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ng, 1969, Acrylic and aluminium on canvas

Photo by Lee, Eunmee, 3rd Floor,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January 14, 2011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 3층에 걸려있는 쌤 길리엄의 '그네 (Swing, 1969).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은 여러점의 길리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전시되고 있는 것은 이 작품 하나, 그리고 Luce Foundation Center (그림창고같은 전시장) 구석에 평면적인 액자 작품이 하나 걸려있다.

Corcoran 미술관에서도 그러하고, 요즘 진행되는 필립스 콜렉션의 전시회에서도 그렇고, 미술관들은 길리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커튼 널어놓은 것 같은 작품 한점과 이런 작품들의 평면 모습을 보여주는 액자 작품을 형제처럼 걸어놓는 편이다.  그리고 그 외의 평면적인 다른 작품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 이다.  그는 60년대외 70년대에 이렇게 '걸어 놓는 캔바스' 작업에 열중하고, 그 이후에는 꼴라쥬를 위시한 다양한 작업을 했는데, 미술관에서는 그의 '널어 놓는 설치 미술' 쪽에 애정을 보내고 있는듯 하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이 '널어 놓는 캔바스'가 그의 독특하고, 새시대를 여는 발상이었고, 나머지는 남들도 다 하는 것들이니까 그럴 것이다.

아래는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의 쌤길리엄의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풍경이다.

사실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은, 나의 관심이 백남준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백남준 보러 갔다가, 간김에 또 한바퀴 둘러보던 식이었다. (그래서 결국 온종일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왼쪽 구석에 쌤길리엄의 '그네'가 매달려 있다. 전시실 중앙에 백남준의 'Zen' 이라는 텔레비전 작품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 백남준씨 작품을 보고 지나치면서, "테레비가 고장이 났나?" 뭐 이러고 말았었다.  그런데 바로 이 '한줄 그은듯한 선' 그것이 백남준씨가 의도한 'zen'이었다.
창문이 있고, 하얀 석고상같은 여자가 창밖을 내다보는 작품이 Georg Segal의 조각 작품이고, 오른편에 Rauchenberg 의 콜라쥬 작품이 두점 보인다.






 




3층 전시실 복도. 내가 사진을 찍는 위치가 백남준의 Megatron/Matrix 전시실 입구 쯤이 될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왼편 전시장에 백남준의 방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20세기 비디오아트 기획전이 진행중이다. (현재에도 진행중).  쌤길리엄 작품 외에 전시장 전체를 담아보는 이유는, 이것이 그가 속한 미술의 어떤 시대이고, 그리고 그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술가들의 일생을 단 몇줄로 요약해보면, 대개는 그의 '대표작'이 한두가지 들어가게 되는데, 그 대표작이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지. 삶의 어떤 시간속에 그 어떤 순간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그것만을 기억할 뿐이지.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잊혀지고 말아.  쌤 길리엄은 현재 노인이지만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하게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할수 있지.  그런데, 아직 그의 삶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이지만, 획기적인 어떤 변화가 없는한, 결국 그는 벽에 걸어놓은 커튼같은 캔바스작품, 그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같은 설치미술작품 이 두가지로 기억되고 말것이지.

우리가 어떤 사람의 삶을 기억할때는, 그의 '종말'이 아니라, 그가 가장 빛나던 순간을 기억해주는 것이 좋을것 같다.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어 시체되고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의 가장 빛나던 장면 그런 것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예술가를 기억할때는 그의 마스터피스를 기억해주니까.

종말이 아닌, 삶의 장면들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삶은 다른 각도에서 무척 신기로와 보일것이다. The best is yet to come. 내 인생에 최상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이런 백치같은 optimism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3. 9. 20:5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65796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 기획전이 국립 미술관의 동관에서 오는 13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린다. 워싱턴 디씨의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은 서관(West Building)과 동관(East Building)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관에는 세계 고전 미술이 망라되어 있고, 동관에는 현대미술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국립 미술관에서는 2009년부터 In the Tower(탑에서)라는 타이틀로 타워 전시장에서 장기 기획전을 시작했다. 첫해인 2009년에는 미국 현대 추상미술의 대가인 필립 거스톤 (Philip Guston)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추상표현주의 작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기획전이 있었다. 이들에 이어 올 봄에 세 번째 기획전으로 백남준씨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6개월 이상 관객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이전에 소개된 필립 거스톤이나 마크 로스코는 특유의 자신만의 화법으로 미국 미술을 세계 미술계에서 한 단계 도약시킨 유태계 거장들이고, 한국계 백남준은 시청각 예술과 테크놀로지와 세계의 신화를 융합시킨, 미국이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거스톤과 로스코가 전시되는 중에도 나는 이 곳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었는데, 그 자리에서 백남준씨의 기획전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지난 2월 국립미술관에 갔던 나는 백남준씨의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는 안내 포스터 앞에서 한국에 두고 온 친정 오라비를 만난 듯한 각별한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는 달력의 3월 13일에 빨간 동그라미를 쳐 두었다. 개관하는 날 가서 그의 작품들을 보려고. 그리고 학생들과 필드트립을 갈 계획도 세워두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백남준의 입체적 비디오 아트 작품들 이외에 그의 회화나 스케치 작품도 별도로 공개가 될 것이고, 그의 삶과 예술과 관련된 영화도 한편 틀어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설령, 백남준에 대하여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다고 해도 관객이 현장에서 그를 만나고 그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난 1월 5일자 칼럼에서 국립미술관에 있는 그의 ‘엄마’라는 작품과, 2월 2일자에서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 소장품인 Megatron/Matrix라는 작품을 소개한바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국립미술관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거나 임대해온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에서는 백남준을 위시한 현대 비디오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한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리치먼드에 있는 버지니아 미술관(Virginia Museum of Fine Arts)에서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부처(Buddha, Watching TV)’를 만나 볼 수 있고, 버지니아 남부 해안도시 노폭(Norfolk)에 있는 크라이슬러 미술관(Chrysler Museum of Art)에서는 햄릿 로보트 (Hamlet Robot)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라는 기획전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도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를 ‘비디오 아티스트’ 정도로 알았지만, 그 당시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회화 작품들이 내게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1970년대 초반에 그가 스케치하듯 그려낸 작품들 속에 오늘날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스마트 폰’의 화면 같은 장면들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 때 백남준씨가 내 뒤통수를 한대 가격한 듯 한 충격을 받았다. 백씨는 오십 년 혹은 백년 후의 세계를 앞서 간 예술가처럼 보였던 것이다.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공부를 멈춘 적이 없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번개 같은 아이디어를 말로 천천히 표현하지 못해서 말이 종횡무진 건너뛰었다는 백남준. 그가 3월 13일, 우리 곁에 온다. 미국이 자랑하는 국립 미술관의 타워에 부처처럼, 선지자처럼, 그의 작품들이 온다. 전시회는 10월 2일까지 계속될 것이고, 그의 예술은 영원히 우리 기억에 남을 것이다.


국립미술관의 백남준 특별전 관련 공식 페이지: http://www.nga.gov/press/exh/3376/index.shtm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2. 2. 22:23


백문이 불여일견.  한번 보시지요. :)  백남준씨 자료는 차근차근 정리하여 제대로 엮어보려고 계획만 열심히..촬영 이은미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50196


내일은 설날이다. 나는 워싱턴의 하늘 아래서 떡국을 끓여 조상께 드리는 차례를 지낸다. 세상 어디에 가서 산다고 해도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의 전통을 지키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례이기도 하다. 명절 아침엔 한국의 가족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워싱턴에 살다 보면, 이곳을 찾는 지인들에게 관광 안내를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챙겨 줄 때가 있다. 워싱턴 디씨에서 한국인이 찾아 볼만한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 가봐야 해. 거기 3층에 가면 미국의 국보급 미술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거든. 링컨 갤러리 중심 부분에 미국 지도를 표방한 백남준의 일렉트로닉 하이웨이 (Electronic Highway) 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 정도는 웬만한 미국인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이지. 그런데, 사실 더 놀라운 작품이 거기 숨어있어. 바로 그것을 가서 봐야만 하는 것이지.”

           나는 일단 그 숨어있는 작품 생각을 하면 심장이 쿵 뛰고 코끝이 찡해진다.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 3층 북쪽 회랑의 오른쪽 구석방에 백남준의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는데 제목은 메가트론/매트릭스 (Megatron/Matrix). 전체 215개의 화면에 두 가지 각기 다른 주제가 서로 연결되어 돌아간다. 메가트론 쪽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국 관련 화면들이, 매트릭스 에서는 나선형 속의 개인이 비쳐지면서 개인과 세계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도록 이끈다.

           나는 미술에 관심 없고, 비디오 아트가 뭔지도 몰라. 그러므로 나하고는 상관 없어라고 내 친구가 말한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이건 미술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상관없고, 시각장애인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냥 거기 가서 그 작품 앞에 5분쯤 서있거나 앉아있기만 하면 돼. 백남준이 이 작품에 숨겨놓은 것이 따로 있어.”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 디씨, 미국이 자랑하는 국보급 미국미술품을 소장하는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 3. 거기 빙글빙글 돌아가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가? 그것은 바로 가수 조용필의 노래이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소리쳐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 코드 속에 반복적으로 끝없이 심어놓은 한국의 이미지들, 그 이미지들이 모니터를 수놓으며 변화해 가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트의 음악들이 그 흘러가는 화면들과 맞물리는데, 그 속에서 홀연히 흘러 나오는 조용필이라니.  내가 한번이라도 국립 미국미술관에서 한국인 조용필의 노래를 들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백남준씨는 물론 한국이 낳은 한국의 아들이고, 미국 국적의 아티스트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은 그를 한국 출생 미국 미술가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국적이 무슨 상관이란 말 인가, 그는 한국의 아들인데. 

           조용필은 한국의 국민가수로 알려져 있고, 그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불세출의 히트곡이라고 한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여 미국을 자주 오가던 국민가수 조용필은 간단히 취득 할 수 있는 미국 영주권조차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의 국민가수로 생을 마칠 작정인 모양이다.

           미국 미술관에서 백남준과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맞닥뜨린 이후 내가 이 미술관을 찾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메가트론/매트릭스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 구석에 가서 밥 한끼를 먹을 시간만큼 앉아있다가 나온다. 허기진 가슴이 밥 한끼만큼 차오른다. 이국 땅, 워싱턴 디씨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 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애국가보다도 그 어떤 명곡보다도 더 거친 함성으로 대한민국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미국의 심장부에 한국을 심어 놓은 것이다. 이것은 고국을 떠나 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던 백남준의 그리운 노래이리라. 그리고 나의 그리운 함성이기도 하다.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은 매트로 레드라인 (Red Line) Gallery Pl Chinatown 역 앞에 있으며 오전 11 30분 개장 오후 7시에 닫는다. 입장료는 물론 무료이다.



이은미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