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9. 20. 18:36



지난 9월 18일부터 오늘 20일까지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그 일행이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의 환대를 받고 백두산 구경을 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지난 봄에 판문점에서 경계선을 넘나들던 장면같은 '감격'은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남북문제에 어떤 해결점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뉴스를 드문드문 보았다.


그런데, 뉴스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8일 도착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공식석상에서 인사를 하거나 기념사를 할 때, 김정은은 '우리 평양시민들이 정성을 다하여 준비를 하였으니...' 이런 말을  몇차례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에서 '평양 시민들 동포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김정은은 '우리 조선 인민들 (국민이란 어휘 대신에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있을 것이다)'과 같은 어휘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그의 입에서 연거푸 나온 말은 '평양 시민들'이었다. 그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북한에서는 평양 사람만 사람이고, 나머지 지역 인민들은 아마도 '떨거지'나 뭐 2등 시민이나 그런건가부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에서 김정은을 맞이했다고 가정할때, 우리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진심으로...' 뭐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서울 시민들의 환영...'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영화'인지 '북한에 관한 영화'인지 잘 모르겠는데 언젠가 미국에서 봤던 '북한 배경' 영화에 이런 것이 있었다. 북한의 어느 산골마을에서 '고철'모으기 경쟁이 벌어졌다. (나도 어릴때, 유신시절에 학교에 고철을 갖다 내야 했었다). 고철 모으기에서 1등을 한 학급에게는 포상이 주어지는데, 바로 '평양 수학여행'을 가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온 마을 아이들이 고철 모으느라 난리였다. 주인공 소년의 아버지는 북한 인민군이었는데, 아들의 고철 수집을 돕기 위해서 탄피를 갖다 주기도 했다.  하여 주인공 소년은 고철 모으기에서 1등을 했고, 소년이 소속한 학급은 '위대하신 영도자'가 제공하는 수학여행 버스를 타고 평양 수학여행에 오르게 되었다. 소년과 소년의 가족은 이 소식에 너무나도 기뻤다. 


하지만, 기대에 부푼 소년에게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평양행 버스에 오를수 없다." 그 이유는 소년의 키가 작아서였다.  학급에서 어딘가 신체 장애가 있는 친구도 제외되었다. 위대한 지도자동지가 계시는 땅에 키가 작거나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이 들어가서 그 신성한 땅을 오염시키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친구들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 영화 내용대로라면 평양에는 뽑히고 뽑힌 사지육신 크고 건강하고 용모도 단정하고, 하여튼 선택된 사람들만 들어가 살 수 있는 모양이다. 그들만이 북한의 진정한 주민이고, 나머지는 그냥, 거기 개 돼지처럼 살아가는 인민으로 취급 받는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은이 '평양시민'만을 앞세우는 광경이 참 괴이쩍게 느껴지긴 했다. 


통일을 위한 길이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겁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