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3. 18:48

 

7월 2일 입국하여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자가격리를 위해 마련된 장소에 들어옴.

7월 3일 오전에 위의 문자를 받음.

7월 3일 오후에 아래의 통지서를 전화로 받음.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격리기간을 채우고 나가라는 메시지로 보임). 만약에 양성판정을 받았다면 아래의 통지서가 아니라 -- 뭐 어디로 입원하라는 메시지가 왔을것이고 아마도 내가 들어온 이 건물 전체를 소독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며, 어제 비행기에서 시작해서 공항, 보건소등 내가 돌아다니며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아휴, 상상만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러므로 각자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제 오후 7시 쯤에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오전 9시에 문자를 받았다. 일단 음성 판정을 받아서 마음이 가볍다. 미국 공항에서 한국 공항까지 이동중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며칠간 감염 증상이 없다면 일단 안심하고 날짜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면 될것이다.  (내가 마스크 귀신딱지이니, 극도로 조심하고 마이크 착용을 열심히 한 것에 스스로 감사하자).   사람없는 미국 시골마을에서 혼자 산책을 할 때에도 나는 일단 마스크부터 챙겼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1) 마스크 꼼꼼히 쓰고 (2)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3) 손 열심히 씻고, 이 세가지만 잘 해도 나를 돕고 남을 돕은 것이 아닌가. 

 

 

남편이 내가 먹을 햇반, 반찬 이런 것을 사가지고 들렀다.  "아이스커피 좀 사다 달라니까!"  감사인사 대신에 아이스커피 먹고 싶다고 신경질을 내니까 마스크 너머의 남편이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를 그냥 무의도로 보내버릴것을 그랬구나..."

 

 

인천 공항 근처에 '무의도'라는 섬이 있다. 대무의도, 소무의도 이렇게 있는데, 그 무의도의 한켠에 '실미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의도에 '자가격리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공무원,  경찰관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가지 정보를 얻어낸 모양이다. 가족이 없거나 마땅히 격리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무의도 격리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너를 그리 보내버리면 내가 이런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으련만...." (그의 한탄).   주말에는 가사도우미들도 쉬는 날이라며 주말동안 햇반 먹고 잘 지내라고 말하고 그는 집으로 갔다.  "아이고, 아이고, 아주 나를 실미도로 보내라. 내가 못 살겠다!!!" 이런 농담을 하면서 오랫만에 부부가 마스크를 쓴채 깔깔댔다.  이것도 '음성 판정'을 받았으므로 가능한 대화였다. 

 

그런데, 내가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 보급품'을 받았다는 블로그 내용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게는 아무도 먹을 것을 갖다 놓아주지 않는다.  뭐지? 나도 세금 다 내는데 왜 나는 잊혀진거지?  어차피 식량 보급품이 쌀이나 라면 뭐 그런 종류이므로 안받아도 사는데 지장 없으나, 남들 다 받는거 나만 안받으면 손해 본다는 느낌이지.  무인도에 나만 버려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우리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였지? 아 뭐냐구?  (정부는 우리 남편이 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것일까?  --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대로 얌전히 자가격리 원칙을 준수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창밖으로 저만치에 내 연구실 창문이 보인다. 그 창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성경 통독을 시작한다. 2주에 성경통독을 하려면 하루에 약 200 페이지씩 읽어나가면 될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학교 근처 주상복합건물의 오피스텔이다. 에어비앤비로 자가격리 시설 승인을 받은 곳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준비해 주셨으므로 나는 얌전히 지내다 나가면 된다.  내가 오기 직전에 이곳을 사용하고 나갔던 사람이 뭔가 물건을 찾으러 왔는데 이웃대학 외국인 교수 같았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처럼 작은 호텔방에서 2주간 갇혀 지내야 할거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복층형 구조로 되어있어 아래 위 층 오르내리는 '운동 재미'도 있고 멀리 학교도 보이고,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휴양지에서 게으르게 아무데도 안나가고 뒹굴거린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깨어나서 여행 가방 좀 정리하고, 손빨래를 해서 2층 난간에 빨래를 널어 놓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위아래 돌아다니며 청소도 하고, 나름 사람 사는 것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이 겪는 일을 나도 겪을 뿐이다. 기왕에 하는거 모범적으로 착실하게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05:27

미국에서 출국 전 풍경

 

 

아틀란타 국제 공항 7월 1일의 풍경이다. 모든 면세점 및 카페등이 닫혀있다. 유일하게 문을 열어 놓은 매장은 Hudson 이라는 - 미국 공항에 가면 어디에서 있는 상점이다. 이곳에서는 여행객의 생필품 (과자, 음료수, 자질구레한 기념품, 책)을 판매하는데 여행객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업무를 보는 것 같다.  다른 유명제품 면세점들은 모두 위와 같은 표시와 함께 닫혀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거의 모든 업소 (상점, 식당등 소비자들이 찾는 곳)들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할것을 독려하는 편이고, 미국은 많은 업소들의 문을 닫아 놓은 상태에서 개인 위생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하여 너그러운 편이다. (마스크 착용의 예를 보면 한국은 삼엄하고, 미국은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엉성하다.) 어프로치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 볼땐 "저 사람들이 도대체 제 정신인가? 왜 저렇게 무심한가?"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그들의 코로나 대처가 미숙하고 미개하다고 여겨졌는데, 막상 미국땅에서 이들의 삶을 지켜보니 그럴만해서 그러는구나 싶다.  뭐랄까. 인구 밀도도 조밀하지 않고, '설마' 하고 그냥 태평하게 산다고나 할까.  

 

 

내가 지내던 시골 작은 도시에서는 내가 마스크를 쓴채로 어느 매장에 가서 물건을 보고 있으면 -- 단지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나를 점원으로 착각하고 내게 와서 물건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매장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들은 자유롭게 마스크를 하거나 말거나 하니까, 예쁜 마스크를 쓴 나를 '점원'으로 착각들을 하는 것이다.  워싱턴 디씨로 가니 상황은 훨씬 엄중해졌지만 한국의 삼엄함에 비하며 새발의 피지 뭐.  나는 '사람이 귀해서, 사람을 반기는' 그런 작은 도시에서 지내다 왔으므로 뭐 딱 미국판 '웰컴투 동막골'의 행복한 아줌마였다. 

 

 

대한항공편으로 입국했는데, 아틀란타 공항에서 티켓을 받을 때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안내대로 전화기에 설치했다.  비행기 탑승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명한 바이저를 한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94 마스크 위에 내가 수놓은 면 마스크 이렇게 2중으로 마스크를 했다.  좌석은 한칸씩 띄엄띄엄 배치.  통로 건너 편 내 옆자리에 앉은 신사분이 착석하자마다 마스크 벗고 있길래 신경이 쓰여서 승무원에게 그 분이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승무원이 곧바로 조치하고 그 신사분은 그 이후로 착실하게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학교에서도 마스크 귀신 할멈이었는데 뭐 어딜가도 마스크 만큼은 양보가 안된다. )

 

 

한국 도착

 

 

한국 입국 절차가 삼엄해졌다.  마치 옛날에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드나들때 미국 이민국 통과하느라 줄서서 기다리던 것처럼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우선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입국에 필요한 서류 세장을 나눠주며 기입하라고 했다. 한장은 세관통과용 늘 쓰던 것이고, 두가지는 코로나와 관련된 것들.  그것들을 줄서서 기다리며 하나 내고, 또 줄서서 또 하나 내고 뭐 이런 식으로 여러차례 줄을 섰다.

 

 

나는 직장에서 학교 근처 Air BnB 오피스텔을 하나 잡아 줬는데, 그 오피스텔 번호가 주소에서 누락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고 이메일을 확인하여 오피스텔 번호를 제출해야 그 마지막 입국 관문을 통과 할 수 있었다.  번호 확인이 안되면 통과가 안된다고. 뭐 한참 후 간신히 연락이 되어서 통과를 할 수 있었다. 

 

 

 

보건소 행

 

 

내가 입국 절차를 밟은 동안, 나를 픽업하려고 공항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서 텍스트가 왔다. 관활 보건소에 예약을 해놨으니 그리 바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학교에서 내 자가격리를 도와준 담당선생님이 내게 보내 정보로는 보건소에서 근무를 오후 6시까지만 하므로 그 이후에 도착할 경우 다음날 아침에 예약하고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는데 -- 남편은 오후 7시 30분 예약을 해 놨다니 이것은 무슨 조화인걸까?

 

 

 

남편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나를 기다리는 동안 거기서 근무하는 공무원,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르던 정보를 많이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연락해서 예약을 하게 되었다고. 

 

 

 

사연은 이렇다. 우리 학교 선생님은 해당 보건소의 웹사이트를 찾아보고 거기 적힌 정보를 내게 친절하게 안내해 준 것인데, 웹사이트 정보와는 상관없이 해당보건소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시간대로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학교 선생님에게 이 정확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코로나 검사및 보건소에서 준 자가격리 물품

 

 

그 시각에 예약하고 나타난 해외여행자가 나밖에 없어서 가자마자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 작년 겨울에 Flu A 검사 받을때와 같은 방법과 동일했다. 길다란 대롱을 콧구멍에 집어 넣었다 꺼내고, 입도 아 벌리라고 하고 뭔가 찍어내고.  아 그 콧구멍 검사가 찔끔 눈물이 나게 괴롭다. 딱히 아픈것은 아니지만 찔끔 눈물이 나게 톡 쏘는 데가 있다. 뭐랄까...바다에서 수영하다가 갑자기 코로 물을 삼킬때 코가 찡한거...뭐 그런 느낌하고 비슷핟. 아무튼 순식간에 벌에 쏘이듯 하는거니까 겁먹을 것은 없다. 

 

 

보건소 직원이 조그만 가방에 자가격리 물품을 건네 주었다.

 

  •  손소독제 큰 병 하나
  • 일반 스프레이 소독제 큰 병 하나 (청소하거나 비품에 뿌리는 것)
  • KF94 마스크 세장
  • 방역용 쓰레기 봉투 한장 (내게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
  • 14일간 사용할 일회용 체온계 (1개로 5회 검사 가능하다고 함) 

 

사실 '체온계' 관련 작은 실수가 발생했다.  보건소에서 나를 맞은 직원 분이 이 자가격리 꾸러미를 내게 주면서 "체온계도 들어있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이 꾸러미를 남편에게 주면서 "체온계도 들어있대" 했다.  내가 검사를 받고 나와서 차에 타려는데 -- 그 사이에 꾸러미를 확인하고 있던 남편이 "체온계가 없어" 한다.  그래서 다시 직원에게 가서 체온계 있다더니 없다 뭐 이럭저럭해서 그걸 받아왔다.  

 

 

 

뭐 안내판에는 '차량 이용객' -- 차량안에서 라고 적혀있었지만, 내가 차를 끌고 갔을 때는 차를 주차시키고 와서 검사받으라고 하더라. 저 안내문과 달랐다.  뭐랄까, 뭔가 허둥댄다는 느낌?  이런 현상에 대해서 딱히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담장 직원은 내게 친절했고, 성실하게 일을 하고 계셨다. 그냥 시스템이 뭔가 아직 정착이 안되고, 담당자도 갑자기 배정된 일이라 아직 뭔가 모르는 부분이 있고 그런것 같아 보였다.  전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난리를 겪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불평을 한다면 내가 모자란 인간이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다. 2020, 7, 2.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30. 03:13

카맥스 (carmax https://www.carmax.com/ ) 라는 중고 자동차 거래소가 있다. 내가 2009년에 사서 사용하던 차를 팔러 갔다.  한국에서는 아반테, 미국에서는 엘란트라로 팔리는 자동차이다. 2009년에 이 차를 사게 된 이유는 당시에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가 경기를 활성화 시키려고 헌자동차를 가져와서 새자동차를 살 경우에 여러가지 가격 할인을 하게 해 줬다. 그런데 소형차를 사야지 유리하다고 해서 당시에 내가 운전하던 크라이슬러 타운앤컨츄리를 갖다 주고 이 차를 받아왔었다. 

 

햇수는 10년이 넘었지만, 흔히 중고자동차 거래할 때 자동차 세일즈하시는 분이 하는 대사 (영화에 나온다) "이게요, 여교수님이 타던 차에요. 깨끗합니다" -- 바로 정말로 그런 차에 해당되는 차이다. 이 차를 가지고 두 아들의 대학 입학과 기숙사 뒷바라지를 했다. 이 차가 내 곁에 있는 동안 이 차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경계를 넘나들며 네번을 이사했고 다섯 집에서 살았다.  

 

매클레인의 2층 집에서 살 때 이차를 샀고, 그후에 매클레인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그 후에 메릴랜드로 갔었고, 페어팩스로 갔다가,  이리로 왔다. 이리 온 후에는 일년 가까이 차고에 가만히 있었다. 아들에게 내가 새 차를 물려줬기 때문에 이 차는 할 일이 없어졌다.  그 사이에  고등학생이던 두 아들이 장성하여 사회인이 되었다.  이 차는 내 소중한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던 아주 소중한 친구였다. 

 

우리 왕눈이도 이 차를 좋아했다. 참 많은 추억이 이 차에 스며있는데, 하지만 이제 우리 가족을 돌보는 일에서 벗어났으므로 다른 가족을 만나서 그들을 돌보는게 낫다 싶어서, 차를 끌고 카맥스로 갔다. 

 

카맥스 직원이 차를 꼼꼼이 살피고 가져온 견적이 우리가 미리 이리저리 알아보고 예상했던 가격과 일치했다. 그래서 아들과 나의 결론은 '카맥스'가 믿을만 하다는 것이다. 중고차를 팔아야 할 때 공연히 아는 사람에게 판다던가 해서 나중에 골치아플것 없이 카맥스로 끌고 가면 되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 사랑하는 차 한대가 내 곁은 떠난다.  그 후에 새로 장만한 파란색 사륜구동 자동차는 우리아들이 잘 쓰고 있다. 엄마가 자동차를 두대나 공짜로 자신에게 주었다고 좋아한다.  줄 수 있는것은 다 주고 싶은게 엄마 마음이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30. 02:49

지난주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내게 보내준 1,200 달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서 여러가지 용도로 거의 다 썼다. 어디다 썼는가

 

 

  • 우리 아들 직장 다닐 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고 Cole Haan 구두 아주 고급스러운 것으로 두켤레 사줬다. 
  • 한국의 가족 형제들을 위해서, 아웃렛에서 내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마다 사는 것들 (캐빈 클라인, 토미 힐피거, 랄프 로렌 셔츠등)을 샀다. 
  • 워싱턴 디씨 다녀오는 휘발류값이며 호텔비. 
  • 한국마켓에 들러서 우리 아들이 다음에 내가 올때까지 엄마 생각하면서 먹을수 있는 한국 과자들 등 미국 그로서리에서 구하기 힘든 한국 식료품들을 카트 한 가득 샀다. 수백달러어치다. 
  •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안 사도, 가족들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돈 쓰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 그 1,200 달러를 정말로 서민들이 살만한 실용적인 것들을 사는데 거의 다 소진했다. 잔돈 남는것은 지갑에 갖고 있다가 공항에서 아들에게 '팁'으로 던져 주고 떠날것이다. 

 

 

미국사람들은 정부가 코로나 사태때문에 뿌려주는 1200달러 안팎의 지원금을 '코로나 머니'라고 부른다. 아들의 직장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렇게나 써버리지 말고 저축을 하라'고 조언을 한다고 한다. 이미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고. 아들에게는 코로나 머니를 어떻게 썼는지/쓸것인지 묻지 않았다. 돈모아서 집 살 고민을 하느라 두 아들이 철없이 돈 쓰는 엄마보다 훨씬 진지한 편이다. 실용적인 미국 스타일로 두 아들이 삶의 개척해 나가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까 말이다. 

 

 

나의 입장은 -- 내가 한국에서 돈 벌고 한국에다 정직하게 세금내고 살고 있는데 미국정부에서 내게도 수표를 보내줬으므로 그냥 순수하게 '고맙다. 미국 정부에서 준 돈, 미국에서 다 쓰고 가는게 예의다'라는 입장이다. 

 

****   *****

차별의 문제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돈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년에 참 많은 금액을 한국에 세금으로 내고 살고 있다. 나는 정직한 납세자로서 내 의무를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번에 정부에서 코로나 관련 기금 나오는것 신청을 했는데, 그 절차를 생각해보니 -- (그때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지나갔다) 그 정부에서 주는 코로나 머니가 '세대주'에게 일괄적으로 가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나와 남편은 사이가 좋다. 내 돈을 남편에게 다 줘도 아깝지가 않다. 부부는 한 팀이니까.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공기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납세자인 내 이름으로 수표가 날아온 것을 보면서 문득, '뭐지?  한국에서는 왜 나를 무시하지? 내가 어엿하게 독립적인 납세자인데 왜 나를 싹 무시하고 세대주에게 돈을 준다는거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전업주부라서 별도로 세금을 내는 것이 없고 '세대주'가 대표로 세금 내고 산다고 치자. 그러면 나도 동의할수 있다. 세대주가 그 집안의 유일한 공식적인 납세자라면 말이다.  나의 경우는 나도 내 월급에서 세금 나가고, 남편도 월급에서 세금 나가고, 어쩌면 내가 내는 세금이 남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편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도, 나는 통장으로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 뭐가 그런가? 왜 나를 무시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화가 치미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사이좋은 부부이니까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별거를 하거나 사이가 아주 틀어진 부부라면?  세대주에게 일괄 지급된 그 돈이 공평하게 나눠질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결혼한 여성 납세자는 '세대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차별이 참 싫다.  내가 심지어 나를 낳아 키운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서 화를 내는 부분이 이미 어릴때부터 가족 내부에서부터 '차별'을 경험하고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어떤 사회이건 '차별'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몹시 화가 난다.  물론 미국이 완전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종 차별 문제로 지금도 여기저기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냥 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공기가 훨씬 상쾌한 것은 사실이다. 

 

****    *****

중소 사업자들의 시각

 

 

코로나 지원금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태도를 비교 할 때 내가 투덜대는 또 한가지는 "미국에서는 돈 보내주고 맘대로 쓰게 내버려 두는데, 한국에서는 조건이 하도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아예 '치사해서 돈 안쓰고 만다'는 느낌이 들도록 유도하는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거지야? 돈을 주려면 주고 말려면 말지 뭐가 그렇게 조건이 많아?  세금 낼거 다 내고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 이런 느낌. 

 

 

그래서 나는 개인으로서 짜증스러워하는데 -- 미국의 중소 사업자들은 바로 그런 문제로 미국 정부에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는 코로나 지원금을 중소 업소에서 쓰도록 유도하는데 미국은 왜 그런 방법을 안 쓰는가?' 뭐 이런 논지로 비판을 한다고 한다. 

 

 

중소 사업자들의 비판도 일리 있다고 본다. (내가 개인 입장에서 불평하듯, 그들도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비판 할 수 있다고 본다.)

 

 

 

뭐 그나저나 한국 지방정부에서 내게 보내진 코로나 지원금은 내가 7월 10일까지 쓰지 않으면 다시 지방정부로 귀속된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그거 한푼도 못써보고 만다. 뭐, 정부로 곱게 환수 된다면 나는 상관없다. (중간에 이상한 사람이 착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6. 29. 13:38

 

방학에 미국 집에서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미국판 [The Office]를 아무데나 열어서 보곤 한다.  여러차례 보니까 줄거리도 대충 아는고로 그냥 재미 없던 에피소드는 통과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듬성듬성 보는 식이다.  

 

안젤라가 앤디의 간청으로 약혼을 해 놓고는 드와이트와 회사 구석에서 정사를 이어가는데 이래저래 직장 동료들에게 현장을 들키기도 하고, 동료들도 눈치껏 대충 상태를 짐작하거나 파악하는 분위기 이다.  그들중에 현장을 잡은 직장 동료 필리스 여사가 '약점'을 잡은 것을 기회 삼아서 안젤라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즐거워한다.  말 안들으면 네가 무슨 못 된 짓을 하는지 약혼자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에게 말해버리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안젤라가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대로 일을 하다가 어느날 폭발한다. 시키는 일을 안하겠다고 버틴다 '넌 어차피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거야. 난 안해!' 이러고 버텼는데.  필리스는 '그래?' 하고 돌아서더니 그자리에서 곧바로 사무실 사람들에게 공표를 한다. "안젤라와 드와이트가 회사에서 ***을 한다!"  마침 이 자리에 약혼자 '앤디'가 없었다.  평소에 짐작하던 사람들도 이제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고 약혼자인 '앤디'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 잘못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자 사무실 사람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앤디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물론 안젤라는 절대 자신이 고백 할 수 없다고 펄쩍 뛴다.  아무도 차마 앤디에게 '네 약혼녀가 네 직장 동료와 회사에서 ** 한다'고 말할수 없다.  직원들은 보스인 마이클에게 '네가 말하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마이클에게도 그런 당혹스런 이야기를 전하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나는 절대 못해'하고 이 일에 끼어들지 못하겠다며 퇴근하겠다고 나가버리는데, 하필 차를 타고 떠나려는데 '천진난만한' 앤디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마이클은 자동차 운전대에 앉은채 막 운전을 하며 떠나려다 말고, 차 유리창 밖에 있는 앤디에게 "Angela is sleeping with Dwight...I am leaving... (안젤라가 드와이트하고 자...난 가야 해...) 이렇게, 마치, 남의 말을 하듯이, '저 하늘에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가는군...'하고 혼잣말을 하듯이 이 폭탄같은 소식을 전한다. 

 

 

앤디는 차를 타고 떠나는 마이클이 던진 부조리한 한마디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가늠을 하지 못한채로 사무실로 들어와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묻고나서야 간신히 사태를 파악하게 된다. 

 

 

내게는 마이클이 얼머무리듯, 마치 잔기침을 하듯, 혹은 머리를 긁적이듯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우물우물 '폭탄같은 소식'을 던지는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정말로 무서운 소식은 저렇게 우물우물 오는거구나.  마이클은 천재구나. 저런 소식을 정색을하며 심각하게 전하면 그림이 얼마나 심각해질까.  저런 소식은 그냥 우물우물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꽁무니를 빼면서 흘리는거구나...  그것을 배웠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