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11. 20. 11:20

 

 

 

어제, 연세대 심리학과 김민식 교수의 '더 컨트롤러'라는 책을 읽고 있다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는 폴 사뮤엘슨 선생님의 행복공식을 발견했다.  대충 이런 식이다 (위의 낙서).  내가 책 읽다 말고, "이런 공식이 있었네!"하고 감탄하자 - 옆에 있던 남편님이, "그러니까 행복해지려면 그 분모 값을 '영'에 가깝게 하는거야. 그게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이었어. 우리나라에서 조순 경제학책이 유명한데, 사실 그 책은 말이지 사뮤엘슨의 책 내용을...블라블라블라"

 

 

세상 천지 모든것을 다 아는것처럼 깝치던 내가 -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공식'을 모르고 앉아있었던거다, 여태까정... 그런데, 내 수학적인 머리에 뭔가 문제가 있는것인지 '행복은 소비 나누기 욕망이다'라고 하면 나는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을 분수식으로 이렇게 그려놔야 내 머릿속에 개념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나는 나눗셈 인간이 아니고 '분수'인간인것 같다.  그렇지 '분수'를 알면 되는거지. 그래서 '안분지족'이란 말이 있는거 아니겠어?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1. 15. 10:23

 

부평에 있는 한국 제너럴모터스에 동료들과 다녀왔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1. 깊어가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웠다. 전세버스 타고 다녀오는 동안 운전 안하고 차창밖 내다보며 거리의 단풍구경을 할수 있어서 좋았다. 동료들과의 심심파적 대화도 소풍같았고. (결론은 날짜를 정해서 둘러앉아 마오타이주를 마신다는 것이었다....)

 

 

2. 제너럴모터스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인상과 고용계약을 하라는 현수막들이 뒤덮여 있었다. 단풍과 현수막이 어울려 있었는데 - 한글을 읽을줄 모르는 동료교수들은 그것을 무슨 '설치미술'처럼 상상했고 - 내가 간단히 설명을 해주자 그제서야 분위기를 눈치챘다. 

 

 

3. 시민대 프로그램에서 2년전 인연을 맺은 '학생'님께서 내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 모여있던 회의실로 와 주셨다. 그는 회의실에서 (즉석에서,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우리 대학과 제너럴모터스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간단한 스피치를 했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모델을 멀리가서 찾을게 아니라 -- 바로 저 분의 케이스에서 찾으면 된다는 내 제안에 그가 즉석에서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발표했던 것이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제자이자 친구이다.  

 

 

4. 인체역학실험인가, 뭐 그 사람모형 가지고 각종 충격실험 하는 그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것을 보여줬는데 - 그런것은 뭐 티브이 광고나 뉴스 같은데서도 많이 봐서 새로울 것은 없었는데 - 그 인형 (dummy)하나에 십억원까지 간다고 해서 놀랐다.  

 

 

5. 뭐 딱히 놀랍게 새로운 것은 그들이 안보여줬거나, 안알려준것이 아닐까? 나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새로운 것은  내가 식견이 부족하여 못본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자동차회사 기획실에서 일하는 내 조카는 "곧 하늘을 날으는 택시가 나올겁니다. 먼 얘기가 아닌데요, 제가 그거 개발하고 있거든요" 라고 했는데 - 그런 꿈같은 얘기를 제너럴모터스에서는 들어볼수가 없었다. (말 안해주는걸거야 아마....)

 

 

끝. 

 

 

 

음 돌아보니,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은 - 회의실에 와서 앉아있던 내 제자를 발견한 순간. 아, 그가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1. 11. 18:49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1. 9. 10:42

 

화초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만만하게, 신경안쓰고 번식시킬수 있는 화초 몇가지가 있다. 스킨답서스, 센세베리아 뭐 이런친구들과 함께 '나비란'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흰 줄무늬가 들어간 (위) 종류일 것이다. 몇해전에 엄마 집에 있는 것을 조금 잘라다가 학교에서 키웠는데, 지금 무지무지 많이 번식했고, 학교에서 자라던 것 몇가지를 끊어다가 집으로 와서 뿌리를 내려 키우니, 여기서도 무섭게 번식을 하고 있다. 위의 친구는 흙이 기름지고 햇살이 좋으니 뻗어나온 꽃대가 '공룡'처럼 느껴질 정도로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아래는 내가 어제 동네 미장원 원장님에게서 얻어온 것이다. 그 미장원은 아파트 근처 개인주택가 골목에 숨어있어서 동네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도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어제 독감백신을 맞기위해 25년전에 내가 우리 어린 두아들 데리고 다니던 '가정의학과'에 들렀는데 - 백신 맞고 돌아오다가 문득 '이 머리좀 잘라야겠다' 생각하고, 근처 골목길을 기웃기웃대다가 이 미장원을 발견한 것이다.  대추차가 고요히 끓고 있던 그 미장원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가정의학과에 들렀을때에도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나는 들어서자마자 대기할것도 없이 바로 의사선생님을 만났던 것인데, 미장원에서도 대기할 필요없이 곧바로 머리를 자를수 있었다. 머리 자르다말고 원장님이 "새치 염색 안하셔요?" 하고 물었고, "머리 자르고 새치염색하는데 시간이 얼마가 걸릴까요?" 물으니 한시간도 안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내 용모에 변화가 올수 있다면 그것참 좋은 일이다 싶어서 새치염색까지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머리를 하다가 미장원에 있는 화분에 눈길이 갔고, "저것은 나비란 같은 모양인데 줄무늬가 없네요...." 했더니, "갖고 싶으시면 조금 끊어 드릴까요?"하고 원장님이 흔쾌히 이걸 나눠주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나비같이 가볍게 머리를 자르고, 산뜻하게 새치염색도 하고, 미장원에서 얻어온 나비란을 들여다보고 있다. 

 

줄무늬가 없는 나비란. 이 친구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싶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4. 11. 9. 10:11

 

어제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가, 그 산길을 대비로 쓸고 있는 분을 발견했다.  그냥 길에서 흔히 보이는 눈에 안띄는 검정색 운동복을 입은 60대 아저씨가 맨발인채로 산길의 낙엽들을 쓸고 있었다. 천천히, 마치 집앞 마당을 거쳐 오솔길을 쓸듯 그렇게 천천히.  그래서 나도 멀리서부터 그를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아하! 어쩐지 산길을 누군가가 빗자루로 쓸어 놓은듯이 깨끗하고 비질 자국이 보이길래 이 산길을 누가 쓰는걸까? 능 궁금했는데 선생님께서 쓸어 놓으신거군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사나이는 나의 활달한 감사인사가 싫지 않았는듯, "뭘요. 나만 쓰는게 아니에요. 좋아해주시니 저도 좋죠"하고 답을 했다. 

 

 

그를 지나쳐 산길을 더 오르다보니 길가 운동틀 옆에 빗자루가 세워져 있는것이 보였다. 이거구나. 이걸로 쓰는거구나. 그래서 나도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아까 그 아저씨가 있는 방향으로 쓸어내려갔다. 그가 쓸어 올라오고, 내가 쓸어 내려가면 중간지점에서 만나게 되리라.  아저씨가 저만치 보이는데서 빗자루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마저 산길을 올라갔다. 

 

 

잠깐이지만 -- 산길에 쌓인 낙엽을 쓸어낼때 기분은 - 고요한 오대산 월정사 앞길을 나 혼자 쓸고 있는 느낌. 혹은 눈쌓인 고향집 바깥마당에서 이웃집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쓸고 있는 느낌. 그런것.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화롭고 따스한 '순간'과 '장소'에 몰입되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런 평화 다시 없어라 (비발디의 세상에 참평화 없어라) - 바로 그 '참평화' 의 순간이었다.

 

하나님께서, 무엇이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지, 무엇이 내게 가장 위로가 되는지 아시고, 깊은 가을날 집 근처 숲에서 세상의  모든 고요를 주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