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에 이르렀을때 하늘이 컴컴해지고 후두둑 후두둑 비. 아치같은 나무들이 비를 가려주므로 시원한 빗속을 가볍게 걸었다. 숲속에 비가 쏟아지면 갑자기 주위 공기가 '파인애플 쥬스'를 엎지른 것 같은 쥬스 냄새로 가득하고, 오이냄새, 수박 냄새, 사과 냄새, 그런 상쾌한 향기가 빗물속에 가득하다. 숲이 비를 맞을 때 퍼지는 숲의 향기.
나는 참 복이 많다.
***
나의 다람쥐들은 요즘도 나와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창가에 와서 빈 먹이통을 들여다보는 다람쥐들. 얼른 견과류 한 줌 들고 나가니 한 놈은 마당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 하듯 서 있고, 한 놈은 나무 위에서 생각에 잠겨 있고.
내가 '다람아! 다람아!' 부르니 마당에서 '어디로 갈까' 하던 놈은 어느 거리까지 겅중겅중 다가와 나를 쳐다본다. 아몬드 한개를 녀석의 발 앞에 던져주니 냉큼 집어서 아주 겸손한 자세로 먹는다. 나무위에 다람쥐도 '다람아, 다람아' 쳐다보며 불러주면 몇걸음 내려와, 지상으로 내려울 자세를 취한다.
밥그릇에 먹이를 주고 "밥먹어!" 외쳐주고 나는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녀석들이 냉큼 와서 '잔치'를 시작한다.
가끔 아침에 찬밥 남은것을 놓아주면, 새들이 와서 잔치를 하고, 빵부스러기 남은것을 놓아주면 야생 고양이도 와서 한입 먹고 간다. 그래서 요즘에는 부엌에서 음식 찌꺼기 정리 할 때,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에 잘 씻어서 모이통에 놓아 준다. 그러면 한나절 사이에 작은 짐승들이 와서 다 먹고 간다. 어제는 호박을 찌면서 속의 호박씨를 긁어 내어 내다 주니, 누가 먹었는지 모르게 다 없어져 있다. 땅집에 사니 작은 짐승들과 교제 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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