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6. 25. 03:55

미술용품점



엄마가 밤에 잠이 깨어 - 말똥말똥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아무래도 시간 차이 때문에 그러하신 듯, 게다가 어제 낮에 벌컥벌컥 마신 아이스커피도 한 몫했을것.)

오늘은 가볍게, 동네 크래프트 샵에 가서 엄마에게 필요한 미술용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로 20분쯤 달려서 매장에 도착하여 캔바스며, 아크릴 물감등 필요한 것 일습을 모두 마련 한 후에 백화점같이 넓다란 매장을 돌아다니며 호기심 천국 놀이.


궁금한 것이 많은 우리 엄니.  재승이, 재모, 재은이를 뭘 사다 주나 하고 고민이 많습니다.



에나멜 스프레이도 찾아 달라고 하셔서 아이들 모형 꾸미는 코너를 뒤져내어 엄마가 찾던 금색, 은색 스프레이 에나멜도 구하고.

엄마 미술품만 대략 220달러. (호기롭게 사 제끼시는 유여사님.)

그런데 계산대에서 계산원이 미술품을 포장해주며 "누가 그림을 그리는가?" 묻기에 엄마를 가리키며 "She's the painter" 하고 대꾸하자, "Where is she from?" 어디서 오셨는가 묻기에, "My Mom's visiting me from South Korea" 라고 대꾸해 주었더니. 이 계산대 직원이 엄마를 쳐다보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셔요."

엄마가 깜짝 놀라서 환하게 웃으시는데, 계산원이 "감사합니다"  역시 한국말로.

그래서, 엄마는 미국사람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줘서 기분 만땅. (지화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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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




엄마에게 '한국장'을 보여드린다고 페어팩스에 있는 H마트 행.  매장에서 여러가지 시식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풀무원 두부코너에서 두부에 양념 얹어주는 행사.  판매원이 엄마에게는 특별히 두부를 많이 담아드려서 신나게 양념두부를 시식하시는 우리 엄니.  간장게장 코너에서도 맛보라고 밥에 간장게상 살점 두둑한것을 올려줘서 역시 포식을 하시고.  매장 코너 식당에서 찬홍이는 제육복음, 나는 생선회, 엄니는 대구지리를 주문하여 신나게 먹어댔습니다.

젖갈이며 오이지, 두부, 가지등 시장을 봐가지고 귀가. 엄니는 집에 오시자 마자 졸립다며 침대에 등산하여 드르렁 드르렁. (침대가 하도 높아서 등산하듯이 기어올라야 하는 현실.) 

엄니에게 내방 침대를 내 드렸더니, 침대위에 귀중품을 일렬 배치를 시켜놓고, 침대위에서 천하를 호령. (자기가 등소평이여? 침대 위에서 정치를 허게? 거의 등소평 급의 파워를 행사하시는 유여사.)

 

엄니가 주무시는 동안, 찬홍이하고 나는 거실에 엄니가 그림 그리기 편하시게 도구들을 배치를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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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문신

엄니가 한국에서 작은딸 입으라고 챙겨온 나이롱 샤쓰. 동백꽃이 앞뒤로 그려져 있습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입어? 엄마나 입어!" 일단 이렇게 핀잔을 때린 후에 입어보니, 오잉!~~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그래서 낼름 입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사진속의 내 모습이 어쩐지 조폭들 '문신' 한것처럼 보입니다. 샤쓰가 아니라 문신 같아요.  그런데, 조폭들은 왜 꽃무늬를 좋아하는겁니까? 왜 화려한 꽃무늬 샤쓰를 입는가요?

 






엄마가 가져온 그림 세점





오늘은 대략 이쯤 하고 각자 휴식 모우드 입니다.
내일은, 찬홍이가 태권도장에 가는 날이라 어디 구경가기 애매하고, 그대신 아침 일찍 조지타운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케네디 센터에 음악회를 보러 가게 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4. 08:31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토피도 아트센터에서 엄마는 화가들의 스튜디오에 직접 들어가서 작품을 보거나, 혹은 화가들이 어떤 재료를 활용하여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화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면서 여러가지를 발견하고 깨닫고 하신것 같습니다.

나는 엄마가,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것을 자각하시길 기대합니다.  엄마의 상상력, 엄마의 예술성이 엄마가 가늠하는것보다 훨씬 크고 천재성이 있다는 것을 엄마가 어렴풋이나마 발견하시길. (예술이나 인문지식에 대한 엄마의 열등감을 이참에 해소하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화가들은 친절하게 인사를 보내기도 하는데, 내가 "우리 엄마가 한국에서 오셔서, 제일 먼저 이곳을 보여드리러 왔다. 우리 엄마도 개인전을 열은 아마추어 화가다" 이런 소개를 하면 화가들도 "영광이다. 참 반갑다"고 엄마를 향해 활짝 웃곤 합니다. 화가가 엄마한테 이런 인사를 해도 엄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가르쳐드렸습니다.
누군가 미소를 지으면 인사하는거니까 "헬로"하면 되고,
뭐라뭐라 떠들면 "땡큐" 하면서 웃으면 되고
헤어질땐 "굿바이".
엄마는 내가 가르쳐드린대로 그자리에서 미국 화가에게 인사했고
친절한 미국화가는 역시 큰 제스처를 쓰면서 엄마에게 인사 했습니다.

엄마가 화가와 대화가 된다면 더 많이 묻고 배우셨을 것입니다. 벌써 미술 작업에 대한 몇가지 새로운 요령을 터득하셨습니다.


(동영상을 전체화면으로 크게 보는 방법: 화면에서 화살표가 네방향으로 뻗은 단추를 눌러주면 전체화면이 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4. 08:02

엄마의 워싱턴에서의 첫 일정은, 일단 워싱턴이 얼마만큼 큰 도시인지, 겉에서 살펴보기.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의 크기를 가늠하듯, 워싱턴 포토맥강 유람선을 타고 워싱턴을 바깥에서 조망하는 것입니다.

오전에 밥을 먹고, 30분쯤 차를 달려 Old Town Alexandria 에 도착. 이곳에는 Torpedo Art Center 라는 명소가 있는데,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아트 스튜디오 건물입니다. 1층부터 3층까지 빼곡한 스튜디오에 입주한 아티스트들이 스튜디오를 개방하고 현장에서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엄마가 거동이 불편하신 관계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적지를 살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걸음을 최소화 하면서 유쾌하게 구경할 곳을 집중적으로 다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엄마가 구경하신 곳은
 
1.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 센터 : 11시 반부터 오후 세시 반까지. 아트 센터 구경하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간단히 점심.

2. 오후 세시반부터 다섯시 반까지 알렉산드리아 -- 조지타운을 왕복하는 유람선: 여기서 조지타운까지 배를 타고 가면서 워싱턴 디씨 시내를 선상에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엄마는 이제 워싱턴 도시 이름이 미국의 초대대통령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배웠으며, 미국에서는 역대 대통령에 대해서 사람들이 경의를 표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3. 유람선에서 내려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임세팔군이 다니던 St. John's School 에 들러서 손녀딸이 다니던 학교를 구경하였습니다. (전에 박선생이 살던 2층집도 구경하였습니다.)


대략 이와 같습니다.

아래는 사진들입니다.

이곳이 포토맥강변에 있는 아트 센터 건물 내부입니다. 얼핏 평화시장 옷가게들처럼 보이는 내부 구조.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에 화가들의 개인 스튜디오들이 있습니다.



엄마 목에 새로운 목도리가 둘러져 있습니다. 1층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한 실크 스카프를 엄마가 직접 골라서 사신것입니다. 언니가 사드린 옷과 한세트를 만들겠다는 야심과 집념의 결과 입니다. 이곳은 피곤하면 쉴수있는 의자들이 많이 있어 노인을 모시고 오기에 참 좋습니다.




창밖에 포토맥강을 내려다보는 화가의 스튜디오입니다.  이 스튜디오의 화가와 인사도 나누고, 엄마도 이제 미국 사람과 인사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만났을땐 '헬로' 하면 되고, 헤어질땐 '굿바이' 하면 됩니다. 누군가 웃으면서 친절을 베풀면 '땡큐' 하면 됩니다.  엄마는 이 세가지를 익혀서 사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아트센터 바로 앞에 유람선 선착장이 있습니다.
재승엄마가 사드린 파란 모자를 쓰고 있는대로 폼을 잡고 서 계십니다.



엄마의 센스가 드러나는 대목. 엄마에게는 언니가 사드린 명품 가방도 많지만, 워싱턴에 오실땐, 내가 사서 부친 알록달록 나이롱 가방을 갖고 오셨습니다. 사보낸 사람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저의'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파란 모자는 막내 며느리, 드레스는 큰딸, 가방은 작은딸. 특등석 비행기는 큰아들,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는 유여사로 보입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으며 놉니다. 우리 셋이 모두 들어있는 사진입니다. 찬홍이와 나도 들어있습니다.




날이 더우니까, 다시 아트 센터 현관에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며 놉니다.



낙서판에서 낙서도 하고 놉니다. 파란 모자를 쓴 엄마는 얼핏 소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허리가 구부정한것이 난관이로군요. 그래도 스타벅스 아이스커피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미국 오더니 세련되어 지셨습니다.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드디어 배를 타고 강바람을 쐬며 조지타운쪽으로 향합니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1층 실내로 들어옵니다. 멀리 케네디센터와 워터게이트 건물이 보입니다.



유람을 마치고 조지워싱턴 하이웨이를 달려 집으로 오는길, 하이웨이 중간에 전망대에 멈췄습니다. 저기 맞은편 내려다보이는 강 기슭이 내가 자주 산책하러 나가는 Fletcher's Cove 입니다. 엄마에게 '저기도 데려다 줄게'라고 설명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전에 살던 2층집 앞을 거쳐서, 임세팔이 다니던 학교에 차를 세웁니다. 엄마는 외손녀딸이 다니던 학교를 둘러보고, 예배당 안에 들어가서 구경도 합니다. 임세팔이가 이 사진을 본다면 아주 기뻐하겠지요.


성당 가운데 꽃이 가득한 정원입니다. 임세팔이가 매일 이곳에서 뛰놀았겠지요. 그자리에 외할머니도 서 봅니다.  엄마는 오늘 아주 많은 일을 했다고 의기양양하십니다.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시게 하고, 잠자리에 들게 하면, 오늘 나의 임무는 성공리에 완수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건강하게, 즐겁게 워싱턴에서 시간을 보내시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오빠, 언니, 동생이 이렇게 우리 엄니를 사랑하고 보살펴서 여기까지 보내드리니 참 고맙고, 또 고맙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진이나 찍어 올리면서 나는 폼만 열심히 잡는 날건달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자식도 하나 있으니 우리 엄니는 이래저래 신나는 인생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