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tch2019.05.18 18:20

대학 근처에 있는 남자고등학교 학생들과 여자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원한 '대학 체험' 프로그램.  30여명 안팎의 두 학교 학생들이 토요일 오전에 모여서 두시간 가량 '커뮤니케이션' 주제의 수업을 듣는다.

 

2시간씩 네 차례에 걸쳐서 진행되는 워크숍에서 내가 계획한 내용들은

 

  1. What is communication?   What is intrapersonal communication?
  2. What is interpersonal communication?
  3. What is intercultural communication?
  4. What is mass communication? 

 

워크숍이니 만큼, 일방적 강의보다는 주로 짝이나 팀 중심으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나가며 스스로 주제에 대한 답을 찾거나 정의를 내리는 작업 위주로 진행한다. 오늘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는 날이라서, 몇가지 Information Gap 과제를 진행했는데 눈부실 정도의 장면들이 많이 연출 되었다. 

 

여자고등학교, 남자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이라 남학생과 여학생들은 남과 북처럼 따로 떨어져 앉아 있었는데, 나는 간단히 여학생에게 1부터 15까지 번호를 주고, 남학생에게도 동일하게 번호를 준 후에 동일한 번호끼리 짝을 지어 앉도록 하는 식으로 전혀 모르는 남/녀 학생들을 짝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합심하여 오직 '영어 말하기'로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과제를 주었다.  (대학원 시절부터 주욱 해오는 작업이기도 하다).  서로 전혀 모르는 동급생 여학생 남학생이 짝이 되어 함께 뭔가를 하려니 쑥스럽기도 할 것이다. 어떤 팀은 과제가 주어지자 마자 평생 알고 지냈던 친구들처럼 서로 눈을 마주치며 열심히 문제 해결을 했고, 어떤 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것이 영어의 문제인지 개인 성격 (낯가림, 수줍음)의 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두번째 과제를 주었을 때는 망설이는 사람없이 모두들 잘 해 낸것으로 보아 '낯가림'을 잘 극복해 낸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짝을 지어 의사소통 작업을 열심히 해 낸 학생들을 이번에는 네명씩 소그룹으로 묶어서, 각 팀별로 'What kind of skills do we need to make our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uccessful?'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라고 했다.   강의실 벽에 넓직한 보드들이 삼면에 부착되어 있으므로 학생들은 팀별로 보드 앞에 모여서서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일단 낯선 여학생 남학생이 짝을 이루어 몇가지 작업을 한 후, 이들을 소그룹으로 묶어주자, 이들은 '미래세대' 답게 별다른 저항감 없이 기민하게 서로 마주보며 토론을 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주저함 없이 발표를 해 나갔다. 씩씩하게, 용감하게, 막힘없이. 

 

그들이 작성한 리스트에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책에서 볼 수 있을만한 내용들이 총 망라 되어 있었다.  예컨대

 

 

  1. Respect
  2. Empathy
  3. Rapport
  4. eye contact
  5. Don't interrup
  6. Listen carefully
  7. Speak clearly
  8. Double check
  9. Speak loud enough
  10. Understand culture
  11. gesture
  12. ask again
  13. agree
  14. polite
  15. smile
  16. remember name of the person

 

 

나올만한 것 다 나왔다. 

 

 

영어가 유창한 학생들도 있고, 머뭇대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영어' 강의를 듣고 이해하고, 영어로 말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영어를 대하고 사용하는 강사(나)가 편안해 보여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이들이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영어 구사를 할지는 미지수이다. 대체로 학생들은 내 앞에서 영어 사용하는 것을 편안해 하는 편이다. 나는 '저 사람하고 영어 하면 무섭지 않아'하는 대상으로 이미 특화되어 있을 것이다. 어느새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듯 하다. (나는 어쩌면 나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어떻게 편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을까?) 

 

 

처음만난 남학생 여학생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최선을 다해서 영어로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장면들이 내 눈에는 보석처럼 빛나고 아름다웠다. 고등학생들이지만 내가 가르치는 대학생들과 별 실력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래도 소속한 고등학교에서 스스로 자원해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토요일에 모 대학에 온 것이고, 그러므로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서 인지도 모른다.  그들만큼이나 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나도 즐겁다.  이들이 최대한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 계획을 치밀하게 짜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다.  어느 십대 청소년들의 빛나는 순간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아주 잠시나마. 그것이 아주 잠시나마 즐거움의 원천이 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