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8. 21. 17:11

 

50여일 내가 학교를 비운동안, 나의 꽃밭을, 학교 복도를 청소해주시는 여사님이 잘 관리를 해 주셔서 서양란이 역대급으로 무성하게 피어났다.  꽃가지가 자라나는 것을 떠나기 전에 보았으므로, 내가 없는 동안 꽃이 피었다가 다 기울었겠다고 상상했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한채 피어나고 있다.  동양란인 '향란'은 꽃대 마른것 세줄기가 남아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피고 진 흔적. 나는 나를 기다리다 까맣게 마른 그 꽃대를 잘라 주었다. 애썼다.  비록 네 향기와 꽃의 자태를 만나지 못했으나, 네가 얼마나 아름답게 피었을지 나는 상상할 수 있다. 

 

오늘부터 개강이다. 나는 화요일에 수업 스케줄이 잡혀 있으므로 내일 학생들과 만난다.  오늘은 내가 관리하는 프로그램 관련 일을 마무리하고 인턴들을 만나느라 분주하다.

 

귀국후에 몸을 가누기 힘들정도의 피로감이 지속되어서 도무지 개강 준비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양수액'이라도 맞고 오면 나으려나 싶어서 단골 내과에 갔더니 대뜸 '코로나 검사'부터 하자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에게는 영양수액을 맞출수가 없다고 해서 영양제도 못 맞고, 코로나 증상을 개선시켜주는 일반 몸살감기약 종류하고, '팍스로비드'라고 하는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 받았다.  작년에 코로나 확진 받았을때는 해열제 하나도 처방해주지 않아서, 나 혼자 알아서 타이레놀 몇알 먹고 그냥 버텼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로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하는가? 약이 남아도는가?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작년에 아무 처방 받지 않고도 며칠만에 회복한 경력이 있으니 팍스로비드는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감기약 사흘치 먹고 그냥 드러누워 티브이나 보면서 약기운에 자고, 깨면 과일을 소처럼 씹어먹고, 다시 약먹고, 자고, 먹고 하니 몸이 가뿐해진다.  뭐랄까, 나를 여름내내 짓누르던 피로감 같은것이 이제사 해소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2차도 무사히 탈 없이 그냥 감기약 몇끼로 지나가고, 무사히 개학을 맞았다.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개강에 맞춰서 몇가지 프로그램을 열고 자리를 잡으면 - 다시한번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몸이 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가끔 생각한다. 내가 많이 겸손해진다. 

 

***

마치 확진을 받을 것을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내과에 가기 전에 근처 농산물 도매시장에 가서 과일을 엄청 사가지고 왔었다.  '홍로'라는 햅사과와, 방울토마토, 거봉 포도, 참외, 키위, 오이 등등. 그리고 쿠팡에서 세일한다길래 주문해 놓은 그릭 요거트 큰통 두개 등등.  이런 것들을 잠에서 깨어나면 '소'처럼 우적우적 먹어치우곤 했다. 먹고, 자고, 약먹고, 또 자고, 먹고, 자고, 약먹고 또 자고. 정말 원없이 자고 먹었다. 약기운때문인지 자려고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에 빠졌다.  과일과 오이를 배터지게 먹고, 참 실컷 잘 잤다.  아무래도 이것이 별 탈 없이 감기 앓듯 코로나를 이겨낸 비결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 내게 정말로 어떤 휴식의 계기를 주신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나를 돌보시니 무슨 일이 생겨도 나는 기뻐하면 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3. 8. 5. 22:27

성경책에 키가 작은 사나이 얘기가 나온다. 삭개오 (Zacchaeus) 라는 사람이다. 그는 예수께서 마을을 지나가신다는 얘기를 듣고 거리로 나왔으나 키가 작아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도무지 예수님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급한 마음에  돌무화과 나무에 기어 올라갔다. 예수께서 돌무화과 나무위에 올라간 삭개오를 발견하시고 기뻐하셨다. (누가복움 19장 1-10)   그림에서 삭개오 스펠이 잘못되어서 지우고 고쳤다. 

 

올여름 마지막 초크 드로잉이 아닐까.  다음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예수님께 바치는 나의  노래다.

 

 

 

 

아들내외가 신혼집으로 장만한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위에 보이는 3층 열린 창문의 방에서 나는 책을 보고, TV를 보고, 책원고를 쓰고, 창밖을 내다봤다. 며느리가 (옆에 세워진) 제 차를 내줘서 편안히 돌아다닐수 있었다. 집 옆 잔디밭에서는 어미토끼와 아기토끼가 여름내 뛰놀았다. 아침 저녁으로 이웃집 개들이 산책을 했고, 그 중에 두마리는 나를 알아보고 멀리서도 반가워했다. 뒷마당에서는 며느리가 정성스레 심은 다알리아가 여름내내 꽃을 피웠다.  2층 베란다에서는 가지와 고추 그리고 노란 방울토마토가 자라났다. 고추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의 친구 까마귀들이 놀러왔다. (먹이를 찾으러 온거지만). 

 

 

엄마 아버지가 유쾌하시기 때문에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겨울에 다시 오셔도 좋다는 며느리의 허락을 받았다. 하하하. 

 

 

나는 저 열린 창문의 방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 비록 제 키가 작고, 제가 늙고, 옹졸하고, 죄를 아주 많이 지었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해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항상 옳으시며 사랑이 가득하시며, 저희는 안심하고 살아갈수 있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Books2023. 8. 3. 23:32

 

 

집 2층 발코니 난간에 새 모이통과 물통을 달아놓고 매일 모이를 주니, 버지니아에 상주하는 각종 새들이 종류별로 와서 모이를 먹는다. 새모이중에 '해바라기씨'를 다람쥐가 좋아해서, 다람쥐들도 온다.  어느날부터인가 까마귀들이 보이길래, '까마귀는 뭘 먹지?' AI에게 물어보니 잘 가르쳐준다. 마침 집에 냉장고에서 한달 넘게 외면당하고 있던 포도가 보이길래, (아무도 청포도에 관심이 없어서 청포도가 냉장고 안의 장식물처럼 오래오래 거기 있었다. 나는 수박이나 허니듀 같은 것을 먹고, 다른 식구들은 사과나 내가 먹는 것을 먹으니까 포도가 의문의 일패를 당하고 있었다) 그것을 난간에 구슬처럼 하나하나 세워 놓으니 냉큼 와서 집어 간다.  맥도널드에서 먹다 남긴 '프렌치프라이'도 잘게 잘라 주니 금세 물어가고, 닭튀김 부스러기도 놓아주니 신났다고 가져간다.  그렇게 하여 나는 점차 까마귀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까마귀들에게 관심이 생기자 - 뭐,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여 까마귀 관련 서적도 몇권 샀다. Yes24에서는 일본 학자가 쓴 '까마귀책'을, Amazon에서는 AI가 추천한 미국학자의 책을 내려 받았는데, 아무래도 일본학자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읽기가 더 수월해서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까마귀 친구들'을 관찰하고 있다. 

 

시들시들한 포도를 난간에 세워 놓았을때, 까마귀들이 여러마리가 와서 물어가는데, 내가 관찰한바 최고 기록은 한놈이 세알을 물고 가는거였다.  게으른 애들은 한알, 대개는 두알을 물고가고, 어느 열정 넘치는 까마귀가 세알을 주루룩 한꺼번에 주둥이에 물고 가는 것을 한차례 본적이 있다.  귀여운 나의 친구들이다. 

 

까마귀들을 매일 관찰하면서 - 까마귀 관련 소설을 한편 지어야겠다는 창작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하하.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하다 죽어라  (0) 2020.09.22
맨발로 뛰는 뇌  (0) 2020.09.22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0) 2020.09.17
눈 기다림  (2) 2019.12.24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전병근 옮김  (0) 2018.09.10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3. 8. 3. 22:48

Great Falls 파크는 포토맥강의 일부로, 강의 이쪽은 버지니아, 강의 저쪽은 메릴랜드주이다.  미국 국립 공원 시스템에서 1번이 이 Great Falls 공원이다 (다른 어마어마한 국립공원이 수두룩 하지만, 그냥 번호 매길때 수도 워싱턴에 인접해 있어서 그냥 1번 준것 아닐까 추측한다).  메릴랜드쪽에서 진입할때는 입장료가 없는데, 버지니아 쪽에서는 공원을 조성해 놓고 입장료를 받는다. 승용차로 진입하면 차 한대당 20달러.  어쩌다 들르는 관광객이라면 입장료를 감수하지만, 지역 사람들이라면 입장료 절약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폭포 상류에 위치한 Riverbend Park 로 진입하는 방법이다.  폭포에서 약 1마일 (1.6킬로미터) 상류에 위치한 Riverbend Park는 공원이 아담하게 잘 조성되어 있지만 입장료가 따로 없다.  그리고 Riverbend 에서 Great Falls 로 향하는 강변의 숲속길이 정원과 같이 걷기에 편안하며,  '절경'이다.  폭포까지 왕복 2마일 (3킬로미터 안팎)을 평탄한 강변의 숲속길을 산택하는 코스이다. 

 

 

 

https://www.fairfaxcounty.gov/parks/riverbend https://www.nps.gov/grfa/index.htm

 

 

Great Falls Park (U.S. National Park Service)

Homepage

www.nps.gov

 

예전에 매클레인에 살때는 이곳을 내집 안마당처럼 드나들며 산책을 했었는데, 참 오랫만에 들렀다. 메릴랜드로 이사를 했다가, 페어팩스로 이사하고, 한국으로 가고, 그러는 사이에 10년이 훌쩍 지났고, 그동안 이곳을 찾지 못했었다.  옛 친구를 찾은듯, 혹은 고향집에 돌아온 듯 반갑고 편안하였다.

 

 

숲이 어찌나 깊고, 그윽한지, 숲길을 산책하는 동안 내 몸이 초록으로 물들것 같은 - 신비로운 초록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폭포 상류의 포토맥 강물은 호수처럼 잔잔하였다. 

 

 

 

 

폭포를 보고 다시 리버밴드로 거슬러 오며 나는 숲속의 나무를 만지며 말했다, "잘 있어. 크리스마스에 다시 보자."

버지니아는 8월 들어서면서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선선하여, 한국의 9월 중순의 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버지니아와 한국의 날씨를 비교하면, 버지니아에서 가을과 봄이 한국보다 빨리온다. 버지니아에서 선선한 가을을 맞고 돌아가면 한국은 아직도 더운 여름이고, 쇼핑센터에서 봄 옷을 전시하는 것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는 아직도 모피 옷을 팔고 있는 식이다. 그 외에는, 날씨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8월 1일에 원고 작업을 모두 마쳐서 편집자에게 보냈다. 오랫동안 기한을 넘겨 정체되었던 숙제를 마쳐서 보내고 나니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것이 사라진것 같았고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 그래서, 오랫만에 그곳에 간 것이리라. 홀가분해서.  만약에, 내게 그 책쓰는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나는 큰 부담없이 그럭저럭 놀며 지냈을까?  책을 쓰는 일이 내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무겁고 부담스러운 일이긴 했는데, 그것을 마쳐서 이메일로 전송하는 그 순간 -- '해방'의 안도감 혹은 -- 상상컨대 환각제를 대량으로 최대한 효과를 볼 만큼을 투여한 상태에서 나오는 그런 '환희감' 같은것 그런 것을 느꼈다. 그 환희감은 아직도 여전히 내 가슴에 잔잔히 남아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고통' 뒤에는 '고통의 양과 질'만큼 그에 상응하는 '쾌락'이 오는것 같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쾌락이라고 해도 좋고.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이 사는 사람은 고통도 없지만 쾌락도 없을것 같다...  쾌락은 고통만큼만 주어지는 '위로'가 아닐까?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고 말씀하셨을때, 그것이 우리가 늘 기쁘고 순탄한 상황을 살아서가 아닐것이다. 이 세상 사는 일이 온통 고통으로 가득차있어서 -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기뻐할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옛날에 (아마도 2005년. 그러니까 18년 전이구나) 버팔로의 나이아가라 폭포에 간적이 있다. 그 때 폭포의 상류에서 잠시 수영을 하였다. 물 흐름이 고요했기 매문이다.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물흐름이 빨라지긴 하지만 그 윗쪽으로 올라가면 '호수'같이 고요한 부분이 있다.  거기서는 설마 지척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고요하다.  그 고요 후에 폭발적인 어마어마한,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한 폭포의 풍경이 펼쳐진다.  태풍 직전의 고요, 혹은 태풍의 눈 속의 고요와 흡사하다.  우리가 '고요한 기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 그 기도의 시간을 통해 '폭발적인 힘'을 예비하기 위해서이다.  어차피 온 우주는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고요의 에너지를 폭포의 에너지로, 태풍의 에너지로, 혹은 다른 에너지로 바꾸는 것. 그것이 기도자가 하는 일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3. 7. 31. 01:13

 

 

This is my father's land.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상은.

 

오랫동안 지체되어 왔던 책 원고 작업을 어제 대충 마쳤다. 아직 출판사에 보내기전에 세부적인 것을 통독하면서 확인하고 다듬어야 하지만, 하루 이틀이면 끝날 것이고, 내일 모레 쯤 전송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원래 이미 출간 되었어야 했는데, 내가 작년에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느라 모든 것이 정지되었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책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제 간신히 숨을 돌리고 - 버지니아 집에서 대충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침에 제법 선선한 아침 바람 속에서 작업을 하였다.

 

며느리가 나와서 나무 그림 작업을 도왔다. 나무에 '아무 열매나 마음껏 그려 넣으라'는 지시에 커다란 파인애플과, 빨갛게 익은 고추까지 그려 넣은 나의 친구 - 나의 며느리.  나는 며느리를 '딸' 같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며느리는 내게 'Mom!' 이라고 살갑게 부르고, 나는 그를 '친구' 대하듯 한다.  우리는 제법 사이가 좋다. 생각이 통하고 뜻이 통하고, 나는 그를 간섭하지 않고, 그는 나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방문자로 잠시 머무르는 동안, 남에게 (형제자매나 부모나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신경질적인 성격에도 아들 며느리의 집은 편안하고 유쾌하였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책도 읽고, 나무와 대화하며 그 품에 매달려 놀고, 그리고 그늘에 배를 드러낸채 벌렁 누워 낮잠을 자거나 빈둥대는 것 -- 그것이 내가 상상하는 즐거운 여름날의 풍경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불러오는 두마리의 물고기가 '호쿠사이'의 '파도' 속을 유유자적 놀고, 고양이, 여우가 함께 놀고, 새들이 날아다니다.  나무에는 여러가지 과일들이 주렁주렁.

 

이것이면 족하다. 나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내게 선물해주신 세상.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