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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을 겪는 와중에 일본이 보인 ‘독도’ 관련 망발에 대해 한국정부나 한국인들의 감정은 매우 복잡해 보인다. 나 역시 매우 착잡한 심정이다. 그 착잡한 심정으로 미국에서 발견되는 지도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 스미소니언 아시아 미술 박물관인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와 자연사 박물관(Smithsonian Natural History Museum)을 둘러보았다. 이 두 스미소니언 계열 박물관에서 동일한 지도에 각기 지명을 다르게 표기한 것을 확인했다.
현재 한국의 동해바다는 ‘동해(East Sea)’라고 한국 측의 지도에 표기가 되거나, 혹은 ‘일본해(Sea of Japan)’로 일본 측의 지도에 표기가 되고 있다. ‘동해인가? 일본해인가?’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이번에 문제가 된 ‘독도’ 역시 이 동해바다 문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은 이런 외교적 분쟁이 될 만한 지역의 표기를 어떤 식으로 하고 있을까? 나는 세 가지 각기 다른 표기 방법을 확인했다.
첫째, ‘일본해(Sea of Japan)’. 프리어 갤러리의 아시아 불교 관련 전시장에서는 불교의 전파 내용을 소개하는 안내판에서 Sea of Japan이라고 표기했다. 이런 표기는 역시 이곳의 일본 병풍 전시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둘째, ‘동해(East Sea)’. 프리어 갤러리의 한국 도자기 전시장의 안내판에는 동일한 바다에 대하여 East Sea라고 표기했다. 한국 관련 전시장이라서 표기에 신경을 쓴 것일까?
셋째, 표기 생략.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한국관에도 안내판이 있고,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 지도에는 바다에 대한 표기를 아예 생략했다.
정리해보면, 프리어 갤러리에서는 아시아 관련 안내판이나 일본 관련 안내판에는 ‘일본해’로 표기하고, 오직 한국 전시장에서만 ‘동해’로 표기했는데, 결국 이 박물관에서는 일본해라고 두 번 표기하고, 동해라고는 한 번 표기했다.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은, 그곳이 한국관 임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바다 이름 표기를 생략하고 지나갔다.
프리어 갤러리는 일견 공평한 듯 해 보이지만, 그들이 한국관이 아닌 곳에서는 일괄적으로 ‘일본해’로 표기를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자연사 박물관의 한국관에서는 아예 ‘동해(East Sea)’라고도 표기도 안 한 것 역시 마음에 걸린다. 지도를 제작할 때 정보나 자료를 제공한 한국 측의 관련 단체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여러 가지 의문점과 생각들이 교차했다.
미국 내에서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기한 지도는 이곳 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일대 출판부 같은 유수의 대학 출판사가 제작한 책에도 Sea of Japan이라는 표기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현재 미국에 사는 나는 이런 문제들을 내가 개인 자격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자료 수집을 위하여 이러한 지도가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어 모아두고 있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법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 개인자격으로 사진파일들을 모두 모아서 박물관 책임자들에게 메일이나 서신을 띄우면 어떨까? 이런 고민도 해보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미국에서 살다가 혹시 어딘가에서 이런 지도가 발견되면 상세하게 사진을 찍고 알려달라는 부탁도 한다.
한일간의 동해를 둘러싼 영토 관련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정부가 뚜렷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민간차원의 노력도 애매해지기 십상이다. 어쨌거나, 이제 나는 내가 우리의 바다 ‘동해’와 ‘독도’를 위해 개인 차원에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많은 전문가에게 질문을 하고 조언을 듣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는 우리 개개인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대응 방법을 의논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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