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숙소 현관에서 '열감지 센서 카메라'에 걸렸다. 내가 지내는 곳의 현관에는 '열감지 센서 카메라'와 '요원'이 24시간 지키고 있어서 (공항 같다) 출입자들이 그곳을 통과해야 숙소에 진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내가 그 카메라에 걸린 것이다. (제길슨.)
뭔가 삐리리리 소리가 나자 '요원'이 나를 제지하고 체온계를 이마에 갖다 댄다. 34.8도 --> 이것이 인간의 체온이야? 나 파충류나 물고기가 아닐까? (사실 나는 인어공주였어).
다시 재도 그 체온이 나온다. '요원'이 '상급자'를 불러서 의논을 한다. '상급자' --> 관리실 부장님이 "기계 오류인가보죠. 그냥 가세요" 뭐, 내가 생각하기에 내 체온이 '인간의 체온'이 아니므로 '이상'을 감지하고 삐리리 울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후로는 그 열감지 센서 앞을 지나기가 겁이 난다. 만약에 내 체온이 이상체온으로 걸리면? 그럼 나는 어디론가 끌려가는거야? 응? 나 어떻게 되는거지? 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는 것이다. (실소). 그러자 갑자기 건물 내부의 '자가 격리실' 이런 표시도 눈에 확 들어오고, 혹시 내가 열이나면 저기 갇히는건가? 뭐 여러가지 생각이 난다. 그러다가 키득키득 웃고 만다.
코로나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는데, 내가 이런 소재로 개그를 하는것은 실례지만 -- 만사 웃고 지나가는 의미에서 -- 설령 이 일이 내게 닥쳐도 그냥 웃고 지나가기 위해서 가상의 개그를 해본다.
만약에 이것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근심하듯 전세계에 퍼져가고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질병이 된다면 -- 그래서 그것이 어떤 일상이 된다면,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일 것이다.
갑: 야, 너 요즘 안보이던데, 갔다 온거야? (어디: 이부분이 생략된다. 그곳을 말한다)
을: 응. 나도 갔다 왔지. 넌 전에 갔다 왔지?
갑: 그렇지. 네가 간 곳은 어땠어? 밥은 뭐가 나왔어?
을: 아이고, 고단위 영양식을 주는데 내가 고기를 못 먹쟎아. 고생좀 했지.
갑: 그랬군, 나는 시골에 갇혀 있다 왔는데, 그 마을 이장님이 배식당번이셨어. 매일 된장국에, 아주 자연식이었지. 좋았어....
을: 그랬군.
갑: 그런데, 이장님이 배식하다가 전염되어가지고 나중에는 내 방에서 합숙하셨지. 이장님 사모님 음식솜씨가 아주 좋았어. 아 그립다... 그 맛.
병: 자네들 거기 갔다 온 얘기하는건가? 난 아직 못 가봤네...
갑: 자네도 곧 다녀올거야. 걱정은 말게. 우리나라 의료진 솜씨가 좋아요. 손 잘 씻고. 마스크 줄까?
병: 마스크는 나도 있네. 고맙네.
그냥, 닥치는 대로 사는거다. 믿음, 소망, 사랑을 가슴에 품고, 주님 곁으로 가는 그날까지.
# 난 맨하탄에 가서 스탠드 업 개그를 해야해.
***
그런데 문득 새벽의 꿈이 생각났다. (이건 뭐지?)
내가 외양간의 소를 풀어놓고, 세숫대야를 가져다가 소를 세숫대야에 담아놓고 (강아지 목욕을 시키듯) 얼굴이며 두루두루 손으로 씻어주니 소가 착하게 세숫대야에 가만히 앉아 있다. 소를 다 씻고나서 이놈을 세숫대야에서 꺼내야 하는데 무거워서 들을수가 없어서, 세숫대야를 한쪽으로 들어올리니 소가 세숫대야에서 빠져나와 '외양간에 웅크리고 앉아있듯' 그자리에 평안하게 앉아있다. 나는 꿈속에서도 '소가 참 순하기도 하다. 강아지 같구나' 하며 감탄하다. 깸.
(시시탐탐 비누로 손 씻으니 꿈에서도 뭔가 열심히 씻는 모양이다.)
'Hum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은: 파주인건가? (0) | 2020.04.29 |
---|---|
박사와 '머리'와의 상관 관계 (1) | 2019.09.25 |
일당백 (0) | 2013.09.25 |
윤창춘 레슬링 (0) | 2013.05.25 |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가족에 대한 언론의 태도 (0) | 2013.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