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9. 11. 16:23


섬에서 버스를 타고 신촌에 급히 나갔다 돌아왔다.  로터리를 꺾어 돌면 - 앗, 세상이 다 변했어도 '홍익문고'는 그대로이구나!  내가 20대 때도, 이곳을 자주 드나들던 30대 때도, 내가 이곳에 없었던 40대 때도 홍익문고는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홍익문고를 지나, 이제 낯선 상점들이 들어찬 그 친숙한 길을 지나 '복성각'은 아직도 있을까? 난데없이 머릿속에 중국집 이름이 떠오르고, 모든 것은 낯설고 나는 마치 상하이의 어느 낯선 거리 구경을 하듯 신촌을 기웃거리며 한눈을 팔며 과거로 걸어 올라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는 내 모습은 어딘가, 중국에서 관광온 중국인 관광객 아주머니 같았을 것이다.)


내가 '굴다리'라고 부르던 그 다리아래 길 마저 예쁘게 포장이 되었고, 정문도, 보도블럭도 모두 새롭다.  한 때, 이곳에서 즐거웠었다.  가을학기에 입학을 하였지. 봄학기까지 마치고 중퇴를 하면서 졸업을 못 한것이 아쉬웠었다. 16:1의 경쟁률을 헤치고 들어간 곳인데, 내가 평생 바라던 꿈의 학교였는데... 나는 졸업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것에 분개했지만, 내게 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었다.  더욱 놀랍고 커다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오는데 15년이 걸렸고, 팔팔하던 나는 기운빠진 아주머니가 되어 있다.  그래도... 나의 앞날에 또 어떤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걸까?




일을 마치고, 대학 정문 앞에서 버스를 잡아 타고 섬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빌딩을 지어 올리는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빌딩을 지었는가? 내가 지은 빌딩은 아름다운가? 아니면 대충 얼기설기 지은 부실 건물은 아닌가? 나는 여기서 주저 앉을 것인가?  


토셀리의 세레나데가 흥얼거려지던 아주 짧은 시간, 나는 신촌의 빛 가운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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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