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10.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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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태아였던 시절,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를 임신한 여성은 그를 부유한 부부에게 입양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가 태어났을 때 그 부부는 그를 거절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여자 아이였소.” 마침 한 부부가 그 사내아이를 키우고 싶어했다. 부부는 각기 고졸, 중졸의 학력이었다. 이들은 약속을 했다 비록 자신들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아들만큼은 반드시 대학에 보내겠다고.

 17년 후에 그 사내아이는 대학에 입학했다. 그의 한 학기 등록금은 그의 양부모가 평생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모은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대학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는 인류 문명사에 아름다운 ‘사과나무’를 여럿 심어 놓고, 시월의 어느 날 홀연 지구를 떠났다.

 한국의 어느 노인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온 종일 어느 미국인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아닌 것 같고, 그가 누구인지 노인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집 앞에, 영정 앞에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갖다 놓는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먹다 남긴 사과를 바치다니….” 노인의 사위가 설명을 해 준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컴퓨터 회사 창립자가 사망했는데, 그 회사 상징이 바로 그 한입 베어 물은 사과랍니다.” 내 어머니는 그제서야 손자 녀석이 매일 손에 들고 돌아다니던 기기에 사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을 회상해 냈다.

 애플 컴퓨터 회사의 그 '사과' 로고는 창립 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애플사의 단색 ‘사과’ 로고는 1998년 이후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25년 가까이 무지개 색 사과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뉴턴이 사과 나무 아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을 로고로 사용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 그림 주위에는 ‘뉴턴, 낯선 상념의 바다를 영원히 홀로 떠도는 정신(Newton, A mind forever voyaging through strange seas of thought alone)’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어제는 집 근처의 농장 직거래 장터에 나갔다. 마침 사과 농장 농부가 새벽 이슬이 아직도 생생한 사과들을 종류별로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그런데 한 농부가 사과 한 조각을 권하며 “This is McIntosh(이것이 매킨토시 사과입니다)!”라고 설명을 해 준다. 매킨토시? 매킨토시는 애플 컴퓨터 회사의 컴퓨터 이름이 아니었던가? 요즘은 ‘맥’이란 것이 전자제품 매장에 깔려 있지만, 그 전에는 매킨토시라는 컴퓨터가 유명했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사과 종류 이름이었다고 한다. 매킨토시 사과는 캐나다의 사과 농장 주인의 이름을 딴 것으로 캐나다 및 미 동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과라고 한다. 매킨토시 사과 역시 간단히 ‘맥’이라고 부른다. 나는 매킨토시 사과 몇 알을 고르고, 농부가 내미는 아이패드에 부착된 신용카드 단말기를 사용하여 카드를 입력하고, 그의 아이패드에 손가락으로 서명하는 식으로 사과 값을 치렀다. 스티브 잡스는 죽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 있다.

 혹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선악과’가 ‘사과’가 아니었을까 상상한다. 그래서 남자의 목젖을 영어로는 아담의 사과(Adam's App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담이 한입 삼키다가 하느님께 걸려서 미처 삼키지를 못했다던가. 신화 속에서 황금 사과 한 알은 트로이 전생을 불러온 불씨가 되었고, 뉴턴은 사과가 툭 떨어지는 현상을 사색하다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다가갔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사과 한 알을 먹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해서 ‘An apple a day keeps a doctor away’라는 속담도 널리 퍼져있다.

 얼마 전 평생 ‘사과’에 미쳐서 사과가 그려진 도구들을 세상에 뿌려대던 한 사나이가 지구를 떠났다. 사과가 익어서 뚝뚝 떨어지는 향기로운 어느 가을날에. 그는 지금쯤 먼먼 상념의 바다를 홀로 유유히 산책하고 있으리라.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