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국립 미술관에서 현재 전시중인 위의 작품 Merahi Metua no Tehamana (The Anscestors of Tehamana, 1893) 를 발견했을때, 나는 Mary Cassatt 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메리 커셋의 화집에서 익히 보던 줄무늬 옷 때문이었다.

위의 고갱의 작품속의 줄무늬와 아래의 메리 커셋 작품속의 줄무늬가 색상에서 약간 차이를 보이지만, 내게는 동일한 패턴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Mary Cassatt (1844-1926) 과 Paul Gauguin (1848-1903)이 활동하던 당시 프랑스나 유럽에서 이런 패턴의 직물이 많이 사용된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보게 된다.  위에 커셋과 고갱의 생몰 년대를 표시해 놓았다. 
 

  1. 메리가 4년 먼저 태어났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고
  2. 이 두사람들이 '인상파'라는 화가들의 리그에 공히 소속해 있었고,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메리 커셋이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주로 작업을 했으니 간접적으로라도 교류가 있을 법도 하거니와
  3. 당시의 유행처럼 이들 모두 일본 판화에 관심이 많아 판화를 직접 제작하거나 일본 판화의 구도를 자신들의 작품에 구현하기도 했다는

여러가지 공통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두 화가가 '줄무늬' 옷을 통해서 얻으려 한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일본판화가 보이는  단순성 -- 그 단순성이 주는 힘, 그것을 의도했을까?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3. 2. 20:38
워싱턴 디씨 내셔널 몰에 위치한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2월 27일부터 6월 5일까지 ‘신화의 창조자, 고갱(Gauguin: Maker of Myth)’이라는 주제로 고갱 특별전을 열고 있다. 지난 개관 일에 고교생 아들 녀석과 함께 이 행사에 참석하였다. 전시회의 개장과 관련하여 큐레이터의 특강도 있었는데 영국의 테이트 미술관의 큐레이터이며 에딘버러 대학의 교수이기도 한 벨린다 톰슨 (Belinda Thomson)이 본래 고갱 전시회를 기획한 의도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Why are you angry?

이 전시회는 고갱이 전 생애를 거쳐서 회화, 조각,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궈낸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고갱은 스스로를 ‘이야기꾼(teller of tale)’이라고 생각했고, 그의 작품들 속에는 신화적인 모티브가 풍성하다. 이 기획전은 고갱 개인의 신화, 프랑스 브리타니 지방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신화적 작품들, 남태평양 타히티 섬 지역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신화적 풍경들, 그리고 남태평양의 원시 신앙적 모티브 이렇게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되었다.

고갱은 십자가의 예수 그림 속에 자신의 얼굴을 집어넣음으로써 가난 속에서 고통 받으며 예술작업을 하는 자기 자신을 순교자처럼 묘사를 한다거나, 구약에 등장하는, 야곱이 밤새도록 대천사와 씨름하는 상징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원시림 속에서 살아가는 오염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낙원의 이브처럼 묘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원시종교적인 소재와 기독교적인 요소들을 회화나 조각에서 접목시키기도 하였다.

고등학생인 아들 녀석은, 고갱이 자화상을 꽤 많이 그렸고, 혹은 그림 속의 등장인물 속에 자신의 얼굴을 많이 끼워 넣은 것으로 보아 꽤나 자기 현시적인 성격이었던 것 같다는 평을 하기도 했고, 고갱의 그림에는 여자들이 주로 그려져 있고, 어쩌다 남자가 나오면 그것은 고갱 얼굴 같다는 독특한 평을 하기도 했다.

이 전시회의 작품들의 제목을 읽어보는 일도 유쾌한 놀이가 될 듯 하다. 가령 시무룩한 표정의 처자 곁에 마을 여인들이 다가오는 그림에 ‘너 왜 골났니?(Why are you angry?)’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가 하면, 두 처녀가 앉아있는 그림의 제목은 ‘너 언제 시집 갈거니?(When will you marry?)’다.

원시림 속에서 태평하게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풍경을 보면서, 그들의 말소리가 들릴 것 같은 제목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천국과 같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고갱은 먼 남태평양 원시림 속의 주민들을 그렸지만, 내게는 그이들이 앞개울에서 빨래를 하며 깔깔대던 처녀시절의 내 고모들 같기도 하고, 내 이웃 아주머니 같기도 하다. 고갱이 타히티의 삶을 그릴 때, 이미 그곳은 더 이상 낙원이 아니었고, 고갱은 그리운 전설처럼, 혹은 신화처럼 주민들을 그렸다. 나 역시 이제는 ‘신도시’가 되어 아파트 단지로 뒤덮인 내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채 잊혀진 전설 같은 고향을 그리워할 뿐이다.

먼 남태평양의 주민들의 풍경을 보면서, 내가 고향을 떠올리거나 그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작품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정서에 있다. 단순화된 선, 면, 구도로 이루어진 고갱의 작품들 속에는 그 단순성을 뛰어넘는,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그리움이 있다. 그것을 이 전시회의 기획자는 ‘신화’라는 표현으로 풀어낸 듯 하다.

우리는 가끔 여행지의 미술관에서 띄엄띄엄 고갱을 만난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 덕분에 워싱턴에서 고갱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미술책을 통해서 한 작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전시장에서 한 작가의 전 생애를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아무쪼록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어느 봄날 소풍 삼아 국립 미술관에 들러서 잃어버린 전설 같은, 혹은 깊은 우물 속의 신화 같은, 옛 동무들의 말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고갱의 그림들을 만나보시길. 입장료는 무료이나 우리가 얻는 감동은 값을 헤아리기 어렵다.

**

관련페이지: 스미소니안 잡지 3월 호에 고갱 특집이 실렸다.  해당 웹페이지에서 전시회 작품의 일부를 감상할수 있다.
http://www.smithsonianmag.com/arts-culture/Gauguins-Bid-for-Glory.html



 
Posted by Lee Eunmee
Scrap Book2011. 3. 1. 14:09




Gauguin: Maker of Myth (고갱: 신화를 만든 화가) 2011년 2월 27일 - 6월 5일

오늘 (2011년 2월 27일) 국립 미술관에서 고갱 기획전이 열렸다. 오는 6월 5일까지 동관 (East Building)에서 진행된다. 실내 사진 촬영은 금지. 전시회에는 내가 모마나 메트로 폴리탄, 그리고 크라이슬러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도 와 있었다. 특히나 크라이슬러 소장품은 어찌나 반갑던지.


http://americanart.tistory.com/192
바로 이 그림이 크라이슬러에서 출장 나온 작품.


아래 작품은 2009년 9월 27일 뉴욕 현대미술관 (MOMA) 에서 찍은 작품 사진. 역시 이번 전시회에 이 세마리의 강아지가 출장을 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내가 이 작품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모마에서 이 그림을 보면서 집에 있는 우리 왕눈이 생각을 하고, 강아지를 유심히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이 강아지 그림의 디테일까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폴 고갱의 따뜻한 심성이 느껴진다. 영국 큐레이터 벨린다 톰슨은 이 작품에 대하여, 고갱이 왜 이 그림속의 강아지나 다른 사물들을 세개씩 매치를 시켰는지가 미스테리라고 말했다.




모마 사진들을 들여다보던중 발견한 것, 우연히 이 강아지 그림을 모마에서 보던 그날도 그리고 워싱턴에서 이 강아지들과 다시 상견례를 하던 이날도  나는 이 올리브색 면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강아지들은 아마도 내가 입은 셔츠를 보고 나를 기억해 냈을지도 모른다. 이 셔츠는 순면이고, 그리고 아주 크고 부드러워서 외출 할때도 많이 입고, 여차하면 3박4일 씻지도 않고 집에서 뒹굴때도 잠옷, 실내복,, 내복 으로도 잘 입는다. 만능 셔츠인 것이지.




개관 하는 날이고, 일요일이라 전시장에 관객이 많이 붐볐다. 평일 오전에 다시 와서 봐야지. 한가하게 찬찬히 볼수 있도록.  전시회를 둘러보고 기념 특강전에 시간이 좀 있어서, 미술관 책방에서 판매하는 고갱관련 책을 한권 샀다. 고갱 책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제일 싼 (세일중인) 이 책을 약 6달러 주고 샀다.  간단하고 내용은 알차서 좋았다. 딱 스페셜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값이 아닌가. 특강을 기다리는 '줄'이 있어서 나도 제법 앞줄 바닥에 앉아서 강당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막간을 이용한 독서.








나는 거의 맨 앞에서 들어가서 내가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서 잡았는데, 나중에 둘러보니 수백명 자리가 꽉 차고, 임시 의자까지 동원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특강에 왔다. 영국의 Tate Museum의 수석 큐레이터이며 에딘버러 대학 교수인 연사가 직접 나와서 영국에서 이 기획전을 열었을때의 상황과 워싱턴 기획전을 비교해가면서 이 전시회의 의도의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단순한 작품 해석보다는 기획전의 숨은 의도, 그리고 미술사학자나 큐레이터의 시각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내 수요 칼럼은 이 전시회 소개를 써야겠다.... 잘 써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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