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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나오는 내 칼럼 스크랩을 오늘 모두 정리 하였다. 매주 신문이 배달되면 내 칼럼이 실린 면을 잘라내어 별도의 플라스틱 봉투에 차곡차곡 쌓아 왔다. 그냥 그렇게 쌓아 놓은 것을 지난 겨울에 박선생이 와서 살펴보고 읽어보고 하더니 귀한 것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다 버리면 안된다고 스크랩북을 만들라고 당부를 했다. 물론 나도 그럴 생각은 했는데, 지난 가을 학기에 나는 도무지 아무런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내가 지난 가을을 어떻게 살아서 버텨냈는지 돌아보면 용하다... 무사히 그 지옥같은 터널을 지난것을 두고두고 감사한다.)
오늘은 좀 여유가 나길래, 작정을 하고 그 스크랩더미를 가지고 학교에 출근을 했다. 그래가지고, 차례차례, 잃어버린것 하나도 없이 순서대로 엮고, 마지막으로 '차례' 표와 커버까지 만들어서 완성시켰다. (뭐 대충 했지만.)
다 모아 놓고 보니, 나는 지난 2010년 8월 18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맞춰서 원고를 썼다. 대개는 월요일 오후에 송고를 했고, 편집팀에서 원고를 받았다는 확인을 해 주었다. 당시에 허태준기자가 편집국장을 하고 계셨고, 유승림 기자와 함께 내 학생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허선생으로부터 칼럼 제안을 받았다. 매주 새로운 글을 써 보내는 일은 한편으로는 약간 긴장이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다. 때로는 '뭘 쓰지?'하고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뭔가 새로운 글을 써 보내야 한다는 긴장감은 나를 '깨어있게'만들기도 했다. 나는 이런 긴장감을 좋아한다.
다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보니, 그동안 29 편의 글을 써 보냈다. 내 글이 정리된 신문조각을 정리하면서,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뽑아보았는데, 내가 가장 유쾌하게 적은 글은 9월 29일 '보노보는 왜 오렌지 주스를 사양했는가' 이다. 글쎄...내가 왜 이 글을 좋아하는지 나도 알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영장류의 이야기 (동물 행동학)를 좋아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의 행동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 (아니,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동물 -- 인간을 포함한 모든 '타인'들에 대해서 늘 궁금한 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는 궁금한게 많다.)
내가 가장 아끼는 글은 12월 8일에 실린 '사시사철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이 제목은 편집자가 만든 것이고, 내가 원래 송고할때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나는 내가 쓴 이 글을 읽을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이 글은 십여년전 인터넷의 어느 매체에 썼던 글을 다듬은 것인데, 그러니까 10년가까이 내가 무척 아끼던 나의 글이었다. 이 글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눈물이 난다. 나는 내 글을 읽으면서도 '감동'을 받고 울곤 한다. 나르시시즘의 극단적인 현상일것이다. 내 글이 맘에 들었던지 LA 지역에서도 게재를 한것을 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얘기니까... 하하하.) LA 에서는 '이 아침에'라는 코너에 가끔 내 글을 옮겨다 싣는듯 하다.
원래 뭔가 스크랩 하는 것이 나의 취미이기도 했다. 컴퓨터 사용이 일상이 되면서, 이제는 정보나 글을 컴퓨터에 담는 문화가 되면서, 심지어 사진마저 디지탈 사진으로 쌓으면서, 손에 잡히는 스크랩을 잘 안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들어 놓고 보니 이 역시 '데이타' 구실을 하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고, 정리된 자료는 우리에게 '지도'와 같은 구실을 제공한다. 정리해놓고 기분이 좋아서 기록을 남긴다. 내 글이 '평화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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