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장관의 자녀로 인해 대한민국 수시입학과, 힘있고 돈있는 이 사회의 부모들의 넘치는 후계자 사랑이 도마위에 올라있다. 뭐, 장관 따님의 입학 서류는 5년 기한이 지나 모두 폐기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검찰이 알아서 조사할 일이고, 사실 그 일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다.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
그냥, 좀, 궁금해진다. 최근 5년 사이에 한 해를 정해서, 그 한해에 서울대학교에 수시 입학한 학생들 서류를 싹 다 조사를 하여, 특히 학계, 재계, 언론계, 정계, 관계, 기타 힘쓰는 부모들 슬하의 자녀들 중심으로 이들의 스펙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연구를 하는거다. 빅 데이타 연구자들 몇 명 투입하면, 관계도가 나오지 않겠는가?
문제가 발견되면, 5년 데이타 다시 조사하고, 각 '인기있는 대학'으로 조사를 확대해 나가는거다. 자식가진 죄인으로 넘쳐나는 기묘한 사회. 힘없는 부모를 가진 청소년들도 공평하게 기회를 가질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일이 참 요원해보인다.
나 역시 자식 가진 죄인이니 뭐라고 입도 뻥긋 하지 못할 처지이긴 한데, 그래도...나는...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ESL 프로그램 책임자로 있으면서도, 가끔 자식 데려다가 학교 일도 막 시켜 먹었으면서도, 내 자식 인턴 따위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러들면 왜 못하겠나. 상장도 만들어 주러들면 왜 못하겠나. 하지만, 그건 참 비루하고, 염치없고, 남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걸 그렇게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할 수 있다니...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냥 바보로 남기로 하자, 기왕에 이렇게 된거.)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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