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6. 6. 20:3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13706

 

5월28일자 시사 주간지 ‘타임’에 워싱턴DC와 인근 지역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스케치가 실렸다. 요즘 워싱턴DC에서는 Uber Washington(위버 워싱턴)이라는 고급 택시 사업이 활황이라고 한다. 홈페이지(www.uber.com)를 찾아 검색해보니 on-demand private driver(맞춤형 개인 기사 서비스)라는 설명이 나온다.


스마트 폰으로 디시 시내 어디서나 차를 불러서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쉽게 다닐 수 있는 운송 체계인데, 사용되는 차들이 고급 세단이나 리무진 급이다. 시내에서 덜레스 공항까지는 80달러, 볼티모어 공항까지는 115달러 정액제다. 그 외에 시내 구간별로 예상되는 차비 안내가 나온다.



 이 위버 워싱턴 운송 시스템과 연관되어 ‘Uber Washingtonian(위버 워싱토니안)’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말하자면 고급 택시를 이리저리 타고 돌아 다닐 만큼 경제력이 밑받침되는 워싱턴지역 사람들, 혹은 독일어 위버(Uber)의 본뜻인 ‘초월적인, 대단한 (super)’을 그대로 살려 ‘남들을 능가하는, 굉장한, 잘 나가는’ 워싱턴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리라.



 정말 워싱턴 사람들이 그렇게 잘 나가는가? 2011년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구 별 예상 수입 중간점(median)이 가장 높은 카운티 20군데 중에서 DC인근 지역이 열 군데를 차지한다. 최고는 라우든(Loudoun) 카운티로 중간 연봉이 12만불 정도 된다. 중간값이란 수입액을 최하부터 최고까지 나열한 수치 중에서 중간에 위치한 것을 가리킨다. 모든 값을 더하여 나눈 평균과는 다른 것이다. 3위 패어팩스(Fairfax)카운티, 4위 하워드(Howard)카운티가 있고 그 외에도 알링턴, 스태포드, 몽고메리 등이 있다.



 미국경제가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이런 침체국면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 워싱턴DC 지역인데 그 이유는 이곳의 일자리들이 대개 연방 기구나 연방 산하기구와 관련된 것들로 경기는 침체되어도 연방 예산이 줄어 들지 않는 한 크게 일자리가 줄지는 않는다는 원리를 보여준다.



 미국의 다른 대도시보다 평균 수입이 높고 실업율이 가장 낮은 곳이지만, 워싱턴의 빈곤율(20%) 역시 미국 평균(15%)을 훨씬 웃돈다. 공교육 시스템은 전국 최악이고, 범죄율도 다른 부유한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DC에 거주하는 백인들은 흑인들보다 1인당 수입이 3배 정도 높다.



 최고 연봉자들이 몰려 사는 곳에서 빈곤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높다는 것은, 이곳에서 빈부의 격차가 매우 높아서 잘사는 사람들은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세련된 도시생활을 즐기는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가난함을 의미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자녀들을 최고의 사립 학교에 보내고, 빈곤층은 미국의 최악이라는 공립학교에 희망도 없이 자녀들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족, 친지가 워싱턴을 방문하면 대개 우리 집에 머물면서 시내 구경을 한다든가, 내가 직접 내셔널몰 지역의 명소를 안내해 주게 된다. 방문객들이 워싱턴에 와서 보는 풍경은 공원이 잘 정비된 내셔널 몰 일대의 국립 박물관들, 관공서 건물들, 말끔한 오피스 빌딩들과 역사적인 공원 등이다. 이들은 워싱턴DC가 공기 맑고 한적하며 잘 정비된 도시라는 평을 한다. 나는 이들을 시 외곽의 분위기 삭막한 빈민가, 밤이 되면 가로등도 없어서 깜깜한 거리로 일부러 안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무진 불빛이 흐르지 않는 이면의 어둠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방 정부에서 일하거나 의회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교양’을 갖추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자가용 승용차 대신에 ‘위버 워싱턴’ 택시나 메트로와 같은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하고, 세계 정세에도 관심이 많아서 버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의 행적에도 밝은 이 세련된 ‘위버 워싱토니안’들은 그러나 바로 이웃 빈민가의 사람들이나 동네 공립학교의 실정이 어떠한지 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한 시민 운동가가 쓴 소리를 날린다.

 

2012, 5,23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