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6. 6. 20:27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05521

 

올해로 미국에 와서 산지 꼭 10년이 된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미국에서 영어교육 전공으로 학위까지 마치고 현재 하는 일도 영어를 가르치거나 영어교육 방법을 가르치는 것인데, 여전히 영어는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최근에 친구로부터 파티 초대를 받았다. 집 뒷마당이 아주 넓으니까 거기서 야유회를 할 계획이니 부담 없이 아이들까지 모두 데리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Chillie and Dog Party’라는 제목을 붙였다. ‘칠리는 고기와 각종 야채를 잘게 썰어 뭉근하게 오래 끓인 고기 죽 같은 것인데, 칠리를 대접하겠다는 말이군. 그런데 도그 파티라면 개들도 모여서 노는 파티인가? 마당이 넓으니까 아이들과 개들까지 모두 어울려 노는 파티인가보다. 우리 개 왕눈이도 데리고 가야지.’ 마침 이 때 기숙사에 있는 아들이 안부 전화를 걸어왔다. “내 친구네 집에서 도그 파티가 있대. 왕눈이 목욕시켜서 파티에 데려 가려고!”



 내가 파티 얘기를 하자 전화기에 잠깐 침묵이 흐른다. “엄마, 도그 파티는 개 데리고 가는 파티가 아닌데요. 그 도그는 ‘핫도그’예요. 칠리와 핫도그를 제공하겠다는 말이에요.” 아들 덕분에 파티에 개를 끌고 가는 실례를 안 하게 되었다. 그 ‘도그’가 ‘핫도그’를 말하는 걸 나는 몰랐던 것이니….



 사실 핫도그(Hot Dog)만해도 그렇다. 내가 한국에서 알고 있던 핫도그는 막대기에 소시지를 끼고 밀가루 반죽을 발라서 기름에 튀겨 내던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소시지를 빵 사이에 끼워 먹으면서 그걸 핫도그라고 한다. 나는 소시지 종류를 안 먹기 때문에 평생 핫도그를 먹어 본 적도 없다. 그러니 ‘도그 파티’라는 단어를 보면서 내가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고작해야 ‘개’일수 밖에.
 


핫도그뿐이 아니다. 한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를 미국의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는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처음엔 그것도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었다. 비닐봉지를 ‘플라스틱 백’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언젠가 내 친구 영희씨(가명)가 영어를 배우다 저지른 실수담을 들려준 적이 있다. 영어 ‘Dish’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접시’가 된다. 미국에 처음 와서 ESL 교실에 다니던 중이었는데, 미국인 선생님이 자기 집에서 파티를 열겠다고 하면서 “Bring a dish to share”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영어 초보자인 영희씨지만 ‘Bring a dish’라는 말은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디시’ 정도는 한국에서 중학교때 배웠던 단어니까.



 미국 선생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난생 처음 초대받은 영희씨는 백화점에 가서 큼직하고 예쁜 접시를 하나 골라 예쁘게 선물포장까지 해 가지고 파티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음식이 담긴 그릇들을 한 가지씩 가져왔더라고.


 
Dish 는 ‘접시’라는 뜻도 있지만 ‘음식’이라는 뜻도 있다. 영희씨는 그것을 몰랐던 거다. 그뿐 아니라 미국 서민들의 파티란 것이 대개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함께 나누는 ‘팟럭(Potluck)’ 형식이란 것에도 깜깜했던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접시’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는 ‘Plate(플레이트)’에 더 가깝다. 접시를 Plate 라고 말하면 혼동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Dish라는 말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실수를 했던 영희씨도 지금은 미국인 뺨치는 영어 실력으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웃으면서 옛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실수는 미국 생활 초보자들만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어르신들도 실수담을 전하며 깔깔대기도 하신다.



언어를 배우면서 착각이나 실수는 누구나 한다. 심지어 모국어를 사용할 때도 뜻을 잘 모른다거나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실수에 기 죽을 필요는 없다. 한 가지 실수를 했으면 새로 한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았는데도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아서 나는 이 낯선 나라의 삶이 즐겁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착각도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영어야 놀자!

May 9, 2012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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