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1. 20. 09:02

Christ on the Mount of Olives, by Josef Untersberger




어제, 새벽기도에 가서 (나는 늘 일찍 간다, 가서 예배가 시작하길 기다리는 편이다)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이른 시각이라 예배당안에는 입구 반대편 구석에 떨어져 앉은 나와 입구쪽에 구부리고 앉아있는 두 여인.  이렇게 셋이었다. 


그런데 문밖 현관에서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잃어버린 사람을 찾기 위해 허공에 외치는 듯한 소리였다.  왜 새벽에 텅 빈 교회에 와서 저렇게 소리를 지르지? 조금 의아해하며 자리에 앉아 성경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소리가 갈수록 거칠어졌다.  뭐랄까, 누구든지 나오기만 하면 잡아 죽일것 같은 분노의 음성으로 누군가를 불러댔다.  (가정문제로 누군가 교회로 피신을 했는데, 저 사람이 쫒아와서 지금 행패인걸까?  머릿속으로 여러가지를 상상 중.)


조금 후 예배당 문이 열리더니 소리를 질러대던 주인공인 것 같은 남자가 나타났다.  멀쩡하게 생긴, 30-40대 젊은 남자.  노숙자로 보이지도 않고 말쑥한 차림인데 얼굴이 약간 붉그레 한 것이 밤새 어디서 술을 마신걸까 의심하게 만들었다.  내가 출입문 반대편 끝에서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물었다.


나: 뭐요? 

그: 약간 변태같인 기묘한 표정으로 빙글빙글 웃으며 손짓으로 오라는 표시를 한다. 

나: 당신 뭔데 새벽에 교회에 와서 소리를 질러?  경찰 부를까?  (교회 바로 옆집이 파출소임.  ㅋㅋ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

그: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여전히 변태같이 빙글빙글 웃으며 그러지 말고 이리좀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 왜 기도하는 교회에 와서 소리지르고 행패냐구! 안나가? 나가! (예배당이 쩡쩡 울리는 중)

그: 빙글빙글 웃음기가 가시더니 꾸벅 머리를 조아리고는 퇴장.  

(상황 끝)




사내가 이리 오라고 손짓 할 때 안가고 소리를 지른 이유: 내가 그에게 다가가면 

  1.  그는 술냄새를 풍기면서 돈이 떨어졌으니 차비 몇만원 달라고 할 것이다. (너한테 돈 주기 싫어)

  2.  바지를 내리고 바바리맨 공연을 하며 히죽거릴지도 모른다. (네 성기에 관심없어. 내가 기도하러 왔지 음란공연 보러 온게 아니야. ) 

  3.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이유없이 나를 찌를지도 모르지. (기도하러와서 사고당하면 예수님께 죄송한 일이야.)


사내를 내쫒고 예배당 전면의 십자가로 시선을 향했을때, 문득 우리 예수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예수님: "얘야. 너 말야 너! 맨날 기도하러 오는 애!  내가 도대체 너때문에 살 수가 없구나.  왜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야. 너좀 조용히 할 수 없니? 시끄러워서 못살겠다. 사람의 아들이 머리를 둘데가 없구나.  내 잠시 내 아버지의 집에 가서 한 숨 자고 오련다. 끙." 




음...영화 쿵후허슬에 나오는 소리지르기 아줌마, 사자후. 딱 그거였다.  어제 새벽에.  좀 잘 살아보겠다고 새벽에 눈비비고 와서 기도드리는 사람들한테 와서 왜 행패냐구. 인생 답답하면 너도 기도하면 되는거지. 술 마시고 얼굴 시뻘개져갖고 와서 어디서 행패냐구. 목사님들이나 이런 분들은 천사라서 이런 행패꾼에게도 점쟎게 대하시는 모양이지만, 난 목사가 아니거등. 너 오늘 임자 만난거야.  내 기도 방해하면 너는 국물도 없는거야...


내가 누군가에게서 띠엄띠엄 들은 목사님들 (직업적인 성직자들)의 애로사항 한가지가 뭐냐하면, 교회에 가끔 애기를 업고 나타난다거나, 아픈 표정으로 나타난다거나, 뭐 여러가지 슬픈 표정으로 나타나 신세한탄하면서 '돈 좀...' 달라거나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목사님들이나 전도사님들은 뻔히 이 사람이 거짓말하는 것을 알면서도 '오죽 힘들면 여기와서 앵벌이를 하는가...' 싶어서 그냥 속아주고 주머니를 털어 돈을 주고 만다는 것이다. 일-이만원은 애교이고, 애기 업고 와서 대담하게 십만원 이상을 뜯어가는 사례도 일어나는데, 이런 사람들도 이교회 저교회 돌아다니며 같은 시나리오로 드라마를 연출하니까, 가깝게 지내는 목사님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고.  그런데, 문제는 설령 이웃 교회 목사님이 "거기 이러저러한 사람이 애기 업고 나타나 이런 스토리로 드라마를 할 것이니, 아예 돈 주지 마시오. 여기서도 많이 털어갔소"하고 귀띰을 해 줘도, 막상 그 사람이 나타나 징징거리면 매정하게 내쫒지를 못 한다고. 직업 종교인(성직자)으로 살아가면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사랑의 실천 뭐 그런것을 어길수가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알면서도 속아주고 주머니를 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성직자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전문 앵벌이 짓을 하는 모양인데... 음...나는 자유롭지. 왜냐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닌자의 자유. 교회 차려서 재벌되어서 자식한테 세습하는 '유능한' 목사님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박봉에 시달리며, 너무 사는게 힘들어 '자살'을 상상하며 간신간신히 살면서도 어려운 사람에게 주머니 탈탈털어 '보시'하는 그런 목사님들도 쌓이고 쌓였다. 덕분에 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를 드나들고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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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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