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새벽 기도를 하고 나오다 교회 현관에 부착된 포스터에 무심코 눈길을 주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 '저지 운동'을 하는 목회자들의 사진과 소속교회, 이름 이런것들이 실려 있었다. 왜 이런 포스터가 교회에 붙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평소에 담임목사님이 '보수적'인 코멘트를 심심치 않게 해서 나를 화딱지 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성소수자 축제 저지를 지지하는 제스쳐로 보였다. 만약에 우리 교회 목사님이 그 포스터 안에 들어있다면, 나는 조만간에 '길 잃은 어린양'신세가 되어 예배를 드리러 어디로 가야 하나 심히 고민에 빠지게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 포스터에 우리 교회 소속 목사님 사진이 들어있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성소수자가 아니다.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비록 내가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소수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다수자라고해도 핍박 받기는 매한가지라서, 인생은 쓴뿌리와 같다. 다수자도 핍박 받는다고? 내가 보기엔 그러하다. 잘 알수는 없지만, 지구상의 전체 인구비율을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많다고 한다. 하지만 원시사회라면 모를까, 시스템이 갖춰진 인류사회에서 다수인 여성이 힘을 가졌던 시기는 없다. 다수라도 힘이 없으면 역시 핍박의 대상이지. 또, 노인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가지만, 노인은 갈수록 '소수자'로 전락을 하게 될 것이다. 힘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도 계속 살면 노인이 될 것이다. '소수자'의 문제는 머릿수의 문제는 아니고 '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의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에 내가 뭘 얼마나 알겠는가? 내 일이 아니라서 별로 관심 없다. 그러니 아는척 하기도 싫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나를 해코지 하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각자 잘 살면 되겠지. 그러니까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뭐를 하거나 말거나 남의 잔치니까 그냥 신경 안쓰고 살아가는 편이다.
그런데, 보수기독교 단체에서는 남의 잔치에 참 관심이 많은듯하다. 어제 뉴스에는 이 지역에서 개최하려고 했던 성소수자 길거리 행사가 기독교단체의 조직적 방해로 인해서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십자가를 끌고 예수님 흉내를 내면서 방해한 사람들도 보인다. 거기 십자가는 왜 끌고가니 근데? 네가 예수님이야? 그거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내가 돌이켜보면, 저런 사람들의 수괴들은 아무개 대통령님을 위한 구국 기도회, 조찬기도회 그런 것에도 열심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저런 사람들은 권력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약자들을 십자가로 짓밟은일에 앞장선다. 권력자가 뭔가 잘못할때는 --"오직 기도로 이나라를 살리세" 이렇게 외치고, 약자들이 뭉쳐서 뭔가 할 때는 --"오직 기도로 저들을 구하세"가 아니라 몸으로 가서 훼방을 놓고 핍박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악덕 대기업들이 수괴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현장에 십자가 끌고 가서 성토를 하고, 성소수자들이 축제할때 '아무쪼록 이땅에 두루두루 평화를'위해 기도하는 방법을 취하면. 도저히 그것이 내 생각과 달라 팔 벌려 감싸줄수 없을때, 그냥 두손 오무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 안되나? 꼭 가서 훼방을 놓아야 하느님이 기뻐하시나? 왜 위정자나 힘있는 것들이 잘 못할땐 그냥 손 오그리고 기도만 하다가, 겨우 몇명 모여 축제하는 일엔 몸을 던져 훼방을 놓나? 좀 내버려 두라.
다들 몰려갈데가 없어서 심심해서 그리 몰려가는건가? 어디로 몰려갈지 가르쳐줄까? 하느님의 성전을 자기 사업체쯤으로 알고 재벌가 대물림하는 것만 어디서 배워서 그것 흉내내는 명성교회 그런데 가서 좀 깽판좀 치라. 신도들을 성 노리개로 알고 주물러대는 목사들 있는 교회좀 가서 깽판 좀 치라. 일단 교회부터 샅샅이 정화시키고 청소한 다음에, 그 다음에 남의 잔치에 가라. 교회를 똥통을 만들어 놓고 왜 남의 잔치에 감놔라 대추놔라냐구. 그리고 제발 당신들 그 깽판 놀음에 우리 예수님 좀 끌어들이지 말라. 짜증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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