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3. 7. 12.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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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책을 읽으면 (영화를 보면) 간단히라도 제목이며 작가, 년도, 소감 이런것을 적어 놓곤 했는데, 요즘은 이것도 시들하다. (적어서 뭣 하나 .... 다 부질없지...이런 생각).  부질없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그런 시간 속을 내가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지홍이가 하루키에 꽂혔는지 하루키 소설책을 한 보따리 갖고 왔는데, 그 중에서 내가 안 읽었던 것을 요즘 몰아서 다 읽었다 (그만큼 흡인력도 있다는 뜻이겠지).


그 쏟아져 들어온 하루키 소설 들 중에서 꼭 기록하고 지나가고 싶은 책.  <어둠의 저편>.


뭐 따지자면, 이 정도 길이는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 소설에 가깝다. 그래서 몇 시간 안에 읽힌다.  그런데, 지나고 난 후에 꽤 오래 그 잔상이 남는다. 막 한꺼번에 몰아 읽다보면,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 저절로 슬며시 떠오르게 된다. 


'꿈속에서 나는 언제나 일곱살로 돌아가 있지'  이 대목.  기억이란 소프트웨어와 같아서 한번 손상되면 복구가 안된다나.  뭐 그런것을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대목 읽을 때, 나는 혼자 다섯 살로 돌아갔다.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기분이 들었던 세월.  그 기억은 그 후에 아무리 기쁜, 사랑 가득한 시간이 나를 감쌌다고 하더라도 어딘가가 손상이 된 채로 그냠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키가, 참 대단한 작가야...' 그래서 그 대목을 사진을 찍어 뒀다.  요즘은 펜으로 메모 할 필요도 없군.  아이폰 하나로 모든 기록을 다 하는군.


기억이란 것이, 그것이 칸트의 철학이건 아니면 오물 냄새 나는 정릉천 변을 바람 쐬러 돌아다닌 기억이건 뭐건 간에 그 내용이나 질량에 상관없이 우리 삶을 버티게 해주는 연료 같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기억'의 본질을 이렇게 쉬운 말로 간단히 정리 한 작가가 또 있을까?  (워즈워드의 기억에 관한 싯귀보다 설득력이 있는것도 같다.)


언니와의 좋은 기억을 찾아 내 보라는 메시지에서 소설가가 삶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느꼈다. 


단순한 구조의 짧은 소설인데 나로서는 이것이 하루키 문학의 정점처럼 느껴진다.  아주 젊은 시절에 씌어진 작품이건만. 


<어둠의 저편>





Posted by Lee Eunmee
Books2013. 7. 12. 01:29



http://www.amazon.com/Will-Measure-Your-Life-ebook/dp/B006ID0CH4


실수로 킨들 책을 두권이나 사고 만 책.  평소대로 아마존 계정으로 킨들북 주문을 했는데, 해 놓고 보니 찬홍이 어카운트.  찬홍이 물건 살 때 내 컴에서 찬홍이 어카운트로 들어가 주문을 한 적이 있었던 모양.  그래서, 내 계정으로 다시 주문. 


그런데 이 책 읽으면서 -- '이 책을 찬홍이 킨들로 사고, 내 킨들로 사고 두번이나 산 것도 운명인가보다' 했다. 내 자식들도 꼭 읽어 줬으면 좋겠는 아주 착하고 좋은 책이다. 지홍이 태블릿에는 아예 내 아마존 계정을 연결해 놓아서, 지홍이는 내가 산 책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지홍이나 찬홍이처럼 20대 초반에 인생의 폭풍 같은 시기를 목전에 두고 --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 할 때 도움이 될만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중년의 나에게도 역시 내 남아있는 반생을 어떤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  저자가  신앙심이 강한 사람이고 신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이끌어 온 사람이라서 삶을 성찰하는 자세가 어딘가 '거룩'한 면이 있다. 이런 사람이 '경영'을 가르친다면 그의 경영학은 어딘가 비범할 것이다.  그의 삶도 소박하나 비범해 보인다.  그래서, 비록 책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이런 사람이 의지가 된다. 삶의 스승 혹은 선배.


하여, 책에 인용된 흑백 영화까지 찾아 보고, 연관 책 까지 뒤져보며 -- 내 삶을 어떻게 살아 내야 할지 고민 중.  저자는 이 영화속 주인공을 자신의 삶의 모델로 살아 온 것 같기도 하다. 삶의 이력이 어딘가 닮아 있다.




http://www.amazon.com/kindle/dp/B004G5ZJE2  이 책도 받아 놨다.  







Posted by Lee Eunmee
Books2013. 7.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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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진중권씨의 미술관련 책들을 섭렵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바 있다.  귀한 책들로 판단하고 -- 내다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요즘 나는 책을 읽고, 두번 다시 안본다 싶으면 과감하게 내다 버린다.  노마드 인생, 짐을 늘이지 않기 위해서이다.)


좋은 책을 읽을 땐,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책을 읽으면,좋은 책이 왜 좋은 책인지 상대평가로 알게 된다.


아마도 지홍이가 한국에서 가져온 책 보따리에 섞여있던 책 인듯.  그냥 심심풀이로 읽다가 좀, 이건 아니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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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34 페이지 '루저' 표기를 Looser 로 쓴것이 눈에 걸렸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때, 지각을 한 적이 있다.  교문에서 지각으로 걸렸다.  그날 지각으로 걸린 사람들은 모두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단체로 가서 머리 조아리고 반성하고, 각자 반성문을 적어야 했다.  그날...(하하하) 내가 반성문 쓰면서 '학교의 rool을 잘 지키겠습니다...' 라고 영어 단어 섞어서 썼다가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칭찬'을 들었다.


학생주임 선생님 왈: 야 임마, 넌 지각도 지각이지만, 영어는 또 이게 뭐냐. rool 이 아니고 rule 이다 임마!  


흑역사의 일부지 뭐. 하하. 그 학생주임님께서 나 고 3때 복도에서 스치면, 어깨 툭 치시면서 "야, 넌  X대  영문과 가는거야 알았지? 여자는 무조건 X대 가는거고 무조건 영문과 가는거야."  응원 많이 해 주셨는데...절반의 승리. 그대학은 못가고, 영문가는 갔다.



어떤 부분에서 내 눈에 안 들었는지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는 슬슬 이 책과 내가 코드가 안 맞는다는 느낌을 품게 되었는데,  그래서 별것도 아닌 타이포 (영어 철자 잘 못 된것) 그런것이 눈엣 가시처럼 들어 왔을 것인데, 문장 처리도 나하고 분위기가 안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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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동판이 '조용히' 놓여있다는 문장도 꽤나 시끄럽게 내 눈길을 끌었다. 동판이 언제는 시끄럽게 놓여 있는가? 동판은 조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동판은 그냥 놓여 있는 물건이니까.  가령 '동판이 방치 된 듯이, 잊혀진채로 놓여있었다' 뭐 그런 표현이라면 상관 없다. 동판에 눈길을 보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좋다.  아무튼 동판은 조용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므로 진부한 표현으로 보였다.


***



어떤 책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맘에 들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렇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하게 만든 대목.


이 책의 194 페이지에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모세상. (구약 성경에 나오는 모세). 줄리우스 2세의 영묘를 장식한 모세상이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모세상을 일컬어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 의 형상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머리에 뿔달린 괴물같은 강력한 경영자가 될 것인가 뭐 그런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머리를 갸우뚱 했다.  (수상해...사기 같아...)



그래서 뭐 간단히 구글 검색. 


http://en.wikipedia.org/wiki/Moses_(Michelang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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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피디어 자료에 따르면, 구약에서 모세가 산에 들어가서 하느님을 만나고 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하느님을 뵙고 나온 모세에게서 '광채'가 났다는 설명이 나온다 (나도 읽어서 알지).  그런데 당시 그 '광채'라는 어휘를 번역할 때 원어로는 '뿔'에 가까워서 '뿔'로 번역을 하거나 '뿔같은 광채'로 번역을 하거나 뭐 그랬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모세의 광휘가 '뿔'로 번역이 된 것이고 모세 머리의 뿔은 악마나 괴물의 뿔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살아 있을 당시에 이 뿔은 '빛'으로 인식되었고 -- 훗날, 유태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면서 유태인 선지자들에 대한 시각도 냉각되고 그래서 모세 머리의 뿔을 악마적 뿔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는 것이다.


그냥 간단히 위키 피디어만 열어 봐도 이 뿔에 대한 설명이 제법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도 확인 해 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말인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두 발로 마키아벨리가 살아서 돌아다닌 모든 곳을 돌아 다녔다고 자랑을 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자라면,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확인을 했어야 마땅하다.


가령, 내가 미국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국 전역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며 미국 미술품을 내 두 눈으로 보고, 만져봤다고 해서, 내가 진정으로 미국 미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  역사서와 미술책을 공부하고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서 연구를 할 때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를 이해 하기 위해서 마키아벨리가 물리적으로 살았던 공간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그거 자랑질 할 시간에...자신의 원고 속의 내용을 두번 세번 확인하고, 기초 자료를 확인하고, 글을 다듬고 하는 작업을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이 책은 아마도 회사 연수회 할 때 그냥 사람들 몰아 놓고 그림 적당히 보여 줘 가면서 '경영이란 이런거야' 뭐 딱 이런 수준의 대중 강연 수준에 적합해 보인다.  그런 자리에선 사실 관계 그런거 확인 안 하고 그냥 휙 듣고 지나가는 거니까.  이건 인문학 책이 아니고, 회사원 연수 강연자료. (그냥 막 나가는 처세술 책...)


진중권의 책은 그래도 내용은 탄탄하거든.. (설령 그의 말투가 가끔 기분나쁘기는 해도 내욤 만큼은 흠 잡기 힘들다는 말씀이지.) 인생은 짧다. 좋은 책이 아니면 그자리에서 집어 던지는거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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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께서 주신 깜짝 선물. 

집 근처에 꼭꼭 숨어있던 '끝이 없이 이어진' 숲길.  매일 새벽, 그 숲길을 마음 가는대로.... 


새벽, 물가의 뿔사슴 세마리. -- 믿음, 소망, 사랑.




이 길을, <기도의 길>이라 칭하고, 매일 아침 숲으로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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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Books2013. 6.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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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38쪽의 일부



<자크 데리다>편, 회화속의 진리 장에서 저자는 고흐의 구두 그림의 해석에 대한 '하이데거'와 '샤피로', 그리고 '데리다'의 각기 상이한 시각을 설명한다.


고흐의 낡은 구두 그림에 대해서 (나찌의 이념에 동조한 것으로 그의 오명을 남긴 철학자) 하이데거는 '농촌 아낙의 구두'라는 해석으로 그의 정치성을 드러냈다는 것이 '샤피로'의 판단이다.  '샤피로'는 '나찌 동조자 하이데거'에 대한 사망선고라도 내리겠다는 듯 하이데거의 고흐 구두 그림에 대한 해석이 '사실' 차원에서부터 이미 잘 못 된것이라며 맹 비난을 퍼부었다.  이미 사실에서 어긋난 정보를 가지고 뜬구름 잡는 얘기로 정치성만 드러냈다는 식이다.   그런데, 훗날 '데리다'는 이러한 '샤피로'의 시각을 걸레쪼가리처럼 취급하며 하이데거의 미학에 손을 들어준다.  --- 뭐 이상이 저자의 설명을 내가 이해한 바대로 옮겨 본 것이다.


간단히 보자면, 여기 고흐의 유명한 '낡은 구두' 그림들이 있는데

 * 하이데거는 -- 이 구두는 농촌 여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이다 -- 라고 했고 (하이데거는 그저 단지 그런 예를 들고 싶었을 뿐)

 * 샤피로는 --  (하이데거의 가상적 예에 핏대를 올리며) 천만에! 이 구두는 본래 도시에서 생활중인 고흐의 그림이라구!  병신! 알지도 못하면서! -- 하고 했고

 * 데리다는 -- 근데 말야? 이 구두가 정말 정당한 한켤레야? 이 구두가 누구의 것이건 간에 정말 본래부터 짝이었어? 혹시 짝짝이 (서로 다른 짝) 아닐까? 혹시 한쪽만 두개 있는 것 아니야? (가령 오른쪽 신발 두개, 혹은 왼쪽 신발 두개 하는 식으로)  -- 구두가 짝이라는 관념을 해체시켜 버리고 딴소리를...


이렇게 고흐의 구두 그림을 놓고 각기 딴소리들을 늘어 놓았는데.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읽던 나는 문득!  문득!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혼자 딴생각 하다가 문득! 


---데리다..는 게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발랄한 추측에 이르다.




한켤레의 구두를 어떤 사람은 농부의 구두다, 어떤 사람은 아니다 도시인의 구두다, 어떤 사람은 가짜 가죽일것이다. 어떤 사람은 낡은 구두이다 라고 말할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보통, 평범한 시각일수 있다. 구두를 대개는 한켤레로 인지하니까.


그런데 구두 두짝 그려진 '한켤레'를 가리키며 '저것이 혹시 오른쪽 구두 두짝이 모인것 아니야?' 라는 의문을 갖는이는 어딘가 비범하다. 한쪽이 두개가 모였다는 시선에는 어딘가 '게이'적인데가 있다. 뭐 이런, 한심한 생각을 나는 하고 앉아 있었다.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데 이 책 한권이 참 요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들여다보면서도 가늠이 안되던 '프란시스 베이컨'이라던가 '바넷 뉴만' 그 밖의 현대미술가들에 대한 미학적 설명이 친절하게 잘 곁들여져 있어서 현대 미술 전체를 가늠하고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 한권은 미술관 갈때마다 들고 나가도 좋겠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