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12.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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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에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볼만한 영화로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감독이 야심 차게 메가폰을 잡은 3차원 입체영화 ‘휴고(Hugo)’를 권할 만 하다. 배경은 1930년대, 전쟁 이후의 프랑스 파리. 고아 소년 휴고는 기차역의 시계탑에서 산다.

소년이 하는 일은 거대한 시계 내부를 관리하는 것. 그는 조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기름칠을 하고 시계바늘이 정확히 돌아가도록 돌본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버지의 유물인 망가진 태엽 로봇을 고치는데 보낸다. 그는 이 로봇을 애초에 누가 디자인했으며 어떤 기능이 있는지 모르는 채, 이것을 수리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랬으리라.
 
이 영화의 제작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영화배우 조니 뎁 (Johnny Depp)이다. 이들 두 사람의 작품들을 익히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것이 ‘영화에 미친 사나이들’이 합심하여 탄생시킨 작품임을 한눈에 알게 된다. 제작자들의 이름이 자막에 흐를 때,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영화 판의 대단한 감독과 골수 영화배우가 작심하고 영화에 헌정하는 진짜배기 작품 하나를 만들어 냈구나!”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영화에 대한 영화이다. 뤼미에르 형제 시절의 원시 형태의 영화들이, 그리고 그 제작 현장들이 다큐멘터리처럼 화면을 누비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환상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주인공 소년 ‘휴고’가 고아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유하는 쓸쓸한 인생들이다. 과거의 영광과 꿈을 접고 서서히 사그라져가는 노인, 부모가 누구인지 몰라서 자신의 정체를 잘 알 수 없다는 소녀, 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경관, 전쟁에서 오라비를 잃은 꽃집 여주인, 개가 으르렁거려서 도무지 연애를 할 수 없는 여자와 남자. 이들 모두 어딘가 다치고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삶의 불꽃을 다시 지피는 방법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 주는 사람과의 만남, 나의 소명이 무엇인가 탐구하는 열정, 사랑에게 다가가는 용기와 지혜, 이러한 것들이리라.
 
이 영화는 또한, 삶을 살아가는 소명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 거대한 시계탑의 톱니바퀴에 기름을 치던 소년 휴고 가 중얼거린다. “기계에는 쓸모 없는 부분이 한군데도 없어. 모두 꼭 필요한 부품들이야. 만약에 이 세상이 어떤 위대한 목적을 가진 기계와 같다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나 역시 어떤 목적이 있어서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일거야. 나는 나의 사명을 완수하고 싶어….” 꼬마 고아 소년 휴고가 생각에 잠겨서 이런 독백을 할 때, 객석의 나 역시 ‘나의 소명은 무엇일까? 나를 이 세상에 보낸 설계자가 있다면, 그 설계자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기왕이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삶을 완성해 나간다면 좋을 것도 같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지난 세월 동안 우리에게 선사한 것은 성인 등급의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휴고’는 온 가족이 모두 손을 잡고 가서 각자의 입장에서 볼 만한 가족영화라고 할만하다. 꿈과 환상을 제시하지만, 솜사탕같이 한없이 가볍고 달콤하지만은 않다. 제법 무게 감이 있고 진지하다. 또한 2006년에 소개된 영화 ‘보랏(Borat)’의 주인공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보랏 역의 배우, 코언(Cohen)의 등장에 연신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흐를 때, 관객은 자신의 삶에 지쳐서 잃어버리고 만 열정과 꿈이 뭐였는지 돌아보게 될지도 모르고, 그 꿈을 향해 다시 나아가도 늦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2011년 한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일년을 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설계를 해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해에는 많이 웃고, 그리고 내가 힘들다고 포기했던, 일상에 지쳐서 외면했던 나의 소망들에 대하여 돌아보고 다시 도전해보는 그런 시간을 살아보고 싶다. 분명 나에게도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난 어떤 위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보는 것이다.

2011년 12월 28일, 수. 이은미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