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8. 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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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8. 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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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마르셀의 여름 상/하 편은 영문으로는 My Father's Glory, My Mother's Castle 로 소개가 된다. 아빠의 영광. 엄마의 성. 


일전에 아이튠즈를 통해서 '아빠의 영광' 편을 렌트해서 봤다.  '엄마의 성'은 아무리 뒤져도 돈 내고 볼만한 것이 안 나온다. 


마르셀 빠뇰의 '분위기'가 좋아서 영문 번역본 헌책을 한권 주문했는데 한 열흘만에 온 것 같다. 1.5달러 가격표가 붙어있다. 이런 책은 그냥 갖고 있다가 아무데나 펼쳐봐도 좋으니까.  (내 친구는 불어 선수이니까 이정도는 원본을 사서 읽을수 있겠지...그런 것이 부럽다.)


내게 의미 없다고 생각되면 새책도 한번 읽고 그냥 내다버리는데, 이런 책은 한번 손에 들어오면 '평생' 따라다닌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8. 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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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시쯤 퇴근하여, 수박 먹고 쉬다가 일곱시 쯤 되었을 때 숲으로 갔다. 슬슬 황혼이 내리고 있어 걸음을 재촉했다. 벌써 입추가 지났다. 날이 짧아지고 있다. 


서둘러 반환점을 돌아 오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빛의 동굴 같은 것이 나타났다. 숲속길이 어둑어둑해져서 나도 슬슬 겁이 나서 뛰듯이 걷던 중이었다. 그런데 마치 어둠속에 조명을 밝힌 듯 저만치만 빛나고 있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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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빛의 길을 통과 할 때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나 혼자 겪는 것 같이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숲을 벗어났다. 


그리고 나서 환하게 열린 공원이 나오는데, 문득 오른편을 돌아보니 거기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저만치 공원에서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은 테니스에 열중하고 있었고, 나 혼자 길에 우두커니 서서 무지개를 바라봤다.  무지개는 서서히 희미해졌고, 숲 맞은편에서 어느 부부가 다가올 무렵 무지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부부가 가까이 오면 나는 손가락으로 무지개를 가리키며 "무지개를 보세요!" 하고 기쁘게 소리를 치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그들이 다가올 무렵 무지개는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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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홍이에게 전화기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노아의 배에 탄 생물들에게 무지개는 희망이고 약속이었다. 


그리고나서 우리들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 좋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무지개는 희망이고 약속이다, 나와 찬홍이에게도. 


여름동안 기도하면서 고민하고 결정한 나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게 주어진 사명은 찬홍이가 저 무지개의 약속을 실현해 내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뭔가 제안을 하니 찬홍이가 마치 목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성큼 그 제안을 환영한다. 혼자서 고민이 많았구나. 암중 모색중이었구나.   나는 이번 가을에 찬홍이의 좋은 조력자가 되고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엄마는  몰라도 하느님은 다 아시지. 우리 대장님이 오늘 내게 힌트를 주신것이다. 아이고 깜찍하기도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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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8. 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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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거운 날.  어느날은 바람에 날듯 발걸음이 가벼운데 오늘은 몸이 천근만근.  '나가지 말고 쉴까...' 요런 유혹을 뿌리치고 오늘도 7마일 워킹.  (이제 5마일은 성에 안차서  -- 나가면 7마일이다.)  처음에 버지니아로 되 돌아와서 산책하러 나갈때, 버크 레이크 한바퀴 도는 것도 힘들고, 집 뒤 트레일 3마일 걷기도 지루하더니, 매일 집중적으로 걸어주자 몸이 다시 건강을 찾는 것도 같다. 매일 걷는것이 한달 쯤 되었나... 일주일에 네번, 다섯번 이렇게 정하고 걷는것 보다는 '매일 걷는다'가 내 생활에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여름사이에 위염으로 한달 가까이 고생했는데, 이제 씻은듯이 나았다.  몸이 안 좋아서 집중적으로 워킹을 한 것인데, 결과가 좋다. 방학기간이라 수업준비 슬슬 하면서 유유자적 한 것도 있고, 매일 새벽예배 다니고 매일 걸으러 나가니까 영혼에서부터 신체에 이르기까지 평안해 지는 중.

버지니아로 이사 온 후부터는 메릴랜드에 살 때 발발했던 '아토피'가 사라졌다. 습기가 많고 그늘지고 시원한 숲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 피부가 '가시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다.  올 봄까지만 해도 햇살 알러지 때문에 긴팔이나 팔토시를 하고 운전을 하고, 목에도 반드시 스카프를 둘러서 햇살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래야 했다. 안그러면 따갑고 쓰리고.  나는 이런 현상이 내가 슬슬 갱년기로 진입하는 현상이 아닐까 했다.   이렇게 몸이 막 망가지다가 폐경이 오고 그렇게 늙는건가보다, 막연히 이런 짐작을 했다.   그런데, 아토피가 사라지고, 햇살 알러지로 고통을 받지도 않는다.  그런 것들이 모두 그냥 사라졌다.  ('문제'는 해결되는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는거다.) 



아파트 1층 땅집에 살고 매일 숲그늘에서 흙을 밟고, 매일 예배하고.  



반환점에 이르렀을때 하늘이 컴컴해지고 후두둑 후두둑 비.  아치같은 나무들이 비를 가려주므로 시원한 빗속을 가볍게 걸었다.  숲속에 비가 쏟아지면 갑자기 주위 공기가 '파인애플 쥬스'를 엎지른 것 같은 쥬스 냄새로 가득하고, 오이냄새, 수박 냄새, 사과 냄새, 그런 상쾌한 향기가 빗물속에 가득하다. 숲이 비를 맞을 때 퍼지는 숲의 향기.  


나는 참 복이 많다. 

***


나의 다람쥐들은 요즘도 나와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창가에 와서 빈 먹이통을 들여다보는 다람쥐들.  얼른 견과류 한 줌 들고 나가니 한 놈은 마당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 하듯 서 있고,  한 놈은 나무 위에서 생각에 잠겨 있고.  


내가 '다람아! 다람아!' 부르니 마당에서 '어디로 갈까' 하던 놈은 어느 거리까지 겅중겅중 다가와 나를 쳐다본다. 아몬드 한개를 녀석의 발 앞에 던져주니 냉큼 집어서 아주 겸손한 자세로 먹는다.   나무위에 다람쥐도 '다람아, 다람아' 쳐다보며 불러주면 몇걸음 내려와, 지상으로 내려울 자세를 취한다.


밥그릇에 먹이를 주고 "밥먹어!" 외쳐주고 나는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녀석들이 냉큼 와서 '잔치'를 시작한다. 


가끔 아침에 찬밥 남은것을 놓아주면, 새들이 와서 잔치를 하고, 빵부스러기 남은것을 놓아주면 야생 고양이도 와서 한입 먹고 간다.  그래서 요즘에는 부엌에서 음식 찌꺼기 정리 할 때,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에 잘 씻어서 모이통에 놓아 준다. 그러면 한나절 사이에 작은 짐승들이 와서 다 먹고 간다. 어제는 호박을 찌면서 속의 호박씨를 긁어 내어 내다 주니, 누가 먹었는지 모르게 다 없어져 있다. 땅집에 사니 작은 짐승들과 교제 할 수 있어 좋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8. 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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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폭우가 쏟아질 것 처럼 잔뜩 찌푸린 하늘이 새벽부터 온 종일 이어지는데, 정작 비는 이슬비처럼 뿌리다 말다 한다.  세상은 촉촉하게 젖고, 개울 물 소리는 콸콸 큰소리로 흐르고.  개울가에서 노는 서양 아이들 모습이 어릴 적 내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쳐다보며 웃다.


일곱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와 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둘이서 숲속 길에서 자전거 놀이를 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호자가 보이지 않아.  "동생을 잘 돌봐야 해~"  일곱살 소녀에게 당부를 하다.  아마도 숲 근처 저택에 사는 아이들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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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록물이 들 것 같아. 숲도, 물도, 길도 초록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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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걷고 나니 목이 말라. 근처 한국장에 가서 장을 보는 길에 '노란 수박' 표시가 보이길래 한통 샀다. 노란 수박 빨간 수박. 수박을 두통 사들고 오니 내가 재벌이 된 듯한 풍요로움.  목마른 길에 노란 수박 반을 뚝 잘라서 숟가락으로 퍽!퍽! 마구마구 먹어주다. 이것이 나의 저녁식사. (-_-)   니가 인간이니?  너는 소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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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