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5. 2. 1. 16:13

 

일본의 역사학자가 30년전에 쓴 책인데 여전히 팔려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월에 번역소개가 된다는 광고를 보고 예스24에서 배달받은 책.  이런식의 교양서를 일본의 학자가 썼다면 - 큰 기대는 안하지만 실망을 주지도 않는 편이다. 일본 사람들은 '다이제스트'판을 잘 쓰는 편이다. 뭔가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을 잘 한다. (그런 책들이 살아 남는 것이겠지...) 

 

 

딱 그정도의 기대에 부응하는 세계사책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계사를 100개의 챕터로 정리해 놓았다는 것. 그것을 보면서 '아, 어떤 주제의 글을 쓸때 이런식으로 20챕터, 30챕터, 50챕터 이런식으로 정리해서 소개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 그냥 고등학교 시절의 국정교과서 '세계사'에 살을 좀 붙인 정도. 주루룩 훑으면서 - 아 이대목을 배울때 - 그 때 창밖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지...뭐 그런 과거 회상으로 걸어들어갈때가 종종 있었다. 딱 중고등학생이나 '무식한' 대학생들이 교양서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 여기서 내가 말하는 '무식한 대학생'은 내 조카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내 조카는 수학만 잘하는 어리버리한 친구인데, 수학만 잘하는 그 특이한 재능으로 소위 말하는 sky 대학은 꿈도 못꾸고 모 과학기술대에서 1년쯤 공부를 하다가 군대를 다녀왔다. 그리고 복학하기 전에 세상구경한다고 물류센터에서 열심히 알바를 해가지고 돈 천만원을 모아서 친구들과 함께 한달정도 유럽여러나라를 구경하고 왔다. 친구들 포함 네명이 함께 한달을 돌아다녔는데 - 다녀왔다고 큰엄마 아빠에게 인사를 하러 왔는데 (얼마나 반듯하고 착한 청년인가) - "가서 뭘 깨닫고 온거니?" 이런 내 질문에 "아유, 큰엄마 제 친구들하고 제가 무식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가 되게 무식해가지고요..." 얼마나 무식하냐하면 --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봤냐 안봤냐 얘기하다가 -- "그 있쟎아요 그 박물관 중앙의 니케 그 승리의 여신 니케. 거기서요, 친구들이 만약에 잃어버리면 거기서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니케 큰엄마도 보셨어요?" 하길래 - "아 '니케' 그게 '나이키'지. 나이키. 너 신고온 운동화 그 나이키 말이지" 하고 장단을 맞춰 줬더니 "큰엄마 그 니케가 나이키에요?" 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 아닌가. 

 

 

옛날에 2001년 여름에 아이들데리고 루브르 갔을때, 그 때 나도 그 승리의 여신상 앞에서 애들에게 당부를 했던 일이 생각이 난다, "얘들아. 이 목없고 날개만 있는 이 친구가 '나이키'신발의 그 '나이키'야. 그 나이키신발 로고의 원형이 이 목없는 날개 여신이란다. 만약에 여기서 길 잃고 엄마 잃어버리면 이리로 와서 꼼짝 말고 있어. 엄마도 이리 찾아올테니까. 여기서 만나면 되는거야."  물론 나는 애들 손을 꼭 잡고 있었으므로 실제로 애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말하는 '무식한 대학생'이란 그냥 보통정도의 교양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시시콜콜한 것은 잘 모르는 평범한 젊은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냥 중고등학생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교양인이 읽기에 적당한 - 대체적으로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는 교양서이다. 심각한 무엇은 없으나 그래도 부분 부분 저자의 세계사적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깊지 않지만 가볍지만도 않은 - 그것이 내가 평소에 느끼는 일본 교양서 번역본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이다. 깊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그냥 머리 식히려고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Splendid Isolation 이라는 19세기 영국의 외교정책의 그 영어 표현을 처음 접한 책이다. 영국이 Brexit 라고 EU에서 나온것도 - 아마도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2. 1. 12:54

 

 

 

 

대파 뿌리부분을 화분에 심어서 - 잘 키워서 많이 잘라먹었다. 집에서 키운것은 '정말로' 무농약이므로 신경써서 씻을 필요도 없어, 그것이 참 좋았다. 그렇데 이것이 잘라 먹을수록 줄기가 가늘어지는지라, 또 한단 사왔다. 이것 길러 먹다보면 봄이 오겠지... 봄이.

 

파뿌리 자른것을 화분에 심으면 한 일주일 - 파향이 실내에 가득하다. 특히 밤에 침대 머리에 파화분을 놓아두면 - 그 파향이 내 잠속에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파향기가 '악취'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내게는 순수하게 뿜어 나오는 그 파향기가 내 삶의 그늘진 요소들을 지워줄것 같은 느낌을 준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2. 1. 11:23

 

깨알같이 작은 가시덩어리 선인장 화분이 있었다. 얼마나 작은거였냐면, 학교에서 어느 교수가 키우다가 귀국하면서 버리고 간 것이었는데 시들시들한것을 그냥 버리려다가 일회용 작은 종이물컵 (자판기 커피 종이컵)에다가 그냥 담아 놓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종이컵 선인장'이 한 2년정도 창가에서 저 혼자 버둥버둥 잘 컸던 것이다. 종이컵의 동그라미의 세배정도로.  그래서 그것을 집에 가져다가 '다이소토분 2000원짜리'로 옮겼다.  

 

 

이런 가시로 뒤덮인 선인장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 선인장 건드리기가 쉽지가 않다. 큰것은 원예장갑 끼고 만지면 되지만 이렇게 깨알같이 작은 것은 장갑끼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너무 작은것이다. 그래서 그냥 맨손으로 간신히 화분으로 대충 옮겨놓고는 '죽던지 살던지 나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사셔...'하는 입장으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초저녁부터 쓰러져서 푹-푹-푹 자고 일어나, 남편이 해다 주는 아침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또 쓰러져서 아침잠을 달게 자고 일어나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 역사책을 읽으며 영국의 Splendid Isolation 정책의 그 splendid 라는 싯적 표현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워즈워드가 사랑했던 splendor in the grasss 의 그 단어 splendor 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다가...내 눈이 선인장으로 갔을때, 그 때!  splendid idea 가 떠올랐다!

 

그렇다!

 

 

저 작은 가시덩어리는 젓가락으로 만지면 된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을 가져다가 깍뚜기 집어 먹듯, 가시 선인장 알맹이들을 주워내고, 그것들을 다시 배열하여 화분에 잘 심어주었다. 젓가락으로. 다른 작은 가시털 선인장들도 덕분에 반듯하게 정비를 해 주었다.  오호!  (흡족하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1. 31. 15:46

열한자루의 검정펜과 네자루의 빨강펜

 

눈이 올듯 말듯 하더니 펑펑 오기도 하고 먼지처럼 흩뿌리기도 하면서 종일 온다. 창밖을 내다보니 많이 쌓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흰 눈이 길을 덮고 있다. 눈이 쌓이면 운전자에게는 힘들지만, 운전할 필요도 외출할 필요도, 농작물이나 하우스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평온한 풍경일 뿐이다.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는 남편에게 "점심 드시고, 뒷산에 진도개 있는 집앞길을 지나 산책을 하시고, 그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도 마시고 눈을 실컷 즐기고 오셔"하고 보냈는데, 정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즐거운 한 나절이 되기를...

 

나는  KBS FM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 지난 명절기간동안 (나흘간) 팽개쳐두었던 성경을 다시 붙잡고 필사를 하며 고요한 시간을 편안하게 보낸다.  눈오는날 '사우나'에 가면 온천에 간것 같겠다, 비록 눈오는 노천 온천은 아닐지라도... 그런 상상을 하며 동네 목욕탕에 갈까 망설이다가, 그것도 귀챦아서 집에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성경쓰기를 한가롭게 한다. 

 

쓰고 있던 빨강펜이 다 닳아서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 여태까지 쓰고 모았던 펜 껍데기들을 한자리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12월 1일부터 성경필사를 시작하여 오늘 (1월 31일)에 이르기까지 2개월간 검정펜 11자루와 빨강펜 네자루를 다 썼구나. 성경필사공책도 지금 쓰고 있는 마가복음까지 마치면 다 쓰게 될것 같다. (이미 여벌로 2권을 배달시켜 놓았으므로 아무 걱정이 없다). 

 

아래의 첫번째 사진은 서재에서 내다보이는 - 집의 뒷편 풍경이다. 멀리 산과 들판이 흰눈에 뿌옇게 보인다.  거실쪽 창으로는 구청앞 버스정거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버스정거장 주위로 걷거나 서있는 모습이 작게 보인다. 정겨운 풍경이다.  남편은 이 눈속에서 절친과 눈 구경을 하고 있겠지. 

 

 

하느님, 눈이 햇살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듯, 저의 근심, 제가 안고 있는 문제, 이러한 것들이 눈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질것을 믿습니다. 

 

 

 

KBS FM에서는 오늘 대체로 장송곡과 같이 무겁고 어두운 음악을 주로 틀어대고 있다.  어제 일어난 포토맥강의 민간기-블랙호크 충돌로 67명이 하늘의 별이 된것을 애도하는 것인가? (이것은 나의 지나친 확대 해석인가?).  사람의 목숨이...한치 앞도 알수 없으므로, 크게 근심할일도 크게 자신할 일도 없다. 지금 살아서 숨쉬고 눈뜨고 눈구경을 할 수 있는 동안, 감사하고, 기뻐하고 찬양드리는것이 인간이 할 일이라...

 

* 유엔난민기구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광고를 보고, '그래 후원해주지 뭐..'하고 웹으로 찾아서 들어갔는데 [후원하기] 클릭하면 - 후원에 대해서 뭐라뭐라 정보가 나온다. 그래서 후원하기 위해서 '아이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디 만들기'를 하려하면 --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으라고  (다른 옵션으로 이메일도 있다) -- 그래도 인증하기 위해서 -- 아무리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고 '확인코드'를 받기 위해서 클릭을 해도 - 후원하고자하면 전화를 걸어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라는 메시지만 줄창 뜬다.  내가 여러단체를 후원했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단체는 처음이다. 내가 꼭 전화까지 해야해? 그냥 후원하겠다니까!  몇차례 '전화 안걸고' 후원하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나는 전화걸어서 담당자와 얘기하는 그게 장대높이뛰기의 장애물처럼 높게 여겨진다.  왜, 왜, 왜, 전화를 걸라고 하는거지? 다 인증이 되는 시대에 이렇게 구태의연하게 책상놀음을 하면 될까?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1. 24. 17:08

위 사진에서, 빨간 펜 끝이 가리키는 31절 - 예수님 말씀 부분. 빨간색 잉크로 인쇄되었어야 했다.

 

 

신약은 내 평생에 두번째 필사이다. 이번에는 번호도 꼼꼼하게 매기고, 예수님 말씀은 성경에서처럼 '빨간색펜'으로 적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주 사소한 편집상의 실수가 발견되는데, 마가복음 필사할때 아주 아주 사소해서 '실수 할수도 있겠다' 할만한 것들이 두세번 발견되었었다.  이를테면 "말씀중에" he said, "다시 말씀..."   이 경우에 말씀을 빨간색으로 설명은 검정색으로 표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빨간처리를 한 것이 몇차례 발견되었었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마가복음 6장 31절은 '대형사고'라 할만하다. 아예 예수님 말씀을 통째로 검정잉크로 처리를 했으므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보면 성경을 필사하는 것의 엄중함에 대하여 잘 그려지고 있다. 나도 그 소설 읽을때 -- 옛날에 인쇄기술이 미비하여 오로지 사람 손으로 성경을 필사하여 전하는 상황에서 필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지키려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을 빨간잉크로 처리하기로 약속한 책에서 말씀을 검정으로 처리하다니! (중세시대 같았으면 목이 달아날 일일것이다. 하하하) 아가페 NIV 이다. 최신판. 

 

마태복음까지는 매일 서너시간씩 성경필사를 하며 보냈고, 마가복음부터는 내가 할일들을 하면서 하루에 최소 '복음서 한장'씩 필사하고 있다. 지금 내게 성경은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유일한 안식처이다. 하느님이 지켜주실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