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9. 19. 13:56


붉은불개미가 항구 시설이 아닌 내륙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베나드릴 캡슐을 사서 부치라고 해야 하려나 생각해보게 된다. 붉은 불개미에 물려 알러지 증상을 보일때 나를 살릴수 있는 약이 그것이다.


붉은불개미는 미국의 남부에서는 흔한 개미이다. 플로리다에서 지낼때 두차례 불개미에 물려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아주 무서운 녀석이다.  물렸다고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고, 내 경우에 알러지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1) 생명의 은인


그냥 공원에서 샌들 신은채 흙길을 조금 걸은 것 뿐인데, 개미에게 물렸나보다. 가렵지. 긁었다. 열이나고, 어지러워지고, 얼굴이 아니 전신이 퉁퉁 부어오르고 눈알도 붓는다는 느낌이 들고, 현기증이 난다. 갑자기 소주 한병을 벌컥벌컥 마셨을때 머리가 띵해지고 팽 도는 현상 -- 그런것이 고강도로 덮친다. 삽시간에 그런 일이 생긴다. 그대로 '이러다 낫겠지' 하고 앉아 있으면 몇 시간 후에는 사망 선고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 


내가 아이들 테니스 레슨 시켜주느라고 테니스장 근처에서 기다리다 발생한 일인데, 현기증을 무릅쓰고 집에까지 운전하여 왔는데, 그 다음부터 숨도 막히고 사태가 심각해졌다. 이 때 내버려뒀으면 나는 죽은거다.  



아이들이 후다닥, 마을에 있는 한국마켓 이사장 댁으로 달려갔다.  무조건 문을 두드리며 "우리 엄마가 이상해요.  우리 엄마가 이상해요!"  마침 그댁 '이사장님'은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베테랑 아저씨였다.  이사장님은 아이들에게 설명을 듣고는 곧바로 자기집 약상자에서 베나드릴 캡슐을 몇판 (한판에 여덟알 들어있는거)을 갖고 어둔 저녁길을 달려 오셨다. (그분이 아직도 가게에 앉아 있었다면 나는 죽었을것이다. 마침 그가 일찍 들어와 집에 있었다). 



그는 약 네알을 한꺼번에 먹게 했다. 보통의 경우 두알정도 먹는 항히스타민제인데 그 두배를 한꺼번에 복용하게 했다.  그걸 먹자 빠른 속도로 열기가 내려가고 붓는 것이 멈췄다.  이사장은 "이거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되는 약이지만, 지금 비상 상황이므로, 두시간 마다 두알씩 먹고, 열이 완전히 내리면 복용을 중단하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설명을 해 줬다.  그나마 약이 들어서 바로 차도가 보여서 다행이지 약이 안들을 경우 응급차를 바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미국생활 오래 하면서 개미에 물려서 죽은 사람도 봤다는 것이다. (나도 내버려뒀으면 죽었겠지.) 이 사장님 덕분에 나는 안죽고 살았다. 그 후 며칠간 '독한 약 세례를 받은 위장'을 달래느라 고생 좀 했지만, 안죽은게 어디인가. 그리고 나서 석사학위 졸업시험을 쳤었지. 나는 반쯤 혼이 나가 있었는데, 간신히 통과를 했다. 그래서 이사장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다.


(2) 베나드릴를 사러 


그 이듬해, Wakulla Springs 라는 아름다운 샘이 솟는 호숫가 습지대 공원에 놀러갔다가 호숫가 모래사장에서 다시 개미에게 물렸다. '따끔'한 느낌이 들어서 보니 이미 붉은 불개미에게 물린 후였다.  '지난 번에 한번 고생을 했으니 내성이 생겨서 괜챦겠지' 막연히 이런 기대를 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애들을 챙겨서 급히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운전하며 가는 도중에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현기증이 나고, 눈알이 튀어 나올듯 붓는것 같고, 또다시 같은 증상이 몰아쳤다. 지난번보다 진행 속도가 오히려 더 빠른것 같았다.  정신을 바짝 가다듬고 차를 달려 인근 '월마트'를 찾아내어 세우고, 월마트로 비틀비틀 달려가서 베나드릴을 사 입에 털어넣었다.  저녁바람에 애들과 왕눈이(나의 개)를 데리고 월마트 주차장에서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차를 몰아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왔다.  만약에 베나드릴을 살 수 없었다면 --전화로 911을 부르는것이 최선이었을거다. 



(3) 생살을 파 냈다는 꼬마


그 후에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개미알러지'얘기가 나왔는데, 그 모임에 꼬마 아들을 데려온 아빠가 경험담을 들려줬다. 꼬마의 가녀린 팔에 상처자국이 선명한데 붉은불개미한테 물린 자리가 아물지 않고 자꾸만 문제가 생겨서 그 독소가 침투한 생살을 모두 파내야 했다고.  안 그럴경우 팔을 절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질수 있어서 피치못하게 그리 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팔을 절단하거나 쇼크로 죽지 않은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물론 이 사례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개미가 물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의 경우 쇼크가 왔고, 꼬마의 경우 피부에 독이 퍼진 것이다.  사람마다 증상이나 경과가 차이가 있을수 있다. 특히 '신토불이'라고 늘 붉은불개미에 노출되어 살아온 토착민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되는데, 나같은 이방인에게는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그 무서운 붉은 불개미가 한국에 안착을 한건가? 알러지 반응이 나타났을때 초기에 항알러지 약을 바로 쓰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것이다. 방치하면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  아무쪼록 방역당국에서 이들을 출국시켜 주시기를 바란다. 아니면,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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