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9. 21. 21:00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64444

“별들은 창공에서 빛나고
대지는 달콤한 향기로 넘쳤네.
과수원의 문은 삐걱거렸고
모랫길을 밞는 발자국 소리
꽃같이 향기로운 그녀가 들어와
내 품에 안겼었지.

내 생의 마지막 시간이 흐르고, 이제 나는 죽네. 희망도 없이
삶이 이토록 고귀한 것인 줄 여태 몰랐네.”

 
 플래시도 도밍고가 감독을 맡고 있는 워싱턴 국립 오페라단이 지난 1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케네디 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푸치니 (Giacomo Puccini)의 오페라 토스카 (Tosca)를 공연하고 있다. 위에 적힌 노래는 오페라 토스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e)’의 일부다.

 ‘토스카’는 본래 5막짜리 드라마였는데, 푸치니가 이를 3막의 오페라로 새롭게 탄생시켜 불후의 무대 예술로 거듭나게 된 셈이다. 1막은 성 안드레아 성당 안으로 잠입하는 탈옥수 안젤로티와 이를 발견하는 주인공 카라바도시. 이들은 친구 사이로 카라바도시가 친구를 숨겨주기로 한다. 카라바도시가 자신의 그림 앞에서 부르는 노래 ‘오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가 유명하다.

 2막은, 경찰서장 스카르피아의 방. 스카르피아는 카라바도시를 체포하고, 그의 목숨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애인 ‘토스카’와의 하룻밤을 요구한다. 이때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가 유명하다. 오직 사랑과 예술만을 위해서 살았으며 주님께 헌신하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자신 앞에 왜 이런 불행이 닥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한탄하는 노래다. 토스카는 애인 카라바도시의 목숨을 살려서 도망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한 후에, 스카르피아를 살해한다.

 3막은, 성의 감옥. 카라바도시가 처형의 시간이 다가오자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토스카와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회상하고,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별은 빛나건만’이다. 이 때 감옥에 찾아온 토스카는 처형할 때 실탄을 쓰지 않을 것으로 약조가 되어 있으니 죽는 시늉만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 후에 안전하게 외국으로 떠나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기쁨에 넘쳐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카라바도시는 실탄에 맞아 운명하고, 절망한 토스카는 성에서 투신하여 죽고 만다.
 
사실 ‘오묘한 조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과 같은 노래들은 이 오페라를 본 적이 없던 나로서도 구구단 외우듯 그냥 “토스카에 나오는 노래지…” 하는 정도로 친숙한 것들이다. 유명한 성악가들이라면 무대에서 앞다투어 불렀고, 집에 쌓여있는 음반에도 많이 실려 있고 제목만 들어도 기본 멜로디는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평소에 듣던 ‘노래’들을 오페라 무대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듣게 되니 가슴을 울리는 감동같은 것이 있었다. 평소 평면적이었던 노래가 이제야 입체적으로 다가왔던 것이었으리라.

 이것은 마치 미술 책에 편집되어 실려있는 명작 그림이나 조각을 매일 들여다보다가, 어느 날 미술관에 가서 실제 작품을 발견하고 그 질감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입체감을 돌아보는 것과 흡사하다. 에펠 탑 사진을 보다가, 에펠 탑 앞에 가서 서보고, 에펠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 현장에 가서 봤을 때만 다가오는 생생함 그리고 감동.

 이제 라디오에서 ‘오묘한 조화’가 흘러나올 때, 나는 케네디센터 오페라 하우스의 무대와 그날 밤 총총한 별이 포토맥 강에 비쳐 흘렀다는 것과, 가을 저녁이었다는 것까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오페라가 있는 가을 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슬픈 사랑의 노래는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는가. 오페라 무대가 있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워지는가! 공연은 24일까지 계속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