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or2019. 9. 25. 08:59

공 작가는 "그의 요청으로 동양대에 강연도 갔었다"고 진 교수와의 친분을 언급하면서 그에 대해 평가했다. "실은 고생도 많았던 사람이었다. 좋은 머리도 아닌지 그렇게 오래 머물며 박사도 못 땄다"는 것이 공 작가의 평가다. 이어 그는 "사실 그(진 교수)의 논리라는 것이 학자들은 잘 안 쓰는 독설"이라며 "그의 단정적인 말투와 거만한 가르침을 보며 똑똑한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깎아내렸다.

[출처: 중앙일보] 공지영, 진중권에 독설 "좋지 않은 머리···돈주면 개자당 갈듯"

 

 

심했다. ABD라고해서, All But Dissertation - 과정은 모두 마쳤는제 학위 논문을 아직 쓰지 못한 상태를 가리키는 타이틀이 있다.  박사학위 공부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관문인 학위 논문을 해결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많이 있다. 문제의 '진교수'도 아마도 그런 분들중 한분일 것이다.  그러면, 그분들이 '좋은 머리가 아니라서' 박사학위를 마치지 못한걸까?  소설가라는 분이라면 소설적 상상력으로 뭔가 한 사람이 학위를 마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기발한 상상도 할 수 있으련만, '머리가 좋지 않아서'라니. 이건 너무 심심하고 단순하지 않은가? 

 

 

내가 박사학위 공부 할 때, 내 주위에는 온통 '천재'들만 있는 것 같았다. 왜 아니겠는가. 대체로 본국에서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공부하던 아주 젊은 친구들이었는데다가, 정말 머리들이 좋아서 학술저널 한번 쓱 보고는 수업중 토론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나는 오직 '시간'을 들여서 사전 찾고, 읽고, 또 읽고, 줄치면서 읽고, 요약해보고, 그래도 정작 수업에 들어가면 생각이 잘 안나서 천재같은 동기생들이 교수와 진지하게 토론 하는 것을 옆에서 침 삼키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 잘난 내가 그랬단 말이다.)

 

 

나는 정말 내 동기생들을 존경했다. 진심으로.  그래서 그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똑똑한 천재들 속에 끼어 보려고.  물론 그들은 기꺼이 나를 '친구'로 인정해 줬는데, 그것은 내가 인심 좋게 가끔 한국식 김밥도 싸가지고 가서 나눠먹고, 순전히 '아줌마' 특기로 그들의 환심을 사거나, 그들이 아직 어려서 '창의력'이 부족한 부분을 나의 '관록'과 '이력'과 '경력'으로 채워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거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범한 아이큐의 소지자였고 (딱 대한민국 평균 아이큐이다), 그들은 국가대표 천재급 신동들이었다.  내가 석사로 들어갔을때, 그들은 박사학위과정으로 입학을 했다. (유펜 이런 명문대에서 석사 마치고 옮겨오고 그랬다.) 그러면 내가 출발선이 그들보다 한단계 늦지 않은가?

 

 

그런데 학위는 내가 제일 먼저 땄다. 나는 석박사 하는데 4년 걸렸고, 내 동기생들은 박사 하나 하는데 5년 이상 걸렸다. 내가 그들보다 머리가 월등하게 좋아서가 아니었다.  머리는 그들이 나보다 훨씬 좋았다. 영특했다. 나는 항상 그들을 존경했다. 

 

 

내가 머리 한참 좋은 내 동기들보다 진도를 빨리 뺄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간절함이다. 간절함. 간절함. 간절함.  목숨걸고 공부를 해 내는 간절함 같은게 내 삶을 지배해서다. 그냥 그 간절함으로 주변을 움직여 나간것 뿐이다.  오직 학점과 내 연구 과제에 촛점을 맞추고, 거의 모든 시간을 도서관에서 살면서, 그냥 공부와 연구작업만 들이 판 결과다. 

 

 

머리 좋은 내 동기생들이 방학이면 고국에 가서 쉬다 온다거나, 라스베가서, 뭐 비행기타고 미국 '명승지'에 놀러다닐때, 나는 텅빈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다. 천재같은 동기들과 '경쟁'을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나보다 잘났다. 경쟁 대상이 아니다.  그 대신 나는 시간과 경쟁을 하고 있었다. 빨리 학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절실함. 그것만이 나를 지배했다. 

 

 

내가 존경하던 내 친구들은 미국의 이름있는 주립대의 교수로 가서 활동을 잘 하고 있다.  나도, 먼 길을 돌았지만 결국 내가 향하던 곳에 이르렀다.  나도 내 계획대로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지금도 나보다 한참 어린 내 동기들을 존경한다. 그들이 박사학위를 나보다 길게 한참 한 것은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나는 절실했고, 내 논문에 필사적이었고, 그들은 넓게, 깊게 학문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니, 그들의 학문의 깊이가 나보다 훨씬 깊었을 것이다. 

 

 

지향성의 문제다. 어떤 사람은 학위논문까지 가지 않기도 한다. '이만하면 족하다'고 스스로 그 쯤에서 정리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 '머리가 안좋아서'라고 말 할수는 없다. 박사공부에 입문했으나 학위를 마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이유가 있다.  정말로 재수가 없어서 이상한 지도교수 아래에서 고생만 죽어라 하다가 물러 났을수도 있고,  혹은 중한 병에 걸려서 퇴장을 하기도 한다. 그냥 어디쯤서 힘이 빠져서 학위 논문 대신에 다른 길을 선택 할 수도 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머리가 안좋아서' 그런 길을 가게 된 것은 아니다. 

 

박사학위...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미국이건 한국이건 간에 박사학위는 빼어나고 영특한 지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좀 평균 수준의 아이큐를 가지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와 연구를 하고, 마지막 관문인 논문만 써내면 되는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 안쓰고 수료만 하신 분들중에 정말로 머리가 뛰어난 분들 많다.  그래서 나는 가끔 '박사학위'를 가지고도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고 사나? 이런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학위 논문을 잘 써내는 '성격'의 사람이 있고, 두루 넓게 공부하는 '성격'의 사람도 있고 그런 것이다. 

 

 

진교수가 박사학위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알지 못했지만, 우리집에도 그가 지은 미술 교양서적이 많이 있다. 대체로 잘 쓴 책 들이다. 그거면 족하지 않은가? 그렇게 좋은 책들을 써낸 사람을 향해서 '머리가 안좋아서'라고 말한다면, 도대체 책 한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지 못한 사람들은 다 나가서 죽으란 말인가?  머리는 왜 들먹이는가? 비난하고 싶으면 좀 우아하게 하면 좋을텐데.

 

 

그나저나, 진교수 요새 죽을 맛 이겠다. 이분은 소속 정당에서 나가고 싶을 뿐 아니라, 소속 직장에서도 나가고 싶으실것 같다. 아예 지구를 떠나고 싶을 것도 같다. 참 ... 이게 뭐냐 싶으시겠다.  그 한심스러운 상황에 깊이 공감한다.  어지러운 세상이다. 

 

* 진교수, 영어 되시면 나도 내 클래스에 특강 부탁드려보고 싶다.  영어 강의만 가능한 곳이라서, 난관이 있긴 한데...그냥 유창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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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