걸어가면 당도하는 쇼핑 몰.  마땅한 단추 고르고, 동네 상점 기웃거리다가 다시 바람 쐬며 돌아오는 길. 


여기서 내가 근무하는 곳 까지는 직선거리 4마일.  찬홍이가 집에서 출발하여, 걸어서 내 연구실까지 오는데 한시간이 안 걸렸다. 구글맵으로 주소를 넣어보니 아주 정확하게 4마일이라고 일러준다.   내일은 (비가 안 온다면) 아침 일찍 걸어서 학교에 나가 볼까.  걸어서 직장에 다니고, 걸어서 동네에서 장을 보고 돌아다니면 -- 나는 두 발로 걸어서 모든 용무를 다 보던, 전통 농경사회의 삶의 패턴으로 회귀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아, 신석기 시대로 돌아간 듯 가슴이 아련해 진다. 


내가 집에서 출발하여 내 오피스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횡단보도를 몇개를 건너야 할까? 길이 갑자기 뚝 끊어진 곳이 있다는데, 그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찬홍이가 이미 벌써 내 길을 걸어서 다녀 와 봤으니까, 찬홍이가 코치하는 대로 하면 아무 문제 없이 걸어서 일터에 다니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일 비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 나는 걸어서 학교에 가 봐야지. 



* 내가 오른쪽을 비스듬히 쳐다보고 있는데 -- 그곳은 옛날에 박선생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몇달간 드나들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내가 그 건물 뒤 마을로 이사하게 될 줄을 그 때는 몰랐던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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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Books2013. 6. 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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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쪽. 사진 설명: 앙드레 말로의 <벽 없늠 미술관>을 위한 도판들. 1950년 경.



이것도 앙드레 말로의 '트릭'이었던 걸까? 뭔가 일부러 오자를 넣어 제목을 달은 것을 한국어로 번역 할 때 비슷하게 시도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웹을 뒤져보기까지. 


정답은 바로 320 페이지에서 발견.  본문에는 <벽 없는 미술관>이라는 표기를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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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소한 오자를 발견 할 정도로, 이 책을 꽤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  책 사 보낸 본은 보람을 팍팍 느끼시겠구나.  상으로 더 좋은 책을 사 보내줄지도 모르지.


소생도 타이포 내기 일쑤이므로 뭐 흉이랄것도 없지만,  다음 판 찍을때는 수정하셔야 할 듯.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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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숲속에 가면, 후두두두, 나무가 이야기 하는 소리.


호수에 빗 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비가 와도 숲에 들어가면 사람은 별로 비를 맞지 않아요.  챙 넓은 모자 하나 쓰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지요.


나무들이 우산이 되어 주니까. 


나무가 비 맞는 소리가 좋아서, 비오는 날 숲속길 산책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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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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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닌, 숲으로 들어가 발견한 블루베리 수풀.  야생 블루베리는 조선 앵두처럼 이렇게 작구나.  며칠동안 비가 쏟아졌으니 내가 손으로 씻은 것 보다 더 정갈한 열매 이리라.  하나 따서 입에 넣으니 작지만 아주 달다.   이제부터 여기에 몰래 숨어들어 블루베리를 따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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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길 일까? 사람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숲속의 오솔길.  


이런 요정들의 숲길로 돌아오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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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처럼 포개진 숲이 비를 가려주는, 비 내리는 숲길을 걸으며, 그 황홀한 초록속을 물 흐르듯 지나치며 문득 --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에서 보냈던 지난 일년의 세월이 마치 유형지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거기서도 불편함 없이 살았고, 그 집이 내게 주는 풍경을 사랑했는데, 막상 돌아와보니 그곳에서의 삶이 무척 힘들었다는 느낌.  아마도 왕눈이를 잃어버리는 그 쓰라린 시간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겠지. 출퇴근을 하는 일이 늘 부담스러워서 헉헉 댄 것도 같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차에 개스를 채워야 했지.  (이사 온 후에는 일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개솔린 계기판에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이러다 한달에 한번 주유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시간대를 잘 못 잡으면 27마일 거리의 하이웨이에서 두시간 반을 보내야 했지. 그런 날엔 집에 가면 우울하고 피곤했다. 진저리가 쳐 지고.  아주 먼길을 세시간 달리는 것과 지척의 거리를 세시간 달리는 것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울화통 터지는 교통 지옥.  거기서 해방 된 것만으로도 나는 한결 몸이 가볍다.



나는 내 삶의 힘든 일년을 잘 살아냈다고 생각해본다.  잘 견뎠다.  






빗길을 걸어서 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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