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06.21 06:1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28321

그는 스포츠를 좋아했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으며 아내와 두 딸을 끔찍이 아낀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가 43세의 젊은 나이에 맹장염 합병증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미국은 미술계의 별 하나를 잃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디씨의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에서는 20세기 초반의 미국 미술사를 장식한 사실주의 화가, 조지 벨로우즈 (George Bellows, 1882-1925)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 미술관에 가면 서쪽 건물 가운데 벽에 벨로우즈의 작품 걸개그림이 크게 걸려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다. 얼핏 보면 상투적인 귀족 소녀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소녀가 입고 있는 옷소매가 아버지의 옷을 물려 입은 듯 소매가 길고 허름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세탁 일을 하는 소녀를, 화가는 주인공으로 담아 놓았다. 이 미술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벨로우즈가 추구하던 미술 세계가 무엇 이었을 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조지 벨로우즈를 나는 이렇게 설명 하곤 한다, "미국 회화 중에서 권투 하는 그림이 나오면 조지 벨로우즈가 정답이지." 화가들마다 즐겨 그리던 소재나 화풍이 있는데, 벨로우즈는 독보적으로 '권투'하는 장면을 많이 그린 화가이다. 이번 특별전에도 미국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권투 하는 장면 대작들이 여러 점 나왔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권투는 미국에서 대중들의 관람이 금지된 스포츠였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링 위에 선수들을 올려 놓고 관중을 모집하는 것이 불법이었고, 사교적인 모임에서 회원들간에 권투를 하는 것은 허용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흥행업자들이 꾀를 낸다. 사교모임의 회원들간에 취미로 권투 경기를 한다는 구실로 경기를 열었다고 한다. 참 쓴 웃음이 지어지는 대목인데, 조지 벨로우즈는 역동적인 링 위의 선수들뿐 아니라 주변의 관중들에 대한 스케치도 잊지 않았다. 벨로우즈의 권투 그림에는 이중섭의 '황소'를 연상시키는 역동성이 흐르는가 하면,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그려진 수많은 사람들이 화면을 채운다.

 벨로우즈가 즐겨 그린 또 다른 소재는 도시와 풍요의 이면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한창 개발되어가고 있던 뉴욕 맨하튼 외곽의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어린 아이들, 발가벗은 채 강변에서 멱감기를 하는 수십 명의 빈민가 소년들. 1908년에 이 그림이 처음 공개 되었을 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 역시 벨로우즈의 상징 같은 작품이다. 국립 미술관 중앙 벽에 걸린 걸개그림 속의 소녀를 들여다보면 눈빛이 만만치가 않다. 비록 허름한 옷을 입고 서 있지만 눈 속에 전 운명을 떠받치는 듯한 강인한 빛이 흐른다.

 잡지나 신문 삽화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사회성 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학살당하는 사람들, 고통 받는 민중, 독선적 전도자, 정치인 등, 그의 사회 비판 의식이 거침없이 화폭에 담겼다.

 미술관에서 '미국회화'쪽을 돌다 보면 20세기 초반의 사실주의 그림들을 지날 때, 늘 함께 전시되는 화가들을 발견하게 된다. 8인회 (The Eights) 혹은 '애시캔 (쓰레기통, The Ashcan) 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실주의 화가들 그룹이다. '애시캔'이라는 별칭은 '쓰레기'같은 빈민들을 소재로 즐겨 그렸던 이들을 비아냥거리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 진다. 조지 벨로우즈도 그들 중의 한 명이다.

 이번 특별전은 가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옮겨가고, 그 후에는 영국 런던에서 전시된다. 평생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조지 벨로우즈의 주요 작품 130점이 총망라된 기획전이다. 100 여 년 전에 활동하던 화가의 그림들이 오늘 우리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삶의 풍경은 변해도 우리 삶의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벨로우즈의 그림 속에는 내가 있고, 내 가족이 있고, 내 이웃이 있다. 서관 1층에 위치한 극장에서 벨로우즈를 안내하는 다큐멘터리 필름도 상영해주는데, 매우 알차게 편집 되었다. 전시회에 가신다면 이 필름도 꼭 챙기시기를 당부 드린다.

 

다큐멘터리 포드캐스트 영상자료 http://itunes.apple.com/podcast/national-gallery-art-videos/id257590780?mt=2

관련 페이지: http://americanart.tistory.com/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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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ylvia

    은미씨 덕분에 또 그림구경을 하러 오랜만에 D.C에 나갈 일이 생겼네요.
    이번주는 무더위에 햇볕이 강해서 선선한 날 갈려고 해요.
    지난 주 방학을 맞아 집에 온 아이와 함께 필립스 콜랙션에 갈려고 준비를 했다가 덥다고 집으로 그냥 돌아왔답니다.
    듀퐁 써클 스타벅스 같은 빌딩에 빨간 지붕 이태리 레스토랑에 들려보세요.
    스파게티가 아주 맛있답니다.ㅎㅎㅎ
    무료한 일상에 볼거리를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2.06.21 07:47 [ ADDR : EDIT/ DEL : REPLY ]
    • 서관에서는 조지 벨로우즈 특별전이 열리고 있고, 동관 옥탑방에서는 현재 바넷 뉴만이라는 추상화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백남준씨 특별전 열렸던 곳). 지난 주에 사실은 이 두가지 특별전을 보러 나갔던 것인데, 조지 벨로우즈 본 후에 뉴만을 일부러 안 봤어요. 하나의 감동을 다른 것으로 희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주 일요일이나, 혹은 가까운 시일내에 또다시 국립미술관에 나가 볼 생각이지요.

      식당 안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스파게티는 무조건 토마토 소스 (빨간 소스)가 들어가야 먹어요. 희끄무리한것은 느끼해서 안넘어가더라구요 헤헤헤.

      2012.06.21 09:4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